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라이칸 (14)화 (14/159)

14

“아흣.”

투박한 손길이 아래를 깊숙이 파고들자 캘리는 탄성을 내지르며 몸을 휘었다.

그 이상하고 아릿한 이물감을 밀어내려고 굵은 팔뚝을 움켜잡았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그녀의 손을 매단 채 근육질 팔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뜨겁게 젖은 그곳을 드나들 때마다 질척한 소리가 울렸다. 심장이 아프게 쿵쾅거렸다.

“날 봐.”

거친 목소리가 다시 울렸다. 캘리는 몽롱한 시선을 들어 그를 보았다. 먹잇감을 발견한 짐승의 그것처럼 맹렬한 눈빛이 그녀를 잡아먹을 듯 응시하고 있었다.

“내가 누군지 똑바로 봐.”

“공……작님.”

캘리는 헐떡이며 그를 불렀다.

“라이칸.”

그의 차가운 목소리가 울렸다. 캘리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그의 입술을 쳐다보았다.

“불러.”

그가 명령했다. 동시에 손가락을 몸속 깊숙이 밀어 넣었다.

“아!”

캘리는 저도 모르게 아랫배에 힘을 주었다.

순간, 그의 얼굴이 일그러지는 것이 보였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그녀의 목덜미에 입술을 묻더니 바위처럼 단단한 어깨를 들썩이는 게 보였다.

가느다란 어깨에 이를 세우고 뜨거운 숨을 내뱉던 그가 다시 명령했다.

“불러.”

손가락이 느리고 깊게 파고들었다. 캘리는 그의 팔을 움켜쥐고 허리를 비틀면서 소리쳤다.

“라……이칸.”

순간, 거짓말처럼 손길이 멈췄다. 흐려진 시선으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뭔가 기이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훗.”

그가 그녀의 어깨에 이마를 내리더니 다시 쿡, 웃었다.

“기껏 이름 한 번 불렸을 뿐인데…….”

좋다는 건가?

쌕쌕, 가쁜 숨만 몰아쉬며 어떻게 할지를 모르던 그때였다.

그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짙은 욕망이 팽배한 눈빛이 강렬하게 그녀를 내려다본다.

“계속 불러. 그렇게.”

그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손길은 빠르고 거칠었다. 그가 다시 입술을 내렸다. 가슴을 물고 세차게 빨아대기 시작했다.

캘리는 다시 무아지경으로 빠져들었다.

하읏.

말할 수 없는 쾌감에 몸이 휘고, 어깨가 비틀렸다.

그의 입이 젖혀진 턱과 목덜미를 마구 더듬었다.

“내가 누군지…… 널 만지고 있는 남자가 누군지…….”

뜻 모를 소리를 한다. 내가 그걸 모를까 봐?

“아!”

캘리는 깊이 파고드는 손길에 커다랗게 눈을 떴다.

어떻게, 어떻게 이런 느낌이 있을 수 있는지, 어떻게 이렇게 황홀할 수 있는지…… 믿기지가 않았다. 모든 것이 너무나 비현실적이었다.

갑자기 그가 몸을 일으켰다.

몸속을 잠식하고 있던 그의 손길이 빠져나가자 묘한 상실감이 덮쳤다.

캘리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그를 올려다보았다. 그녀를 뜨겁게 응시한 채 입고 있던 바지를 순식간에 벗어 던진 그가 다가왔다.

그가 종아리 어디쯤에 걸쳐 있던 드로어즈를 찢어버릴 듯이 벗겨냈다.

그녀의 두 다리를 잡아 벌리고 그 사이에 자리를 잡은 그가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붉게 물든 얼굴과 하얗게 드러난 알몸을 어루만지는 것처럼 느리게 훑었다.

캘리는 팔을 들어 가슴을 가렸다. 하지만 그가 단번에 치워버렸다. 동시에 몸을 숙였다. 천천히 묵직하게 겹쳐져 오는 단단한 몸이 그녀의 부드러운 몸을 누르기 시작했다.

‘눌려서 죽을 거야.’

쉴라의 말은 틀렸다. 완전히.

캘리는 그의 몸이 자신의 몸에 더 닿기를 원했다. 더 강하게 눌러주기를 바랐다.

그래야만 했다. 너무나 간절히.

조급해진 그녀는 팔을 들어 그의 목을 끌어안았다.

“그래, 캇타. 그렇게 날 잡아.”

착 가라앉은 목소리가 기이하게 들렸다. 그가 고개를 들어서 다시 그녀의 입술을 찾았다. 캘리는 저도 모르게 입술을 벌려 들어오는 혀를 맞았다. 그가 거칠게 숨을 들이마시는 게 느껴졌다. 혀와 혀가 격렬하게 얽혀들었다.

그가 하체를 움직일 때마다 무언가가 자꾸만 찔러댔다.

다리 사이를 스치며 뜨겁게 꿈틀거리는 게 느껴졌다.

입술이 떨어졌다. 이글거리는 눈빛이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몸을 세우더니 다리 하나를 잡고 넓게 벌린다. 그리고.

“아흑!”

그가 젖은 속살을 뚫고 단번에 밀고 들어왔다. 그녀의 몸이 튕겨져 올랐다.

기다렸다는 듯이 그의 입술이 그녀의 가슴을 낚아채 물었다. 그녀의 몸이 뒤틀렸다. 아랫배에 힘이 들어가고 숨을 가쁘게 내뱉었다.

너무 커…… 너무…….

단단한 몸이 그녀의 속살을 짓이기며 더 깊이 파고들었다. 터져버릴 것 같았다.

“그만…… 그……마안.”

하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본인도 고통스러운 듯 얼굴을 일그러트린 채 뒤로 물러났다가 다시 힘껏 밀어 넣는다.

“아.”

아아. 아아아.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그를 더 깊이 받아들이려고 엉덩이를 치켜올린 것도 몰랐다.

저도 모르게 힘을 주며, 몸속 깊이 들어온 그를 쥐어짜며 조이는 것도 몰랐다.

그가 가느다란 어깨에 이를 세우며 사나운 숨을 몰아쉬었다.

“빌어먹을…… 캇타…….”

그는 욕설을 내뱉었다가 이내 황홀한 듯 신음을 내뱉었다가, 그녀의 목덜미를 핥았다가 이를 세우고 으르렁거리기를 반복했다.

“부드러워.”

뜨거운 남자의 속삭임에 캘리는 머릿속까지 뒤흔드는 쾌감을 느끼며 몸을 떨었다.

어찌할 바를 몰라서 어깨를 비틀며 끊임없이 헐떡거렸다.

이대로 죽는 걸까? 머릿속이 아득해지고 심장이 미친 듯이 날뛰고, 눈앞이 흐려진다. 이렇게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두렵지가 않다. 죽음이란 게, 이렇게 달콤한 거라면…….

그가 느리게 움직이고 있었다. 천천히, 여린 살들을 아릿하게 스치며 빠져나갔다가 거칠게 짓이기며 밀려들었다.

거대한 그를 받아들이지 못해 찢겨져 버릴 것만 같았던 살들은 제 맘대로 이완해서 뜨거운 불길에 하염없이 젖어들었다.

그가 사납게 파고들었다. 살기 위해 발버둥 치는 먹잇감의 목줄을 끊어버리려고 잔인하게 달려드는 짐승처럼, 그는 멈추지 않았다.

그가 움직일 때마다 뜨거운 자극이 몸속 깊은 곳을 뜨겁게 휘저었다. 그에 반응이라도 하는 것처럼 그녀의 몸은 들썩이고 흔들렸다.

그녀는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이 쾌감의 끝이 다가오고 있다는 걸.

그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거칠어졌다. 폭풍우 치는 바다 한가운데에 떠 있는 배처럼 그녀의 몸은 사정없이 흔들렸다.

그때였다. 무언가가 빠르게 치솟았다. 몸을 관통하는 쾌감이, 황홀한 감각이 몸 전체를 칭칭 감아올리며 부르르, 끓어올랐다.

아, 아아아!

번개라도 맞은 것처럼 몸이 떨렸다. 동시에 묵직하고 거대한 몸이 진저리를 친다.

순간, 뜨끈한 무언가가 그녀의 몸속 깊은 곳을 적시며 흘러내렸다.

캘리는 자신을 덮쳐 누르는 남자의 몸을 느끼며 눈을 감았다. 이대로 영원히 깨어나지 못할 것처럼 기운이 하나도 없었다.

잠들기 전, 그녀의 머릿속에 이름 하나가 또렷이 떠올라 있었다. 뜨거운 손길이 이어지던 내내, 그가 몇 번이고 반복해서 부르라고 했던 그 이름.

라이칸.

***

하아. 뜨거워.

몸속에 불 화산이 있는 것 같았다. 뜨거운 용암이 흘러내려서 심장을 녹이는 것 같았다.

캘리는 아래쪽에서 느껴지는 진득한 감각과 뜨겁게 일렁이는 쾌감에 신음을 흘렸다.

이럴 순 없어. 내가 정말 어떻게 된 게 틀림없어.

꿈에서까지 이렇게…….

아.

움찔하며 탄성을 내지른 그녀는 불길이 이는 아래로 손을 내렸다. 더듬거리는 손끝에 무언가가 잡혔다.

하아.

밀어내려던 처음 의도와 달리 다시 몸을 관통하는 쾌감에 오히려 더 가까이 당겨버렸다.

아아.

허리를 뒤틀었다.

말도 안 돼. 어떻게 꿈이 이렇게 생생할 수가 있어. 이건 마치……!

그녀는 눈을 번쩍 떴다.

꿈이 아냐.

입술을 비집고 새어 나오는 거친 숨결, 신음 소리, 탄성.

캘리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고개를 내렸다.

아, 맙소사.

“안 돼…….”

저항하는 목소리는 숨 가쁜 호흡에 밀려서 일그러졌다.

믿을 수가 없었다. 꿈이어야 했다. 이렇게 천박한 자세로, 이렇게 무방비하게.

그녀는 아래에서 꿈틀거리는 검은 머리를 보고 기겁했다. 하지만 다음 순간, 창피하고 민망한 감정은 일시에 사라져버렸다.

“아흑, 흐으윽.”

참을 수 없는 쾌감에 흐느낌이 새어 나왔다.

손가락 사이에서 미끄러지는 짧은 머리칼을 움켜쥐며 몸을 버둥거렸다.

그의 입술에서, 손아귀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을 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옥죄는 쾌감과 흥분은 너무나 달콤해서 머릿속을 하얗게 만들어버렸다.

뜨거운 쾌감이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꿰뚫을 듯 내달리더니 갑자기 솟구치며 폭발했다.

그녀는 비명을 질렀다. 머릿속이 하얗게 아득해지며 튀어 올랐던 몸이 축, 쳐졌다.

그가 움직이는 게 느껴졌다. 그녀는 흐린 눈을 들어 그를 보았다.

반질거리는 입술을 엄지손가락으로 쓰윽, 닦는 남자의 입술은 휘어 있었다.

마치,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을 배부르게 먹고 난 후의 표정.

그녀의 머리 위로 거대한 그림자가 내려앉는다. 방금까지 뜨겁게 달아올랐던 몸에 남자의 묵직한 몸이 내려앉았다.

헉.

거대한 파도에 휩쓸린 쪽배처럼 그녀의 몸이 밀렸다.

커다란 손이 그녀의 어깨를 움켜쥐더니 느리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끈적하게 달라붙는 속살을 헤치고 물러난 몸이 다시 거칠게 파고들며 밀려왔다.

하아. 아아.

한 번, 두 번, 끝없이 밀려들었다. 여린 살이 아우성을 치며 끈적하게 달라붙었다가 강하게 조이기를 반복하고 또 반복했다.

캘리는 돌덩이처럼 단단한 남자의 어깨에 손톱을 세웠다. 미칠 것 같은 쾌감에, 자신도 모르게 그르렁 소리를 내며 살갗을 긁어내렸다.

그가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미 한 번 정점에 올랐던 그녀지만 이번엔 더 큰 충만감으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더 거대하고, 강력한 쾌감이 그녀를 삽시간에 먹어치우고 있었다.

무너지듯 옆으로 털썩, 몸을 누인 그가 단단한 팔로 그녀를 끌어안아 당겼다.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도 없는 그녀는 그저 그가 하는 대로 이끌려 안길 수밖에 없었다.

탄탄한 품에 안겨 겨우 숨만 몰아쉬었다. 정수리에 내려앉은 입술이 움직였다.

“내가 좋을 거라고 했지.”

나지막하게 속삭이는 목소리에서 옅은 웃음기가 느껴졌다.

그래. 그가 그랬었다. 다음엔 좋을 거라고.

그 말이 맞았다. 완벽하게. 아니, 그보다 훨씬 더.

그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황홀했다.

“동이 트면, 출발할 거야. 조금이라도 자.”

머리 위에서 나지막하게 울리는 목소리에 항변하고 싶었다.

그럼, 잘 수 있게 해줬어야지.

하지만 말을 할 기운도 없었다. 그녀는 그대로 기절하듯 잠이 들었다. 자신의 몸을 어루만지는 커다란 손길을 느끼며 달콤한 꿈속으로 깊이, 깊이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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