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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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일할 때 아주 싸게 먹어야지.

조현정을 홀로 두고 모두가 대저택을 떠났다.

함께 일하는 메이드와 경비원, 경호원들도 미련 없이 떠나버렸으니 도움을 청할 곳은 없었다.

거센 파도처럼 밀려들어 오는 벌레 떼들의 공격을 조현정 홀로 어찌 방어해내겠는가.

그녀는 119에 전화하여 도움을 요청했다. 더불어 평소 연락하고 지내지 않았던 가족들에게도 연락했고, 누구든 닥치는 대로 전화했다.

대원들과 가족들이 조현정의 방을 찾아 들어갔으나, 그녀는 침대에 이불을 뒤집어쓰고 누워 몸을 벌벌 떨고 있었다고 한다.

물론

벌레는 없었다.

상식적으로 수천 마리의 벌레를 정원에 풀어줬다고 해도 방안에 기습하여 조현정을 공격하려 들진 않겠지.

스킬을 이용했다.

「혼란 LV5」

「허상(虛像)」

그녀의 방에서 보였던 벌레들은 완전한 허상이었다.

예전에 조선소에서도 스킬을 사용한 적이 있었는데, 위력이 대단했다.

조현정의 눈에만 보이는 벌레들은 그녀를 미치게 만들 정도였으니 말이다.

공포증이 없더라도 공포심이 생겨버리겠다.

다음 날 아침 신문에는 칼럼이 실렸다.

[경성 대저택의 몰락]

경성 대저택의 몰락으로 시작되는 칼럼의 주제는 조현정 최대 주주의 정신병 증상이었다.

칼럼은 굉장히 전문적으로 세세하게 조현정의 정신세계를 해부했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예로 들며 아버지의 사랑을 독차지 하고 싶어 했고, 어머니를 경쟁상대로 생각했다.

이러한 유아기 때 생성 된 콤플렉스가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여 다양한 형태로 변질되는데, 조현정의 곤충 공포증이 이러한 예라고 했다.

재벌가 집안의 딸이라는 미명 아래에서 갖은 관심을 받으며 살았는데, 아버지의 난잡한 생활상과 어머니의 무관심이 조현정을 괴물로 만들어 놓았다고 했다.

그리고 곤충 공포증은 국민들을 상대로 한 공포라고도 설명했다.

불특정 다수에 대한 공포는 공황장애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는데, 극명히 다른 점이라면 조현정은 지극히 선민 주의에 빠진 냉소적인 인간이라는 것이었다.

결론은 조현정 최대주주의 경영권 이탈을 이번 계기로 확실시 매듭을 짓는다고 했으며, 조현정의 지시로 대량의 주식을 매각한다고 했다.

총 30%,

일부 소량의 주식만 남겨두고 30%의 주식은 약 1조 2천억 원의 재산이었다.

조현정 스스로도 경영권에서 물러나길 원하며 치료에 전념하겠다고 말했다.

최명희 여사는 대저택 벌레 사건을 전해 들은바 이렇게 표현했다고 한다.

‘일벌백계’

이번 조현정 벌레 사건을 계기로 경성그룹의 예전 명성을 돼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최명희 여사의 막내아들은 조현정의 몰락을 전해 들으며 아침 일찍 등산하여 지인들을 대동하여 차기 회장으로서 만세 삼창을 외쳤다고 한다.

그는 이미 끝난 인간이다.

성접대 수사도 진행 중인 사안이라 아마 징역을 살게 되면 회장이고 뭐고 콩밥 먹을 신세다.

병신,

떡 줄 사람은 꿈도 안 꾸는데 김칫국부터 마시고 앉아 있다.

이번에 조현정이 매각하는 1조 2천억 원을 누군가 먹는다면 최대주주로서 군림할 수 있었다.

현재 로또 스킬을 이용하여 1회차 이월된 금액은 약 육천 이백억 원.

세금을 제한다고 한다면 독식으로 먹어도 1조에 미치지 못한다.

만약 2회 연속 이월이 된다면 가능할 수 있었다.

그런데 내게 필요한 건 현재 소유한 지분 3%에 약 4%만 더 있으면 그만이다.

현재 최명희 여사가 소유한 지분 6% 이상만 먹으면 될 일이다.

* * *

다음 날 늦은 새벽 최명희 여사를 만나기 위해 채비했다.

물론 갑작스러운 전화였다.

조현정이 경영 일선으로 물러나면서 새로운 판도가 정해졌기 때문이다.

천하이분지계.

누군가는 막내아들과 최명희 여사의 대결이라고 하겠지만,

여우같은 최명희 여사의 생각은 달랐다.

내가 눈엣가시가 돼버린 상황.

감사위원 자리를 내게 약속하며 조현정의 경영권을 압박해달라고 요청했으나,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그렇다면 3%의 지분을 가진 내가 4%만 더 먹는다면 경영권 완전 개입이 가능한 상황이었다.

아마, 새싹은 진즉에 짓밟아 버리는 게 최명희 여사로서 옳은 판단이겠지.

경성 그룹은 내 코앞에 있었다.

손만 뻗으면 100년 역사의 경성그룹을 이천억 도 되지 않는 돈으로 먹을 수 있었다.

최명희 여사를 만난 건 예전의 집무실이 아닌 한강 다리 변 아래였다.

뭐지?

밀회 같은 건가?

최명희 여사가 기사와 경호원을 대동하여 등장했고, 현재 내 옆에는 현준이가 서 있었다.

"어깨 펴."

"네."

늦은 새벽 한강 다리 밑에서 만나자는 최명희 여사의 꼼수가 대단히 티가 나질 않는가.

물론 나 혼자서도 충분히 대응이 가능하겠지만, 현준이가 옆에 있으면 뭔지 모르게 든든하다.

검정색 고급 세단 승용차에서 최명희 여사가 내렸다.

잔뜩 골이 나 있었다.

"우리 딸을 어떻게 한 거지? 조태성 대표에게 들은 바로는 자네가 운전기사로 왔다고 하는데."

"맞습니다."

조태성 대표가 휴먼매니저 대표에 관해 조사하던 중 알아낸 사실이었다.

"대체 무슨 작정이지?"

"왜요? 기쁘지 않으세요?"

"기쁘다고?"

"오늘 인터뷰 보니까 일벌백계라는 표현을 써가면서 당신의 딸을 이용하여 경영권 내실 다지기를 하는 것 같던데요."

"…"

"제 말이 틀렸나요?"

"그건…"

조현정에게 죄책감을 느끼느냐고 묻는다면,

단연코 일말의 죄책감도 생기지 않았다.

실제로 이런 말이 있다.

정신 병원에 와서 치료받아야 할 사람은 오질 않고, 그런 사람에게 상처 받은 사람들만 온다고 했다.

조현정이 그런 예였다.

분명한 치료목적이었다.

조현정은 이번 계기로 공포증을 없애고 평범한 삶을 살았으면 한다.

"어쩌면 좋은 결과일 수도 있습니다. 회장님도 아시다시피 조현정이 회장감은 아니잖아요?"

"…"

"아, 그리고 한 가지 더요."

"뭐지?"

"제가 3% 주주로서 의결권을 행사한다고 쳐도 감사위원보다 더 좋은 자리를 얻고 싶은데요."

"그건 안 된다."

"아니요. 꼭 해줘야 할 거예요."

"뭐?"

최명희 여사에게 조현정의 살인 교사를 벌이는 녹음 파일을 들려줬다.

여사의 얼굴이 한순간 파래졌다.

"이거 세상에 알려지면 경성그룹이고 뭐고 대대적인 수사 들어갈 것 같은데요. 한두 번 해본 대화가 아니잖아요?"

"…"

"대체 이런 짓을 누구한테 배웠을까요? 아버지? 동생? 아니면 어머니?"

최명희 여사의 얼굴이 완전히 일그러졌다.

"제 생각에는 당신한테 배운 것 같거든…뭐 과거 일이야 어떤 사연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당신도 깨끗한 인간은 아니잖아? 우리 엄마가 그러더라고, 당신의 저 독사 같은 눈은 전 국민이 기억할 거라고."

"…"

"자, 이제 한강 다리 아래에서 만나자고 한 이유가 뭡니까?"

최명희 여사가 씩 웃었다.

"잘 알고 있네. 눈치도 빠르고 머리도 똑똑해서 버리기 아까운 인재인 건 맞아. 그런데 자네가 한 가지 착각하는 게 있어."

"…?"

"내게도 작은 모성애라는 게 존재하거든. 내 딸을 그렇게 만든 놈인데 내가 어떻게 가만히 있을 수가 있겠어?"

여사의 눈빛이 흔들렸다.

뒤에 딸린 경호원들이 내게 달려들 기세였다.

현준이가 유도 특유의 자세를 취하며 손을 들어 보였으나, 나는 그의 손을 내렸다.

"조현정이 경영에서 물러나면서 대량의 주식을 매각한다고 들었습니다."

"…"

"지분 확보를 약 7%까지 가져올 수 있습니다. 어차피 막내아들이야 망나니에 멍청한 녀석이라 경영에서 물러난 지 오래고, 그렇다면 경성그룹의 경영권은 제 손아귀에 있는 거겠죠. 이걸 어쩌죠. 100년간 이어져 내려온 경성 그룹 세습이 무너지게 생겼는데."

"하…"

"마지막 발악이라도 하고 싶다면 해도 좋습니다."

도발이었다.

몸을 좀 풀어볼까.

최명희 여사의 뒤에 딸린 경호원들 세 명 정도면 혼자서도 충분히 상대 가능했다.

한 놈은 덩치가 있었으나 현준이 정도면 충분히 이길 것 같았고, 나머지 두 명은 멸치처럼 깡마른 게 한주먹감이다.

어디선가 차량 소리가 들렸다.

수십 대의 고급 승용차가 속속히 도착하였고 검은 정장을 입은 사내들이 나타났다.

그리고 그들이 우리를 에워쌌다.

"대표님 저희 X된 거죠?"

"그런 것 같은데."

"…"

"무섭냐?"

"아니요. 무서운 건 없습니다."

"나는 무서운데."

"네?"

"그렇잖아. 지금 대충 어림잡아도 한 30명은 될 것 같은데, 너 몰매 맞으면 얼마나 아픈지 아냐?"

"그건…"

"됐다. 말해서 뭐 하리."

최명희 여사가 손짓하자 검은 사내들이 일제히 우리에게 달려들었다.

나는 타이밍에 맞춰 현준이를 한강으로 밀어 넣었다.

"대표님 뭐 하시는 거예요?"

"어차피 물에 있으면 못 쫓아올 거 아냐. 너는 거기서 구경이나 해."

[스킬 목록]

「무력LV5」

「만부부당萬夫不當, 만 명이서 덤벼도 당해내지 못한다.」

-퍽.

한 사내가 내 얼굴에 주먹을 가격하였으나 정말 솜사탕에 맞은 기분이 들었다.

스킬 위력은 대단했다.

솜 주먹이라는 말이 실제 했던 거구나…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

반면 그에게 가격한 내 주먹은 마치 11T 트럭에 버금갈 정도의 위력이었다.

한 방

두 방

세 방

그렇게 한 놈씩 쓰러뜨리며 최명희 대표에게 나아가고 있었다.

짜릿한 손맛이 느껴졌다.

거대한 대물을 낚아챌 때의 손맛보다 더한 감칠맛이라고 할까.

그때,

-퍽.

뒤통수에 얻어맞은 야구 방망이도 전혀 아프지 않았다.

알루미늄 방망이를 두 동강 내어 내 던졌다.

한 놈이 신음을 내뱉으며 털썩 쓰러졌다.

방망이로도 어쩌지 못하니 다양한 무기들이 등장했다.

"나쁜 새끼들 칼을 꺼내?"

아예 나를 죽이려 작정했구나.

그때 현준이가 거센 고성을 내지르며 달려들었고 칼 든 놈을 엎어치기 한 뒤 젖은 주먹으로 녀석의 얼굴을 수없이 때렸다.

"물에 있으라니까."

"추워요."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30명의 장정들을 모두 처리하는 데 약 20분이 소요됐다.

여기저기서 신음하는 소리가 들렸다.

천천히 최명희 여사에게 다가갔다.

그녀가 질겁하여 차 트렁크에 있는 물건들을 집어 던지기 시작했다.

우산부터 시작해서 세차 용품, 그리고 벽돌.

벽돌?

물론 힘이 약하여 내 발밑까지도 미치지 못하였다.

"이봐요 아줌마."

"뭐!?아줌마?"

"그간 여사라고 표현하니까 본인이 되게 고상한 줄 아나본대. 거기 물 좀 있으면 줘 봐요."

"…"

"빨리!"

최명희 여사가 차에 있는 생수를 덜덜 떨리는 손으로 내게 건넸다.

생수를 획 낚아챈 뒤 현준이에게 물을 건넸다.

그가 벌컥벌컥 생수를 마셔댔다.

"캬아. 시원하다."

물론 나도 목을 좀 축였다.

그리고

"이봐요. 아줌마. 이제 죽을 날도 얼마 안 남았는데 인생 좀 착하게 삽시다. 예? 이게 뭡니까 이게. 처 맞은 친구들이 불쌍하지도 않아요?"

"…"

"다음 주 중으로 당신 딸 지분 정리 들어가면 내가 싼값에 먹기로 했어요. 현재 경성그룹 주가가 얼마라고 했지?"

"사만 오천 원입니다."

"세일할 때 아주 싸게 먹어야지. 하여튼 그렇게 알고 있으라고. 알아들었어?"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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