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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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스킬을 레벨업 합니다.]

「로또」LV2」

「로또」LV3 상승」

「LV3 SKILL 두 번째 자리 수 확인가능」

[현재 스킬을 발현하시겠습니까?]

「YES」

[1004회차 로또 당첨번는 「3」「15」입니다.]

크크 이제 두 번째 메인 퀘스트를 완료한다면 무조건 5등은 노려볼 수 있었다.

5등으로 얼마나 벌어들일 수 있을까.

오천 원만 사더라도 본전 제외 2만 원은 벌어들일 수 있는 금액.

그리고 내가 백만 원어치를 사면 사백만 원. 천만 원이면 사천만 원.

게다가 세금도 떼지 않는 비과세라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이거 완전 개꿀인데?

그런데 중요한 건 시드가 너무 적다. 현재 내가 가진 예금 천만 원을 깨버리면 그래도 사천은 벌 수 있으니 뭐. 그걸로 만족해야지.

하..

뉴스에서는 회사 자금 수백억씩 해쳐 먹던데 미친 척하고 자금을 빼돌려 버려?

그러면 일주일 만에 원금은 충분히 회수하고 몇억 이상은 벌 수가 있겠지.

그런데 그런 건 범죄자들이나 하지 나는 이런 좋은 능력을 갖추고 나쁜 짓거리에 쓰고 싶지는 않다. 감옥에 가면 내 재능이 무슨 소용 있겠나.

그래도 든든했다.

1등이라는 보험은 아니지만 언제든 일주일이면 맘 놓고 신형그랜저 한 대는 나오는 게 어딘가. 어쨌든 이번 주말까지 메인퀘스트 완료하고 로또 5등으로 한번 조져 보는 거다.

크크.

사무실에는 정주임과 고사원이 연신 서류작업을 하고 있었고, 회의실 소파에는 누군가 퍼질러 자빠져 자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최부장이었다.

최부장은 일산 현장에서 바로 퇴근을 하지 않고 밤을 새고 또 주간에 일을 했다고 한다.

미쳐버리겠다.

저러다 과로사로 쓰러지는 게 아닌가 싶다.

나는 정주임을 불러 퇴근하기 전에 최부장님 한번 흔들어서 깨워보라고 전했다.

생사확인 정도로 말이다.

그때 정주임 옆에서 주눅 든 모습으로 연신 업무를 보던 고현준 사원이 내 얼굴을 빤히 바라봤다.

"뭐야? 뭐 묻었어?"

"아뇨...저...사실 최부장님이 만약 김과장님 사무실에 오시면 깨워달라고 하셨거든요. 제가 가서 최부장님 깨울까요..? 꼭 깨워달라고 하셨거든요."

"아냐 깨우지마. 많이 피곤하실 거야."

"네...그러면 그냥 부장님 주무시게 저희도 조용히 퇴근하는 게 나을까요..?"

"..그래 그렇게 해."

"넵!"

물류1팀의 막내 고현준을 보고 있자니 사회 초년생 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고사원은 여기 근무한 지 몇 달 됐지?"

"세달 됐습니다."

"일은 할 만하고?"

"아직..어려운 게 많아서요.."

"정주임!"

"네!"

"고사원 잘 챙겨."

"적당히 챙겨요."

고사원의 건장한 풍채 탓에 사무의자가 꽊 끼었다.

"과장님! 혹시 저희 회식은 안 합니까?"

"갑자기?"

"과장님이 새로 부임하셨으면 회식은 할 줄 알았습니다."

"회식이 하고 싶었어..?"

"아.. 그게 아니라 과장님께 정식적으로 인사도 한번 드리지 못해서요. 일도 갑자기 터져서..."

"다음에...다음에 하자고."

"넵!"

뭐지 고사원에게 풍기는 이 싸한 분위기는..?

가족들 밥은 누가 맥여줍니까

이번 회차의 두 번째 자리 로또 번호는 15였다.

숫자를 싫어했고 15살에 수포자 인생을 살았던 내게 15라는 번호를 보니 옛날 생각이 났다.

14살 때 부모님이 이혼을 했고 엄마랑 동생이랑 이모 집에 얹혀살다가 엄마가 가출을 했다. 그때가 15살이었고 내게는 기억하기 싫은 나이였다.

이모 또한 변변치 않은 살림 탓에 15살 학창 시절부터 알바를 병행하며 살아야 했다.

처음으로 했던 일이 전단지 알바였다. 18살 동네 형이 전단지 천 장을 받아오면 그 형은 내게 오백 장을 맡겼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재하청이었다 크크.

대체 얼마나 떼먹은 걸까.

그리고 남들은 20살이 됐을 때 성인이라고 담배를 물고 술을 마셔댔지만, 내가 처음으로 술을 맛본 시기가 15살이었다.

뭐 호기심이 컸다.

매번 벌컥벌컥 들이키며 만취한 상태로 있던 아버지의 저 소주가 대체 무슨 맛일까 싶었다.

썼다. 드럽게 맛도 없었다.

그래서 나는 성인이 됐을 때도 술을 멀리하게 됐다.

가족을 무너뜨리고 아버지를 폐인으로 만든 그 술을 보고 있자면 내 억장이 무너졌으니까.

그런데 사회생활을 하다보니 자연스레 술을 마시지 않을 수가 없게 됐고,

게다가 지금은 소주를 아무리 마셔도 취하지 않는 [알코올 분해 PASSIVE SKILL]이 존재하니 술에 대한 트라우마도 자연스레 잊혀졌다.

* * *

매번 과로를 하며 일을 함에도 술은 또 아주 부지런하게 잡시던 최부장이 결국 그간 업무 스트레스로 과로하여 결국 포도당 맞고 하루 입원했다.

최부장은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데 현재 최부장의 나이 47세. 매번 현장 펑크가 나면 밤을 새서 일을 했다.

현재 워킹휴먼의 물류1팀에는 오대리와 정주임이 대체적인 업무를 해내고 있었음에도 현장을 대체할 만한 인력이 없다는 게 아쉬웠다. 특히 고사원.

그는 대체 이 사무실에서 하는 일이 뭘까 싶었다.

정주임이나 오대리가 툭 던져주는 업무를 해대는 거 같기는 한데 가만히 그를 보고 있으면 크게 도움 되는 일은 아닌 것 같았다.

그래도 물류1팀의 좁아터진 사무실을 계속 돌아다니며 비품이나 탕비실 정리는 도맡아 하고 있었다.

누가 시켰는지 모르겠지만 고사원의 주된 업무 중 하나였다.

회사 체계를 재정비할 필요가 있었다.

가장 시급한 것이 현장 대응을 할 수 있는 근무자를 충원하는 일이었다.

다만 회사 돈의 지출을 늘려가며 인건비 상승을 위한 제안을 어느 상사가 쉽게 승낙을 할 수 있을까.

어쩌면 그런 사무실 인력 지출을 줄이기 위해 최부장이 밤낮으로 뛰어 다니는 걸 수도 있겠지.

최부장의 빈틈을 노려야만 했다. 체력적으로 부담이 될 만한 일을 덜어주는 차원에서 말이다.

물론 나도 편하고.

나는 최부장님과 회의실에 들어갔다.

최부장은 내 얼굴을 빤히 바라보더니 이내 볼을 긁적거렸다.

뜸들일 필요 없이 본론먼저 얘기했다.

"근무자 뽑아서 현장 사고 발생할시 즉시 대응 할 수 있는 TF팀 만드는 게 어떻습니까?"

"음... 갑자기?"

"부장님의 체력을 덜어주는 거니까 이거 쉽게 판단할 문제라고 봅니다."

최부장의 얼굴이 그리 좋지 많은 않았다. 뭔가 켕기는 게 있는지 쉽게 판단할 수 있는 문제를 조금 오래 끄는 것 같았다.

최부장은 이내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다소 걱정되는 얼굴로 소파에 등을 푸욱 기댔다.

"김과장 내가 애초에 왜 안 그랬겠냐."

"왜죠?"

"예전에도 나랑 같이 현장 돌던 사원 한명 있었는데, 반장한테 대판 욕먹고 관뒀다. 그게 왜 그렇겠냐?"

"...?"

"개념이 없어. 이건 내가 설명을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는데 말이야..."

사실 조성일반장은 아주 특수한 케이스다. 성격도 좋고 일용직 사원들 잘 대해주는 그런 현장관리자 드물다.

대부분 강성 오프 강성이며, 욕은 패시브로 달고 다니는 게 기본이다.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혹시 부장님이 걱정하시는 부분이 또 따로 있습니까? 사실 개념은 제가 교육하면 될 일이고요."

"야간 근무면 인건비 상승에 대해서도 생각해 둔 게 있겠지?"

최부장의 입에서 당연히 나와야 될 말이었다. 나는 커피 한 모금을 마시고 머릿속을 되짚었다.

"그렇게만 보면 해결책은 없습니다. 현장 인원이 펑크 난다면 매번 부장님이 잠 못 자고 새벽마다 현장 나가야 한다는 거죠."

"이제 그게 일상이야."

"가족들 안보고 싶습니까?"

"가족? 돈 벌어 오란다."

하..이거 뭐 완전 철옹성이 따로 없다.

"김과장이 이 회사에서 잡고 싶은 체계도 뭔지 알겠는데 결국에는 돈이야. 돈. 내가 산수가 좀 빠르냐? 1명 야간근무 집어넣고 인건비 1.5배 상승하면 그 만큼 다른 곳에 지출을 줄여야 돼. 그게 우리 물류1팀이 아직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던 나만의 살림방식이야."

이런 젠장.

남의 돈 끌어오는 건 적잖이 재능 있던 양반이 본인 회사 주머니 지출은 그렇게 싫은 듯했다.

[휴먼매니저가 김도일님의 스트레스를 감지했습니다. 스트레스 지수 50%. 현재 스트레스의 원인 파악중]

[파악 완료]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한 방안을 탐색중]

[탐색 완료]

[최팔도 부장에게 협박하십시오.]

최부장에게 협박하라는 휴먼매너지의 지침을 제대로 이해 할 수가 없었다.

어떤 식으로 방향을 정해서 협박을 하라는 거지?

[최팔도 부장의 건강입니다. 최팔도의 법적나이 47세, 신체 나이 59세, 현재 고혈압이 있으며 건강관리가 필요합니다.]

"부장님 그러다 죽습니다."

"뭐?"

"부장님 제가 뒷목 좀 잡아 봐도 되겠습니까?"

나는 소파에서 일어나 최부장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최부장의 뒷덜미를 잡아대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것 좀 보십시오. 이게 부장님이 그간 운동부족과 술과 담배로 찌든 방증입니다. 뒷덜미에 이런 식으로 살집이 가득하면 언젠가 고혈압 수직상승입니다."

"아...이놈이."

"저 믿어주시죠. 부장님 그러다 진짜 쓰러져요. 매번 회사 곳간 잘 파악해서 꾸려나가시는 건 알겠는데, 이제 건강 생각할 때 아닙니까."

"..."

"가족들이 밥 맥여줍니까? 부장님이 맥여주잖아요. 그런데 부장님이 쓰러지면 가족들 밥은 누가 맥여줍니까?"

"허. 참나."

"제가 부장님 건강 때문에 이렇게 매달리는 겁니다. 그러니까 앞으로 좀 밑에 직원들이 할 수 있게끔 체계를 가꿔 나가야 하는 게 맞다고 봅니다."

[현재 최팔도 부장의 감정이 솟구치고 있습니다.]

[최팔도 부장의 감정을 파악중입니다.]

[최팔도 부장은 현재 감동하고 있습니다.]

"저는 부장님 같은 분이 오래 살았으면 합니다. 그래야 저희 믿고 따르는 직원들부터 저희 회사와 계약된 일용직 사원들 끝까지 책임지죠."

"하....김과장..."

"좀 내려 놓으시죠. 제가 왔잖아요."

"일단은 김과장이 해본다니까 좋아. 그렇게 해. 누구야? 야간 직원."

"새로 뽑을지 아니면 기존 인원에서 정할지는 아직 정하지 못했습니다. 제 생각인데 정주임 옆에서 매번 조용히 있던 고사원이라고 있지 않습니까?"

"현준이..? 걔는 안된다."

"덩치도 있고 인상도 좀 드럽게 생겨가지고 현장 관리는 잘할 것 같은데...혹시 따로 하자가 있나요?"

"걔 아주 순둥이야.흐흐. 일단 김과장이 해본다니 한번 검토는 해봐. 그때 다시 얘기해보자고."

"넵."

[인류 재생 프로그램의 두 번째 메인 미션소속 및 애정욕구의 달성율이 올랐습니다!]

[달성율 95%]

최팔도 부장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달성율이 올랐다. 아마 최팔도 부장의 감동이 크게 작용 한 것 같았다.

흐흐.

최부장님을 설득시키는 일은 어렵지 않았지만 진짜 문제는 지금부터였다.

직원들이 업무를 하는 동안 나는 앞으로 현장을 전담하게 될 고사원에 대해 파악을 해야 했다.

최부장의 말대로 고사원이 버텨내질 못하면 또 좆소의 소중한 직원 한명이 관두는 꼴이니까.

"오대리! 커피 한잔 먹자."

오대리의 그간 체증이 쏴악 내려간 기분일까. 내 앞에서 연신 싱글벙글 이다.

"과장님 덕에 사무실에서 이제 좀 숨 쉴 것 같습니다."

하긴 1년간 경성택배 일산현장 계약을 잘못하여 그간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았겠나.

"오대리...한번이면 족하지?"

"네..?"

"일산과 같은 사건이 발생하지 않으려면 우리 물류1팀에서 따로 현장 담당 근무자가 있어야 하지 않겠어?"

"좋죠. 좋은데 완전 좋은데.. 누가 합니까..? 설마..제가?"

"고사원은 어때? 애가 좀 묵직하니 성격도 좋을 것 같은데..?"

사실 몇몇이라 봐야 정주임과 고사원이 전부다. 현재 지방 출장으로 자리를 비운 다른 직원들의 얼굴은 아직 보질 못했다.

"고사원...."

"왜!? 하자야?"

"애가 나이도 너무 어리고 사회생활도 처음인지라 현장 관리가 되려나 모르겠네요.."

그때 때마침 우리를 찾아 내려온 고현준 사원이 흡연실로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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