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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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감정을 너무 잘 알고 있다.

내가 겪어봤으니까.

"소속감을 느끼게 해줄 만한 일이 뭐가 있을까요? 회사처럼 뭐 야유회라도 할 수 있는 분위기도 아니고요."

지영씨가 내말을 듣고 한참을 고민하더니 말을 꺼냈다.

"소속감을 느끼기 위해선 먼저 기본이 돼야겠죠?"

"기본이요?"

지영씨와 함께 마트에 들러 장을 봤다.

경비원들의 부식과 필요한 비품을 구비하기 위해서였다.

장을 보고 아파트로 함께 향했다.

경비 입구는 이제 새롭게 설치된 출입 바리게이트가 설치됐고, 입주민 외 차량은 통과할 수 없었다.

바리게이트 한 대를 설치했더니 차량 대수가 현저히 줄어들었다.

실제로 주위에서 몰래 불법주차를 하는 경우가 있었다.

그리고 지영씨와 함께 경비원들이 숙직하며 쉴 수 있는 휴게실로 향했다.

아파트 휴게실 건물이 따로 없었기 때문에 GN아파트의 경비 휴게실은 105동 지하에 위치하고 있었다.

햇볕도 들지 않은 공간이고, 한겨울 추위를 피할 곳도 아니었다.

지영씨와 나는 경비원들이 먹을 음식들과 필요한 비품들을 세팅했으나 아무리 봐도 너무 열악한 환경이었다.

때마침 경비원 한 분이 휴게실로 들어왔다.

"아이고 대표님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세요."

경비는 자연스레 의자에 앉아 컵라면을 하나 깠고, 비치된 전기포트에 물을 올렸다.

"식사 시간이죠?"

"네. 허허."

"컵라면 드세요?"

"그렇죠. 매일."

나는 재빨리 경비원에게 다가가 일으켰다.

"제가 음식 시켜 드릴 테니까 컵라면 드시지 마시고 제대로 식사하세요."

"..감사합니다."

경비 용역비에 경비원들의 식대는 월 10만 원 정도 책정돼 있었다.

초소별로 24시간 격일제 근무를 하고 있으나 월 10만 원으론 제대로 된 식사를 하지 못하는 수준이다.

특이 새벽에 잠시 수면을 취해야만 하는데 이 지하 방에서 전기장판 하나로 버티는 건 일교차가 심한 날씨라 혹한기를 펼치는 정도.

지영씨와 나는 집으로 향했고 간단히 먹을 음식과 재료를 냉장고에 채워 넣고 정리했다.

방금 있었던 일들이 내내 마음에 걸리는지 그녀는 말이 없었다.

사실 지영씨와 이번 기회로 집 리모델링 관련해서 의견을 나누고 싶었는데,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닌 것 같았다.

지영씨가 오해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이건 내가 마치 악덕 사장처럼 보이는 경우.

"휴게실이 너무.."

"알아요. 개선하려고 알아보는 중이에요."

"그렇죠?"

"저도 지금 이 문제 때문에 스트레스입니다. 며칠 전에 새벽에 잠시 지하실에 내려갔다 왔는데 얇은 이불 하나 깔고 주무시더라고요. 추운데서."

"너무 안타까운데요. 말로만 들었지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이라 서요."

"..."

방법은 있다.

대부분의 아파트는 관리사무소에 경비휴게실의 용적률이 포함 돼 안 그래도 좁은 사무소에 가벽을 설치하거나 쪽방을 만들어야 하는 구조다.

그런데 경비원들이 어디 눈치 보여서 맘 편히 쉴 수가 있겠나.

결국 제 발로 지하실이나 화장실에 들어가 쉴 수밖에 없는 구조.

그런데 이번에 조례가 개정돼 경비휴게실이 아파트 용적률에 포함되지 않는다.

경비휴게실이라는 명목으로 관리사무소를 한층 더 증축하거나 단지 한편에 가설건축물을 짓고 싶었다.

물론 주민동의가 필요하지만 내 사비를 털어서 낸다면 반대할 이유가 없겠지.

그런데 지영씨의 생각은 달랐나보다.

"방을 하나 얻으면 어떨까요?"

"네?"

방을 하나 더 얻는다는 게 무슨 말인지 쉽게 이해가 되질 않았다.

"전세나 월세 알아보니까 괜찮은 매물 있던데요."

경비원 휴게실로 전세를?

"하긴 너무 비싸긴 하죠. 괜히 제가 실없는 소리를 했네요."

"아뇨. 불가능한 건 아닙니다."

순간 머릿속에 많은 게 번뜩였다.

역시

재력가 딸답다.

을 중에서도 슈퍼을이요.

지영씨를 집에 데려다주고 귀가 할 때 즈음 한강 너머로 저녁노을이 지고 있었다.

아파트 입주민들은 단지 산책을 나오거나 외출을 하며 주말을 만끽하고 있었고, 나는 경비반장 정길완과 함께 아파트 경비 업무를 파악했다.

박씨 어르신은 수시로 아파트 단지를 돌아다니며 개가 싸질러놓은 똥을 수거하고 있었고, 정씨 어르신은 지하주차장 순찰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새벽마다 술에 취해 지하주차장에서 잠드는 청년을 깨워야 한단다.

경비반장 정길완의 근무시간은 아침 5시에 출근하여 휴식시간을 4시간을 가진 뒤 밤 9시에 퇴근을 하고 있었다.

16시간 근무에 휴식시간은 오전에 2시간 오후에 2시간이었다.

최근에 법이 바뀌어서 1동의 동대표 아줌마 말마따나 정으로 해주던 일들이 이제 법적으로 마땅히 해야 하는 일로 바뀐 게 많았다.

경비는 경비업무를 주로 맡지만 이번에 바뀐 법을 토대로 청소미화보조, 분리수거정리, 관리사무소일반보조 업무가 더해졌다.

물론 대리주차는 안 된다.

정길완 반장의 말에 따르면 이번 바뀐 법 때문에 일이 더 많이 늘었다고 한다.

업무일지는 매일 경비원 한 분이 돌아가면서 작성했다.

굉장히 꼼꼼했다.

시간 단위로 쪼개진 업무일지에는 없는 칸도 만들어 분 단위로 쪼개진 일을 작성해놔야만 하는 수준.

그런데 유난히 개똥을 찾는 일이 많았다.

정길완 반장에게 물어보니 경비원들 사이에서는 개똥감사라고 불리는 인간이 있다고 했다.

"그런데 왜 개똥 감사입니까?"

"따라오시죠."

정길완 반장은 미리 모든 걸 예측했다는 것 마냥 한 장소에 멈춰 섰고, 그곳에 개똥이 발견됐다.

씨발.

"경비가 개똥까지 치워야 합니까?"

"허허. 대표님. 보이니까 치우는 경우죠."

"누구 어느 세대 개 입니까?"

"..."

정길완 반장의 말에 따르면 이 개똥 때문에 경비원 한 분이 스트레스를 받고 일을 그만 뒀다고 말했다.

어느 날 개똥을 치우지 않고 버텼던 경비원이 있었다고 하는데, 개똥감사라는 양반이 그를 문책한 뒤 개똥 옆에 경비원을 세워두고 사진을 찍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게 공연히 아파트 공식 카페에 올라갔단다.

그래서 개똥이 뭐냐고.

"105동에 사는 입주민의 개입니다. 사실 저희 경비 업무 중에 이 개똥을 찾는 게 일이거든요."

"개똥을 왜 찾아요."

"당일에 개똥을 찾지 못하는 날이면 그분이 와서 민원을 넣습니다."

정길완 반장이 매우 차분한 말투로 얘기 했다. 그게 더 충격.

쉽게 말해 트랩이었다.

경비원들이 아파트 환경에 신경을 쓰는지 본인의 개똥을 토대로 파악한다는 것.

그래서 경비원들이 개똥을 찾기 위해 혈안이라는 것이다.

믿기지 않았지만 현실이었다.

"하아."

팍 한숨이 나와 버렸다.

뭔 이런 개 싸가지 인간이 있단 말인가.

예전 군대에서 악덕 선임에게 이런 갈굼을 당하곤 했었다. 눈뜨고도 못 찾는 곳에 쓰레기를 처넣어놓고 청소 안 됐다고 집합을 시켰었다.

아. 갑자기 PTSD.

정길완 반장은 주머니에서 일회용 봉투를 꺼내들어 개똥을 집어 돌돌 감아 묵었다.

"강아지들이 그래도 제 자리에 배변을 누는 습관이 있어서 찾기는 수월합니다."

"개똥 저 주세요.."

"네?"

"제가 처리할게요."

"..."

정길완 반장을 경비초소로 돌려보낸 뒤 나는 개똥을 싸질러 놓은 인간을 찾고 있었다.

때마침 개를 산책시키는 사람을 발견했고 나는 그에게 다가갔다.

"저기요."

"네?"

"개똥 안 치우고 갔죠?"

"...?"

"네가 시베리안 개시키구나. 넌 문제없고 잘못 없어. 개가 뭘 알겠니. 네 주인이 문제지."

"뭐 하시는 분이세요?"

"아파트 입주민이요. 개똥좀 치우고 삽시다. 예? 아주 더러워 죽겠네. 진짜."

"저게 우리 개똥인지 어떻게 알아요?"

개똥을 풀어 바닥에 떨구니 개가 킁킁거리며 자기 똥에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개가 자기 것이라고 하는 것 같은데요. 하나만 물읍시다. 대체 왜 안 치우는 거죠?"

"경비가 치우는 일이잖아요? 환경업무도 담당하는 거로 아는데요."

"맞아요. 정확히는 환경업무가 아니라 보조업무에요. 이 양반아. 하아.. 아저씨 똘아이세요?"

"뭐라고요?"

"아니 상식적으로 개똥은 본인이 치워야 한다는 거는 초등학교 도덕 교과서에서도 나오는 얘기거든요."

"지금...지금. 똘아이라고 했습니까?"

"네. 정확히 들으셨어요. 막말로 개똥을 이리저리 싸질러 놓고 그걸로 경비원들 감사를 한다는 게 또라이지 그게 뭡니까. 참나. 제가 여기 주민분들 다 붙잡고 물어볼까요? 예? 그게 정상인지 비정상인지."

생각보다 뇌 구조가 이상회로인 인간들이 많은 것 같았다.

내가 이리저리 설명을 해줘도 대체 뭐가 문제인지 모르고 있었다.

때마침 내 윗집에 사는 아재가 강아지를 끌고 산책을 하고 있었다.

그는 내 얼굴을 보며 환한 미소를 뗬고 이내 나와 개똥감사가 대치하는 장면을 흥미롭게 구경하고 있었다.

개똥감사는 그래도 본인은 떳떳한지 옆에 있는 내 윗집 아재에게 말을 걸었다.

"아저씨. 이게 제가 잘못한 일이에요? 저희가 떳떳이 경비세 내는 거고 개똥 치우는 거 엄연히 경비원들 몫인 건데, 그렇지 않나요?"

"하아.."

아재가 그 말을 듣고 뭔가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으며 미소를 흘겼다.

만약 아재마저 이상한 뇌구조를 가진 사람이라면 나로선 도저히 답도 없는 상황.

"아저씨였구나."

"네?"

"산책하다가 내가 언제 한번 개똥을 밟은 적이 있거든요. 그거 벌금이에요."

"제가 안 그랬거든요."

개똥감사는 이제 벌금이란 말에 지레 겁이 먹은 듯 발뺌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직접 보여주는 수밖에.

나는 정길완 반장을 대동하여 개똥 감사를 이끌고 관리사무소로 향했다.

관리소장이 인상을 구기며 말했다.

"저분이 개똥 감사였습니까? 경비들에게 간혹 듣긴 했는데..이야.. 개도 엄청 크네. 난 여태 사람 건줄 알았는데."

"소장님. 아파트 단지 내에 개똥 싸지르고 안치우면 그거 벌금이죠?"

"그렇죠."

"반장님 혹시 개똥이 어디에서 계속 발견이 됐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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