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5. (105/200)

그때,

누군가 문을 발칵 열고 들어왔다.

그녀는 콜센터 상담사로 근무하는 가해자 측 학생의 어머님이었다.

본인 아이가 앉아 있는 걸 발견한 뒤, 아이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그리고 이내 들고 있던 가방으로 그 아이의 머리를 갑자기,

-퍽

-퍽

일순간 벌이진 일이라 나 또한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쉴 세 없이 내려치다 그만 가방끈을 놓쳐버릴 정도였다.

그러더니 가방도 모자라 손으로 그 아이를 한참 때리더니,

이내 부모들에게 고개를 꾸벅 숙이며 말했다.

"우리 애가 또 사고 쳤네요. 죄송합니다."

이 인간을 이렇게 만나네.

"정말 죄송합니다. 이사님? 이사님이라고 불러드리면 될까요? 우리 아이가 학생들을 괴롭혔다고 했죠? 제가 어떻게든 이번 일을 계기로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용서 부탁드립니다."

"..."

참 부모라고 할 수 있을까, 그런데 이 정도까지는 바라진 않았는데, 얼마나 아이를 거세게 패버리던지 내가 보는 내내 마음을 졸일 정도였다.

"이사님?"

"네?"

그녀는 내게 이사라고 칭하며 이사장실까지 좇아와 내게 음료수와 먹을 것을 건넸고, 자연스레 소파에 앉아 나를 바라봤다.

"제가 직장이 너무 바빠서 자주 아이를 살피지 못했네요. 반차 내는 것도 얼마나 눈치가 보이던지, 제가 아이를 망쳐버린 것도 순전히 제 탓이라고 봐요. 이사님은 결혼하셨어요?"

"아뇨."

"애를 키워봐야 얼마나 힘든지 안다니까요. 어휴. 제가요. 요 며칠 매번 스트레스 받으면서 아이들 케어 한다고 미치는 줄 알았거든요. 고등학생이면 다 큰 줄 알죠? 다른 차원에서 완전히 스트레스에요. 애들 성적도 관리해줘야 하고, 머리 좀 컸다고 부모한테 대들기도 하고요. 다 컸다고 생각했는데 고등학생이 되더니 이제 시작이구나! 했다니까요."

그녀는 쉴 새 없이 입을 떠들어댔다. 내 귀가 아플 지경.

그리고 나는 대충 네네, 하며 대꾸는 해줬는데 그녀는 이사장실을 나갈 생각 없이 그저 소파에 앉아 주위를 둘러봤다.

"이사장실은 처음 들어와 보네요. 대표님께서 저희 학교를 관리한다고 들었는데요. 사실 교장 선생님도 제가 몇 번 뵙고 했지만, 학교도 오래됐는데 교장 선생님이도 되게 오래돼서요. 말이 잘 안 통해요. 유교적이라고 해야 할까요? 저는 젊은 경영자분들이 우리 학교를 관리해주는 게 좋다고 보거든요."

"네."

"죄송해요. 제가 좀 말이 많죠?"

"직업병인가요?"

"아, 그렇게 볼 수도 있겠네요. 콜센터 근무가 원체 온종일 떠드는 직업이다 보니까, 어떻게든 말을 해야 하는 직업이잖아요? 그러다보니 말을 계속 하게 돼요. 제가 그래도 저희 근무지에서 팀장을 맡고 있는데, 본사에서도 꽤 인정받고요. 그런데 아시잖아요? 콜센터 상담사도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아닌 거."

"그렇긴 하죠."

"제가 몇 번씩이나 콜센터 일을 관두려고 생각했거든요. 왜 진장 고객들 있잖아요? 아주 찾아가서 싸대기를 때려 주고 싶다가도 또 제 적성에 너무 맞는 거 있죠? 남들은 그러더라고요 아주 천직이라고."

"굉장하십니다."

"네. 제가 콜센터 첫 근무 했을 때 실적이 굉장히 뛰어났거든요. 전국에서 직원 평가에서 1등을 했으니까요. 그 비결이 굉장히 쉬운데 남들은 어렵데요. 저는 진짜 쉽거든요. 하루 종일 떠들어도 지치질 않으니까, 오히려 고객들이 지쳐서 제발 좀 끊자고 떨어진다니까요. 남들은 그저 빨리 끊고 콜만 채우려고 하는데, 저는 안 그랬어요. 콜수 하나에 기본 10분 이상은 채웠거든요. 그러면 자연스레 상담받는 고객들도 재밌는지 평가를 높게 쳐주더라고요."

"하아. 저기. 어머님."

"네?"

"제가 일이 좀 바빠서 그런데 어떻게.."

"아. 이런 제가 정신머리가 없네요. 일을 제쳐두고 학교까지 왔는데 이사님이 주관하는 회의도 참석 못하고 지각을 해버렸으니, 너무 죄송해서요. 제가 다시 말씀드리지만, 우리 아이 제가 책임지고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할 테니까, 이사님께서도 너무 안 좋게만 보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저는 학생들 평가에는 개입하지 않아요. 그러니까 그런 부분은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래요? 하, 맞다. 어차피 이사님은 이사님이고, 교장 선생님이나 선생님들이 관리하시겠네. 호호호."

"..."

"이제 그만 들어가 볼게요. 고생 많으셨어요."

"네, 들어가세요."

귀에 피딱지 앉을 뻔했다. 여태 만난 사람 중에 말이 가장 많고 빨랐다.

마치 설득 스킬을 패시브로 달고 있다고 볼 수 있을까.

콜센터 상담사 중에 평가도 1위를 할 정도라는 사람이니, 언변은 이미 만렙 수준인 것 같았다.

폭력 재발 시 퇴학을 시켜버리겠다고 으름장을 놨더니 부모들도 지레 겁을 먹어 아이들을 제대로 훈육하겠다고 자처했는데, 저 콜센터 상담사는 사람들이 보는 자리에서 본인 아이를 체벌해댔다.

아이한테 별로 좋지 않은 영향일 것 같았는데 나름 속 시원한 건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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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성고등학교를 먹고 이것저것 투자를 한 뒤로 겨우 20%가 올랐다.

학교를 먹었는데 이대로 멈출 수 없지.

광성고등학교 같은 낙후된 곳을 장악하니 투자 퀘스트가 비약적으로 상승하고 있었다.

첫째로 장학금과 같은 1차원 적인 부분에 연신 투자했다.

그리고 성적 우수자들에게 지급하는 평범한 장학금과 별개로 하위 1%에게만 지급하는 희망 장학금도 만들었다.

가정이 불우하다던 지, 공부에 싫증이 났다던 지, 예체능이 관심이 있든지, 이런 부분을 검토하고 관심을 가져서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을 해주기로 했다.

그리고 급식비는 전액 무상으로 국가에서 지급해주는데, 광성고등학교의 급식비는 매년 2억 정도 국가에서 지원이 됐다. 질적으로 썩 좋지는 않았다.

그래서 자체 부담금을 더해 급식비 지출을 더 올렸다.

질적으로 향상하기 위함이었다.

둘째로 투자를 한 것은 학교 내 책상과 의자, 컴퓨터, 에어컨, 선풍기, 전면 교체했다.

특히 책상은 내가 있을 때부터 전혀 변한 게 없었다. 낙서투성인 책상도 있었고 연신 껌이나 더러운 오물이 뭍은 책상도 있었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전부 바꿔 버렸다.

컴퓨터 실은 최신형으로 바꿨고 언제든 사용할 수 있게 개편했으며 교내 도서관도 대량의 책을 구입하여 새롭게 리모델링했다.

특히 에어컨은 틀자마자 썩은 곰팡내가 나고 있었으니, 한 대당 청소비용 약 20만원을 들여 학교 전체 에어컨을 청소했다.

셋째로는 선생님들에 대한 투자였다. 기간제 교사에게 정규직 교사보다 월급을 더 올려 줬다. 기간제 교사는 비정규직이다.

선진국의 비정규직은 정규직보다 고용의 안전성이 없는 대신에 월급이 더 많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한국은 월급을 더 짜게 준다.

그리고 정규직의 기회의 폭을 활짝 높였다. 기간제 교사가 희망할 경우 임용 시험을 칠 수 있도록 지원비를 주기로 했다. 시험 합격시 합격 축하금과 함께.

그리고 학교장 자리는 학생들의 투표를 통해 뽑기로 했다.

고등학생 정도면 교육감 후보도 스스로 투표할 수 있게 만들어야 했지만, 일절 투표의 권한이 없기 때문에 학교에서 그런 기회를 주고 싶었다.

게다가 학교장 하려는 선생들의 정치질이 유독 심하잖아?

내 학교에서는 불필요한 소모다.

학생들이 뽑아야 투표가 소중한지 알고 재밌는 줄 알지.

그 외 이것저것 많은 부분을 내 뜻대로 손 봤는데, 그래도 자산은 차고 넘치는 탓에 아예 다른 학교도 먹어볼까 싶었지만, 여기서 그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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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남은 10%를 어떻게 완료해 볼까.

당연히 우리 직원들에게 써야 하지 않을까 싶다.

휴먼매니저로 향했다.

* * *

대체 며칠 만에 휴먼매니저 회사를 들르는 거지? 직원들의 얼굴을 못 본지 보름은 될 정도니 회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했다.

개판을 쳐놨을까?

휴먼매니저를 박차고 들어가니 현준이와 정주임의 모습이 보였다.

근 보름 만에 만나는 회사 대표 얼굴을 보니 그들이 화들짝 놀라며 급히 의자에서 일어났다.

"왜들 놀라?"

"..."

주위를 둘러보니 오과장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회사 근무시간인데, 영업하러 갔나?

"오과장은?"

"오늘 출근을 못 했습니다."

"못했다고? 왜?"

"저기, 형수님이 아프다고 하셔서요."

역시

회사를 비웠더니 직원들이 중심을 잡지 못하고 비틀거리고 있었다.

오과장이 회사를 빼먹을 정도면 내게 전화를 했을 텐데, 나는 한 통의 전화도 받지 못했다. 그렇다면, 얘들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데에 한 표.

"오과장이 일을 빠졌으면 나한테 전화했겠지."

"그게.. 사실 점심 지나면 온다고 했는데, 아직 소식이 없어서요."

"반차를 쓴 거야?"

"..."

때마침 오과장이 헐레벌떡 사무실로 들어왔고, 내 얼굴과 사원들을 번갈아 보며 진땀을 뺐다

"죄송합니다. 대표님. 늦었습니다."

"괜찮아. 앉아."

오과장이 급히 서류 가방을 책상 위에 내려놓고 의자에 앉았고, 나는 그들을 보며 말했다.

"내가 출근을 잘 안 한다고 너무 풀어진 거 아니냐?"

"..."

"너희들 믿고 있었는데, 이렇게까지 해이해져 버렸어? 너무 실망 적인데?"

"그게 아니라..휴."

정주임이 뭔가 할 말이 있는 듯했으나 이내 다시 입을 다물었다.

"뭔데 말을 해."

"회사 일이 제대로 굴러가는 게 없어요. 대표님이 결정해야 할 일도 저희가 미처 결정하지 못하고 미루어둔 일도 많고요. 대표님하고 연락이 잘 안되지 않습니까. 보름 동안 회사에 얼굴 한 번도 안 비치셨잖아요."

"..."

"회사 상황을 좀 아셔야 할 것 같아서요. 현재 경술대학교 측에서 계약 해지 요구하는 건 알고 계세요?"

"갑자기?"

"경술대 총장 입건 됐어요."

"...!"

"사학비리가 터진 것 같더라고요. 지금 난리예요. 경술대 교수 몇 명도 부정 입학 연관해서 조사받는데요. 대표님 뉴스도 안 보세요?"

"오늘?"

"아뇨! 일주일 전이요! 갑자기 터졌어요. 그리고 경술대 측하고 계약은 더 진행 못할 것 같아요."

"..."

"화연씨 아시죠?"

"응."

화연씨는 경술대학교 청소부로 근무를 하고 있었다.

"퇴직 신청했어요. 그리고 내일쯤 방문하신대요. 대표님 뵙고 싶어 하는데요."

"나를? 왜?"

"모르겠어요. 구체적인 이유는 내일 방문하시면 말씀하지 않을까요. 사대보험도 원하지 않으셨고, 소득도 잡히지 않게 해달라고 하셨어요. 이력서를 보니까 보통 분은 아닌 것 같은데."

빚이 있겠거니 했다.

사대보험에 잡히거나 소득이 잡히면 추심이 들어오니 그럴 것 같았다.

아웃소싱이나 파견일을 하다 보면 간혹 회생이나 파산을 당한 분들이 요청하곤 했었다.

"경술대측하고 계약 해지되면 다른 청소부 분들은 어떡하죠?"

"다른 계약을 뚫어 본데는?"

"...아직요."

"경술대 측하고 계약 해지되면 그분들 전부 광성고등학교로 보내."

"네."

"그리고 오과장."

"네 대표님."

"얘기 좀 하자고."

* * *

오과장과 함께 사무실 옥상으로 향했다.

"집 안 사정이 안 좋아?"

"여의치가 않네요. 아내도 지금 몸이 너무 안 좋고 해서요. 아이들을 봐줄 사람이 없으니까 좀 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 대표님."

"괜찮아. 제수씨는 몸이 어디가 안 좋은데?"

혹시라도 큰 병이 아닐까 걱정이 됐다.

"큰 병은 아니고요."

"얘기해봐."

"우울증이 좀 심각합니다."

"..."

"사실 근래 몇 달간 일을 시작했는데, 거기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나 보더라고요."

"직장 내에서 괴롭힘을 당한 거야?"

"약간 그런 것도 조금 있는 것 같고, 일이 서비스직종이라 감정소모가 심한 것도 있죠."

"무슨 일인데?"

"콜센터요."

"콜센타.."

일전 쉴 세 없이 떠들던 아줌마 생각이 났다.

"그래도 요즘은 콜센터 직원들한테 폭언은 못 하지 않나? 대체 어느 정도길래 우울증이 걸린 거야?"

"대표님 말씀처럼 폭언은 못 하게 돼 있는데, 아시다시피 교묘하게 괴롭히는 인간들이 매우 많습니다. 심지어 스트레스를 콜센터 상담사들한테 풀려고 하는 인간들도 있고요."

"시발. 그런 인간들이 있다고?"

"네. 아내도 최근 한 달은 어느 정도 버틸만하다고 하더니, 콜수가 서서히 늘어나고 이상한 인간들 상대를 많이 하다 보니까, 우울증이 와버렸네요."

"그래서? 지금 상태는?"

"처가에 보냈어요. 제가 일을 해야 해서 장모님한테 부탁 좀 했죠."

"고생이 많았네. 미안하다 내가 그것도 모르고 괜히 오해할 뻔했네."

"아닙니다. 제가 죄송합니다. 미리 말씀을 드려야 하는데 제가 너무 했다고 봅니다."

"내가 며칠 전에 학교에서 콜센터 팀장을 마주쳤거든, 그런데 그 아줌마는 말이 그렇게 많더라고. 떠들어대는 게 무슨 말인지도 못 알아먹을 정도라니까.."

"팀장 정도면 경력이 꽤 되는 수준 일겁니다. 정말 콜센터 상담이라는 직업을 사랑하지 않는 이상 근속 연수가 정말 짧거든요."

"콜센터도 대부분 아웃소싱이지?"

"네, 기업마다 거의 대부분 외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제 아내가 통신사 쪽에 있었거든요. 거의 뭐 닭장 같은 사무실에서 전화만 받는다고 보시면 됩니다."

"계약 잘 따내면 그것도 돈깨나 되겠네."

"대표가 얼마나 가져가는지는 저도 알아본 바 없어서 잘 모릅니다."

"흐흠. 그런데 우울증을 앓을 정도면 직장 내에서 산재처리가 안 되나?"

"우울증이나 정신 병력은 직장 내 산재로 입증받기도 굉장히 까다롭습니다. 대표님도 잘 아시잖습니까."

"월급은 얼마 받고?"

"기본급 180만 원에 성과금 들어가는 경우가 있는데, 사실 기본급만 받았다고 보시면 되죠."

"콜센터 아웃소싱 이름이 뭐야?"

"화승이요."

나는 오과장이 얘기해준 화승 회사에 대해 인터넷으로 찾아봤다.

그리고 익숙한 이름을 발견할 수 있었다.

김한성?

화승이란 콜센터 아웃소싱 회사의 대표 이름이 김한성이었다.

익숙한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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