소설리스트

182. (182/200)

최부장 모가지만 쳐내라.

회의 내용은 간단했다.

현재 회사 앞에서 진을 치고 있는 타 회사 대표들의 계약을 모조리 흡수하는 것, 그리고 어떻게 흡수하느냐가 관건이었다.

이지혜 팀장이 이번에도 빛을 발했다.

"이지혜 팀장님?"

"네."

"늦어도 내일 저녁입니다. 가능할까요?"

"일단 해보겠습니다."

반면, 최부장의 표정은 여전히 어두웠다.

그는 회의 내내 스마트폰을 만지며 다른 생각을 품고 있는 것 같았다.

회의가 진행되는 와중에도 화장실을 수시로 왔다 갔다 했으며, 연신 집중을 하지 못하는 듯했다.

예전 모습이 아니었다.

대단히 불안한 모습이다.

뭔가 켕기는 게 있는 듯 보였고, 수상하리만큼 말이 없었다.

최부장은 위기 앞에서 매번 강했고 냉정했다.

그런데 현재의 최부장은 이리저리 떠도는 부초처럼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이제 준비는 모두 끝났다고 봅니다."

직원들을 보며 말했다.

"준비가 끝났다면…"

"이제 대화를 할 차례겠죠."

"아…"

"회의는 내일 아침에 시작될 겁니다. 일단 다들 퇴근하시고, 내일 아침에 뵙겠습니다."

사원들을 모두 퇴근시켜야 할 것 같았다.

시간이 너무 늦었다.

"대표님은요?"

정주임이 걱정되는 표정으로 물었다.

"내 걱정은 하지 말고 퇴근들 해. 어차피 최부장님이 계실 거니까."

직원들이 최부장을 바라봤다.

최부장은 당연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다들 퇴근해. 내가 지키고 있을 테니."

"믿겠습니다. 부장님."

"얼른 들어들 가."

직원들이 하나둘씩 퇴근할 때 최부장만이 그저 자리에 앉아 있었다.

"부장님?"

"어...김대표..."

최부장과 사무실 소파에 앉아 대화를 나눴다.

"부장님답지 않습니다."

"나 답지 않다라…"

"무슨 일 있으신 거죠?"

"일이라기 보단, 마음이 복잡한 거지."

"…"

"김대표 자네하고의 인연도 있지만, 지금 회사 앞에 상주하고 있는 천사장은 반평생 함께 사업했던 양반이다."

"…"

"이렇게 얼굴을 마주할 줄은 누가 알았겠나."

"괜히, 죄송합니다. 부장님 마음 불편하게 만들 생각은 없었습니다."

"김대표 잘못이 아니지. 순전히 내가 마무리를 잘 하지 못한 게 문제였지."

"마무리라뇨?"

"워킹휴먼을 관뒀을 당시, 천사장하고 심각한 문제가 있었거든."

"아…저는 전혀 몰랐습니다. 최부장님이 워킹휴먼과 잘 마무리됐다고 하셔서, 그저 그런 줄로만 알고 있었죠."

"흐흐, 심각한 것은 아니고, 어쨌든 서로 얼굴 마주하면 감정 상할 일이지. 신경 쓰지 말어라. 내가 알아서 할 일이니."

"혹시 무슨 일인지…"

"뒤통수."

"네?"

최부장의 입에서 별안간 뒤통수라는 말이 나왔다.

그의 표정이 어두웠다.

"내게는 천사장의 앞 통수이었지만, 천사장입 장에서는 뒤통수 세게 맞은 격이지."

"아…"

"김대표."

"네. 부장님."

"회사 밖에 상주하고 있는 인간들 아마 천사장이 끌고 왔을 거다."

"…"

"감정적으로 생각하지 않으려 해도, 만약 내가 휴먼매니저에 없었더라면 일이 이렇게까지 발생되진 않았겠지.."

"아닙니다. 그건 제가 광고를 찍어서…"

"광고? 김대표, 단지 광고 때문에? 파견법 생긴 이후로 20년이 넘었어. 중간착복? 사람들이 모를 것 같아?"

"아…"

"광고나 기사 수백 개를 찍어봐야, 법이 제정되질 않은 이상 변하는 건 없다. 김대표. 그래서 내가 말하지 않았나. 광고도 의미가 없을 것이라고."

"…"

"그저, 광고가 도화선 역할을 한 것이고, 이번 기회에 지네들 눈엣가시인 휴먼매니저를 어떻게든 매장시켜 버리려 들겠지. 그 중심에 내가 있을 것이고."

"…"

"일이 어떻게 발전되는 간에, 내가 관두면 다 해결될 일일 수도 있다는 거다."

"그건…"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말게나. 이번 일은 내가 책임질 테니."

"그럴 순 없습니다."

"…"

"우리 사원들이 부장님을 그렇게 내버려두지 않을 거고,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참…"

"원래 저희가 예전부터 사람 마음 불편하게 만드는 게 특기였잖아요?"

"…"

"이번에도 제대로 불편하게 만들어 보죠."

그때

-쾅!

사무실 문이 벌컥 열렸다.

사무실 내부로 오과장과 정주임, 현준이가 갑자기 들어왔다.

마치 밖에서 엿듣고 있는 꼴이었다.

"안 들어가고 뭐 해?"

"생각해보니 제가 사무실에 짐을 놓고 와서요. 그리고 지금 집에 들어가면 내일 못 일어 날 것 같아서, 그냥 사무실에서 자려고요."

"뭐?"

"그러려니 하십쇼. 사무실이 편하니까."

그때 현준이와 정주임도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

"대표님하고 부장님 혼자 두기엔 싸이코 같은 인간들이 너무 많잖아요? 혹시라도 해가 될 것 같아서, 저희가 지키려고요."

"하이고, 든든하네. 든든해."

"그러니까 얼른 푹 주무십쇼."

다음 날 아침.

회사 앞에서 진을 치고 있는 회사 대표들을 모두 불러들였다.

인력사무소 대표부터, 굿타임즈, 천사장, 황부장, 박찬혁, 하나같이 나와 앙금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특히 천사장이 그러했다.

과거 워킹휴먼에 첫 입사했을 때 나를 입사시켜준 사람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적대적인 관계에서 만나게 됐다.

아쉽다는 말이 맞을까.

휴먼매니저 직원들과 그들이 회의실 책상 하나를 두고 마주했다.

황부장과 최부장은 서로를 죽일 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과거 워킹휴먼을 첫 창립했을 당시 멤버였고 이제 서로 완전히 다른 노선을 걷고 있다.

황부장이 출소 후 다시 워킹휴먼에 들어갔다는 소문이 있었는데, 천사장 옆에 꼭 붙어 있었다.

물류센터 근로자들의 임금을 횡령했지만, 천사장은 왜 그를 또다시 불러들였는지 의아할 뿐이었다.

그렇게 믿을 만한 사람이 없었던 걸까.

그리고 인간쓰레기 박찬혁.

그는 우리 직원들을 보며 알 수 없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박찬혁이 어슬렁거리며 직원들에게 다가가 불필요한 안부를 물었다.

"아이고, 고현준? 오랜만이네? 잘 지냈고?"

"어깨에 손 치우시죠. 부숴버리기 전에."

"무서워라. 싹수는 여전하네?"

"당신 손모가지는 언제든 부러뜨릴 수 있죠. 다시 해볼까요?"

"이 새끼가."

"그만하시죠 다들."

박찬혁과 현준이를 보며 말했다. 박찬혁이 내 말을 듣고 자리에 앉으려는 찰나, 조소를 품으며 말했다.

"김도일 대표? 오랜만이네. 휴먼매니저가 이 바닥에서 그렇게 유명하다더니, 당신을 때문에 우리가 장사가 안 되잖아. 상도덕도 없는 이기적인 새끼들아."

"그만들 해."

천사장이 박찬혁을 보며 말하자, 이내 입을 다물었다.

천사장이 최부장을 바라보며 이를 갈고 있는 모습이다.

매우 화가 난 듯 보였고, 당장이라도 달려가 드잡이질할 기세 같았다.

뒤통수.

최부장은 워킹휴먼을 그만뒀을 당시 뒤통수라는 표현을 썼다.

"최부장?"

"네."

천사장이 최부장을 불렀다. 마치 원수를 이제야 만났다는 투였다.

"얼굴 좋네. 살도 쪘고, 그 시계는 뭐야? 최부장이 언제부터 시계를 차고 다녔나? 돈 한 푼 없어서 빌빌거리던 녀석이. 나이 먹고 출세했구먼. 그래"

"…"

"그런데 최부장. 그 돈이 어디서 나왔을까?"

"…"

천사장이 최부장을 보며 비웃음을 날리며 말했다.

"뚫린 입이라고 떠들어댔던 그 아가리는 어딜 가고 그렇게 닫고만 있어?"

"말이 심하십니다. 천사장님."

"말이 심하다? 네가 그 따위 짓거리를 하고 나간 건 괜찮고?"

"…"

최부장이 워킹 휴먼을 퇴사했을 당시의 앙금이 남아있는 것 같았다.

"그 따위 짓이라뇨. 저는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할 일을 했다? 워킹휴먼에 소속된 직원 천 이백 명에게 일일이 메일로 날려서 퇴사 사유를 밝히는 게 할 일을 했다는 건가?"

"…"

"그래, 좋다 이거야. 최부장이 직원들 아끼는 거 잘 알고, 본인 나가는 길 사유 정도는 밝히는 게 네 부하직원들에게 예의였겠지, 그런데 왜 없는 말을 지껄이고 나가냐고 이 새끼야!"

"없는 말 아니지 않습니까. 현장 직원들 월급의 20%, 많게는 30%까지 착복하여 수익을 거두지 않았습니까. 그게 없는 일은 아니지 않습니까."

"하! 그걸 알면서 다녔던 너는? 그 돈으로 네 월급 준 거 아니냐고!"

"그래서 밤낮으로 일했고, 뼈저리게 후회하고 나왔습니다."

"이 새끼가!"

"계속 새끼 새끼 하지 마시죠. 엄연히 다른 회사 직원입니다."

옆에 있던 황부장이 거들었다.

"지랄하네."

"뭐?"

"너는 천사장님에게 그러면 안 됐어 새끼야. 옛날에 상하차했던 때를 생각해야지. 없는 놈 거둬다 키워놓은 건 생각 못하고, 배신자 새끼."

"배신자…네가 그런 말 할 처지는 아닌 것 같은데…"

"뭐?"

-쾅!

"다들 그만하시죠."

책상을 내리치며 말했다. 황부장이 나를 가소로운 표정으로 바라봤다.

"어쭈?"

"황부장님? 한번만 더 떠들면 회의실에서 내보내겠습니다."

"허, 참나. 네가 무슨 수로?"

"제 건물이거든요. 제집에 왔으면 기본적으로 예의는 지키시죠."

"크흠."

황부장의 입이 한일자로 닫히자, 서로들 냉정을 되찾기 시작했다.

입을 먼저 연 사람은 천사장이었다.

"김도일 대표, 우리 솔직해지자고, 지금 네 회사 때문에 우리 직원들도 말이 많아. 정직하게 장사하는 사람들도 의심 받게 생긴 마당이라고."

"아시잖습니까. 최부장님과 똑같은 생각입니다."

"최부장이 그렇게 가르치든?"

최부장의 얼굴을 바라봤다.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네. 최부장님도 그렇고 우리 회사 직원들도 다 같은 생각입니다."

단호한 어조로 말하자 천사장을 비롯하여 업체 대표들의 표정이 일순간 굳었다.

"본인들이 착한 기업이다?"

"…"

"그럼 좀 조용히 하면 안 될까? 대체 이유가 뭐야? 왜 이렇게 티를 못 내서 안달이냐고."

"350만 명의 직원을 고용해야 되거든요."

"뭐?"

350만 명이라고 얘기하자 업체 대표들은 비웃음을 터뜨렸다.

한참동안 비웃음이 계속됐고, 천사장이 눈물을 닦아내며 말문을 열었다.

"그래, 씨발 네 다 해먹어라."

"…"

"아휴, 젊다는 게 이거지, 다들 안 그래요 대표님들?"

"그렇죠. 허허허. 저도 김대표 같은 나이면 350만 명이 뭐야. 천만 명을 목표로 했겠지. 크하하하."

"최부장! 대체 회사에서 무슨 사상을 주입시키고 다니는 거야?"

"크하하"

비웃음을 그치질 않았다.

한참을 빈정거리더니 이내 천사장이 진지하게 물었다.

"그런데 김대표."

"…?"

"이걸 어쩌나, 우리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 같은데."

"무슨 말씀이죠?"

"도급 업체 대표들 오백 명이 모일 거다."

"오백 명?"

"자네들이 그간 해온 상도덕 없는 짓거리, 자네 회사 앞에서 규탄 시위도 버릴 예정이고. 알다시피 우리가 좀 막나 가면 무섭잖아?"

"그래서요?"

"그런데, 방법은 있다. 휴먼매니저가 살 수 있는 방법. 네가 350만 명을 고용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

"최부장 모가지만 쳐내라. 그러면 조용히 넘어가 줄 테니."

"…"

"김대표 아직 젊잖아? 최부장 쳐내. 우리가 뭐냐? 연못 하나 두고 치고받고 싸우는 좁은 시장 아니냐?"

"…"

"최부장 저 인간은 업계에서 퇴출해야 될 인간이야. 괜히 뒀다가는 네 뒤통수 칠 날도 올게 분명해. 그러니 쳐내. 업계 선배로서 하는 말이다."

최부장을 바라봤다.

아무 말 없이 고개만 숙이고 있었다.

사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분노를 표했다.

특히 오과장과 현준이가 자리에 벌떡 일어나 그들에게 달려들 기세였고, 정주임과 내가 달려들어 그들을 겨우 말렸다.

"왜 한 대 치시게? 쳐봐 이 새끼들아."

황부장과 박찬혁의 도발에 현준이가 분에 휩싸여 씩씩거리며 화를 겨우 삭였다.

"현준아, 참아."

"대표님! 저 새끼들 말하는 꼬락서니 좀 보세요. 이걸 어떻게 참습니까?"

"현준아. 아직은 때가 아니다. 참아."

"어휴!"

현준이가 한숨을 푹 내쉬며 자리에 앉았다.

"최부장님."

"…?"

"우리가 예상했던 대로 흘러가는 것 같습니다. 그죠?"

"그래."

"사람 생각하는 게 다 거기서 거기인가 봐요."

"허허."

"어차피, 예상했던 일이니까, 부장님 너무 섭섭하게 생각하지 마십시오. 우리가 어떻게 부장님을 쳐내겠습니까?"

"…"

"그리고 천사장님."

"말귀를 아직 못 알아 처먹었나? 김대표, 지금 자네 실수하는 거야."

"차라리 잘 됐다는 생각이 들어요."

"뭐?"

"언젠가 같은 업계 종사하는 대표들 얼굴 좀 만나고 싶었거든요. 이렇게 알아서 한 자리에 모여주시니 제 생각은 더 확고해지는 것 같습니다."

"너 대체 뭐 하는 새끼야?"

"당신들도 알아야 할 게 있습니다."

"뭐?"

"당신들 업체 사무실부터 시작해서 건물들을 모조리 사들일 생각이거든요."

"하!"

"사실, 그 정도는 기본이겠죠. 겨우 건물주 갑질로 당신들 괴롭힐 마음은 없습니다. 그래서 혹시라도 얘기해 두는 건데, 건물을 사서 장사할 생각은 마시죠, 그때는 제가 땅을 다 사버릴 테니까."

"이 미친 새끼가."

"그리고 그것만으로 부족할 것 같아서, 우리 콜센터 사원들이 현재 오천 명 정도 되는데, 당신들 회사에 속한 사원들에게 일일이 전화해서 월급이 착복되는 과정을 설명해줄 생각입니다. 더불어 사업도 전부 뺏어올 생각이고요."

"저 X발놈이!"

"천사장님…"

"…"

"어차피 연못 하나 두고 싸우는 곳 아닙니까? 연못에 피라미들밖에 없어서 쉬운 싸움이겠지만…"

"자네, 큰 실수하는 거야."

중간착취는 불법이다.

"실수가 될지 신의한 수가 될지는 두고 보면 아시겠죠."

"믿는 구석이라도 있는 거야? 어디, 국회의원이라도 끌고 오게?"

"아뇨."

때마침 조순형 기자에게 문자 한 통이 도착했다.

-도일아, 기사 올렸다. 확인해 봐.

조순형 기자의 기사가 인터넷 포털사이트 메인의 일면으로 올라왔다.

제목은 이러했다.

[수면위로 떠오른 중간 착취, 알고서도 못 막는다.]

"지금 00포털 사이트에 올라온 중간착취에 관한 기사를 읽어보시죠."

천사장을 비롯하여 다른 업체 대표들이 입을 꾹 다물며 급히 스마트폰을 열어 확인했다.

하나둘씩 스마트폰 스크롤을 내리며 기사를 확인했는데, 기사를 완독한 천사장의 머리카락이 곤두섰다.

그럴 수밖에.

기사의 반응은 뜨거웠다.

조순형 기자의 [수면위로 떠오른 중간착취, 알고서도 못 막는다.] 란 제목의 기사를 시작으로, 여기저기서 인터넷 기사들이 올라왔다.

허나, 가장 큰 화두는 역시 조순형 기자가 작성한 기사였다.

수천 개의 댓글이 달렸다.

ㄴ 이거 막을 방법 없음, 도급사에서 해 먹으려면 방법이 너무 방대하거든 ㅋㅋㅋ 내가 아는 사장은 월급의 30%는 떼감 그런데 사람들이 찍소리 못함. 계약해지 시키면 그만 ㅋ

ㄴ GN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일했는데, 그때 월급이 원청에서 370만 원 책정했다는데 나한테는 280만원만 들어왔음 ㅡㅡ 개새끼들 어쩐지 통장 달라고 할 때부터 이상하더라.

ㄴ 요즘은 통장 뺏는 구시대저인 방식 안씀. 그냥 급여 통장에 꽂힌 돈의 몇 프로는 줘야함. 그게 당연한거라고 함.

ㄴ 아직도 이런게 안고쳐진 거임? 20년 전이나 별반 다를게 없네 쯔쯔

ㄴ 불법 파견도 존나 많음. 도급 받아 놓고선 원청 지시 받으면서 일함. ㅅㅂ 존나 서러움.

ㄴ 우리 엄마도 청소일 하시는데 한번 알아봐야 겠네요. 시급 9천원 받으시던데 ㅜㅜ

ㄴ 알아보세요. 꼭. 요즘 몸 쓰는 일을 누가 시급 9천원 주고 시킵니까? 에휴.

ㄴ IT쪽 존나 심한데 ㅋㅋㅋ IT는 거의 다 파견임 ㅋㅋIT쪽 하는 인간들 형 말 잘 들어라. 신입은 100%의 확률로 월급의 30%는 떼일거다. 내말 믿고 허위 경력이라도 써라 ㅋㅋㅋ

ㄴ 워킹휴먼? 저기 꽤 큰 곳아님? 굿타임즈도 들어봤고, ㅋㅋㅋ 하여튼 양선생들 진짜.

ㄴ 그런데 기사에서 이렇게 업체명 까도 되는 거임? 조순형 기자? 강심장이네ㅎㅎ

ㄴ 고발당할 것 같은데;;;

"당신들 회사 업체명과 그간 착복한 금액까지 전부 기사로 올렸습니다."

"…!"

"이 개새끼가! 이거 불법인 거 몰라?"

"김대표! 어떻게 이런 식으로까지 하나!"

"고발할 거야 이 새끼야!"

업체 대표들의 반응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그런데 아직 멀었다.

"불법, 불법 맞아요."

"이 미친놈이!"

"그런데, 당신들이 한 짓은 불법이 아니고?"

"…"

"고발을 하시든 말든 알아서 하시고, 아마 몇 시간 뒤 당신들 회사에 전화가 빗발칠 겁니다."

"…!"

"아마 당신 회사에서 근무했던 근로자들이 그간 착복당한 금액 관련해서 물어보는 전화겠죠."

"…"

"내 돈이 얼마나 떼였나. 도급 비용 산출 과정에서 내 월급은 대체 얼마였나. 그간 왜 내 월급에서 20에서 30%나 되는 금액을 떼 갔느냐, 뭐 그런 문의 전화겠죠."

"…"

"어떻게 하실 겁니까?"

"뭐?"

"그간 착취한 금액 다시 돌려줄 의향은 있으신 건가요?"

"없어 이 새끼야. 눈먼 돈 먹자고 달려드는 시장에서 그 정도도 손을 못 대?"

"어차피 푼돈이야. 그 돈 받겠다고 달려드는 인간이 몇이나 될 것 같아?"

예상은 했다.

어차피 작정하고 달려들어 착취하면 손 쓸 방도는 없다.

착취당한 금액, 어차피 못 받겠지…

때마침, 이지혜팀장이 회의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녀가 내게 귓속말을 했다.

내용은 현재까지 피해 금액 약 30억 원, 그리고 떼인 돈 다시 받길 원하는 근로자 사천 명이라고 한다.

오천 명의 콜센터 직원들은 현재 근로자들의 문의 전화를 받고 있었다.

"대표님들?"

"…?"

"오늘 좀 바쁘게 생겼습니다."

"무슨 말이야?"

"근로자분들이 직접 받으러 온다고 하네요."

"…!"

"이참에 다들 모이셨으니까. 이런 기회 흔치 않잖아요? 현재 시각 오전 10시, 아마 조만간 조금씩 몰려들 겁니다. 저희 직원들이 애써주고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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