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맞으면서 사는 기분이 어떤 줄 알아?
도일빌딩에서 걸어서 5분 걸리는 거리에 GN산업의 본사가 있었다.
면접은 당일에 바로 잡을 수 있었다.
마침 해고된 사람이 있었기 때문에 운전기사가 아주 급한 모양이었다.
회사 대표로서 그를 만날 수도 있었지만, 절차가 귀찮다.
가장 빠르게 만날 방법은 그의 수행 기사로 채용되는 방법이겠지.
찌는 더위 아래에서 터벅터벅 걸어가던 중 마침내 본사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본사 앞은 시끌벅적했다.
예상한 대로 GN아파트 주민들의 모습이 보였다.
단체 시위였다.
정신적 피해 보상금과 이른 시일 내에 하자 보수를 해줄 것을 요청하는 시위다.
"중대 하자보수 책임져라!"
"책임져라! 책임져라!"
마음 같으면 시위에 함께 참여하고 싶었지만, 대의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
본사로 들어가려는 찰나,
엥?
무리들 중 엄마의 모습이 보였다.
"엄마!"
"도일아!"
대의고 나발이고 엄마에게 다가갔다.
나서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고 했거늘 엄마는 기어이 주민들과 함께 시위에 참여했다.
그 고집을 누가 꺾으랴.
"집에 있으라고 했잖아. 여길 왜 나왔어?"
"가만히 있을 수가 없잖나. 소중한 집이 물바다가 됐는데 어떻게 이러고 있어? 바가지로 퍼내도 한계가 있더라!"
마냥 바가지로 물 퍼서 살면 된다는 엄마도 인내심에 한계가 왔나 보다.
"참…"
"넌 여기서 뭐해?"
"…"
이해철 회장의 운전기사 면접을 보기 위해 왔다고는 말하지 못하겠다.
"할 일이 있어서. 이번에 파견직 근무자들 보내주는데 회의가 좀 있었네."
"바쁠 터인데 얼른 들어가라."
"…"
"얼른 들어가!"
발길이 선뜻 떨어지지 않았다.
"중대 하자보수 책임져라!"
"책임져라! 책임져라!"
때마침 다시 시작된 시위대의 고성에 엄마도 연신 소리를 질렀다.
어차피 방법은 하나다.
엄마가 집을 포기하지 못한다면 제대로 만들어 놓는 수밖에.
"기다려 엄마."
"응?"
"곧 내려올게. 무리하지 말고!"
빌딩으로 들어가 실무자 면접을 위한 사무실로 향했다.
운전기사 채용은 이해철 회장을 옆에서 직접 보좌하며 운전하는 일이기 때문에 면접도 까다롭게 진행됐다.
운전 경력부터 시작해 집안 배경까지, 그리고 MBTI 시험을 통해 성격도 파악해댔다.
그 외 무사고 경력증빙서류나 비밀 보안 유지 서약까지 작성했다.
회장의 전화 통화 내용을 직접 들을 수 있는 자리이기 때문에 그런 것 같았다.
젊은 사람이 수행 기사로 지원하는 경우는 거의 드물다고 한다.
그 점에서 나름 보너스를 얻었다고나 할까.
이해철 회장의 특성상 나이가 40대 초반으로 젊기 때문에 어르신들보다 젊은 사람을 더 선호한다고 했다.
실무자는 마지막으로 운전 테스트를 한다고 했다.
내게 매뉴얼 북을 쥐여줬다.
백 가지 정도 되는 매뉴얼을 하루아침에 다 외울 수 없다곤 하지만, 기억력 스킬로 금방 외워 버렸다.
총 1번부터 100번까지의 매뉴얼을 줄줄 외우니 실무자도 놀란 듯 보였다.
"문제 내보시죠?"
"42번!"
"공조기는 항상 내부 순환으로 한다."
"오! 32번!"
"수행 대기 중 회장님이 직접 운전하시는 경우 물티슈로 핸들을 미리 닦는다."
"와아…이걸 몇 분 만에 다 외우셨다고요? 11번!"
"옷에는 항상 향수를 뿌린다. 향수가 없다면 방향제라도 필수!"
"대단하시네요. 저도 이걸 외우는데 일주일은 더 걸린 것 같은데요. 그 정도 머리로 왜 수행기사를 하시려 하는 겁니까?"
"수행기사 뭐 어때서요?"
"네?"
"운전이 재밌어서 하는 일입니다."
"아…마지막으로 99번!"
"회장님이 실언을 하거나 욕을 하실 경우 스트레스를 받지 말고 참아야 한다."
그가 손뼉을 쳐댔다.
이 정도면 바로 실무에 투입해도 무방하다고 할 정도.
"회장님께서 아주 흡족해하실 겁니다. 차량 대기 시켜 놓을 테니 오늘 바로 회장님 뵙고 인사드리죠."
"네."
그와 함께 지하주차장으로 향했다.
차량은 총 네 대가 있었는데, 고급 세단부터 스포츠카까지 구비가 돼 있었다.
"회장님은 평소 세단을 타시지 스포츠카는 잘 타지 않습니다. 운전하기도 까다롭고 전문 기사를 모셔야 하는데…스포츠카에 정통한 운전기사를 모시는 것도 쉽지 않고요."
"저는 쉬운데요."
"네?"
"운전해 본 경험도 있어서요. 어쨌든 회장님이 알고 계시면 좋을 겁니다."
때마침 회장님이 곧 퇴근한다는 얘기가 들렸다.
"곧 오실 겁니다. 인사는 너무 크게 하지 마시고 작은 목소리로 90도로 숙이며 인사해주세요."
"그러죠."
그리고 몇 분 뒤
지하 주차장을 걸어오는 한 사내.
인터넷으로만 본 이해철 회장이 분명했다.
머리는 조금 까졌고 각진 사각턱에 동그란 안경을 꼈다.
눈과 입술이 얇고 다부진 체구.
그러나
조만간 겁먹은 토끼처럼 눈동자가 커지게 만들 생각이다.
"안녕하십니까. 회장님."
"신입인가?"
이해철 회장이 실무자에게 물었고, 실무자가 아주 긍정적인 미소로 대답했다.
매뉴얼을 전부 숙지했으며 경력도 대단하고 운전 실력도 아주 뛰어나다며 나를 치켜세웠다.
"스포츠카 운전도 가능하다고 하십니다. 회장님!"
스포츠카를 운전할 줄 알며 매뉴얼을 다 외웠으니, 이해철 회장의 바늘구멍 같은 눈동자가 미세하게 벌어졌다.
"하루아침에 다 외웠다고?"
이해철 회장이 나를 보며 물었다.
"뭐, 외우는 게 특기입니다. 저기 있는 컨버터블? 저도 운전해본 경험이 있어서요. 회장님 취향껏 마음대로 고르시면 됩니다."
"크하하, 아주 좋은 신입이 들어 왔구만. 그럼 오랜만에 타볼까?"
이해철 회장은 아무 말 없이 조수석에 올라탔고 실무자가 그에게 90도로 인사를 했다.
-부릉
한국에서 몇 대 없다는 스포츠카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4초면 충분했다.
부드러운 엑셀을 이용해 좌회전을 틀고 지상으로 빠져나갔다.
"괜찮네."
"감사합니다."
"매뉴얼을 전부 다 외웠다고?"
"맞습니다."
"대단하네. 그걸 하루 만에 외우는 사람은 드물었는데 말이야."
"쉽습니다. 외우는 게 제 특기입니다."
"학교는 어딜 나왔나?"
"중성대 나왔습니다."
"중성대? 그 정도 머리면 한국대학을 나오지 그래?"
"거기는 공부벌레들만 가는 곳 아닌가요?"
"참. 외우는 걸 좋아하면 다른 특기도 있는 거 아닌가?"
그가 나를 흥미로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다른 특기라면 뭘 뜻하는지 잘 모르겠으나,
"제가 좋아하는 가수들의 노래 가사 정도는 전부 외우고 다니죠."
"허허, 재능을 썩히는 방법도 여러 가지 구만."
"그러니까요."
그는 실무자가 건넸던 서류를 살피고 있었다.
나에 관한 신상이 적혀 있는 서류였다.
"집안은 썩 대단지 못했네. 집안이 어려워서 공부를 포기했나?"
"공부를 포기한 건 없고요. 다시 말씀드리자면 중성대학교도 공부 좀 해야 가는 곳입니다."
"크흠…"
조목조목 따지고 드는 내 말투에 이해철 회장의 미간이 조금씩 좁혀지는 게 보였다.
그래도 능력이 있으니 그도 나를 함부로 대하지 못할 터.
이해철 회장 본인은 스스로 지능이 매우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본인의 지능에 매우 뛰어난 자부심을 가지고 있어 학력이 떨어지는 사람에게 지나친 선민사상을 가지고 있다.
마치 자신은 선택받은 인간이라고 생각하는 것과 같다.
그가 서류를 한 장씩 넘겨보며 말을 이어 나갔다.
"아직 미혼이고, 경력도 매우 짧네. 일은 여태 왜 안했어?"
"할 마음이 없어서요. 주식이나 코인으로 벌면 되지 왜 일해요?"
"주식으로 많이 벌었나 봐?"
"최근에 GN산업 주식에 넣었다가 10% 먹고 빠졌죠. 덕분에 소고기 좀 사 먹었습니다 회장님."
"크하하."
그가 호쾌한 웃음소리를 냈다.
"우회전하겠습니다."
부드러운 코너링으로 우회전을 틀어 차선에 합류했고 곧바로 신호가 걸렸다.
이해철 회장의 한숨이 내 귀에 들렸다.
신호가 걸려서가 아닌,
본사 앞에서 연신 시위하는 주민들의 모습 때문이었다.
"이해철 회장은 중대 하자보수 책임져라!"
"책임져라! 책임져라!"
시위대의 고성이 차 내부로 전해졌다.
운전석 유리창 너머로 엄마의 모습이 보였다.
그때
비가 뚝뚝 떨어졌다.
시위대는 갑작스러운 소나기에 어쩔 줄 몰라 당황하며 산개했고, 급히 본사 건물에 비를 피하려 했다.
그러나 직원들이 그들을 막아섰다.
그런 엄마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내 울화통도 서서히 차오르기 시작했다.
"크크, 하늘도 도와주지 않는구만,"
이해철 회장이 그 광경을 목도하며 비웃으며 말했다.
이해철 회장이 어디론가 전화하자, 나는 자연스럽게 귀마개를 꼈다.
회장이 전화할 때는 귀마개를 항상 착용해야 한다는 매뉴얼이 있었다.
허나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나.
틈으로 그의 목소리가 다 전해졌다.
"어휴 버러지 같은 병신 새끼들. 누가 안 고쳐준데? 하여튼 없는 새끼들이 좋은 아파트 좀 산다고 저 지랄들이라니까."
"…!"
"보상이고 뭐고 일절 없다. 하자 보수도 최대한 늦게 해줘. 법무팀 구성해서 최대한 손해가지 않는 쪽으로 방안 마련해. 이번에 고개 숙이면 저런 놈들 사방에서 들러붙을 거다. 그리고 절대 건물 안으로 들이지마, 기상 예보 확인해보니까 비는 앞으로 계속 올 것 같으니까."
그가 신경질적으로 전화를 끊자, 때마침 신호가 파란불로 바뀌었다.
이성을 차렸다.
지금 당장 그를 때려눕히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육체적인 폭력보다 더 한 방법은 많다.
일단 엄마가 걱정된 탓에 현재 휴먼매니저에서 상주하고 있는 정주임에게 전화했다.
물론 스피커폰으로…
"어이! 정주임!"
-네 대표님.
"현재 GN본사 앞에서 시위하시는 분들 비를 피할 곳이 마땅치가 않으니까, 우리 회사 건물로 좀 모셔서 왔으면 좋겠는데."
-아…
"귀찮아? 우리 엄마도 있다."
-바로 달려가겠습니다.
전화를 끊자 이해철 회장이 아주 의아한 얼굴이었다.
"너 뭐 하는 새끼야?"
"반말하지 말고 씹 새끼야. 너랑 나이 차이도 얼마 안 나고 어디 가서 반말 들을 처지도 아니니까."
"…!"
때마침 그의 바늘구멍 같은 눈동자가 토끼눈처럼 커졌다.
"당신 컬럼비아 대학원 나왔더라고? 거기서 뭘 배웠어?"
"뭐?"
"경영학 전공했던데 네가 배운 게 대체 뭔지 궁금해서 씹새꺄.. 좌회전할게."
일순간 정적이 흘렀다.
이해철 회장의 머리가 쭈뼛 서는 게 운전석에서도 느껴질 정도였다.
"하!"
그가 어디론가 급히 전화하려 했다.
때마침 비는 더 거세게 내리기 시작했다.
마치 하늘에 구멍이 난 듯 내리는 소낙비였다.
잘됐다.
컨버터블 차량의 특성상 차량의 뚜껑을 여닫을 수 있었다.
-위잉.
뚜껑을 열었다.
세차게 내리는 비가 나의 눈과 이해철 회장의 머리를 때리기 시작했다.
"이 개새끼야 미쳤어?"
신호가 걸린 탓에 정차한 운전자들이 비웃으며 스마트폰으로 촬영해댔다.
비가 내릴 때 스포츠카 뚜껑을 열고 다니는 미친놈들이 몇이나 있겠나.
"1번 매뉴얼이 스무스한 좌회전이라고 했지?"
"이 새끼가!"
"아주 터프한 좌회전이 뭔지 보여주지."
[휴먼매니저의 시스템이 발현됩니다.]
[김도일님의 스킬 「로또LV9」를 일부 초기화하여 「계산」을 활성화합니다.]
[차량 동기화 완료.]
[휴먼매니저의 자동 운전 시스템을 발현합니다.]
"물 맞으면서 사는 기분이 어떤 줄 알아?"
"뭐?"
"내가 뼈저리게 느끼게 해줄게."
비가 거세게 내리는 날,
스포츠카 뚜껑 열고 중부 고속도로를 향해 달렸다.
그 꿈이 사치는 아니잖아요?
수막현상이라고 있다.
달리고 있는 차량의 타이어와 노면 사이에 수막이 생겨 타이어가 노면의 접촉을 상실하는 현상.
장대비가 쏟아질 때 고속으로 차량을 운전하면 간혹 이런 현상이 발생한다.
겪어본 이는 차가 부웅 하늘 위로 뜨는 기분을 느낀다.
물론 지금 내가 느끼는 이 기분도 그러했다.
마치 놀이기구를 타는 느낌이랄까.
비는 계속 세차게 내리고 있었다.
이해철 회장의 온몸이 비로 흠뻑 젖었고, 시속 180km로 달리는 차량은 마치 하늘을 나는 기분이었다.
"머…멈춰!"
물론 운전은 내가 하는 게 아니었다.
휴먼매니저의 시스템이 해당 차량의 ECU를 해킹하여 자동 주행을 해주고 있었다.
"어때 좀 시원하지?"
"야이! #@[email protected]#@$!"
뭐라고 막 소리치는 것 같기는 한데, 사실 차량 내부로 들어오는 빗줄기와 소음으로 말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다.
"비 맞는 기분이 어때?"
"야이 개[email protected]@#!"
"욕을 하려면 똑바로 해 새꺄! 안 들려!"
"야이 X발놈아!"
그가 이성을 잃은 듯이 소리를 질러댔다. 아직 시속 180km밖에 되질 않는데, 이 정도로?
"2번 문항이 뭐였더라?"
-끼이이익
급제동과 함께 차량이 멈췄고 이제 그의 얼굴은 완전히 일그러져 사정해대기 시작했다.
"제발 부탁이네. 이제 그만."
"우리 엄마를 욕했잖아? 그리고 아직 97문항이나 남았는데."
다시 급가속 후 제로백 100km.
한참을 달리다 고속도로 졸음 쉼터에 차량을 멈췄다.
그가 급히 차량에서 내려 스마트폰으로 경찰에 신고하려하자.
"내려놔, 아니면 너 죽어."
"…!"
"내려놓으라고."
"…"
늦은 밤, 아무도 없는 졸음쉼터, 세차게 내리는 비, 나의 협박이 충분히 두려웠을 것 같았다.
차량의 전조등과 드문드문 밝히는 가로등이 졸음 쉼터의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더 했다.
이해철 회장이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죽는다고?"
그가 헛웃음을 내비쳤다.
정장을 바닥에 벗어 내려놓고 시계를 풀었다.
소매를 걷어붙이더니 눈을 부라리며 나를 바라봤다.
"지랄하지 말고. 이리와, 앉아."
졸음 쉼터 벤치에 앉아 그를 불렀으나, 이미 이성을 잃은 것 같은 그가 쓰레기통 옆에 있는 각목을 주워들었다.
"그걸로 치겠다? 돌이킬 수 없는 실수 하지 말고…"
터벅터벅
그가 한 손에 각목을 들고 내게 다가왔고,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그는 높이 들어 내리치려 했다.
-퍼억.
그의 복부 밑 급소를 가격하자 고통에 젖은 신음을 내뱉으며 털썩 쓰러졌다.
"그러니까 객기 부리지 말자고 했잖아."
* * *
"춥냐?"
"도대체…넌 뭐 하는 새끼야."
졸음 쉼터의 정자에 앉아 이야기를 나눴다.
그에게 휴먼매니저 명함을 건넸다. 내 이름을 확인한 뒤 그가 갸우뚱한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김도일?"
"들어봤지? 요즘 당신네들 사이에서 꽤 유명한 인물이잖아. 기업 도장 깨기하고 다니는 인간이라고 말이야."
"하!"
"기억났냐? 본론만 빨리 얘기하고 끝내자고. 지금 GN아파트 누수 건 있지? 요구사항이 몇 가지 있거든."
"뭐? 네가 거기 사냐?"
"아니 우리 엄마."
"미친."
그는 어이가 없다는 듯 벤치에서 일어나 어슬렁거렸다.
뭔가 깊이 생각하는 눈치였다.
"누수? 겨우 그 정도 일 가지고 이따위 짓을 저지르는 거야? 이거 납치고 협박이야. 범죄야 이 새끼야"
"범죄? 그따위 아파트를 짓고도 당신은 범죄가 아니고? 그리고 난 운전한 적 없는데?"
"뭐?"
"차가 알아서 움직이는 거 못 봤어? 자동주행이잖아. 내가 운전한건 없어. 다시 차에 탈까?"
"이 새끼가."
"화 내지마. 또 걷어차 버리기 전에."
"…"
그가 반사적으로 급소를 막아섰다.
"현재 휴먼매니저 자금 정도면 당신네 회사 전부 먹어버릴 정도거든. 어떻게 할래? 당신 회사 전부 흡수해버릴 정도 재력은 있는데…"
"…"
"사실 인수해버리고 싶은 마음도 있거든, 그런데 그 돈이 전부 네 주머니에 들어갈 생각 하면 차마 못 하겠어. 그래서 하는 말인데, 네가 내 뜻대로 좀 움직여 줬으면 싶은데 말이야."
"뭐?"
"당신네들 헤쳐 먹는 짓거리 내가 모르는 것 아니야. 감리 사업체 선정부터 시작해서 하도급 선정까지 씨발 입주자들 돈으로 장난 짓거리하는 것도 하루 이틀이어야지."
"…"
"당신이 선택해. 정신적 피해보상금 보상하고, 수리기간 까지 5성급 호텔 비용 전액 부담해줬으면 하는데. 어때?"
"하…"
"어렵냐?"
"싫다면?"
"싫으면 아파트 전액 환불."
"뭐?"
"어떻게 할래?"
아파트 환불이라는 말을 듣자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
"크히히 그게 가능한 일일 것 같아? 이 병신아?"
"가능해. 1억짜리든 10억 짜리든 좆같이 만들어 놓은 집을 환불하겠다는데 소비자들이 봉같냐? 네가 선택해. 전자, 후자."
"좆까."
"까줘?"
"…"
-콰쾅!
천둥번개가 치기 시작했다.
비는 더 거세게 내렸고, 그가 비를 맞으며 깊은 고심에 빠져 있었다.
"됐다. 씨발. 내가 너한테 뭘 바라겠냐?"
"뭐?"
"환불해. 전부."
"하! 그게 네 뜻대로 될 것 같아?"
"될 거야."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