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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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렸다.

"누구야?"

[저는 당신 삶의 가이드입니다.]

"가이드?"

[가이드에 대한 설명을 들으시겠습니까?]

사고 후유증 탓에 목소리가 들린다는 이유라고만 생각했으나, 기어코 또다시 그 목소리가 들렸다.

[일시 정지된 삶을 재생하기 위한 프로그램 「휴먼매니저」의 첫 번째 선택받은 인간입니다.]

[당신의 삶을 풍요롭게 해주기 위한 시스템이니, 무분별한 사용은 자제해주시기 바랍니다.]

[「휴먼매니저」의 튜토리얼 성공 보상 선물입니다.]

[1000UNI 획득하셨습니다.]

로또 레벨업!

이건 또 뭔 뚱딴지같은 소리지? 나는 내 눈앞에서 발현되는 시스템 창을 보며 눈가를 비벼댔다.

이게 시스템이란 건가?

웹소설에서나 보던 게 실제로 존재하는 거였다고? 이게?

그런데 나도 RPG게임을 몇 번 해보긴 했지만 튜토리얼 퀘스트도 있기 마련인데, 난 대체 어떤 퀘스트를 깬 거지?

[「휴먼매니저」의 튜토리얼 퀘스트는 삶의 일시정지입니다.]

[지난 세월의 고난과 충격으로 삶의 의욕을 잃어버린 순간이 휴먼매니저의 튜토리얼 퀘스트입니다.]

[충분한 설명이 되셨습니까?]

그렇다면 나의 비참했던 시련들이 모두 「휴먼매니저」의 튜토리얼 퀘스트를 해결해 나가고 있었다는 거였다.

[맞습니다.]

참나.

뭐 힘들고 어려운 인간에게 기회를 주는 시스템인건 알겠지만, 참 지랄 맞은 튜토리얼이다.

[현재 튜토리얼 퀘스트를 깨신 분은 김도일님이 유일합니다.]

흠.

그 정도로 내 삶이 고난과 충격으로 가득 찼던가? 하긴 내 어릴 적 고난의 행군을 이야기하자면 밤을 새워 썰을 풀어도 모자랄 것이다.

[김도일님의 잠재된 능력을 도식화하여 스킬목록을 발현합니다.]

[스킬 목록]

「건강」 「기억력」 「로또」 「공감력」

「정치」 「친화력」 「식견」 「매력」

「무력」 「설득」 「혼란」 「체력」 「계산」

「이해」 「기합」 「희생」 「도발」 「공신력」

·········

[해당 스킬목록에서 한 가지를 선택하여 주십시오]

스킬? 그렇다면 고민할 게 있을까.

단연코 내 눈 앞에는 로또 스킬만 보였다.

나는 로또 스킬을 선택하여 세부사항을 조회했다.

「로또」

-대한민국 동행 복권에서 시행하는 로또365의 1등 번호를 알 수 있는 스킬.

-1000UNI로 스킬레벨업 가능

[로또스킬 세부 능력]

「LV1 SKILL ??」

「LV2 SKILL ??」

「LV3 SKILL ??」

「LV4 SKILL ??」

「LV5 SKILL ??」

「LV6 SKILL ??」

「LV7 SKILL ??」

「LV8 SKILL ??」

「LV9 SKILL ??」

「LV10 SKILL ??」

일단 내 눈 앞에 펼쳐진 이 창이 거짓이 아니라면 다른 스킬은 제쳐두고 로또 스킬에 몰빵을 하는 게 맞지 않을까 싶었다.

현재 튜토리얼 보상으로 받은 1000UNI가 있었다. 나는 그 금액으로 로또 스킬을 레벨업했다.

[로또스킬을 레벨업 합니다.]

「로또」LV0

「로또」LV1 상승」

「LV1 SKILL 로또 당첨 장소 확인가능」

[현재 스킬을 발현하시겠습니까?]

「YES」

[1001회차 로또 당첨 장소]

서울 강북구 솔샘로 212 --

서울 은평구 연서로29길 --

부산진구 서면문화로 --

대구 수성구 지범로 --

경기 고양시 덕양구 삼송로 --

경기 남양주시 화도읍 --

경기 남양주시 경춘로 --

경기 의정부시 평화로 --

강원 원주시 무실로 --

경북 포항시 북구 양학천로 --

곧 있을 로또가 1001회차였다.

「휴먼매니저」에서 알려준 1001회차 당첨 장소와 실제 당첨 장소가 완벽히 동일했다.

휴먼매니저의 화폐단위 UNI로 로또 스킬을 레벨업 할 수 있었는데, 문제는 그 화폐를 어떻게 구하냐는 것이다.

튜토리얼 퀘스트가 있다면 앞으로 남은 퀘스트도 있다는 것.

그리고 곧바로 휴먼매니저의 첫 번째 퀘스트를 발현했다.

[휴먼매니저의 첫 번째 퀘스트를 발현합니다.]

[인류 재생 프로그램의 첫 번째 미션]

[일상 회복 생리적 욕구 달성]

[음식][수면][생활][주거][관계]

[제한시간 - 무제한]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퀘스트 달성 요건을 보자면 일반적으로 인간들이 삶을 영위하면서 기본이 될법한 생활수준이었다.

남들이 봤을 때는 먹고 자고 입고하면 끝날 퀘스트였는데, 아마도 일시 정지된 내 삶을 강제 재생시키기 위한 퀘스트 인 것 같았다.

하긴

이런 퀘스트가 없었다면 아마 내 삶은 멈춰버렸겠지. 사고를 당해 2년을 치료받느라 일상이 멈춰버린 게 컸다.

난 일단 [주거] 관련된 퀘스트를 살폈다. 주거가 우선적으로 안정화 된다면 이번 퀘스트는 아주 쉽게 끝낼 수가 있었다. 게다가 미션 성공 기준도 굉장히 단순했다.

[주거]

[미션달성조건 - 최소 투룸]

최소 투룸이었다.

내 수중에 가진 돈은 얼마 되지 않아서 아주 좋은 집에 입주는 불가능했는데 그나마 다행이었다. 내 수중에 있는 3천만 원의 예금으로 투룸 월세는 충분히 구할 수 있었다.

신축빌라나 10년차 미만의 빌라는 어쨌든 좀 어렵겠지만 다가구 주택이나 구옥을 염두에 둔다면 부동산 발품팔아 금방 구할 수 있었다.

일단 조금은 노후화됐고 다가구가 밀집한 나의 상경 첫 20살 때의 동네로 향했다.

부동산 문들이 대문을 활짝 열어 놓고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투룸 좀 보러 왔습니다. 보증금은 천만 원에서 이천만 원 사이까지 보고 있습니다."

"학생이신가?"

"아니요. 30대 중반입니다. 제가 말씀드린 금액으로 나온 매물이 있나요?"

"다행히 오늘 딱 나왔네. 보러 가실래?"

"넵!"

[일상 회복 생리적 욕구 달성]

-달성율 10%

크크

고작 공인중개사분과 조금 대화를 나눴다고 일상 회복 퀘스트의 퍼센티지가 조금은 높아졌다.

금방 깨겠는걸? 이정도 속도라면 로또 스킬을 레벨업해서 당첨금까지 획득하는 건 일도 아니었다.

"여기로 하겠습니다."

보증금 이천만원에 월세는 30만원이다.

이 정도 금액에 투룸이면 아주 횡재한 꼴이다.

[축하드립니다.]

[일상 회복 생리적 욕구 「주거」 달성]

-달성율 30%

총 다섯 가지의 미션 달성 관문 중에 「주거」부문을 완료했으니 한번에 20%가 올랐다.

* * *

「주거」를 달성했으니 현재 내가 쉽게 달성할 수 있는 퀘스트는 단연코 「생활」이었다.

「생활」

[미션달성조건 - 살림을 꾸려나가시오.]

나는 휴대폰을 켜서 그래도 하루 만에 배송된다는 사이트를 찾아 이것저것 주문을 해댔다.

세상 참 좋아졌다.

당일 배송이 믿기지 않았지만, 물류센터에서 매번 쌓는 박스들과 빠르게 흘러가는 현장을 짐작해보면 불가능한 것도 아니었다.

이제 냉장고를 채울 차례였다. 근처 시장에 들러 내일 해먹을 요리를 염두하여 장을 보고 냉장고를 채웠고 간단히 음식을 해 먹었다.

20살 때부터 자취했던 터라 웬만한 요리는 혼자서 다 해냈다. 다만 재료들이 하찮아서 맛을 내기에는 한계가 있었지만 말이다.

이제 좀 마음의 안정이 찾아왔다.

흐흐

[축하드립니다.]

[일상 회복 생리적 욕구 「생활」 달성]

-달성율 50%

[축하드립니다.]

[일상 회복 생리적 욕구 「음식」 달성]

-달성율 70%

단번에 70%를 달성했다.

이 많은 일을 단 8시간 만에 끝내버리니 강도 높은 노동을 한 탓에 졸음이 밀려왔다.

이제 내게 남은 퀘스트는 「수면」「관계」였다.

일단 잠이나 푸욱자자.

아마 아무 걱정 없이 푸욱 잔다면 「수면」의 퀘스트도 달성했으리라..

그런데 잠이 오질 않았다.

갑자기 등장한 휴먼매니저의 시스템 덕분에 내 삶이 일시적으로 강제로 재생된 것 같았지만, 실질적으로 내 감정은 허하기만 했다.

이게 과연 맞는 걸까?

휴먼매니저의 시스템으로만 살기에는 나도 생산적인 활동을 해야만 했다.

그게 뭐든 돈이 있어야 퀘스트를 깨든 뭘 하든 할 테니 말이다.

[휴먼매니저가 김도일님의 스트레스를 감지합니다. 현재 스트레스 지수 20%]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며 앞으로 김도일님의 스트레스 지수를 철저하게 관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뭐? 내 스트레스까지 파악해주는 거야?”

[휴먼매니저는 김도일님 삶의 나침반입니다.]

“나침반?”

[인생은 수많은 갈림길이 있습니다.]

“그렇지.”

[그 길에 항상 휴먼매니저가 존재합니다. 편안한 밤 되십시오.]

* * *

[축하드립니다.]

[일상 회복 생리적 욕구 「수면」 달성]

-달성율 90%

휴먼매니저의 시스템 덕에 마음이 편안했고, 아무 근심 없이 오랜만에 잠을 푹 잤다.

일단 휴먼매니저의 뜻대로 살아야 했다. 당장 뭘 할 수 있는 능력도 없었기 때문에 당분간 내 삶의 나침반은 휴먼매니저의 방향대로 흘러가는 게 맞는 것 같았다.

이재 내게 남은 퀘스트는 「관계」였다, 남은 10%만 완료한다면 1000UNI를 획득하고 로또 스킬을 레벨업 할 수 있었다.

나는 퀘스트 성공 조건 사항을 조회했다.

「관계」

[퀘스트 달성조건]

- 불특정 다수와 대화 (달성 완료)

- 친구와 술 한잔하기

역시 남은 10%가 성공 조건이 조금은 까다로웠다.

게다가 [친구]미션도 모호했다. 솔직히 현재 내게 남은 친구는 거의 없다.

다들 먹고 살기 바쁘다는 이유로 연락이 뜸해졌고 친구들이 결혼하고 애를 낳으니 자연스레 사이가 멀어졌다.

게다가 산재를 당해 병원에 누워 있는 동안 병문안을 온 친구라곤 손에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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