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8화
[라즈베리를 앞세운 나는 너무나 마음이 편했어. 이렇게 안쪽에 있다 보면 내가 상처받을 일은 아무것도 없으니까. 남의 이야기를 지켜보는 기분이 들었으니까.]
<불면증에 시달리기 시작한 것은 그때부터였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기억의 공백과 함께, 내면에서 느껴지는 또 다른 내가 두려워서 나는 쉬이 잠들지 못했다.>
[가짜 나의 삶도 그리 순탄치 않더라. 파파가 가짜한테 부여한 인생 역시 고난의 연속. 난 그걸 지켜보는 게 너무나 즐거웠어.]
<그때부턴 더더욱 영웅물에 탐닉했다. 아무리 바래도. 아무리 간절해도 찾아오지 않는 것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를 믿고. 배신당하고. 그걸로 울고. 그런 것들이 너무나 웃겼어. 그렇잖아? 내 일이 아니니까.]
<누군가를 믿고, 배신당하고, 그걸로 울고…. 그런 것들이 더는 견디기 힘들어서. 나는 점점 현실을 등한시해간 것이다.>
[바보 같았지. 내 일이 아닐 리가 없는데.]
<나의 이상에 걸맞은 영웅을 갈구하고 또 갈구하며….>
[그걸 자각한 건, 두 번째 조정을 받은 이후였어.]
<물론…. 그런 이는 쉬이 나타나지 않았다.>
[파파는 진구지 하야토와 가짜를 접붙이려고 가짜의 정신을 만졌지. 말도 안 돼. 너무한 거 아니야? 파파. 레졔나는 파파의 딸이잖아? 그런데 그 몸을 아무한테나 넘기려고 하다니!]
<날이 갈수록 내 안의 나는 확실하게 자각되기 시작하고, 진구지 하야토는 껄떡대고, 알자드는 그와 가까워질 것을 점점 종용하는 환경은 나를 점점 피폐하게 만들어갔다.>
[화가 났어. 그리고 알았지. 결국 나도…파파에겐 그렇게 특별하지 않다는 것을. 나도 결국엔 도구일 뿐. 그래서. 아주 약간 손을 썼어. 가짜가 뜻에 따르지 않게.]
<게다가 그 뒤로. 간신히 잠이 들면 이상한 꿈을 꾸곤 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것은 레졔나의 기억이었다. ‘이곳’의 기억. 그것을 볼 때마다 나는 두려움에 떨곤 했다.>
[그 과정에서 조금 실수해서 가짜가 나를 눈치채긴 했지만, 그리 대단한 부작용은 아니었어. 괜히 무서워하면서 잠을 못 자게 되어서 나도 같이 피곤하긴 했지만 말야.]
<수많은 인큐베이터와 수조 속에 들어있는 어린아이들. 그중 여럿이 어딘가로 사라지는 광경이 나를 망가뜨렸다. 다음날, 깨어나면 그 기억이 사라져 있었기에 더더욱. 그 공백의 두려움에 떨었다.>
[하지만 그 뒤로도 가짜는 점점 영웅물에 심취해갔어. 사람보다 매체를 더 좋아하다니. 어쩌잔 거람. 유치해.]
<그렇기에 나는 점점 영웅물에 심취해갔다. 사람은 이루어질 수 없는 소망을 매체에서 찾은 것이다. 어리석게도.>
[영웅…. 영웅이라….]
<그래. 영웅.>
[그런 게 있을 리가 없잖아, ‘라즈베리.’]
<그런 게 있으면…. 진작에 나타났을 거야.>
[그런 게 없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난’ 점점 거기에 빠져들어 간 거야.]
<아아. 하지만 나는 정말 바랬어.>
[<그런. 비극을 종식해줄 영웅이 나타나기를.>]
[그때였지. 그 남자와 만난 건.]
<갑자기 나타난 대한민국의 일리미네이터.>
[어리숙한 남자. 이해가 가지 않았어. 가짜가 저런 것에 끌리는 것이.]
<광명이라도 찾아온 느낌이었다. 그의 자료를 접한 그 순간부터. 운명처럼.>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알았지. 그에게서 영웅을 투영해서 보고 있다는 것을.]
<나는 싸부에게서…히어로를 보았다. 완벽하진 않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아아. 가련한 나의 일부.]
<그와 직접 만났을 땐 얼마나 기뻤는지.>
[여기까지 와서. 몇 년이나 지나서도 영웅을 바라는 나의 단짝. ‘다른’ 나.]
<그리고. 이제 와서는 안다. 내가 왜 그렇게까지 영웅을 바랬는지.>
[희망을 버리지 못하는 너는 너무나도 불쌍해서…. 더는 볼 수가 없었어. 그래서. 돌아오기로 했어. 나로. 레졔나로.]
<희망을 버리지 못했는지. 알아버렸다. 그것은…지금 이 순간에도 안쓰러움에 눈물짓고 있는 네가 있기 때문이야.>
[얘. 라즈베리. 영웅 같은 건 없어.]
<레졔나. 영웅은 있어.>
[이미 수많은 아이가 다치고 죽었는데…. 이제 와서 나타난 영웅에 무슨 의미가 있다는 거니.]
<뒤늦었더라도. 조금 늦어서, 슬픔이 일어났다 할지라도. 있어. 그렇게 믿고 있잖아. 안 그래?>
[아아. 하지만. 알아. 알고 있어.]
<그래. ‘나는’ 알고 있어.>
[네가 영웅을 바라는 이유. 그건…. 분명 나 역시 바라고 있었기 때문이겠지.]
<너의 바람이 나를 만들었어. 레졔나가 라즈베리를 만들었어.>
[결국 너와 나는 같은 사람이니까….]
<누구보다도 영웅을 바라는 것은 바로 ‘나’였으니까….>
[그러니.]
<부디 소원이 있다면.>
[<싸부.>]
“우리를…나를 구해줘…….”
*
“꺄아아아아악!”
심상이 역류한다. 라즈베리는 비명을 내지르며 물러섰다. 그와 교전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자신이 통제되지 않는다.
“하. 하하하.”
아니. 통제되지 않는 게 아니다. 그게 아니라… 돌아오고 있다는 것이 옳으리라.
엘모세와트의 수령. 그녀의 ‘파파’에게 받았던 조정의 결과 무뎌지고, 무신경해지기 전. 다른 인격을 일부러 분할시켜 현실에서 도피하기 전, 원래의 모습으로.
“왜…. 왜 이렇게 된 거야….”
힘이 가라앉는다. 온 세상을 뒤덮는 것 같았던 오오라가 줄어들면서 미친 듯이 나부끼던 그녀의 갈색 머리칼이 천천히 내려앉았다.
“이젠 싫어. 이런 거….”
왜 그와 대적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파파를 위하는 마음. 먼 옛날. 아주 잠깐 맛보았던 가족 모두가 살아있을 때의 기쁨을 다시 누리고 싶다.
단지 그것 하나 때문에.
그 꽃밭에서의 기억 때문에 지금껏 파파의 말에 따라왔다.
그렇게 마마와 나를 소중하게 아껴준 파파가 나에게 나쁜 짓을 할 리가 없다는 생각에.
하지만 아니야.
그렇지 않다…….
파파가 하고 있는 짓은 극단적인 소재를 다루는 매체에서나 나올만한 미친 짓이었다. 그 괴리가 그녀를 혼란시켰다. 나이를 먹고, 세상을 알아갈수록 이것이 말이 안 되는 행동. 명백히 나쁜 행동. 잘못된 행동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버려.
그리고…. 지금에 와선 안다.
“파파는……. 애초부터 우리를 사랑하지 않았던 거야.”
아끼지도 않는 인형에 사랑을 줄 사람은 없으니까.
“라즈베리!”
천천히 힘을 꺼트린 그녀는 어느새 다가온 천후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입가에 가볍게 미소가 걸렸다.
“싸부. 정말 끈질기네요. 너무 그러면 인기 없어져요?”
“돌아온 거야?”
“알고 계시잖아요. 본 거죠?”
라즈베리의 말에 천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찰나의 간극에서 그 역시 일종의 이미지를 보았다. 그녀의 일생에 대한 이미지를.
“죄송해요. 저….”
모든 삶의 의욕을 잃은 것처럼, 라즈베리는 고개를 숙였다. 그 눈 아래로는 두 줄기의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괜찮아. 이젠.”
천후는 그런 그녀를 위로했다. 반쯤 지배당하는 상태였다고 한들, 무고한 사람들을 공격해 죽일 뻔하고, 그와 대적했다는 사실은 그녀를 괴롭게 했다.
“아직 늦지 않았어. 너에게 연결된 스펠 쉐어. 그리고 아이들을 통제하는 힘은 결국 네 어머니의 힘이니까. 그걸 멈추게 하면 돼.”
그러면 아이들은 더는 통제되지 않을 것이고, 제멋대로 움직이는 가르간츄아 바실리스크 하나만이 문제로 남는다. 그리고 그것은 큰 문제가 되지 못한다. 지금 여기에 와있는 마법사의 수만 몇인가?
“자. 가자.”
“네. 사부.”
라즈베리는 가볍게 웃으며 손을 내밀어 왔다.
그러나.
“레졔나!!!!”
“아윽…!”
쿠르르릉……. 연결된 오오라가 떨리면서, 굵은 남자의 목소리가 산을 울렸다. 그와 동시에 라즈베리의 몸이 덜컥 멈추더니 덜덜 떨리다가 축 늘어졌다.
“라즈베리?”
“후우. 이 아이는 너무나 말을 듣지 않아서 탈이군.”
“…!”
순간 천후는 레졔나 시리즈 사이의 링크에 다른 이물질이 들어 않는 느낌을 받았다. 완전히 이질적인 감각. 그 정체는 길게 생각할 거리도 없었다. 그리고 그렇기에 더더욱…그의 입에서 노성이 터져 나왔다.
“네놈! 딸에게 무슨 짓을 하는 거냐!”
“뭐가 문제지? 아주 잠시 몸을 다루고 있을 뿐이네. 레졔나도 싫어하지 않을 거야.”
그녀의 몸과 그녀의 목소리로 으쓱대는 모습에 그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가 나타난 그 순간, 라즈베리의 의식은 뒤로 밀려났다. 그의 말과는 달리 돌려달라고 사정을 하고 있었지만, 남자는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너야말로 내 딸을 현혹하다니. 가증스럽구나. 애초에 이 정신연결에 끼어들 수 있다니. 대단히 특수한 힘을 가진 놈인가 보군. 네놈은 SA 랭크인가? 아니…이전에 보았던 자들과는 다른데.”
“뭐라고?”
SA랭크들과 대면한 적이 있단 말인가? 하긴. 알자드의 건까지 생각해서 거슬러 올라가자면, 이 남자도 유그드라실이 생겨나기 전부터 활동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때도 비슷한 짓거리를 했다면 SA 랭크들이 나서고도 남음이 있었으리라.
“어찌 되었든 됐다. 이곳의 시설은 회수하기 어렵겠군. 이전해야겠어. 어차피 이곳에서 진정으로 가치가 있는 것은 나와 레졔나, 그리고 그녀의 어미뿐이다. 다른 것들은 시간이 있다면 다시 만들어낼 수 있는 것들…. 샘플일 뿐이지. 다음은 세대를 도모하면 그만일 뿐. 그땐 레졔나를 모체로 삼아서 최초 시리즈를 만들면 그만이다.”
“그런 걸 두고 볼 것 같나?”
짐승과도 같은 으르렁거림에 그는 웃었다.
“하하. 그럴 테지. 그리고 나도 여기서 더 추격할 여력을 줄 생각은 없다. 설비와 함께 도약하려면 아무래도 시간이 걸리니. 눈에 거슬리는 것들은 치워야지.”
다시금 그녀의 몸으로 마력의 사슬이 모여들기 시작한다. 한 점으로 모이기 시작한 마력이 그녀가 위로 치켜든 손 위로 모였다.
쿠우우우…….
마치 다른 천체라도 들고 있는 것처럼 거대한 빛의 구체가 하늘에 떴다.
‘아. 아아아아….’
‘파파…. 괴로워…. 아파….’
‘그만해….’
그와 동시에…천후의 뇌리에선 비명과 신음이 귀곡성처럼 울렸다. 링크에 연결된 아이들이 자기도 모르게 내고 있는 음성들. 산산이 부서진 정신으로 흐느끼는 소리였다.
그 이유는 눈에 보였다.
그녀의 몸에 엮여있던 초록 사슬들이 점점 엷어져 갔다. 저 마력의 집결을 만들어내기 위해 너무 큰 힘을 끌어다 쓴 결과 아예 연결이 끊기고 있던 것이다.
저 남자는 지금 여기 있는 모든 례제나 시리즈를 버릴 생각으로 마지막 일격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그 모습을 보며…. 천후는 어깨를 떨었다.
“당신은…미쳤어.”
“아니. 미친 건 너희 쪽이지. 이런 전능에 가까운 힘을 어찌하여 너희만 누린단 말이냐?”
“그러니까 사람을 소모품처럼 다뤄서 생산해내겠단 거야?”
“사람으로 보지 않으면 되는 문제다. 생산 주기가 긴 소모품으로. 그것도 생명공학의 발전에 따라서 줄어들 것이다. 그리고 그때야말로 비로소 인류가 염원하던 때가 오겠지.”
빙글. 빙글. 머릿속이 돈다. 마음속에서 끓어오르는 이 불길을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단 한 가지는 알 수 있었다. 천후는 그것을 입에 담았다.
“아까…나보고 대단히 신기한 힘을 가졌다고 했지? 정신연결에 끼어들었다고. 그건 내가 한 게 아니야. 당신의 아내가 한 거지.”
“그럴 리가 없다. 그녀는 이미 자의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닌, 전자기적인 자극에 의해서만-”
“아니! 당신의 아내가 바란 거다! 네놈이 무슨 조치를 했는진 모르지만, 그걸 간신히 이겨내고서, 자신의 딸과 다른 아이들을 지켜달라고 나에게 의뢰한 거다! 네놈의 이 미친 짓거리를 끝내달라고! 이 아이들의 마음을 다스려달라고. 지켜달라고!”
“후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가소롭단 듯이 웃은 라즈베리의 손이 천천히 아래로 떨어졌다. 이것이 떨어진다면 지하시설의 핵심부는 무사할지 몰라도, 나머지는 깨끗하게 무너져 내릴 것이다. 그럼 거기에 있는 모든 아이들은 생매장되리라.
그리고 저 이마에 정의라고 써 붙이고 있는 놈은 그걸 용납할 수 없겠지. 이걸 피하지 못하리라.
아니나 다를까.
이 절망에 대항하여 홍적은 그 힘을 한계까지 쥐어짜며 반격을 준비했다.
부조리. 무의미. 이미 네가 낼 수 있는 모든 힘의 한계는 알았다. 이제 와서 아무 의미도 없는 것을.
인간이 가진 저런 불확정성이야말로 가장 가치 없는 것이다.
미래. 모든 인간이 마법사를 가지게 되는 때가 오면, 그 도구들을 통해 인간 자체도 수술해야 한다.
좀 더 조리 있게. 좀 더 정확하게. 좀 더 효율적으로.
그것이 바로 신인류가 태어나는 방법이리라.
이 지경이 되어서도 SA 랭크들이 나타나지 않는단 건, 그들에게 무슨 일이 생겼거나, 나이를 먹어 죽었거나 한 것이겠지. 그렇다면 지금 눈앞에 있는 이자야말로 자신의 행보에 있어 마지막 저항.
시시한 결말이지만. 그 시시함이야말로 그에겐 지고의 감미와 같다.
“사라져라.”
쿠홧! 빛이 떨어져 내렸다. 산 하나를 물리적으로 지워버릴 만한 섬광.
“아아아아아아!!!”
그것에 대항하는 단 한 남자가 소리를 내지르며 홍적을 내쏘았다. 하지만 무리다.
남자의 예상은 들어맞았다. 정말이지 온 힘을 다해 모아두었던 스펠 세이브를 전부 풀어서 내쏘고 있는데도, 저 녹색의 별은 물러난 기세가 보이지 않는다.
‘아. 끝인가….’
지금 여기서 힘이 다하면. 여기서 진다면.
이자들은 이곳에서 사라져서, 다시 힘을 길러서 이 미친 짓거리를 다시 시작할 것이다. 이제는 라즈베리를 소체로 삼아.
그걸 두고 볼 순 없어. 그럴 순 없는 거다. 하지만…힘이 달려.
목숨의 위기 때. 의식을 잃었을 때 늘 들려왔던 노이즈. 그 소년의 목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 이그네스의 전용 리미터가 된 이후로 완전히 틀어막힌 것처럼 안정화된 것이다.
하지만 그래선 변수조차 없다.
결국 당해낼 수 없는가? 여기서 끝이란 말인가?
그때….
“포기하지만은 말아 주세요.”
목소리가……들렸다.
그것은.
처음 듣는 것 같으면서도.
“당신은 그 아이가 바라는”
너무도 익숙한 목소리.
“단 한 명의 히어로니까.”
무언가에 감싸인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것은 착각이 아니었다. 뒤는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알 수 있다.
언제나 그와 함께하던 자들. 하지만 소통할 수 없던 자들이 그에게 힘을 보태주고 있었다.
어떻게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일어나지 않은 일이 일어난 건지는. 뻔했다.
귓가에. 마지막 한마디가 들렸다.
“아가들을 부탁합니다.”
“아아아아아아악!”
파치치치칙! 하늘로 내쏘아지던 홍적에 빛이 섞였다. 그와 동시에, 힘과 힘이 부딪힌 곳에서 이변이 일어났다.
빛무리가 거대 운석과도 같은 구체에 부딪힌 부분부터 흩어내기 시작한 것이다.
“아니?”
힘을 내쏘았던 라즈베리, 아니 남자의 눈이 커졌다. 지금까지 보였던 어떤 반응보다도 인간적인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런 것에 시선을 줄 시간은 없었다. 지금 이 상태가 유지되는 것은, 정말이지 일순.
그렇다면 지금 이 순간 끝낸다!
그의 눈이 한 곳으로 떨어졌다. 그곳은 지하시설. 정확히 그와 그의 아내가 있던, 그 최심부가 있는 곳으로. 그것을 깨달은 남자가 소리쳤다.
“잠깐! 안 돼!”
“시끄러워!”
파치치칙! 완전한 백열은 되지 못한, 홍적이 섞인 전격. 그 자체가 된 남자가 외친다!
“내 메기도의 먹이가 되어서 사라져라아아아아아아!”
소리보다도 빠르게.
천격天擊이 떨어져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