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3. (13/200)

"아까는 갑자기 나가셔서 걱정 됐습니다. 고사원이란 분은 어디 가셨나요? 아까 일 잘하던데."

"저기 벤치에 앉아 있습니다."

"그래도 고사원님 덕에 일을 좀 빨리 끝낼 수가 있었네요. 덕분에 감사드립니다."

"네..다른 특별한 사항은 없죠?"

"뭐...아시잖아요. 아주 이상 없이 자알 돌아가니까 걱정하지들 마시고 이제 사무실로 돌아가세요. 할 일도 많으시잖아요?"

“...”

기가 맞지 않는다. 박찬혁 반장의 저 악의 없는 표정과 말투를 아무리 좋게 받아들이려고 해도 거부감이 드는 건 왜일까.

저 가면 속에 숨은 속내가 더럽다는 탓 인걸까.

일용직 사원이 사무실에 고발한 내용에 따르면 박찬혁 반장은 매번 현장에 나타나지 않고 사라진다고 했었다.

그 증거를 포착해야 하건만 쉽지가 않았다.

나는 담배를 급하게 핀 뒤 대충 마무리하고 자리를 떠버리려는 찰나 쿠몬 물류센터의 본사 출고팀장 조팀장이 들어왔다.

"어!?"

조팀장은 내 얼굴을 알았다. 2년 전 이곳에서 사고가 터졌을 때 아주 연신 두들겨 맞았다고 들었다.

하...하필 여기서 마주치다니.

"김대리님? 예전에 사고 나신 분 맞죠?"

"아...."

"덕분에 저희 아주 탈탈 털렸습니다..이야..아직도 워킹휴먼에서 근무 하세요?"

"죄송합니다. 제가 사고를 내려 한 게 아니라 음주한 새끼 때문에..."

쿠몬과 워킹휴먼의 관계는 아주 긴 역사를 자랑했다.

쿠몬이 택배업계의 공룡으로 휘어잡을 당시 기본적인 출고는 쿠몬이 도급계약을 맺고 맡았었다.

그래서 다른 곳에서는 워킹휴먼이 쿠몬의 자회사라는 말도 심심찮게 들리곤 했었다.

"요즘 들어 지역별 파레트에 잘못 적재된 박스들이 너무 많아요. 하루에도 수십 건씩 발생하다 보니까...회사 손실이 만만치가 않습니다."

"아..."

"마침 박반장님도 계셔서 말씀드리는 겁니다. 현장에서 찾으려고 해도 그렇게 보이지도 않던 양반이 흡연실에서 뵙네요."

쉽게 예를 들면 부천으로 가야할 택배가 잘못 분류 적재되어 경상도로 가는 꼴이었다.

박반장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불과 몇 분 전만 해도 이상 없다고 말했었는데, 본사직원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전혀 다른 결과니까.

"혹시 이런 오적재된 박스들이 주로 어느 지역파트에서 자주 발생하나요?"

나는 최대한 박반장이 들었으면 하는 뉘앙스로 크게 질문했다.

"강서구요. 뿐만 아니라 많습니다. 사실 좀 너무하다고 느끼는 부분이 한두 개가 아니지만 그건 차차 더 말씀드리고 일단 급한 불 먼저 좀 꺼주시죠."

"알겠습니다. 일단 저희 사원들 잘 독려해서 앞으로 이런 일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교육 더 실시하도록 하겠습니다."

"매번 교육! 교육! 그런데 바뀌는 게 없지 않습니까. 저희도 한계입니다. 이런 소모적인 실수 때문에 비용 상승되고 그 책임은 온전히 저희가 받는다고요."

"죄송합니다. 반장님과 잘 상의해보고 개선방안 만들도록 하겠습니다."

이내 조팀장은 담배를 비벼 끄며 박반장이 마음에 들지 않는듯한 기운과 눈빛을 흘기며 흡연실을 빠져나갔다.

박반장의 얼굴이 잿빛으로 변했다. 그리고 머리를 쓸어올리며 이맛살을 한참 구겨대더니 한숨을 쉬어댔다.

"박반장님 들으셨죠? 지금 현장 상황이 반장님 말처럼 양호한 상태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씨발넘들"

"네?"

"제가 다 조져놓겠습니다. 걱정마시죠."

"아니. 박반장님 그렇게까지 하실 필요 없고요."

"아니요. 이런 개새끼들 때문에 회사가 손해를 본다는 거잖아요? 제가 조져 놓을 테니까 김과장님 앞으로 걱정 마십시오."

"박반장님 그렇다고 해서 반장님의 능력을 무시하는 게 아닙니다. 그러니 사원들 너무 질책하진 마시고요."

"제가 욕이 안 나오게 생겼습니까. 두고 보십시오. 모조리 전부 조져놓겠습니다."

박반장은 곧장 현장으로 다시 향했고 나는 그의 뒤를 뒤따라 나섰다.

그때 현장 입구에서 박반장은 갑자기 멈춰서며 내 얼굴을 바라봤다.

순간적으로 섬뜩했다.

"과장님. 제가 어떻게 해야 될까요?"

"뭐.. 반장님 판단에 맡기겠습니다."

박찬혁 반장의 행동을 일단 지켜보고자 했다. 내말은 들은 박반장은 헛웃음을 내비치며 현장 문을 열고 들어갔다.

[축하드립니다! 김도일님의 두 번째 메인 퀘스트 소속 및 애정욕구의 성공률이 대폭 상승하셨습니다!]

[현재 달성율 99%! 앞으로도 꾸준한 재생 부탁드립니다!]

이제부터 제 시간입니다.

쉬는 시간이 끝나자마자 박찬혁 반장은 현장 사원들을 집합시키기 위해 고래고래 소릴 질렀다.

일순간 현장 사원들이 재빠르게 조회 장소에 모였고 나와 고사원은 그저 박찬혁 반장의 행동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의 얼굴에 분노가 잔뜩 묻어나 있었다.

박찬혁 반장이 30명이 모인 현장 사원들 앞에서 목에 핏대를 세우며 말했다.

"내가 매일 당신들 때문에 본사 관계자들한테 욕을 먹어야겠어요? 제가 매번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팔다리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인데 왜 이런 일을 하면서까지 실수를 하냐고요. 일이 어려워요? 어려워서 그래요?"

"아닙니다."

"송장 확인하고 물건 상차하고 분류하는 데 실수할 정도면 일하는데 딴생각만 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이면 되죠?"

"..."

"내가 매번 당신들 어떻게든 현장에서 편하게 일할 수 있게끔 신경 쓰는데 시발 그런데 이렇게 뒤통수를 칩니까? 이번에 도급사에서 현장 시찰까지 나왔는데 아주 쪽팔려 죽겠어요. 뭔 말인지 알아요?"

"죄송합니다."

"도대체 내가 똑같은 얘기를 몇 번씩이나 반복해야 하는 거냐고요. 일이 힘들고 하기 싫으면 때려쳐요. 당신들 자리 들어오고 싶어서 줄 선 사람들 많아요."

"..."

"그리고 강서구쪽 라인 맡은 인간 누구죠?"

현장 사원들이 눈치만 살피고 있을 때 60대 초반의 한 어르신이 손을 들고 나섰다.

"참나..또 당신입니까? 어르신 때문에 지금 쉬는 시간 다 까먹고 입 아프게 잔소리하는 거 아닙니까. 강서구로 가는 차에서 왜 엄한 택배가 나옵니까?"

"죄송합니다.. 좀 더 신경 쓰도록 하겠습니다."

"젊은 친구들 앞에서 미안하지도 않아요? 매번 잘한다는 소리 들은 우리 현장인데 당신 때문에 회사가 손해 본다는 거는 아시죠? 본사에서 지금 난리입니다. 하루에도 몇 개씩 발생한다는 데 이유가 뭐라고 생각해요?"

"...."

어르신이 쉽게 말을 열지 못했다. 그로선 뭐 달리 변명할 여지가 없어 보였다. 다만 이건 아니었다.

다수가 보는 상황에서 한 사람을 매몰하여 갈구는 건 엄연히 잘못된 방식이었다.

물론 이런 공포정치가 사람들에게 긴장감을 유발하여 실수가 줄어 들수는 있는 효과가 있긴 하지만, 내가 마음에 안 들었다.

내가 저 상황이 마음에 안 들고 꼴 보기 싫어서 박반장의 말을 끊어야만 했다.

"박반장님 이제 그만 하시죠."

박반장이 내 말을 듣고 헛웃음을 내비쳤다. 그래도 현장의 관리자이며 현장 사원들의 대장이라는 건가.

"김과장님.. 김과장님도 선을 좀 지켜주셨으면 합니다. 지금 제가 놀고 있습니까? 현장 사원들 교육하고 있지 않습니까. 여기 사무실 아닙니다. 현장이라고요. 과장님 직위는 사무실에서나 통하지 현장에선 제가 완장 찼습니다."

"지금 이 상황이 옳다고 생각하십니까? 적어도 이런 방식은 잘못됐다고 봅니다."

"잘못됐다뇨? 제가 지금 잘못 들은 거 아니죠? 사람들 일하는 현장에서 이 정도 고성은 당연한 거 아닙니까? 그리고 무슨 권한으로 저한테 이래라저래라 지시하시는 겁니까? "

"현장 사원들 대놓고 보고 있는데 어르신 불러 세워서 갈구면 제가 보고만 있습니까? 이거 잘못된 거예요. 엄연히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요. 저한테 선을 넘으신 게 아니라 지금 당신 사원들 앞에서 선을 넘은 겁니다."

박반장이 내말을 듣고 잔뜩 과열된 현장 사원들을 훑어보더니 이내 내 얼굴을 보며 비웃었다.

"참나. 언제부터 도급사가 현장 신경 썼다고.. 아..알겠네. 여기서 뭐 해 처먹을게 없나 살피러 오셨나요?"

"해 처먹다니요. 저희들은 그런 막 나가는 도급사 아닙니다."

"그러잖아요. 평소에 아무 관심도 없고 매번 현장에서 좆빠지게 일하는 물량이 전부 당신들 주머니에 들어가는 거잖아요. 제 말이 틀린 건 아니죠? 제가 그 정도도 모를 줄 알아요?"

"...지금 제가 당신하고 싸우자고 얘기한 거 아닙니다. 다만 박반장님 방식이 한참 잘못 됐기 때문에 제가 끊은 거고요."

"2년 동안 제가 이곳에 있으면서 매번 같은 방식으로 현장 이끌었습니다. 아무 문제 없었고요. 김과장님 정신 차리세요. 2년 쉬었다 왔으면 현장 경험이나 좀 하고 오시라고요."

뒷골이 당겼다.

이게 박반장의 말빨이란 건가.

이 어마어마한 스트레스는 2년 전에 한번 겪었는데 또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김도일님의 스트레스 지수가 급격히 상승하고 있습니다! 현재 스트레스 지수는 80%]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박찬혁 반장의 허물을 벗겨내십시오.]

"제가 여기 왜 왔을까요?"

"내 알바 아닙니다. 볼일이 있으니까 왔겠죠."

"아뇨. 알아야 해요."

나는 현장 사원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현장 사원들의 표정이 마치 불 난 집 구경하는 것마냥 바라보고 있었다.

"현장 관리자가 현장 이탈을 수시로 한다는 내부 고발을 받았습니다."

일순간 현장 사원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하자 박찬혁 반장의 얼굴이 붉어지기 시작했다.

갑자기 목에 핏대를 세우며 나를 향해 소리쳤다.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겁니까. 내가 무슨 현장을 이탈한다는 거지? 무슨 증거 있어? 증거 있어서 그렇게 말하는 거야?"

"...박반장님 그래서 지금 증거를 찾으려고 하지 않습니까. 이제부터 제 시간입니다. 끼어들지 마시죠."

나는 박찬혁 반장을 뒤로하고 다시 현장 사원들에게 말했다.

"박반장님 말 맞습니다. 저희 같은 회사들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거, 전부 현장 사원님들이 노력해주시는 덕분입니다. 그런데 저희 회사 사원님들 피땀만 빨아먹는 회사 아닙니다. 뭔가 더 좋은 방향이 없을까. 현장 사원들이 얼만큼 더 급여를 가져갈 수 있을까. 그런 고민하며 원청하고 대등하게 싸워나가고 있습니다. 다만.

제가 염려하는 건 현장 사원님들의 피와 땀을 누군가 가로채는 건 용납 못 하는 거죠. 분명히 내부 고발이 있었습니다. 지금 말씀해 주시죠. 제가 책임지고 여러분들이 일하는 환경 개선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그때 한 일용직 사원이 손을 들었다.

"박반장 원래 현장에 잘 안 나오는 건 맞아요. 어떨 때는 현장에서 술 쳐먹는 날도 있었어요"

한 사원이 말하자 줄줄이 이어 터져 나왔다.

"박반장이 우리한테 잔소리 할 수준이 됩니까? 박반장이야 말로 현장에서 매번 술 쳐먹고 잠자고 아무것도 안하지 않습니까."

현장이탈과 수면 더불어 현장 내 음주까지. 이건 뭐 해고 사유가 충분했다.

나는 박반장을 바라봤다.

이미 부들거리는 두 손을 참지 못하고 있었고 잔뜩 화가 난 듯 보였다.

"아놔...씨발 진짜. 보자보자 하니까 없는 말도 지어내어서 나를 쫓아내려고? 내가 너희들한테 얼마나 잘해 줬는데...어이 김과장..그래서 내가 어떻게 해줄까? 내 발로 나가줄까?"

"..."

"죽어도 안 하지. 적어도 해고 통보는 한 달 전에 하는 거로 알고 있는 데 말야. 이거 부당해고야."

"아뇨. 부당해고 아닙니다. 근로계약서상 현장에 손해를 끼치는 행위를 할 경우 즉각 해고 조치 할 수 있다고 명시돼있습니다. 현장 사원들의 실수는 전부 당신 탓입니다."

".."

"그래서 해고라고요. 당신."

"감당 할 수 있겠어? 나 최부장이랑도 친하고 황부장이랑도 친해."

"잘됐네요. 가서 싹싹 빌어봐요. 최부장님한테."

"이 개새끼가!"

박반장이 곧이어 나에게 주먹을 날리려 달려들자 고사원이 그의 주먹을 한손으로 막아내더니 팔을 비틀었다.

표정이 일그러지며 비명을 질러대기 시작하는데 고사원은 그의 팔을 쉽게 놓아 주지 않았다.

그리고 고사원이 박반장을 향해 말했다.

"우리 과장님 건들면 죽어"

* * *

시끌벅적했던 현장이 다시 기계음으로 묻힌 건 박반장이 현장을 떠난 뒤였다.

현장 사원들은 아까의 일이 굉장히 흥미롭게 느껴진 듯 나를 바라보는 눈빛이 예전과는 달라졌다.

불신의 눈빛이 신뢰로 바뀌는 듯한 기분이었다.

이번 일을 최부장에게 있는 그대로 보고했다.

최부장은 썩 내키지 않은 듯해 보였다. 지금 당장 현장 관리자를 새로 뽑을 수가 없었기 때문에 현장 관리자의 부재를 걱정했다.

그리고 최부장이 곧장 남양주 현장으로 도착했다.

물류센터 내부에 있는 워킹휴먼 사무실에서 최부장을 만났다.

"김과장 너무 성급했던 거 아냐? 내일 당장 현장관리자가 없다면 현장 사원들은 누가 통제를 해?"

"부장님도 만약 이번 일을 직접 눈으로 목격했다면 바로 즉각 해고조치 하셨을 겁니다."

"크흠.."

"제가 잘못된 판단을 내렸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썩은 뿌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법인데 그 뿌리를 현장 사원들이 직접 잘랐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내말을 듣던 최부장의 표정이 복잡해보였다. 왜 그렇게 복잡한 얼굴을 하고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박반장의 부당한 행태를 최부장도 어느 정도 알고는 있었을 것이다. 아마 나처럼 이렇게 깊이 파고들지는 못했던 것 같았다.

"그래 무슨 말인지 안다. 나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던 부분이긴 했지만...알잖냐. 내가 남양주에만 신경 쓸 겨를이 없었던 거."

"압니다. 부장님. 그런데 적어도 제가 과거 3년 전에도 그랬다시피.. 아시잖습니까. 현장 관리자들 성격이 뭐 어쩔 수 없이 강성이고 욕은 패시브로 들고 다닌다고 하지만 적어도 내가 맡은 현장은 그러질 않았으면 합니다."

"..."

"부장님도 저를 아끼시는 거 알고 매번 신경써 주시는 거 알고 있는데..이런 쓰레기 같은 인간을 어떻게 현장 관리자로 임명하고 책임을 맡겼는지 제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가 안 됩니다."

최부장과 친하다며 소릴 치던 박반장의 믿는 구석이 뭔지 궁금했다.

"네가 사고 났을 때 부임했던 관리자다. 정신없는데 판단 할 겨를이 있나..."

"...."

"나도 진즉에 박반장이 그럴 인간인걸 알았으면 안 뽑았겠지. 그런데 꼭 사람들은 완장만 달면 변해요."

"완장이 무슨 죕니까. 사람이 문제지."

"그래도 김과장이 일을 잘 마무리 해줘서 속은 시원하다만...일단은 기존에 있는 현장 사원들 중에 관리자들 한번 뽑아보자고."

"사실 부장님 제가 생각해 둔 게 있습니다."

"뭐지?"

"남양주 현장은 이상하게도 매번 사건사고가 많이 터지지 않습니까?"

"그렇지. 참 이상한 현장이야.."

"남양주 현장은 온전히 저희 사무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관리자로 뽑아야 할 것 같습니다."

"뭐?"

"고사원은 어떻습니까? 비록 나이는 어리지만 현장 일머리는 굉장히 뛰어난 것 같습니다."

"그래? 그런데 고사원은 어딜 간 거야?"

"지금 현장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최부장과 나는 고사원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고사원은 현장 사원들과 함께 땀을 흘리며 일하고 있었다.

얼굴은 웃고 있었고 현장 사원들과 잘 어울리는 모습은 매번 사무실에서 봤던 모습이 아니었다.

어쩌면 고사원은 현장과 어울릴 수도 있었다. 비록 나이는 어리지만 고사원이 가지고 있는 이타적인 마음과 강성적인 면모는 강한자에게 강하고 약한자에게 약할 수 있는 그런 조합이었다.

"현준이 정도면 충분히 가능하리라 봅니다."

"사람 상대한 경험이 없어서 되겠냐. 알잖냐. 이런 단순한 일은 누구나 잘하는데..사람 통제하고 상대하는 게 까다로워서 그런거지.."

"부장님...제가 현준이 교육 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응?"

"부장님이 생각하시는 것처럼 현준이 그렇게 약해 빠진 놈도 아니었고 제 밥그릇 못 챙기는 녀석도 아닙니다."

"현준이가..?"

"그럼요. 저 믿고 한번 맡겨보시죠."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