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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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하드립니다! 김도일님의 네 번째 메인 퀘스트 존경욕구의 성공률이 상승했습니다!]

[현재 달성률 20%! 앞으로도 꾸준한 재생 부탁드립니다!]

생각보다 이게 너무 쉽게 흘러가는 게 아닌가 싶었다.

그간 물류1팀이 부당하게 일 해온 부분을 정당하게 따지는 게 그렇게 어려웠던 일이었을까.

하긴 내게는 너무 쉬운 일이지만 오대리나 정주임은 그간 얼마나 답답했겠나.

게다가 황부장이 매번 사무실에서 고성을 내지르며 욕을 해대니 누가 나서서 황부장한테 부당함을 얘기 할 수 있었을까 싶다.

왜 저렇게 까지 황부장이 일을 하는지 알 수는 없지만 확실한 건 돈 되는 일만 하고 싶다는 뜻이겠지.

물류2팀이 현재 운영하고 있는 대형 물류센터는 4군데, 일 용역인원만 500명을 웃돌았고 원청에서 매월 들어오는 현장 사원들의 퇴직적립금만 수천만 원대였다.

쉽게 말해 도급사가 한 명의 일용 근로자의 실비정산을 할 때 퇴직적립금이라는 명목으로 인당 평균 퇴직급여를 계산하여 원청에 청구한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1년 이상 버티지 못하는 일용 근로자들이 많았기 때문에 퇴직적립금은 온전히 도급사 주머니로 들어간다.

그런 돈 맛들 린 황부장이 신호수 같이 잡일을 하랴. 못하지.

반면

물류1팀의 근속여부는 길었다.

1년은 거뜬히 채워서 퇴직금을 받는 일용 근무자들이 매해 평균 물류1팀은 65% , 2팀은 15%다.

그래서 회사에서 보는 이익은 2팀이 훨씬 앞섰다.

일용직 들이 1년을 채우지 못하고 퇴사를 할수록 이익이 되는 구조기 때문이다.

참 우습고 이상한 구조긴 하지만 이게 현실이다.

그래서 선뜻 내가 이 회사를 박차고 나가지 못하는 것 같았다.

적어도 내가 이 회사를 뛰쳐나갈 때는 이 회사를 다 장악했을 때다.

그러면 [존경의 욕구] 퀘스트는 후딱 깨버릴 수 있겠지

워킹휴먼은 너무 좁다.

대학 생활부터 15년간 벗어 나본 적 없던 다가구 밀집한 쌍문동

창 열면 집 너머 아줌마와 간혹 눈이 마주치기도 하고 매주 주기적으로 주차 문제로 고성이 오가는 곳.

그래도 폭설이 쏟아져 골목에 눈이 쌓이면 매번 주민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나와 치우는 정겹기도 했던 동네.

미련 없이 떠나야지.

웬만하면 좀 자연과 밀접하게 있는 단독주택이나 특히 부자들이 많이 산다는 성북동이나 평창동 쪽을 너튜브를 통해 찾아보고 있었다.

하나같이 넓은 정원이 딸렸고 으리으리한 집들.

저곳에서 살면 기업 회장의 기분도 느낄 수 있었고 친구들이나 지인들을 초대하여 파티도 열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너무 넓다.

너무 넓어서 밤 되면 무서울 것 같았다.

게다가 내 나이 아직 삼십 대 중반이다.

저런 대저택에서 살며 메이드 끼고 사는 거 왠지 거부감이 들었다.

인생 다 살고 은퇴한 사람들이나 할 일이지.

내가 할 일은 아니다.

그리고 한강 이남으로 아파트를 알아봤다.

한강뷰가 보이는 곳으로.

30평대 아파트 30억 정도면 내 입장에서는 나름 괜찮은 가격대.

한강뷰도 막힘없이 뚫렸고 뿐만 아니라 아침까지 제공해주는 조식 서비스 까지 있었다.

생각할 겨를이 있나.

나는 당장 너튜브 영상 속의 주소를 확인한 뒤 해당 집을 중개해주는 부동산으로 향했다.

내가 수없이 이사를 다니고 자취를 하며 부동산을 많이 돌아다녔는데, 공인중개사의 특징 중 하나가 매번 문을 열고 들어가면 아래부터 위까지 훑는 것.

1초.

그 1초 동안 말이다.

아무래도 내 차림새와 겉모습이 이 친구가 빌라 매매인지 아파트 매매인지 다가구 월세인지를 판단하는 중요한 단서니까.

그리고 내가 지금 부동산 문을 열고 들어갈 때 공인중개사가 나를 바라보는 눈빛은 환희와 가까웠다.

상하의는 에르메스로

서류 가방은 루이비똥으로

그리고 손목에는 롤렉스

머리는 리젠트 컷.

부티와 여유가 묻어나는 모습.

이정도면 어디를 가나 시선을 확 끄는 차림이었다.

공인중개사의 그랜저를 타고 향한 곳은 내가 너튜브로 확인한 매물의 아파트였다.

실물로 확인하니 더 마음에 들었다.

비록 집주인이 연세 드신 노부부라 인테리어가 필수적이긴 하지만 말이다.

집주인의 이사 기간이 다음 달이라 집안에는 살림살이들이 정리되지 않은 채 있었다.

노부부가 내 얼굴을 빤히 바라보며 살갑게 웃어줬다.

"집이 맘에 들지?"

"그럼요."

"그렇고말고. 우리 부부가 이 집에서 자식들 다 결혼시키고 손주까지 봤잖아."

"그런데 집을 파시는 이유가.."

"한강보다 냇가가 더 좋아. 시골에 내려갈 참이야."

"아..."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하나.

"이 근방에 편의점이 어디 있나요?"

* * *

워킹휴먼 회의실에는 황부장과 박대리, 그리고 나와 최부장이 앉아 있었다.

어젯밤 최부장을 붙잡고 설전 끝에 천사장에게 그간의 부당함을 얘기했고, 천사장은 회의를 통해 신호수 인원 배치 전담팀을 결정하자고 한 상황이었다.

게다가 신호수 계약을 수월하게 따냈으니 천사장은 기분이 좋아 보였다.

나의 활약은 다른 도급사들 사이에 이미 파다하게 소문이 퍼졌고 천사장의 귀에도 들어간 상태.

나는 회의를 할 때 노트북을 펼쳐 놓는 편이다.

회의 자리에서 팀원들이 함께 할 수 있도록 실시간으로 깨톡을 한다.

몰래.

직급이 낮은 사원들이 실시간으로 회의 내용을 전달 받을 수 있도록 하는 편이다.

그게 내가 팀원들 이끄는 방식.

이제 중요한 것은 신호수를 어느 팀에서 운용을 할 것인지가 문제였다.

"어느 팀이 맡을 거야?"

"물류2팀에서 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내가 말했다.

황부장의 표정이 굳어진 건 별다른 대응책이 없으니까 그럴 거다.

내가 계약을 따내 왔으니까.

천사장이 황부장을 바라봤다.

"철현이가 할래?"

"잘 모르겠네요. 팀원들이 썩 내키지 않아 할 것 같은데."

"누군가는 해야 될 것 아냐. 1팀에서 계약 잘 떼 왔으면 2팀에서 해야 되는 거 아냐? 현장 청소 파견도 예전에 1팀에서 했었나?"

"네. 맞습니다. 그때 정주임이 책임지고 했었습니다."

"그러면 이번에 2팀에서 해야지."

".. 그렇긴 하지만 사실 저희 지방 센터가 좀 많이 바쁜 상태라 사무실 직원들도 전부 현장 나가 있는 상황입니다. 인력 없습니다."

"그러면 어쩌라는 거야. 그럼 매번 1팀에서 하라는 거야?"

"저희도 마찬가지입니다. 현재 신규 충원 계획도 엎어진 상황입니다. 일 더 생기면 감당 불가입니다."

"어휴. 이것들이 진짜. 그러면 내가 해?"

"..."

다 떠넘기는 상황이지.

이렇게 되면 각자 맡은 센터에서 해결하는 거로 합의를 봐야 하는 상황인데 이렇게 된다면 서로 마이너스다.

어차피 인력을 파견만 해주면 될 일이라 한 팀에서 붙잡고 하는 게 혼선도 없고 일이 수월하다.

신호수는 당장 이틀 뒤부터 투입돼야 했다.

그래서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 내가 미리 손을 써놓은 부분은 있었다.

사실 물류1팀이 맡아도 언제든 인력을 충원 할 수 있게 해놓은 상태였다.

그때 물류1팀 깨톡방에 정주임이 글을 올렸다.

정 [현재 일산 현장 신호수 충원은 조반장님 지인으로 채울 수 있다고 합니다.]

고 [제 친구들도 신호수 알바 하고 싶다고 하네요. 남양주도 일단 채워 놨습니다.]

오 [인천은 현재 현장 사원들 중에 신호수로 한번 꼬셔보고 있는 중입니다.]

일단 물류1팀이 맡은 굵직한 현장은 신호수 충원이 거의 완성된 상태.

그런데 이걸 난 바로 얘기하고 싶지가 않았다.

좀 더 가지고 놀고 싶은 심정이었다.

황부장을.

그리고 이런 한 방을 가지고 있으면 팀원들을 위해서 뭔가 성과라도 가져와야만 했다.

나는 천사장의 얼굴을 보며 울상인 표정으로 말했다.

"물류2팀은 지방 센터 관리 이유로 팀원도 많고 현장 사원수는 1팀보다 적습니다..업무적으로 1팀이 훨씬 부담되는 상황에서 신호수 까지 맡게되면...업무과부하 예상입니다."

내 말을 듣던 천사장이 진지한 얼굴을 하며 생각에 빠져 있었다.

그제야 황부장이 말문을 열었다.

"김과장 최근에 우리도 지방 센터까지 오픈해서 바쁜 상황이야."

"그래서 저희 팀이 그걸 할 수는 없죠. 아시잖습니까. 최근에 신규 충원할 것도 2팀에서 태클 걸어서 못한 거."

나는 깨톡으로 이 상황을 사원들에게 전파했다.

김 [2팀에서 신규 증원 태클 건거 맞지?]

오 [네 박대리가 걸었습니다. 개새끼.]

김 [오케이]

오 [그리고 인천도 현재 거의 마무리 되고 있습니다.]

김 [확인]

천사장의 얼굴이 붉어졌다.

신규 증원은 최부장이 한번 밀어보고자 했던 일이었고 천사장의 결제도 떨어진 사안이었다.

그런데 누가 그걸 막았다는 게 이해가 안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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