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19. (119/200)

동창회 전날, 이미 금수저 친구들은 명석이와 나의 기행을 비아냥거리며 비웃고 있었다.

특히 창수.

이 녀석은 매번 우리를 견제했는데, 이번에 화훼단지도 사업을 넓혀 꽤 많은 돈을 벌어들였다고 한다.

[클럽에서 동창회 하는 미친놈들이 있음?]

ㄴ관심 종자들이나 하는 짓거리지 ㅋㅋㅋㅋ

ㄴ우리는 우리끼리 한번 해보는 거야~

ㄴ거길 누가감?

ㄴ창수야 페라리 탈만하냐?

ㄴㅋㅋㅋㅋ제로백 지렸지.

ㄴ이번에 화원 들려서 사무실에 놓은 꽃 좀 사갈게. 대기 타라

ㄴ콜

ㄴ부러우면 오든가. 뒤에서 욕하지 말고.

마지막에 내가 남긴 댓글을 끝으로 아무도 댓글을 달지 않았다.

비겁한 녀석들.

나이도 먹을 만큼 먹은 녀석들이 매번 이런 식으로 뒷담 화를 해댄다.

아니지, SNS에서 대놓고 욕하는 건 앞 담화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클럽은 예전의 칙칙한 분위기를 벗어나 파티 플래너의 손을 타니 나름 8090의 복고풍 분위기가 풍기고 있었다.

클럽 입구에서 동창회 인원들만 참석할 수 있도록 따로 문지기를 두었다.

그들이 우리가 보내준 표를 확인한 뒤 안으로 들여보내 주기로 했고, 문지기들의 하루 일당은 약 12만 원 정도 했다.

그리고 몇 가지 경품 이벤트를 준비했는데,

첫째로 댄스 대회에서 총 3등까지 경품을 지급하기로 했고, 3등은 500만 원 상당의 백화점 상품권,

이건 명석이와 내가 돈을 반반씩 지불하기로 했다.

그런데 2등 상품은 명석이도 손을 쓰지 못할 정도의 수준. 이건 전적으로 내가 부담하기로 했다.

2등은 최고급 L호텔에서 한 달 살기 이용권이었다. 하루 숙박비 약 150만 원. 총 4,500만 원 상당의 숙박비가 들었다.

1등은 역시 차.

약 1억 원 상당의 고급 세단이었다.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개인 동창회를 개최하는 데 이정도 경품이면 다들 입맛을 다시며 참가하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댄스도 평범한 댄스면 안 되는 수준, 정말 잘 춰야 한다. 막춤을 추며 웃기려는 수작이면 탈락이다.

술은 무제한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동창회비는 인당 약 5만 원만 걷었다. 공짜로 하고 싶었으나 그러면 너무 돈지랄 하는 것만 같아서 걷을 수밖에 없었다.

소주와 맥주는 무제한, 그리고 양주나 샴페인은 동창회 행사 중 클럽에서 따로 결제해야만 했다.

명석이는 위대한 게츠비의 영화처럼 2층에서 샴페인 한 병을 들고 계단을 내려오며 동창회 지인들을 맞이하고 싶다고 했다.

네가 그래서 시발 게츠비냐고.

동창회 전날 모든 준비를 마친 명석이와 나는 아직은 휑한 클럽 스테이지 중앙에서 소주 한 병을 깠다.

"진짜 하긴 하네."

"그러게."

명석이는 아직도 믿어지지 않은 듯 머리를 쓸어 올렸다.

긴장된 낯빛이 역력했다.

"인별그램에 그 새끼들 올려놓은 글 봤지?"

내가 명석이를 보며 말했다. 명석이는 내 말을 들으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래도 걔들 사업은 잘되는가 보더라고. 창수는 한 달 매출이 뭐 1억이 넘는다고 하던데?"

"부럽냐?"

"계약직 방송국 카메라맨인데, 당연히 부럽지 안 부럽냐? 그런데 난 네가 있어서 괜찮아. 게네들 백 명, 천 명 줘봐, 난 너만 있으면 돼."

"징그럽다. 그런데 아직도 계약직이야? 아내가 힘 좀 안 써주냐?"

"그래도 예전에는 아웃소싱 소속 카메라맨이었거든. 방송국 소속 계약직도 괜찮아. 큰 실수를 하지 않는 이상 거의 재계약되니까."

"아.."

"그리고 걔들은 신경 쓰지 말자고. 어차피 세상에 돈이면 다 되는 줄 아는 새끼들이잖아? 더 이상 우릴 돈으로 못 부려 먹어서 저러는 거라고 보거든."

"명석아."

"응?"

"가끔은 돈이면 다 돼. 이 형이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라."

물론 안 되는 것들도 많다. 되는 게 더 많아질 뿐이지.

애라씨 옆에..지영씨?

하나둘씩 참석 인원들이 모이고 있었다. 현재 시각 금요일 오후 6시.

강의가 끝난 재학생들이 속속 도착하고 있었다. 재학생들은 1층 테이블에 자리를 마련했고, 동창생들은 2층, 그리고 선배들은 따로 즐길 수 있도록 룸을 별도로 마련해줬다.

클럽DJ가 도착했고 턴테이블을 세팅하며 앞으로 있을 파티를 준비했다. 짧게 끊기는 리듬감과 90년대 외국 힙합을 주로 틀기로 했다.

[중성 대학교 총동창회, 개최자 김도일, 이명석]

제발 만들지 말라고 그렇게 말을 했건만 결국 클럽 입구에는 입간판이 세워졌다. 명석이가 별도로 주문해서 만든 것인데, 이런 역사적인 날을 기념하여 만든 것이라고 했다.

직장인들도 몇몇 도착하고 있었다. 나와 일면식이 있는 친구들이 있었다. 이름은 모르지만 강의실에서 몇 번 마주친 사이 정도?

그런데 명석이는 굉장히 친해 보였다. 명석이가 초대한 녀석들이라 그들은 명석이와 따로 무리를 만들어 얘기를 나눴다.

나도 그들의 틈에 끼어 옛날 일을 추억 삼아 이야기를 했다.

게 중에 결혼을 한 친구는 거의 없었다. 결혼 생각이 아예 없는 친구들도 있었고, 만나는 여자 친구가 있긴 하지만 결혼보다는 서로 즐기고 살자는 마인드라고 한다.

나 또한 그들의 마음이 전적으로 이해가 됐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홀로 가벼운 연애 감성을 살리자는 목적으로 클럽을 갔던 적 있었다.

VIP룸을 잡고 고독을 잡수고 있을 때 정주임을 마주치기도 했었고, 가벼운 연애 감성으로 아무나 일단 만나보고자 했었다.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방향을 보자면 결혼은 내 인생에서 없는 주제인 줄 알았다.

"그런데 왜 클럽에서?"

한 친구가 나를 보며 물었다. 딱히 큰 이유는 없었다. 그냥 나이를 먹다 보니 어느 순간 즐길 거리가 없어졌고 취미 생활도 없어졌고 삶이 너무 팍팍해진 이유라고 대답했다.

"죽인다. 나도 너처럼 살고 싶은데?"

친구들은 클럽을 통째로 빌릴 수 있는 금전적 여유를 가진 나를 부러워했다.

때마침 몇몇 선배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고급 세단을 타고 온 한 선배는 내 얼굴을 보며 어깨를 툭 쳤는데,

"기억나냐. 인마?"

"...?"

머릿속을 헤집었다. 어려웠던 학창 시절 매우 많은 도움을 받았던 은인 같은 선배였다.

"선배님!"

"오랜만이다."

아주 젠틀한 모습에 내 광대가 승천했다. 언젠가 내 노래 실력을 듣고 가수가 돼보라며 매번 맛있는 밥과 술을 사주던 선배였다. 그 선배를 근 10년 만에 만났다.

"원래 이런 자리 잘 안 오는데, 주최자가 네 이름이더라고, 호기심에 한 번 와봤어. 잘 지냈냐?"

"네. 와아, 어떻게 10년 만에 뵙습니다. 건강하시죠?"

"건강은 개뿔 아직 그런 안부 물을 나이 아니니까, 행복하냐고 물어봐라."

"행복하신가요?"

"금요일 저녁에 가족들 피해서 이곳에 왔으면 행복하다고 할 수 있을까?"

"오늘 행복하게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선배님."

아주 진득하게 만들어 주리라, 선배를 안으로 모셨다. 이제 조금씩 인원들이 차고 있으니 어림잡아 약 백 명 정도의 인원이 찬 것 같았다.

클럽 입구에서 사람들을 맞이하던 명석이를 이제 끌고 들어와야만 했다.

이 녀석은 완전히 물 만난 고기처럼 바삐 움직이며 사람들과 인사하기 바빴다.

누가 보면 지 결혼식인 줄 알겠다.

명석이를 입구에서 다시 만났을 때, 택시 한 대가 도착했다.

그녀는 파란색 드레스를 입은 모습이었는데, 한수애였다.

진짜 왔다니.

"한수애?"

명석이를 입을 쩍 벌리며 나를 바라봤다.

"형 능력 봤냐?"

"어떻게 한 거야? 행사비 줬어?"

"아니, 그냥 능력."

나는 한수애를 에스코트 해줬다. 이건 마치 영화제 시상식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는데, 포토존만 있었다면 사진을 찍고 싶을 정도였다.

"분위기 죽인다."

이제 동창회 참가 인원들이 어느 정도 들어찼고, 명석이가 2층에서 내려다보며 말했다.

발 디딜 틈이 없이 꽉 찬 무대를 내려다보며 클럽 사장도 눈시울이 붉어지는 듯 보였다.

"이렇게 사람이 꽉 찬 것은 15년 만에 처음이네요."

"그러면 어떻게 해야겠어요?"

내가 사장을 보며 말했다. 사장의 입꼬리가 씩 올라갔다. 현재 금요일 저녁, 홍대거리도 엄청난 인파로 불어나고 있었고 지금 이 순간, 홍대의 할렘은 가장 뜨거운 핫스팟이었다.

"화끈하게 모셔야죠."

* * *

"렛즈 파티 피플!"

요즘은 듣지 못하는 90년대 특유의 멘트를 시작으로 DJ가 흥을 띄웠다.

000클럽 노래로 시작했다. 두둠치 두둠치, 흔한 EDM의 사운드가 아닌 진짜 힙합 음악으로 동창회 포문을 열었다.

허연 스모그가 스테이지를 감쌌다. 동창회 시작을 알리는 DJ의 멘트가 이어졌다.

"중성 대학교? 역시 명문대학교 아니겠습니까? 동창회는 클럽이죠. 오늘 코 삐뚤어지게 한번 놀아 봅시다아!"

사람들의 환호성이 이어졌다. 이제 남은 건 그들의 틈에 파고들어서 나도 즐기는 것, 명석이와 눈이 마주쳤다.

씩 웃어 보이던 그는, 아무 말 없이 스테이지로 들어갔고 이내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나도 마찬가지.

이 순간만큼은 즐기고 싶었다.

일면식도 없는 후배들이 나를 경외 하는 게 느껴졌다. 한 손에 들린 샴페인은 필수였다. 여 후배들에게 샴페인을 따라주며 돌아다녔고, 남 후배들에게는 소주 한 병씩, 그렇게 양손에 샴페인과 소주병을 들고 다니며 인사를 나눴다.

"어때? 다들 재밌냐?"

"너무 재밌어요. 선배님. 혹시 이거 매주 하나요?"

"적당히 즐기고 들어가. 너무 많이 먹지 말고. 양주 먹고 싶으면 클럽 매니저에게 얘기해. 결제는 내가 따로 할 테니까."

"와아. 감사합니다."

후배들을 챙겨주며 돌아다니고 있을 때 내 시선은 2층으로 향했다. 2층에는 그래도 나이가 좀 있는 선배들이 아래를 내려다보며 샴페인을 마시고 있었다.

나도 2층으로 향했다.

"선배님들 다들 괜찮으세요?"

"어이, 분위기 좋은데?"

"흐흐, 뭐 필요한 거 있으시면 언제든 말씀하시고요. 좀 있으면 댄스 대회 할 건데 선배님들도 참석하시죠?"

"구경이나 할련다."

DJ가 한참 흥을 돋우고 있을 때 명석이가 마이크를 들었다.

일순감 음악이 멈췄고, 그가 입을 열었다.

"오늘 동창회 자리를 만들어준 주인공이 누군지 아시죠?"

"네!"

"바로 김도일!"

명석이는 나를 보며 스테이지로 올라오라고 채근했고, 어쩔 수 없이 마이크를 잡아 그들을 보며 말했다.

"이거 공짜 아닙니다."

"...?"

"올해 안에 제가 결혼을 합니다. 결혼할 때 다들 와주실 거죠?"

"네!"

"축의금 필요 없고 몸만 와서 식사만 하고 가셔도 되니까요. 후배들은 부담 갖지 말고, 선배님들은 축의금 받겠습니다. 그리고 다들 아시다시피 댄스 대회 있는 거 아시죠?"

"와아!"

"DJ 드랍더 비트."

댄스 대회가 시작되자 일순간 몇몇 후배들이 뛰쳐나와 이름 모를 춤을 춰댔으나, 빵 점 수준, 그리고 동창들도 마찬가지.

다들 어디서 희한한 춤을 가져왔다. 그리고 팀 단위로 뭉쳐온 애들이 있었는데, 아마 이번 클럽 댄스 대회를 목적으로 온 것 같았다.

딱 봐도 루틴을 맞춘 것 같은 움직임은 이미 아마추어의 실력이 아니었다.

비보이라고 봐도 손색이 없을 정도.

"100점 만점에 90점!"

역시, 알고 보니 중성 대학교 댄스 동아리 출신들이었다.

이 정도 수준이면 어느 댄스 대회를 나가더라도 1등은 따놓은 수준,

그리고 다음 참가자는 안경을 쓰고 정장을 입은 동창생이었는데, 그는 현재까지도 대학원생이라고 했다.

10년째 대학원생?

전설로만 듣던 그가 스테이지 무대 위로 올라서자 일순간 침묵이 일었다.

"안녕하십니까. 대학원생입니다. 다들 아시죠? 캠퍼스에서 저 아는 사람 많을 텐데."

대학원생은 코밑으로 내려간 안경을 쓰윽 올리며 말했다.

그리고 그가 춤을 췄던 것은 정체 모를 막춤.

그가 리듬에 맞춰서 열심히 춤을 추는 게 안쓰러워 보일 정도,

힘에 부추기는지 다리에 힘에 풀려 털썩 주저앉았다.

후우,

대학원생이 무대 밑을 내려다보며 반응을 살폈다.

뜨뜻미지근한 반응에 대학원생은 무리수를 두고자 했던 지 소주를 한 병 땄다.

벌컥벌컥 들이키며 남은 술은 머리 위에 쏟아 부어 어떻게든 호응을 이끌어 내려 하는 모습이 안쓰러워 보일 정도.

결국 소주로 젖은 바닥에 미끄러져 버렸고, 사람들의 탄식이 이어졌다.

"아이고 어쩌나."

"쪽팔려."

"미쳤네."

대학원생은 포기하지 않고 거센 입김을 내뿜으며 다시 무대 위에 일어섰고 결국 노래가 끝날 때까지 춤을 기어이 완성 시켰다.

"75점!"

노력은 가상했다.

"75점이면 아직 3등인 거죠?"

대학원생은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3등 경품도 백화점 상품권 오백만 원 수준이었으니까.

그런데 아직 남은 도전자들이 많았다. 현재 줄을 서고 있는 도전자들만 총 10팀.

다음 참가자는 2층에서 내리 구경만 하던 선배였는데, 그가 선곡한 노래만 들어도 무슨 춤을 출지 예상이 됐다.

설마? 복고댄스를 추는 건 아니겠지, 했으나 역시 복고댄스, 맙소사.

이제는 잊힌 춤을 추는 그의 몸 시위를 보며 그때의 추억에 젖은 듯 보였으나, 후배들이나 재학생들은 뭔 저런 춤이 있냐며 이해를 하지 못했다.

대실패.

시도는 좋았으나 시대가 너무 흘렀다.

게다가 복고댄스는 저렇게 절제미가 있어선 안 되지, 무작정 흔들어 재끼는 게 우선이다.

아쉽게도 탈락.

다음 참가자는 여자 후배였는데 짧게 자기소개를 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중성대학교 학생회장 김다비라고 합니다."

학생회장?

일순간 재학생들이 김다비를 보며 환호성을 질렀다.

좁아터진 클럽에서 재학생 30명이 일제히 환호해대니 귀청이 나갈 정도였다.

그녀가 윗옷을 벗어 던지는 순간 음악도 함께 시작됐다.

이게 요즘 세대에서 유행하는 춤인가?

그녀는 연신 엉덩이를 위아래로 흔들며 춤을 췄는데, 이걸 전문 용어로 트월킹이라고 했다.

쓰읍.

이게 시대차인가? 저게 춤이라고?

요상한 자세로 연신 엉덩이를 흔들어 재끼며 리듬감에 맞춰 춤을 추는데, 난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런데 2층에서 구경하던 선배들의 환호성이 이어지고 있었다.

섹시하긴 했으나,

"80점."

"에?"

재학생들의 원성이 자자했다. 중성대 트월킹 1인자로 꼽히던 그녀가 고작 80점? 재학생들이 내게 다가와 따지기 시작했으나, 엉덩이만 흔들어서는 안 된다는 게 내 댄스 지론이다.

다음은 한수애,

역시 반응은 엄청나게 뜨거웠다. 1등 경품이 1억 원 상당의 외제차였기 때문에 그녀도 학생 신분이라 이번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는 것 같았다.

한수애는 구두를 신고 내게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뭐지?’

"같이 춰요."

"네?"

"쪽팔리니까 같이 춰달라고요. 부탁해서 와줬잖아요?"

음악 소리에 그녀가 무슨 말을 하는지 주위 사람들은 잘 듣지 못한 것 같았다. 그녀가 어색한 미소로 주위를 둘러봤다. 그녀가 내게 내민 손이 부끄럽지 않게 해주고 싶었으나, 춤을 같이 추는 건 어림도 없지.

"싫은데요."

내가 말했다. 그랬더니 그녀의 얼굴이 엄청나게 붉어지며 연신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주위 따가운 시선이 느껴지는지 그녀는 머리를 귀 뒤로 쓸어 올렸는데, 갑자기

내 손을 끌어당기며 잡았다. 악력이 얼마나 센지 그녀가 나를 끌어당기며 성큼성큼 무대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영화배우 한수애와 내가 무대 위로 올라서자 일순간 환호성이 엄청나게 터지기 시작했다.

내 시선에는 오직 명석이 밖에 보이지 않았는데, 그가 입을 틀어막으며 아주 놀란 듯 보였다.

‘아 이러면 안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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