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요 몰라요!"
"네 알겠습니다."
솔직히 여기서 만약에 앱패드가 나온다면 나로선 할 말이 없는 상황이다.
그리고 현장 총괄 반장은 본사 직원 김경환과 함께 최지숙 사원의 동선을 CCTV로 파악했고,
아줌마가 일하는 동선에 따라서 조장과 부반장들, 그리고 몇몇 본사직원들이 앱패드의 행방을 찾아나섰다.
패킹은 단순히 서서 포장을 하는 일이기 때문에 일하는 동선이 복잡하지가 않다.
그리고 나는 최지숙 현장 사원에게 향했다.
"최지숙 사원님."
"네.."
"지금 사원님 동선 CCTV로 확인하고 사라진 앱패드 행방 찾고 있으니까 조금만 기다리시면 될 겁니다."
"하아..제가 몇 번을.."
"알아요. 아는데요. 저도 사원님 억울함 풀어드리려고 머리 쓰고 있으니까 좀만 기다려봐요. 지금까지 대기하고 있던 거 전부 연장 근무로 쳐 드릴 테니까. 알겠죠?"
"네.."
그리고 한 시간 정도 흘렀을까.
총괄 반장이 내게 다가왔다.
"최지숙 사원님 동선 전부 확인했고 현재 그 동선 따라서 앱패드 찾고 있습니다."
"어떻게 됐습니까?"
총괄반장은 최지숙 사원의 눈치를 살피며 다소 불편한 낯빛을 보였다.
"과장님.. 담배 한 대 피시죠."
그리고 나는 총괄반장과 함께 흡연실로 향했다.
어두운 기색으로 담배를 물던 총괄반장에게 나온 첫 마디는 다름 아닌 사과였다.
"죄송합니다."
"네?"
"전부 제 불찰입니다. 제가 잘 관리를 했어야 했는데."
"..."
"지금 샅샅이 뒤져봐도 최지숙 사원님 동선에서 나오는 게 없습니다.."
"그러면 누가 가져 간 겁니까? 우리 사원님이 아니라면."
"하아..이게 어디서부터 일이 꼬였는지 모르겠지만.. 상품 검수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다 불러요."
"네?"
"전부 아줌마 앞에 불러들이라고요."
"네. 알겠습니다."
김재훈 총괄 반장이 얘기한 바로는 고객이 반품을 한 상품을 제대로 검수하지 않고 다시 출고한 격이었다.
이런 실수들이 간혹 있었다.
쿠몬같은 경우 한 달 이내 무조건 환불이 가능한 시스템이라 반품 시스템을 악용하는 고객들이 많았다.
예를 들어 본인이 앱패드 새 상품을 받아 놓고 안에 상품만 빼고 스티로폼을 넣어 환불을 받은 것이다.
그리고 그게 제대로 검수가 되질 않고 다시 반품 상품으로 출고가 된 격.
이런 반품 상품은 가격이 싸기 때문에 주문량이 많았다.
어쨌든 다행이다.
아줌마의 실수가 아니었다.
그런데 이걸 본사에서 몰랐을까?
아니 알고 있었다고 본다.
그리고 나는 열불이 난 상태로 본사직원에게 향했다.
"앱패드가 반품 상품이었다면 서요?"
"...주문번호 확인하고 최초 반품 고객 확인하는 중입니다."
"..."
"하아..그래도 일이 잘 해결됐네요. 아줌마 한테 죄송해서 어쩌나. 참."
"알고 있었죠?"
"네?"
"최초 분실 건 발생시에 당신들이 하는 매뉴얼 있잖습니까. 상품이 어떻게 입고됐고 출고됐는지. 그러면 애초에 반품 상품이란 걸 알고 있었을 텐데."
"..."
"왜 그랬어요?"
"과장님.."
"당신들이 실수한 걸 왜 애먼 사람 잡으려고 했냐고요."
"죄송합니다. 사실 반품 검수가 제대로 안 된 건.. 지금 확인한 상태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저한테 죄송할 것 없고. 다들 따라오세요."
아줌마 앞으로 모든 현장 관리자들과 본사 관계자들이 섰다.
그리고 고개 숙여 사과했다.
아줌마는 일이 잘 해결됐다는 안도감에 서러운 눈물을 흘렸다.
"저 여기서 계속 일 할 수 있는 거죠?"
"그럼요. 이런 불미스런 일 만들어서 정말 죄송합니다. 최지숙 사원님 잘 다닐 수 있게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과장님."
아줌마에게 택시비를 드리고 집으로 돌려 보냈다.
그리고 새벽일을 끝내고도 퇴근하지 못했던 현장관리자들을 바라봤다.
그들도 풀이죽어 별말이 없었다.
특히 조장.
그녀도 맡은 바 할 일을 한 경우였다.
"다들 고생하셨고. 출퇴근 카드는 현재 시각으로 잡으시고 연장 근무로 쳐 드릴 테니까. 그리고 조장님?"
"네..."
"조장님이 목격한 그대로 전달한 거밖에 없으니까 너무 기죽지 마시고요."
"네. 알겠습니다."
"김재훈 반장님."
"네."
"회식비 넣어 드릴 테니까 조만간 관리자들 좀 배불리 먹이세요."
"알겠습니다. 과장님."
"들어들 가세요."
[축하드립니다! 김도일님의 네 번째 메인 퀘스트 「존경의 욕구」를 완료하셨습니다!]
[완료보상 1000UNI를 지급합니다.]
[로또스킬을 레벨업 합니다.]
「로또」LV5」
「로또」LV6 상승」
「LV6 SKILL 로또 번호 선택가능」
[현재 스킬을 발현하시겠습니까?]
「YES」
[1009회차 로또 당첨번호를 선택하십시오.]
로또 번호를 선택 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겼다.
이번 1008회차 로또 번호는 「18」「20」「24」「29」「33」「39」
그리고 다음 주 있을 1009회차에서 내가 원하는 번호로 로또에 당첨이 될 수 있었다.
됐다.
* * *
생각보다 빨리 일을 해결할 수가 있었다. 이대로 서울로 넘어가서 오후 일과를 마무리하면 저녁 6시에 칼퇴근을 하고 지영씨와 약속 시간을 지킬 수있었다.
그때 지영씨로부터 문자가 왔다.
[도일씨 오늘 저녁 약속 제가 급한 사정이 생겼어요. ㅜㅜ]
[ㅜㅜ]
[죄송해요..]
[지영씨 괜찮아요^^]
[혹시 주말에 뵙는 건 괜찮으세요?]
[그럼요!]
사무실 의자에 앉아 미친 듯이 웃고만 있으니 정주임과 오대리가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봤다.
하긴 로또 번호를 선택할 수 있는 스킬도 생겼고 연애도 순풍이 불고 있으니 말이다.
"과장님. 인천에서 일이 잘 해결됐다고 들었습니다."
"그 정도야 뭐."
"무슨 일 있으세요? 요즘 연애 하세요?"
오대리의 말에 정주임이 풉하고 웃었다.
아마 정주임은 내가 클럽에서 만난 여자하고 문자를 하는 줄 아나보다.
"아냐. 연애는 무슨 연애야. 오대리는 요즘 어때? 여자는? 연애는 해?"
"...저 애가 둘입니다."
"..미안하다."
"인천에 박카스 400병 쏘셨따면 서요? 그거 회사 지출 처리 하겠습니다. 와..400병..이거 천사장님한테 부탁해야겠는데요?"
"아냐. 됐어. 놔둬라. 그래도 1팀 책임자 됐는데 그 정도 하나 못 쏘겠냐."
"..."
"그리고 너희 점심 카드는? 요즘 잘 먹고 다녀?"
"네. 과장님 덕분에 아주 잘 먹고 다닙니다."
"그래. 좋게. 좋게. 아무 탈 없이만 보내자고. 점심만 먹지 말고 간식도 좀 사 먹고 그래."
"넵!"
"그리고 정주임."
"네..?"
"내가 이번에 신입을 뽑았는데 너보다 한 살 어리고 팔씨름 대회 우승자란다."
"딱히. 일만 잘하면 땡큐죠."
"잘 해봐. 내가 네 생각해서 여자로 뽑은 거야."
"아이고 감사합니다아."
"일산은 잘 해결됐고?"
"고현준 사원이 일산으로 넘어가서 현장 사원 상태 확인했습니다. 발등 부상이 다행히 심각한 수준이 아니라. 치료비 전액하고 일주일 휴업수당 지급해주기로 했습니다."
"다행이네. 오대리가 일산 현장 사원 수 파악해서 이번에 새로 안전화 구입하고 뿌려줘. 하루 이틀도 아니고 매번 이러냐."
"네. 알겠습니다."
"곧 주말인데 회식할까?"
* * *
저녁 퇴근 시간이 임박해질 때 사원들을 데리고 소고기집으로 향했다.
고현준이가 연신 입맛을 다시며 고기를 구워댔다.
나는 사무실에서 매번 고생하는 오대리에게 소주 한 잔을 따라줬다.
"오대리 애가 둘씩이나 됐어?"
"네. 과장님. 제가 말씀을 못 드렸네요."
"고생이 많네."
"그래도 와이프가 전업주부라 저는 일에만 매진 할 수가 있어서요."
"오대리 보고 있으면 내 동생 생각이 나서 그래. 내 동생도 이제 두 돌 된 애가 있거든."
"아.."
"오대리 조금만 버텨라. 곧 때가 올 거다."
"네?"
"내가 언젠가 오대리하고 정주임, 고현준이 전부 책임질 때가 되면 내 이름 석 자 걸고 너희들 끌고 갈 테니까."
"...감사합니다! 과장님!"
"한 잔씩들 하자고."
사원들과 함께 소주 한 잔을 시원하게 넘겼다. 그리고 연신 투닥거리며 싸우는 현준이와 정주임을 바라봤다.
나름 서로 잘 어울렸다.
"너희들 사귀냐? 매번 마주칠 때마다 투닥 거리고 그래?"
내 말을 듣던 정성희가 젓가락을 식탁에 탁 내려놓으며 따져댔다.
"과장님! 말씀이 너무 심하신 거 아니에요? 제가 얘랑요? 하늘이 두 쪽 나도 그럴 일은 없습니다."
그러자 고현준이도 고기를 굽던 집게를 내려놓고 정색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과장님께서 사람을 너무 잘못 보셨습니다."
서로 물러서지 않고 기 싸움을 해대는 게 우스웠다.
"현준이 정도면 괜찮지 안 그래 정주임?"
"토할 것 같아요."
"흐흐."
사원들이 술을 마시느라 정신 팔려 있을 때 나는 잠시 식당을 빠져나와 담배를 한 대 물었다.
지영씨와 오후에 문자를 주고받은 뒤로 딱히 답장이 없었기 때문에 내내 신경이 쓰였다.
[사원들하고 회식 왔어요. 푹 쉬고 계세요?]
"뭔데요?"
정주임이 갑자기 내 옆에 찰싹 붙어 말했다.
그녀의 얼굴이 발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거하게 취한 듯했다.
"하. 놀랬잖아."
"문자하면서 싱글벙글 웃으시는 거 보니까 과장님 연애하시는 거 같은데..클럽 때 맞죠?"
"아니라니까."
"맞는 것 같은데요? 우리 과장님 훤칠한 신수면 충분히 넘어 갈 만하지. 암요. 그렇고 말구요."
"성희야. 가만 보니까 너 내 삶에 굉장히 관심이 많은 것 같다?"
"..."
"적당히 좀 해. 내가 너한테 뭐 죄졌냐? 예전부터 계속 걸고넘어지네."
"..."
내 말을 듣던 정주임의 표정이 굳어졌다.
"너... 울어?"
하아.
돌아버리겠네.
나는 다른 사원들이 보지 못하게 정성희를 가게 안쪽 골목으로 끌고 갔다.
"너 왜 그래?"
"..."
"아니 왜 갑자기 울고 그러냐고."
"과장님 때문이에요. 전부."
"내가 뭐 했는데?"
"됐어요. 내가 미쳤지. 내가 미쳤습니다."
진짜 미친 것 같았다. 그래서 어떻게 손을 써야 할지 몰랐다.
"하아..정주임 취했어?"
"취했어요. 취했으니까 이러죠. 그러니까 그냥 좀 냅둬요. 내가 안정될 때까지 그냥 좀 냅두라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