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이드하렘-113화 (113/324)

113화

"하아아아아!"

청색 도복 입은 여자가 지나치자, 그와 함께 은색 섬광이 번뜩였다. 순식간에 가시가 달린 긴 꼬리가 잘려나가며, 키메라가 비명을 질렀다.

그와 동시에 통신기를 통해 들려오는 경고음에 이강호는 그 자리에서 신형을 지웠다.

쿠화아아아앗!

빛줄기가 그녀가 있던 자리를 꿰뚫으며 키메라에게 들이닥쳤다. 그것에 적중당한 키메라의 몸이 부스러지며 이윽고 완전히 먼지가 되어버렸다.

"키메라 2페이즈 차단!"

"C랭크 3명만 붙… 레인 브레스!"

쫄 담당 팀의 보고에 대답하던 레이나드의 입에서 비명과도 같은 외침이 터져 나왔다. 그 목소리가 채 끝나기도 전에 멈춰있던 일리미네이터들이 움직였다.

"쿠워어어어어어어!"

드래곤이 벌린 입에서 구체가 튀어나와 하늘 위로 올라가더니, 구름 높이에서 폭발, 그대로 빛의 비를 내리기 시작한 것이다. 키메라를 상대하느라 그쪽까지 신경 쓸 여유가 없던 이강호는 이 패턴에 대응할 수 없었다.

"이자시이이이이익!"

콰아아아앙! 천후가 옆구리에 몸을 들이박자, 드래곤이 괴성을 터트리며 몸이 기우뚱거렸지만, 그것이 끝이었다. 놈의 공격은 끝나질 않는다. 천후는 이를 악물었다.

지속적인 공격으로 드래곤의 몸 여러 곳에 원형 구멍이 뚫려있었다. 하지만 놈은 통증을 느끼기나 하는 건지, 아랑곳하지 않고 공격을 계속 해왔다. 분명 근섬유가 끊어져 있는데도 팔과 꼬리가 아무렇지도 않게 움직인다.

놈의 공격 반경 안에 들어있는 것만으로도 위험하기 짝이 없다. 하지만 녀석은 그걸로 끝나지 않고 끊임없이 브레스, 번개, 회오리, 그리고 디제스터 소환으로 천후 말고도 모든 공격대원들을 위협하고 있었다.

"젠장!"

순간 천후의 머리 위로 벼락이 떨어져 내렸다. 하지만 그는 그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내면서, 다시금 몸을 움직였다.

어처구니없게도 번개가 가장 데미지가 적다. 이 여섯 줄기의 회오리는 지금 주변의 작살나버린 수많은 건물 파편들을 머금고 있어, 사람이 들어가는 순간 믹서기에 갈린 것처럼 처참한 꼴로 변할 것이다.

놈이 내뿜은 브레스는 하늘에서 퍼져, 마치 화살처럼, 비처럼 반경 2km가량을 초토화하고 있었다. 한 발 한 발은 버틸만하지만, 끊임없이 랜덤으로 쏟아지고 있는 이것을 계속 맞는다면 누구도 성치 못하리라.

'1차 레이드는 정말 최정예였구나!'

천후는 새삼 1차 드래곤 레이드 때 30분 이상 교전을 지속했었단 것을 기억해내고는 혀를 내둘렀다. 용오름, 번개 패턴은 그리 오래 겪지 않았다지만, 그저 육박전과 브레스 패턴만으로도 살인적이다.

영천후도 없고, 이강호도 없는 공격대에서 이놈과 30분을 싸우다니. 이제 15분을 막 넘어가고 있는 시점인데도 미칠 것 같은데!

"키메라 추가 출현!"

"큭! 전담팀 움직이세요! 3, 4팀 하프 캐스팅!"

끊임없는 키메라 출현에 전력이 계속 깎여나가자 레이나드의 얼굴이 점점 굳어갔다. 놈의 광역패턴이 너무 살인적이다. 말도 안 되게 많다. 어느 것이든 맞으면 무조건 캐스팅이 끊길만한 공격들.

그 와중에서 레이나드는 최대한 사람을 짜내고 짜내어 드래곤에게 피해를 누적시키고 있었다.

'지금까지 출현한 멸급 중 최강일지도 모른다.'

같은 등급이라도 강함에는 차이가 있는 법이지만, 이놈은 너무 심하다. 애초에 쫄로 경급 디제스터를 퇴치당하면 다시 불러내고, 다시 불러내고 이 짓거리를 하고 있는데 도저히 버틸 수가 없다.

회오리로 끌어올려져 날아오는 철골 조각을 회피해낸 레이나드는 16인분의 하프 캐스팅이 꽂히는 것을 확인했다.

"크롸아아아아아!"

몸이 깎여져 나가자, 드래곤은 코앞에서 날아다니는 영천후를 무시하고, 거대한 날개를 펼치며 공격대를 돌아보았다.

"강습패턴! 흩어져!"

푸확! 이미 공중이지만 거기에서 더 높이 날아오른 드래곤이 허공에 제자리 비행을 하다가, 황금색 선 되어서 내리꽂혔다. 체공시간 동안 누굴 목표로 하고 있는지 유그드라실이 빠르게 체크. 해당 인원에게 모든 방법을 다 동원해 경고를 미친 듯이 보냈다.

"키메라 팀!"

공격대장에게도 전해진 그 정보를 본 레이나드는 사색이 되었다. 드래곤의 움직임에 완전히 신경 쓸 수 없는 이들이었다. 하지만 그가 뭐라고 말하기도 전에, 하늘에서 황금색 선이 내리꽂혔다.

"끄아아아아악!"

"꺄아아아아!"

거구가 공기를 갈라 찢었다. 1차로 소닉붐. 2차로 난기류가 일어나며 강습 대상 근처에 있던 모든 공격대원들이 폭풍 속에 억지로 띄운 연처럼 흩어졌다. 하지만 문제는 거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푸칵! 투두두두두두두두!

드래곤이 목표로 한 것은 인간이 아니었다. 자신이 소환할 쫄, 키메라를 놈의 날개가 치고 지나가자 키메라의 몸이 단숨에 박살이 나면서, 그 몸이 마치 수류탄처럼 흩어졌다.

트라이를 시작하고 처음 보는 패턴이다.

하늘에 핏빛이 번졌다.

<3명 사망. 6명 리트라이급 중상.>

그것을 전부 쳐내겠다는 듯이 은빛 섬광이 날아다녔지만, 아무리 이강호가 대단하다 한들 이 정도 범위를 전부 막을 수는 없었다.

키메라 전담팀의 반수 이상이 리타이어 당했다. 전부 자신의 후배나 마찬가지인 이들이었다. 레이나드는 눈에서 눈물이 쏟아져 나올 것 같았다.

하지만 참는다. 지금은 참아야 한다.

지금은 저것을 '수'로만 볼 수 있어야 한다. 지금만큼은!

그때, 한 박자 늦게 흑염이 달려와 드래곤에 따라붙어 내리꽂혔다. 폭음이 터지며 드래곤이 땅바닥으로 쓰러진다.

"4팀 풀 캐스팅!"

한 팀씩. 한 팀씩. 그 이상은 무리다. 이 빌어먹을 번개. 그리고 이 빌어먹을 회오리에 빨려 들어가지 않을 수 있는 포지션을 차지한 한 팀씩만. 냉정하게 그것을 재면서 레이나드는 외쳤다.

그 소리를 들은 천후 역시 고함을 내지르며 드래곤에 달려들었다. 이놈이 다시 움직이게 하면 안 된다. 턱을 부수고, 가슴을 내리찍으며 드러눕게 한 천후는 그러면서 소리쳤다.

"강호 선배! 지금!"

"음!"

굳게 고개를 끄덕인 강호는 쌍검, 난향蘭香, 난화蘭花를 교차시켜 아직도 꾸물거리며 재생하려 드는 키메라의 본체들로 쇄도했다.

"하아아아아아!"

푹! 그대로 푸른 선이 된 강호는 단숨에 영체 복구 모드가 되어 꿈틀대고 있는 키메라 2마리의 본체를 전부 꼬치처럼 검에 꿰었다. 검의 길이가 부족했지만, 강화마법으로 검극에서 치솟아 오른 오오라가 그것을 가능하게 했다.

"천후야!"

"하!"

드래곤이 아직 완전히 자세를 회복하지 못한 시점. 순식간에 회오리와 그것이 내뱉는 파편들을 피해 드래곤의 공격 위험지역까지 쇄돌 해온 그녀는 그대로 키메라의 본체들을 그에게 던졌다. 그 순간, 키메라의 본체 2개가 전부 암색 전격에 꿰뚫리면서 재생이 멎었다.

"크윽…! 시간이 조금만 더 있었어도 진작에!"

방금까지 함께 싸우던 동지들이 쓰러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강호는 이를 악물었다.

거의 발광에 가까운 패턴을 보이던 드래곤이었기 때문에, 강호로선 지금까진 도저히 놈에게 접근할 수 없었다. 천후 역시 키메라 쪽까지 전부 돌 볼 여유가 없었다. 하지만 그것이 이렇게 큰 피해로 변할 줄이야!

"쿠워어어어어어!"

고…오오오오오….

포효와 함께 드러누운 드래곤의 입에서 다시 빛이 뿜어져 나왔다. 강호의 눈이 시뻘게졌다.

"네 이놈! 그것엔 이미 질렸다!!"

푸웃! 순간, 놈의 브레스와 회오리, 전격, 먹구름이 깔끔하게 사라졌다. 드래곤은 놀랐는지 입을 쩍 벌리고 있었지만, 그것을 대가로 그녀의 몸도 땅으로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그때, 천후는 등 뒤에서 열기를 느끼고는 몸을 움직였다.

"선배!"

번쩍! 불꽃 된 그가 강호를 채갔다. 그녀의 몸에 닿자 걸려있던 강화마법의 효과가 벗겨지며 그도 대각선으로 자유낙하를 시작했다. 다행히도, 이성을 되찾은 강호가 특성을 끄자 둘의 몸에서 오오라가 돌아오며 다시 비행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콰아아아아앙!

드래곤의 몸체에 빛줄기가 틀어박혔다.

"쿠어어어어…!"

고기타는 냄새와 발버둥 치는 소리와 함께, 놈의 몸통에 다시 한 번 구멍이 뚫렸다. 미미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드래곤 육체 손실 80%. 머리를 제외한 모든 부분이 제 기능을 하지 않습니다.>

미미르의 보고처럼 이미 온몸에 구멍이 숭숭 나, 아니 이제 그 정도가 아니라 몸통 일부만이 남아, 거기에 추하게 머리통만 달린 놈은 끝장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제는 자력으론 머리통을 위로 들 수도 없게 되었다.

그 때문일까? 강호가 일시적으로 없앤 회오리와 번개가 다시 일어나지 않고 있었다.

"3, 4, 5팀 풀 캐스팅!"

레이나드는 이것이 끝임을 확신하고서 오더를 내렸다. 서로 말은 나누지 않았지만, 똑같은 감상을 공유한 공격대원들의 캐스팅 하는 목소리에는 열기가 서려 있었다.

그리고 6초!

"이걸로 끝이다! 발사!"

레이나드의 외침과 함께, 24인분의 풀 캐스팅이 지면에 내리꽂혔다. 이제 여기가 도심지였는지 어땠는지는 아무래도 상관없다. 이제 여기서 더 나빠질 것도 없으니까!

콰아아아아아아!

빛줄기가 땅에 꽂히며, 반구형으로 부풀어 오른 열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눈이 멀어버릴 것만 같은 그 광경을 모든 이들이 입을 벌리고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폭발이 끝났을 때.

그곳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아무도 말이 없었다. 하지만 조금 지나 누군가, 최초로 말했다.

"이겼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이겼다! 이겼다! 씨발! 이겼어!"

"끝났다! 끝났어!!!!"

환호성이 울리며, 평소에 서로가 어떤 관계였는지, 그런 것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서로를 얼싸안고 기뻐했다. 레이나드 역시 선글라스 뒤로 눈물을 줄줄 흘리며 말을 내지 못하고 있었다.

천후도 지상에 내려앉아 그 모습을 웃으며 바라보았다.

그러나.

"…!"

찢어져라 눈이 커진 천후가 드래곤이 완전히 소멸한 지면 쪽으로 날아갔다. 전광 같은 속도로 날아간 그는 즉시 주먹을 내질렀다. 그러자….

터어어엉!

"쿠워어어어어어!!!!"

분명 아무것도 없었던 곳에서 240m 원형 그대로를 유지한 드래곤이 튀어나와 바닥을 굴렀다. 그와 동시에 놈의 대가리가 꺾이며 입에 맺혀있던 브레스가 저쪽 하늘을 꿰뚫었다. 이것이 대비하지 못한 상태에서 발사됐다면, 그대로 공격대가 쓸려버렸으리라.

몇 바퀴나 글러서 몸을 추스른 놈은 크르르르 하고 낮은 소리를 내더니, 그대로 회를 치며 강습할 때 특유의 수직상승으로 하늘 저 높이 치솟아 올랐다. 그와 동시에, 다시금 먹구름이 모여들며 회오리가 생성되기 시작했다.

"저, 저게 뭐야?"

상상도 못 한 모습에 즉각 대응해야 할 레이나드조차 멍한 목소리를 냈다. 대답은 미미르가 해왔다.

<드래곤 부활. 해당 패턴을 인비지블 리인카네이션이라 명명. 드래곤 제 3페이즈로 판단. 다시 한 번 완전 소멸시키면 퇴치되리라 예상됩니다.>

일리미네이터들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져 갔다. 이미 상당한 마력을 소모했고, 리타이어 한 인원도 많다. 이 상태에서 계속 싸운다는 것은 자살행위라고 밖엔 볼 수가 없었다. 게다가 놈은 완전히 쌩쌩하게 부활해서 2페이즈부터 시작하고 있지 않은가?

"…끝이다."

다 내려놓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순간, 황금색 섬광이 땅으로 내리꽂히며 허공에 피보라가 일었다. 전의를 상실했던 일리미네이터가 강습의 제물이 된 것이다.

"크워어어어어어어!"

드래곤이 포효를 내질렀다. 로어에는 대비가 끝나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공포를 지울 수가 없었다. 공격대장인 레이나드조차 그랬다. 미미르의 음성이 계속해서 들려왔다.

<드래곤 활동 시작. 공격대장님. 대응을.>

대응? 무슨 대응을 하라고? 모두가 손을 놔버렸다. 그 역시 마찬가지였다. 제삿날은 맞이한 건 우리였다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때. 다시 한 번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번엔 남자의 목소리.

"공격대장님."

"천후야?"

"…6초."

"응?"

"6초. 벌어볼게요."

"천후야!"

"갑니다!"

더 말하는 시간조차 아까웠다. 지상에 크레이터를 만들고서 포효하고 있는 드래곤과 마주 선 암전이 웃는다. 드래곤이 포효를 멈추고 몸을 숙였다.

하하! 해보자 이거냐? 멋진 자식. 넌 괴물이지만 멋진 자식이야!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는 그 속도보다 빠르게, 드래곤의 발이 지면을 찍으며 그것을 축으로 몸을 돌린다. 거대한 날개가 바람을 일으키며, 그 바로 뒤로 거대한, 길디긴 꼬리가 날아왔다.

저게 얼마나 무거울까? 유그드라실은 드래곤의 총 중량을 1만 톤 이상으로 추정하고 있었다. 그냥 서 있을 때 그 정도니까, 저렇게 휘두르면 끝에 달린 힘은 끝장나겠지?

병신아! 그걸 맞아 주겠냐!

번쩍! 신형이 그 자리에서 사라지며, 드래곤의 몸체에 틀어박혔다. 꼬리를 휘두른 직후라 균형이 흔들렸던 드래곤이 그 자리에서 무너졌지만, 곧 아랑곳하지 않고 하늘로 치솟아 오른다.

그 날갯짓 한방에 A랭크 강화마법을 두른 천후의 코와 귀에서 피가 터져 나왔다. 그러나 그게 어쨌다고? 웃음을 참지 못한 천후는 땅을 박차 놈을 쫓았다.

강습패턴을 준비하던 놈은 그가 빠르게 자신을 쫓아오자 강습을 포기하고, 그대로 입을 벌려 브레스. 평소처럼 모으는 것이 아니라, 짧게 쏘는 그것은 오히려 천후에게 위협적이다. 하지만 그것을 피하고 파고든다.

브레스 뒤에는 마치 하늘 전체를 뒤덮는 것 같은, 강철판은 우스울 정도의 강도를 가진 날개의 급습. 그것은 맞지 않더라도 비행을 멈추게 만드는 힘을 가진다.

그러자 이번에야말로 다시 한 번 꼬리. 흑암이 웃는다. 이건 못 피하겠다. 그렇다면….

"우아아아아아아아아!"

콰아아아아앙! 폭음이 울리며, 드래곤의 꼬리가 허공에서 튕겨져나갔다. 그 반대편으로 검은 불꽃이 수백 미터나 날아갔다.

"쿠헉…. 쿨럭…!"

맞부딪힌 대가는 너무 컸다. 내질렀던 팔은 어디 갔는지 보이지도 않는다. 어깻죽지와 그 아래 갈비뼈들이 죄다 망가져, 뼈와 근육에 보호되고 있어야 할 장기들이 후드득 흘러내리고 있었다.

언제나 그를 부활시키던 검은 3자매가 나타나 그를 보듬고 있었지만, 이번만은 쉽지 않은지 간신히 조금씩 회복되고 있을 뿐이었다.

"후우. 후우. 후우우우우! 하아아아아아아!!!!!"

여자들을 억지로 망토로 바꾼 그는 그것을 뒤집어쓰고 드래곤에게 다시 쏘아져 나갔다. 그 직선 경로를 드래곤이 손으로 훑었다. 터엉 하고 울려 퍼지는 종소리. 드래곤의 손이 뜯겨 나가며, 전격이 놈의 가슴팍에 꽂혔다.

흑염과 용이 선을 그리며 하늘에서 치고받는다. 폭음과 쇳소리와 고함과 포효가 뒤섞여, 피와 내장과 비늘이 흩날리며 쏟아진다.

그리고 그 결과, 완전히 만신창이가 된 흑염은 밝게 웃었다.

"하. 하하하하하. 강하다. 진짜 강해."

못 해먹겠다. 어린아이처럼 웃은 천후는 그러다, 몸을 가누지 못하고 땅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아. 진짜 더럽게 강하다. 혼자선 이길 거 같지가 않다. 하지만 역시 짐승. 잠깐 사이에 완전히 잊으신 모양인데―

이건 레이드라고.

"우리가, 이겼다."

폭발과도 같은 오오라가 지상에서 치솟아 올라왔다.

그것의 정체는 말할 것도 없다.

전 공격대원의 풀 캐스팅. 대한민국 최정예.

용과 대적하고도 10명밖에 리타이어하지 않은, 보조 팀까지 포함한 41명 전원의 풀 캐스팅! 그것을 뒤늦게 눈치챈 용의 아가리가 벌어졌다. 그것을 보며 영천후가 외쳤다.

"가라!!!!!!”

소리조차 무색한 섬파가 하늘을 갈랐다. 그 결과를 확인할 것도 없이, 천후가 몸을 꼬며 중얼거렸다.

"나. 정명한 별의 적자가 고한다…."

하늘에서 적염이 피어올랐다. 아직도 전부 회복되지 않은 몸이 비명을 지른다. 하지만 그러지 말라고. 좀 더. 조금만 더 버텨. 내 몸아.

저걸 봐. 저 멋진 놈을 보라고.

이 나라의 총력을 다 기울인 공격을 아직도 입 벌리고 받아내고 있잖아?

이봐. 넌 멋진 놈이야. 적어도 골머리 썩히게 하는 인간보다는 훨씬.

사람 목숨이 걸렸었다는 걸 빼면, 너와 싸운 건 퍽 즐거웠다.

그러니까 말야.

"신위…!"

이제 슬슬….

"이 세상에서…. 사라져라아아아아아아아!!!!!!!"

피잉….

섬파에 적홍이 섞였다. 그 순간. 240m가 아니라, 2400m라도 덮어버릴 수 있을 것 같은 섬파가 금빛 광파를 밀어내며, 하늘 저편으로 날아갔다.

땅에 떨어져 내려, 두르고 있던 모든 오라가 흩어져버린 천후는 그것을 지켜보며 낮게 웃었다.

"헤헤…. 이제 정말 모르겠다. 진짜 빈 깡통이 됐다고."

남아있는 스펠 세이브가 이젠 하나도 없다. 쌓아뒀던 잡 주문까지 죄다 긁어모아 퍼부었으니까. 이제 이 상태의 천후는 보통 마법사와 똑같은, 정진 정명한 D랭크일 뿐이었다. 이걸로도 못 이기면, 뭐 끝장이지.

실성한 것처럼 웃는 천후의 주변으로 일리미네이터들이 모여들었다. 뭐라 뭐라 하는 것 같은데, 뭐라는지 잘 모르겠다.

가장 앞에, 선배의 얼굴이 보였다.

뭐예요, 선배. 왜 울고 있어. 울지 말라고. 지금은 웃어야지.

자, 봐봐….

하늘이 맑아졌잖아….

<현 시간부로 드래곤 레이드 성공을 확정합니다. 드래곤은 퇴치되었습니다.>

============================ 작품 후기 ============================

<정보: Type-D, 'Dragon'>

분류 : 멸급 디제스터

길이 : 240m

높이 : 66m

체중 : 10000~18000톤 추정

<주요패턴>

<1페이즈>

- 변형 브레스

드래곤은 드래곤 브레스의 형태변환이 가능합니다.

1. 구형태

2. 구체 -> 비처럼 변환

3. 직선형 브레스

4. 숏차지 브레스(1, 2, 3에 비해 위력 약함)브레스 발사에는 차지시간이 필요하지만, 그 시간을 짧게 설정할 수도 있습니다.

한번 발사하면 쿨다운이 존재합니다만, 확실한 시간은 마지막까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 비행

파리에 가까운 비행성능을 가졌습니다. 평소 비행속도는 그렇게 빠르지 않습니다만 급상승-> 강습시의 속도는 즉시회피가 불가능할 정도로 빠릅니다.

다만 이 경우 사전 동작들이 있기 때문에 그것을 보고 피합니다.

- 손(앞발), 꼬리, 날개치기

단순한 육박전입니다만 체급 자체가 무기이고, 부위하나하나의 '면적'이 말도 안되기 때문에 근접거리에서 회피하기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회피 이전에 움직이는 여파만으로도 데미지를 입는 수준.

행동 속도가 느린 것도 아니기 때문에, 영천후는 이것 때문에 이강호를 동시탱킹하지 못하게 했습니다.

- 머리 즉각 재생

드래곤은 머리를 잃게 될 경우, 신체부위에서 머리를 생성합니다. 이건 퇴치 직전까지 유지됩니다.

- 드래곤 로어

초자연적인 힘으로 공포를 유발하는 포효입니다.

<2페이즈>

- 기상조절

안개를 부르거나, 먹구름을 불러 비를 내리고 6줄기의 용오름을 부르고, 번개를 불러낼 수 있습니다.

전부 초자연적 능력. 데미지는 자연의 실제 번개보다 낮습니다만, 그럼에도 보조마법을 받지 않으면 이겨내기 힘듭니다.

- 디제스터 소환

넓은 범위에 걸쳐, 혹은 자기 주변에 하수인 디제스터를 불러낼 수 있습니다.

<3페이즈>

- 부활

1차로 퇴치된 드래곤은 눈에 보이지 않는 영체상태로 부활 후, 투명상태로 물질세계에 육체를 가진 채 나타납니다.

이때 가하는 최초의 공격은 인식하지 못하고 있을 경우 매우 위험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패시브>

- 현대 무기에 대한 피해경감

한중연합 함대의 총공격을 받았을 때 10% 내외의 손실밖에 보지 않았습니다.

- 드래곤 스케일

일정 이하의 데미지로는 비늘이 뚫리지 않습니다.

또한 개념적으로 '타격' 카테고리의 공격에 강력한 저항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데미지는 들어갑니다만 전신에 분산됩니다. 다만 이 경우 첨단부위나, 전신으로 나눠맞기 힘든 부위에 맞으면 타격공격으로도 관통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선작, 추천, 쿠폰, 코멘트 모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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