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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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일이냐?"

선생님은 내가 광성고등학교의 자금줄이며 관리를 하고 있다는 걸 전혀 모르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오랜만에 학교 좀 들렀습니다."

"이야, 왔으면 인사 먼저 해야 할 것 아니냐. 얼굴 좋네, 무슨 일이야?"

"학교 재단을 인수했습니다."

그는 고등학교 3학년 때 담임이었다.

사실 예전부터 꿈꿔 왔던 일중 하나였다. 언젠가 내가 크게 성공해서 학교에 기부도 해보고 싶었던 것.

"뭐..? 재단을 인수했다고? 네가?"

"네. 아시잖아요. 학교 재단 가난한 거, 이참에 학교 좀 잘 꾸며보면 좋죠. 학생들 복지나 특히 선생님들 복지도요."

재단을 인수했고 학교의 주인이다?

그러면 당연히 학교의 최고 인사라는 말인데..

그제야 선생님의 표정이 다소 어려워지기 시작했다.

"어려워하실 필요 없어요. 그냥 평소처럼 대해주세요."

선생님의 표정이 환하게 퍼지며 살갑게 다가왔다.

"캬, 도일이 완전히 성공했네."

"흐흐."

"어머님은 잘 계시고?"

"네."

"옛날 생각나네, 벌써 그때가 20년이 넘었나?"

"17년이요. 그런데 선생님."

이참에 어제 만났던 학생들에 대해 일러줬다.

"응?"

"뒷골목에 아직도 삥뜯는 학생들이 있나 봐요?"

"이 새끼들이.. 얼굴 기억나냐?"

"네. 이름도 기억나요."

"불러봐."

나는 당시 교복을 입었던 한 학생의 명찰을 토대로 기억한 이름을 말해줬고,

선생님은 곧바로 해당 학생들을 소환시켰다.

그들을 학생주임실로 불러들였다.

나는 선생님에게 부탁하여 홀로 학생들과 대면하고 싶다고 얘기했다.

학생들 몇몇이 내 앞에 일렬로 줄을 서며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한 학생이 내 얼굴을 기억하는 듯했다.

"언젠가 또 보게 되면 그때 정말 후회하게 될 거라고 했지?"

"..."

"선배가 우습냐?"

"아니요."

"어제는 기고만장하더니, 왜 이렇게 풀이 죽어 있어."

"죄송합니다."

"다시 말해봐."

"죄송합니다!"

"뭐가 죄송한데?"

"어제 욕한 거 죄송합니다."

"또."

"..."

"너희들이 학생들 돈 뜯는 거. 대체 왜 그러는 거야?"

"돈이 없으니까요."

"그게 상식적으로 말이 된다고 생각해?"

"죄송합니다."

"한 명씩 내 앞으로 와."

"..."

한 학생이 내 앞으로 다가왔고,

"부모님 뭐하시냐?"

"일 하십니다."

"무슨 일?"

"콜센터에서 근무하시고, 아버지는 건설 현장에 계십니다."

"번호 불러봐. 너희 어머님."

"하.. 정말 죄송합니다. 한 번만 넘어가 주시면 안 될까요."

"번호 불러 새끼야."

나는 스마트폰을 들었고, 그 학생이 불러주는 번호에 곧장 전화했다.

"어머님 안녕하세요. 광성고 학생 어머님 되시죠? 학생이 친구들 돈을 뺏어서요. 오늘 좀 와주셨으면 하는데, 직장이요? 반차 없습니까? 예. 바로 와주세요."

한 학생의 어머님과 통화를 마친 뒤 다음 학생이 내 앞으로 왔고, 나는 학생들의 부모에게 전화를 걸어 당장 소환시켰다.

그냥 패버리라는 부모도 있었고, 일 때문에 죽어도 못 빠진다는 부모도 있었으나, 부모님들이 오지 않으면 경찰을 부를 수밖에 없다고 다그쳤더니 금방 오겠다고 했다.

그제야 한 학생이 내 앞에 갑자기 무릎을 꿇으며 싹싹 빌기 시작했는데,

어림도 없지.

"여태 돈 뜯은 거 얼마야?"

"얼마 안 됩니다. 몇 십만 원입니다."

"한 사람한테?"

"아니요. 거기서 오가는 학생들 위주로 뜯었습니다."

"이 새끼들 아주 질이 나쁜 놈들이네."

"..."

"너희들 내가 딱 10분 줄 테니까 너희들이 돈 뺏은 친구들 전부 데려와라."

"지금요? 곧 수업 시작하는데."

"수업 빼. 딱 10분 준다. 얼른."

학생들이 잽싸게 교실로 올라갔고, 정확히 5분 뒤에 많은 학생을 데려오기 시작했다.

참 많이도 뜯었다.

"얘들이야?"

"네."

"가해자들은 잠시 밖에 나가 있고. 피해자들 내 앞으로 줄 서."

"..."

피해자들이 내 앞에 일렬로 줄 섰고, 나는 다시금 그들의 부모들에게 전화를 걸어 학교에 소환시켰다.

이런 과정들이 솔직히 선생들이 못해서 안 하는 건 아니다.

할 시간도 없고, 함부로 수업을 빼먹을 수 없으니 이런 시간을 못 내는 것뿐.

언제든 선생들에게 이런 권한을 준다면 충분히 가능하지.

학교폭력위원회를 열까도 했지만,

징계 자체도 가볍고 반성문 수준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내가 학생일 때 일진들이 학폭위에 끌려갈 때면 그저 운 더럽게 끌려갔다 수준이다.

이것도 수위가 얼마나 세느냐, 약하냐에 따라 1단계부터 10단계 까지 나뉘고 그 징계 수준이 달라지는데,

10단계 최고 처벌이 겨우 퇴학이다. 10단계 수준이면 사회로 따지면 특수폭행죄나 집단 폭행 수준은 돼야 퇴학을 시킨다는 말.

솜방망이 처벌은 전혀 실효성이 없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가해자와 피해자들의 부모들이 속속히 도착하고 있었다.

학교 내의 회의실에서 그들을 만났고, 각자 본인 아이를 옆에 끼고 앉았다.

콜센터 상담을 한다는 부모는 아직 도착하질 않았다.

시간이 더 지체될 것 같아 그대로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상석에 앉아 그들을 보며 소개를 했다.

"안녕하십니까. 휴먼매니저 대표이자 광성고등학교 63기 졸업생 김도일이라고 합니다."

"...?"

그저 학교 선생인 줄 알았던 부모들은 내가 그저 졸업생이라는 신분이라고 얘기하자 극히 반발해대기 시작했다.

"선생님들은 어디에 있습니까?"

"현재 수업 중이고요."

"우리 아이들이 수업을 빼먹을 정도로 급한 일입니까? 대체 무슨 자격으로 이렇게 하시는 겁니까?"

내게 자격을 물었다.

광성고등학교 재단을 흡수하여 학교 운영비를 비롯하여 장학금을 전액 지원해준 다는 것보다는 좀 더 현실적으로 말해주고 싶었다.

"제가 선생님들 월급을 주거든요."

"네에?"

가난하고 돈 없는 법인 학교는 학교 선생님 월급을 교육청에서 세금으로 지급해주는 꼴이다. 그런데 나는 일절 교육청 지원을 받지 않고 학교 내의 모든 운영비는 휴먼매니저 자본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

그 뜻은 내가 선생들 월급을 준다는 게지.

그런데 학부모들은 믿지 못하는 것 같았다.

결국 이사장과 학교장을 찾아대기 시작했다.

"우리 학교 이사장 필요 없고 공석입니다. 그리고 학교장님 허락은 다 받았습니다."

"대체 이게 무슨."

"통화로 대충 설명 드렸다시피, 제가 부모님들을 긴급하게 소환한 건 학교 폭력이 심각한 수준이거든요."

"..."

"돈을 뺏고, 심부름을 시키고, 폭력을 행사하는 장차 깡패가 될 새끼들이 너무 많다는 겁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그러면 저희 아이가 돈을 뺏겼다고요?"

그제야 피해자 측 부모들이 한숨을 푹푹 내쉬며 옆에 앉아 있는 피해자 아이들에게 돈을 왜 뺏겼느냐, 왜 말을 안 했냐며 다그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가해자 부모 측도 마찬가지, 왜 뺏었느냐며 비슷한 반응들이었다.

나는 가해자 학생 부모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가해자 측 부모님들에게 질문이 있는데요."

"...?"

"당신 아이들이 약한 친구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동안 대체 뭐 했어요?"

"몰랐습니다. 그리고 일이 바쁘다 보니까.."

"먹고살기 바빴다고요? 먹고살기 바쁘면 애를 낳지를 말던가요. 당신들이 애를 망나니로 잘못 키운 걸 왜 남의 자식들이 피해를 보냐고요. 안 그래요?"

"..."

그제야 피해자 부모 측에서 가해자 측에 항의를 시작했고, 나는 그들의 입을 막아섰다.

"거 좀 조용히 해요, 당신들 발언권 없으니까."

"대체 당신이 뭔데 이래라 저래라 입니까!"

"피해자 부모들도 똑같아요. 당신들은 뭘 그렇게 잘했습니까? 예?"

"..."

"애들이 밖에서 얻어터지고 쥐어준 용돈도 뺏기고 있었는데 그걸 모르고 있었다고요? 대체 뭐 했어요?"

"바쁘.."

"아 또 그 소리네. 먹고살기 바쁘다? 세상에 안 그런 사람들 어디 있습니까? 당신들만 바쁜 거 아니고, 바빠도 자식들 살뜰히 챙기는 부모들 많아요. 이건 변명할 것도 없이 당신들이 애들 방치한 거라니까."

"..."

피해자를 욕하는 게 아닌, 피해자 학생의 부모에게 경각심을 얘기해주고 싶었다.

일순간 피해자 및 가해자 부모들의 입이 닫혔다. 그리고

"앞으로 본인 애들이 한 번만 더 폭행 일삼는다.. 그러면 어떻게 하실 겁니까?"

"..."

"말씀하세요."

"교육 제대로 시키겠습니다."

"최일고등학교 아시죠?"

"...?"

"서울에서 유명한 자립형 사립 고등학교이지 않습니까. 그 학교는 학폭 발생시 일차적으로 생활기록부에 작성하는 거로 이사회 결정 났는데, 사실 저는 그렇게 하고 싶지 않거든요."

생활기록부에 학폭 행위가 기록되더라도 졸업 후 몇 년 뒤 가해자 요청으로 삭제가 가능하다. 가해자들이 콧방귀 끼고 말 수준의 징계다. 그게 무슨 기록인가?

"이유 불문 퇴학입니다."

학폭위의 폭력행위 10단계 같은 불필요한 폭력 수위 따위는 제쳐두고 일차적으로 폭행 발생 시 즉시 퇴학처분이다.

그리고 퇴학은 생기부에 영원히 기록된다.

그때 가해자 측 부모에서 발끈했다.

"폭력이 발생할 수도 있지 애들 발목까지 잡을 생각인겁니까!"

"폭력을 안 쓰면 되지 않습니까. 저도 친구들하고 다퉈도 보고 크게 싸워도 봤지만 일방적으로 폭행하고 괴롭히는 건 죄라고 생각하거든요."

매우 당연한 말에 아무도 대꾸할 수 없었다. 그리고 나는 학생들을 보며 말했다.

"너희들 똑똑히 들어. 너희들이 친구들 괴롭히고 돈 뜯고 심부름시키는 거 모조리 생기부에 기록될 거고 퇴학까지 당할 거야. 그게 무슨 뜻인지 알아?"

학생들은 잘 모르는 것 같았다.

"너희들이 저지른 폭력이 영원히 기록된다는 뜻이야. 어른들 얘기로는 빨간 줄 긋고 사회에 나가는 거지."

그제야 현실을 자각한 듯 몇몇 가해 학생들의 눈물을 흘려댔다.

"피해자 부모님들."

"네."

"본인 아이들 좀 잘 살피세요. 본인들 먹고살기 힘든 거 아는데, 그것보다 중요한 게 아이들이지 않습니까."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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