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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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소 소장 김한필이 소주잔을 내려놓았다.

1차 하청 청일 대표 마영훈을 비롯하여 2차 하청 맨파워 물량 팀장 마상구또한 현재 이 자리에 있었다.

현재 접객실 내부는 사람들로 미어터져 있었는데, 조선소 본청의 직원들은 연신 조선소 소장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물론 현장직 직원들도 마찬가지였다.

현재 접객실은 본청과 하청의 직원들이 뒤섞여 있었고, 그 중심의 테이블에 각 직원들의 대표와 내가 마주하고 있었다.

아무 말 없이 소주를 마시던 물량팀장 마상구가 입을 열었다.

"크, 씨발 분위기 좋네요. 사람들이 이래 모이는 것도 처음 보네요."

분위기가 좋다? 순간 내 귀를 의심했다.

"병신 같은 게, 그 입 좀 함부로 놀리지 마. 분위기가 좋다는 게 말이 되는 소리야?"

"형님, 꼭 그렇다는 게 아니고. 화기애애하다. 뭐 이런 뜻 아니겠습니까?"

"입 다물어 새끼야. 너는 내가 입 열라고 할 때까지 그냥 닫고만 있어."

"아, 형님 오늘 참 예민하시네."

나는 그들을 ‘설득’스킬을 발현하여 이곳으로 소환시켰다.

이제 내 앞에 놓인 재료를 아주 잘 버무려야만 했다.

짜지도 않고 달지도 않고, 그저 조화롭게.

허나 그들의 자세도 중요했다.

얽히고설킨 원청과 하청의 이해관계를 푸는 건 그들의 몫이었으니까.

그리고 그 전에 계산해야 될 일이 있었다.

"다들 몇 명씩 데려오셨나요? 본청에서 온 조문객들이 더 많은 것 같은데요."

김한필 조선소 소장이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현재 820명 정도 됩니다."

"820명, 부조금은 얼마씩 하셨고요?"

"그거야..제가 강제할 수 없는 부분이니 적어도 십만 원 이상씩은 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김한필 조선소 소장은 쉽게 말해 조선소 건설 현장의 최고 총책임자다.

건설 현장의 모든 것을 총괄하며 그에 따른 책임도 막중한 자리다.

"인당 십만 원이면, 적어도 8천만 원 이상은 모였겠네요?"

현재 부의금함 옆에 있는 방명록이 엄청나게 쌓여가고 있었다.

물론 부의금을 관리하는 건 현재 동생 도현이가 하고 있었다.

"그렇겠죠."

"그걸로 될까요?"

"..."

"고인이 돌아가시고 남은 가족이 둘입니다. 아내하고 갓난아기요. 부족할 것 같은데요."

조선소 소장이 자세를 고쳐 앉으며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손에 땀이 나는지 정장 바지에 손바닥을 문질러댔다.

나는 천천히 소주 한잔을 마시며 청일 대표 마영훈을 바라봤다.

"당신은 몇 명 정도 데려왔습니까?"

"현재 1차 하청 소속된 직원이 452명밖에 되질 않습니다."

"그게 전부예요?"

"다른 하청 쪽 직원들도 온다고 했으니 더 되지 않을까요..하면 대략 2천 명 가까이는 될 것 같은데요."

"아쉽네요. 적어도 오천 명은 넘을 줄 알았는데."

"..."

"대충 계산해보면 부의금으로 5억 가까이 모일 것 같은데요. 이번에 합의금으로 얼마나 제시할 생각입니까?"

"그건 아직.. 다른 하청 회사 측에서 합의금 품앗이가 아직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여태 모인 건요?"

"2천.."

"전부 모이면?"

"4천입니다."

"4천만 원으로 합의를 본다?"

"..."

"그럼 대략 5억 4천 잡고, 산재 승인 받으면 들어오는 돈하고 합해 봐야.. 7억도 안 될 것 같은데..요즘 갓난아기를 성인까지 키울 때 드는 돈이 얼만지 아십니까? 게다가 고인 되신 분 가족이 며칠 전에 전셋집을 얻었다고 하는데, 차후에 집 사고 차사고 뭐하면 턱 없이 부족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남편이 떠나고 홀로 남은 아내가 얼마나 힘들게 살아갈지 눈에 훤하다.

그리고 아이가 마땅히 누려야 할 부모라는 울타리가 이미 무너졌다.

"그러면, 저라도 내겠습니다."

"그러시죠."

장례식장 부의금으로 수십억을 모으고 싶었다. 어차피 부의금은 사회 통념상 비과세로 판단하기 때문에 세금도 떼지 않는다.

내가 그녀에게 직접 돈을 건네는 것보다.

차라리 현실적인 일이었다.

"그래서 원하시는 게 뭡니까?"

조선소장 김한필이 내게 물었다. 원하는 건 없다. 다만 이번 일을 어떻게 다잡아야 하는지 그의 입에서 직접 듣고자 했다.

"배 하나가 건조되는데 수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의 능력으로 최고의 조선 기술을 발휘하여 만듭니다. 누구하나 허투루 일하는 사람도 없고 하찮은 일도 없고 뭐가 더 중요한 일도 없습니다. 여기 현장 사원들과 본청 직원들 좀 보십시오. 눈을 부라리며 저희들만 쳐다보고 있지 않습니까?"

"..."

"뭐가 느껴지나요?"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저분들 눈에서 불안이 보이거든요."

"..."

"지금 이 자리에서 대안을 만드시죠. 재발 방지를 위해서 안전 관리를 최우선으로 두겠다는 헛소리 지껄이지 말고, 난국 상태인 현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만한 대안이요."

조선소의 취약한 구조를 개선할 대안이었다. 그들이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일단 내가 우선 화두를 띄어야만 했다.

"공사기간 단축을 위해서 물량 팀이라는 기행적인 재하청이 생기지 않습니까. 어떻게 생각하세요."

"재하청은 엄연히 불법입니다. 조선소 소장으로서 재하청은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소장 김한필이 말했다. 내가 원했던 대답이었다. 허나, 하청 대표들의 태도가 궁금했다. 하청은 그들의 밥줄이다. 밥줄을 끊겠다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청일 대표 마영훈이 소주를 벌컥 마시며 말했다.

"그러죠, 뭐 힘든 일도 아닌데요. 없애버려야지."

그는 딱히 어려울 게 없다는 투로 말했다. 아니, 오히려 너무 쉽게 결정을 받아들이는 게 의아할 정도였다.

그런데 마영훈 옆에 앉은 2차하청 맨파워 물량팀장 마상구의 성질은 녹록하지 않았다 그가 꾸리는 팀이 재하청을 받는 물량팀이기 때문이다. 소주를 입에 털어 넣으며 ‘카악’ 종이컵에 침을 뱉어대며 말했다.

"그거 내 밥줄인데. 없애고 자시고간에 내 동의는 받아야하지 않아요?"

마상구가 불만을 표해냈다. 물량팀장으로서 마땅히 반대해야만 하는 일이었다. 그의 밥줄이니까.

그런데 재하청은 엄연히 불법이다. 청일 대표 마영훈이 마상구를 바라보며 말했다.

"동의고 뭐고 어차피 내가 새끼 쳐서 만든 재하청이고, 불법이잖아 새끼야. 그리고 이 새끼 봐라. 내가 네한테 뭔 동의를 받아? 엉?"

"영훈 형님! 거 진짜 너무하네, 왜 우리만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냐고요. 내 밑에 딸린 놈들만 60명이요. 막말로 재하청 없애버리면 내 식구들은 뭐 먹고 살라고 그러는 거요?"

"잘라 인마, 직원들한테 관심도 없는 노무 새끼가 이제 와서 지랄이야."

"으아 씨발!"

마상구는 몹시 분한 듯 소릴 질러대며 눈을 부라렸다. 주위를 둘러보더니 이내 자신의 직원들을 찾아냈다.

"야 이 새끼들아 우리 잘린단다! 존나게 고귀하고 똑똑한 우리 대표님들께서 술 한 잔 마시더니 잘라버린다네. 이제 어떡하나? 너 새끼들 밥줄도 다 끊기게 생겼는데, 엉?"

마상구는 본인의 물량팀 직원들을 보며 말했다. 얼핏 잡아 수십 명 정도 돼 보이는 데 꽤 험한 인상의 그들이 인상을 부라리니 분위기가 무거워 보였다. 이내 아우성이 빗발쳤다.

-잘린다니 그게 무슨 말이요? 내일 작업은?

-하루아침에 사람 잘라버리는 게 말이 되는 소리야?

-물량팀이 이래서 개 호구 취급 받는 거지, 씨부랄 것. 왜 그렇게 열심히 했는지 몰라.

-우리 한일 조선 소장님? 평소에는 관심도 없더니 이래저리 어떻게 행차 하셨네? 현장에 딸랑 하나밖에 없는 변소 좀 더 늘려달라고 그렇게 얘기했는데 모른 척 하더니, 개새끼들. 쉬 싸는 데만 20분이 걸려 이 개새끼들아.

2차 하청 물량팀 직원들이 발끈하며 욕지거리를 뱉어댔다. 조용하게 술을 마시는 본사 직원 과 1차 본공들의 모습이 그들의 모습과 사뭇 대조됐다.

소란이 줄어들 기세가 아니었다. 그 기세를 등에 업어 마상구가 말했다.

"봤지? 씨발 내 모가지 잘라봐 다 같이 죽는 거야. 형이고 뭐고 없어. 조선소에서 아주 시위가 뭔지 보여 줄라니까. 카악 시발."

"이 개새끼가 미쳤나. 너는 씨발 가족도 없어?"

"가족이고 뭐고 입에 풀칠도 못 하게 생겼는데 그게 뭔 상관이요? 막말로 가족이면 더 이렇게 해선 안 되지 씨발!"

"하 참나. 돌아버리겠네. 쪽팔리게 굴지 말자 응? 여기 지금 우리만 있는 거 아니잖아. 주위 시선을 보라고, 다 네 행동만 쳐다보잖아 새꺄."

"하, 참나. 소장님 앞에서 체면 좀 세우고 싶다 이건가? 우리 소장님이나 본사 직원들이 이렇게 행차하신 것도 다 알겠네. 이참에 깡그리 잘라버릴 참이었지?"

"이 개새끼가."

청일 대표 마영훈도 한 성깔 하는 사람으로 보였다. 소주병을 뒤집어 들어 마상구의 머리를 가격하려 했던 것을, 옆 테이블에 있던 직원이 간신히 막아냈다.

"너 따라 나와 씨발놈아. 뭐? 가족이고 뭐고 없어? 하여튼 검은 머리 짐승은 거두는 게 아니라더니."

"아이고, 지랄하고 자빠지셨네. 형 앞에 소장님 있으니까 한 마디도 못 내뱉고 그저 예, 예, 아주 꼬라지가 가관이야. 어차피 불법인 거 알면서 했던 거 아니냐고, 재하청 걸려도 벌금으로 퉁치면 된 담서 씨이발!"

"하..지금 이럴 때가 아니잖아. 정신 차려 이 새끼야."

"막말로 우리 물량팀이 없으면 조선소가 돌아가냐고. 맨날 좁고 덥고 쓸리는 곳만 쳐 기어들어가서 작업 시키는 거 군말 없이 매일 참아가며 했다고! 돈을 많이 줘? 복지가 좋아? 조또 아무것도 없잖아. 그런데 왜 매번 우리 먼저 모가지냐고 이 씨발것들아! 어휴 씨발!"

마상구는 아주 분한 듯 소주잔을 내동댕이치며 집어던졌다.

그의 고성은 접객실을 모두 조용하게 만들었다.

순간적인 정적이 오갔다.

조문객들도 이 상황을 지켜보기 위해 가만히 서 있을 뿐이었다.

"다들 그만들 하죠. 여기가 술집입니까?"

그들의 이해관계가 서서히 수면위로 드러나고 있었다.

마상구의 말마따나 물량팀을 한 번에 잘라버려선 안 되지. 마땅하고 지당한 말이다.

"1차 하청 소속으로 들어가면 되지 않습니까. 그게 어려운 일도 아닐 텐데. 그게 무슨 문제가 되는 겁니까?"

"하아.."

마상구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소란은 다소 잠잠해진 듯했으나, 그의 호흡은 가쁘기만 했다. 그가 겨우 말문을 열었다.

"저 인간들 전부 신용불량자야. 우리가 뭐 하려고 데리고 있겠어. 사대보험도 못 들고 급여통장도 본인 명의가 없는 인간들이야."

"..."

"내가 관리해서 겨우 일 시키는 거지 편의점 알바도 못 하는 사람들이라고. 그런데 1차 하청을 들어간다? 못 가. 여기 말곤 답이 없어."

2차 하청 직원들이 모인 테이블을 바라봤다. 겉모습으로 사람을 판단하고 싶지 않지만, 외국인 노동자의 모습도 보였다.

하아, 씨발

세상 참 녹록지 않다.

그런데 이런 사사로운 감정 앞에서 이성을 잃어서는 안 된다.

어쨌든 할 건 해야 한다.

"현재 조선소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사고가 2차 하청에서 발생하고 있는 거 아시죠?"

"..."

"한 해 평균 10명 이상의 조선소 근로자가 사고로 사망하는데, 그중에 8명이 하청 노동자인건 아시고요?"

"그러니까 그게 왜 우리 책임이고 우리가 왜 잘라나가야 하냐고요."

그가 다시 한번 울분을 토해냈다. 그의 목소리가 떨리기 시작했다..

"당신들 책임이 아닙니다.. 그런데 그간 너무 많이 죽었지 않습니까. 본사에서도 아무 책임이 없으니 당신들을 위험한 현장에 등 떠밀고 사고 발생 시 책임을 회피하지 않습니까. 존재해서도 안 되고, 있어서는 안 되는 잘못되고 비상식적인 구조입니다. 미안하지만 사라져야 합니다. 그래야만 변화를 모색할 수 있습니다."

"하아.."

마상구는 끝내 고개를 떨궜다. 그가 머리를 쓸어 올리며 짙은 한숨을 내쉬었다. 앞에 있는 소주병을 벌컥벌컥 들이키며 마셔댔다.

"우리 팀이 사라지면.."

"..."

"사라지면 앞으로 사망자가 없는 거냐고."

그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데 이건 내가 답을 내려야 하는 일이 아니었다.

"김한필 소장님.. 답변해주시죠."

"사고 안전을 위한 매뉴얼과 체크리스트에 기반을 둔.."

"김한필씨."

"..."

"기자들 앞에서 얘기한 그런 헛소리 말고, 제대로 된 답변이요."

접객실 내 모든 사람들이 조선소 소장 김한필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가 침을 꿀꺽 삼키며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그리고 짧게 말했다.

"약속하죠."

서로 헐뜯고 싸우게 만드는 구조.

지금으로부터 전 00조선소에서 골리앗 크레인이 무너져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 6명이 사망하고 25명이 부상을 당한 사건이 있었다.

당시 00조선소 법인은 사고 책임으로 벌금 삼천만 원을 받았고, 대부분이 금고형의 집행유예에 그쳤다.

1심 법원은 조선 소장을 비롯하여 안전보건 관리직의 간부에게 무죄를 선고했고, 2심에서야 겨우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있었다.

그때도 약속을 했었다.

안전관리 매뉴얼, 체크리스트, 컨트롤 타워, 등 재발 방지를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안전에 힘쓴다고 했었다.

불과 4년 전의 일이다.

달라진 게 있나?

한일 조선 김한필 소장은 재하청을 없앨 경우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약속한다고 말했다.

“지금 여기 있는 근로자들 앞에서 약속하신다고요?”

“네. 약속합니다.”

조선소장 김한필이 목청을 가다듬으며 말했다.

접객실 내 근로자들 모두가 숨을 죽이며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암암리 자행되는 불법 재하청의 행태를 없앤다고 해서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조문객들은 이제 서서히 끊겼다. 부의금이 가득한 탓에 임의로 만든 종이 박스에 현찰을 담아야 했다.

오만 원 권과 수표를 눈삽으로 퍼 담아야 할 정도였다.

누가 보면 마치 도박판을 방불케 했다.

“마상구씨? 그러면 현 시간부로 2차 하청은 없애는 거로 하겠습니다. 동의하시죠?”

마상구가 고개를 옆으로 돌려 빈소를 바라봤다. 차갑게 식은 고인의 한기가 마상구의 뒷목을 서늘하게 했다. 그의 등 뒤에서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쏘아보는 2차 하청 직원들의 눈빛을 애써 외면했다. 마상구가 무슨 힘이 있겠나.

그가 테이블을 내려치며 말했다.

“앞으로 한 번만 더 사고가 난다면, 그때 내가 소장 모가지 따 버릴 라니까.”

“동의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될까요?”

“다시 말해줘?”

애써 강성인 척하는 그의 목소리는 가늘게 떨렸다.

마상구가 사방으로 곁눈질했고 침을 삼키며 눈살을 찌푸렸다. 좌불안석의 모습이었다.

그 불안은 그의 등 뒤에서 술을 마시는 2차 하청 직원들의 매서운 기운 때문이었다.

-쨍그랑.

유리잔이 깨지는 소리가 들리자 마상구가 움찔거렸다. 역시, 2차 하청 직원들이 모인 테이블에서 나는 소리였다.

“씨발. 지금 장난하소 다들?”

2차 하청 물량팀 직원들 사이에서 강성적인 성격의 사내가 매섭게 눈을 뜨며 말했다. 해고가 믿기지 않은 듯 보였다.

마상구는 그들에게 흘낏 한 번 눈길을 주고는 이내 급히 거뒀다.

팀장으로서 그들을 저버린 죄책감인지, 아니면 그간 죄를 많이 지은 탓인지는 모르겠으나, 그가 급히 의자를 뒤로 빼며 이곳을 벗어나려 했다.

“가만히 앉아 있으소.”

사내가 마상구의 어깨를 덥석 잡았다. 마상구가 한숨을 쉬며 주먹을 말아 쥐었다가 이내 풀었다.

2차 하청 팀의 해체는 결국 팀원들의 분노를 폭발시키고야 말았다.

사방에서 욕지거리가 터져 나왔고 2차 하청 직원들이 농성하듯 자리에 일어나 마상구에게 다가갔다.

“그간 헤쳐 먹은 거 다 토해내쇼!”

“뭐?”

“눈앞에서 해고당했는데 우리도 멍청하게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지. 다들 안 그래요?”

“맞습니다!”

“우리 책임 진담서? 가족이라며? 아무리 좆같은 현장이라도 끝까지 간다며!”

“...”

마상구가 눈을 감고 관자놀이를 주물러대며 멍한 시선으로 천장을 바라봤다. 사내의 설움은 계속 이어졌다.

“우리가 씨발 돈이 없지 가오가 없어? 이따위로 사람들 불러 놓고 해고를 시켜?”

“하아..”

마상구는 도와달라는 투로 청일 대표 마영훈을 바라봤으나, 이미 친척 관계는 끝난 듯 마영훈도 눈을 내리깔며 글라스 잔에 따른 소주를 마셨다. 마상구가 청한 도움을 내쳐버리는 뉘앙스였다.

마상구가 어이없다는 듯 마영훈을 바라봤고, 이내 그의 미간이 좁혀졌다.

-쾅.

“씨이발.”

마상구가 책상을 내리치며 말했다. 나는 딱히 그를 동정하거나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어쨌든 하청 구조의 착취는 다분히 실제 했으니까.

마상구는 이 현실을 어떻게든 돌파해내기 위해 머리를 굴렸다.

목덜미를 문지르며 눈동자가 심하게 떨리는 게 보였다.

그리곤,

모든 상황 판단이 끝난 듯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마영훈을 바라보며 옅게 읊조렸다.

‘넌 이제 좆됐어’

창백한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모든 돌파구를 마련한 마상구는 불과 몇 분 전만 해도 팀원이었던 그들에게 말했다.

“없어 씨발넘들아.”

“뭐?”

“그리고 해쳐먹어? 조까고 있네. 나도 너희들 월급 준다고 대출받고 뭐 당겨쓰고 빚더미야 새끼들아. 뭘 알고 떠들어야지.”

“...”

“물량팀장? 하도급 중에서 제일 개차반인 직급인데 돈을 떼먹어? 씹새끼들아 차라리 벼룩의 간을 떼먹고 마라.”

“하!”

“나한테 달라고 하지 말고 여기 있는 우리 청일 대표 행님한테 얘기해 이 씹새끼가 거의 다 헤쳐 먹으니까. 알아들었냐?”

마상구의 돌파구는 청일 대표였다. 결국 마상구도 1차 하청의 청일에게 공사대금을 받았다.

그의 말이 진실인지는 모르겠으나 마상구의 잔머리는 어느 정도 통한 듯 보였다.

마영훈은 애써 넥타이를 가지런히 하며 침착한 모습으로 있었으나, 이마에 흐르는 땀방울은 초조하게만 보였다.

“물귀신 작전이다. 이거지?”

마영훈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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