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화
<광대의 참칭>
국내에서 매춘, 성매매는 불법이다. 인간은 돈으로 살 수 없다. 이것이 대한민국 법으로 정해진 기본적인 규정이다.
하지만 글쎄…. 돈을 가진 이들도 그렇게 생각할까?
"하악…. 아아응! 아앙!"
출렁출렁. 10명은 누울 수 있을 것 같은 커다란 침대 위에서 신음이 터진다. 그때마다 침대 위에 엎드려 누운 여자의 머리칼이 흐트러지며 등허리에 한 올씩 들러붙는다.
"후욱. 후욱. 츱. 츠으읍."
"아앙. 으음. 쫍. 쪼옵."
"아아. 로마이어."
누워있는 그 한명 뿐 아니라, 그녀에게 자신의 신체 일부를 밀어붙이고 있는 남성의 양옆에서 금발 여성 여럿이 몸을 비벼대며 입을 맞춰온다. 금발의 남자, 로마이어 엔체스터는 그때마다 사양도 하지 않고 마구 그녀들의 몸을 손으로 탐해가면서, 허리 움직임을 멈추지 않는다.
"크으윽!"
한참을 그렇게 움직여대던 그의 허리가 깊이 찔러 들어간다. 그와 동시에 여자의 허리춤이 떨리며, 그의 몸속에 담겨 있던 백탁을 고스란히 받아들이고 쓰러졌다. 그러자 다른 여자들이 잠시라도 시간이 빌세라 다가와 축축이 젖은 채 수그러든 그것을 입으로 빨아왔다.
그런 여자들만 다섯 명. 로마이어는 방사 후의 피로감에 침대에 드러누웠다. 그러자 방금 정을 통한 여자를 제외한 다른 넷이 일제히 그의 온몸 구석을 비비고 핥아댔다. 로마이어는 그녀들을 내려보며 흡족하게 웃었다.
이 극동의 땅에서 백인 여자를 사는 건 어렵다. 하물며 미녀들이라면.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다. 하지만 로마이어는 이야기가 다르다.
미리 이야기가 끝난 브로커를 통해 한국 내의 백인 여자가 아니라 세계에서 사들여온다. 그는 그저 나신까지 고스란히 찍힌 사진을 보고 쓸만해 보이는 것들을 불러, 그 자리에서 또 솎아내기만 하면 됐다.
매춘에 이렇게까지 돈을 들이면 오히려 막기가 어려워진다. 호텔 자체가 자기 소유인 그는 최상층은 자신이 사용하며 그곳에서 주지육림을 누리고 있었다.
로마이어는 천것들이 자신의 정을 한 번이라도 받기 위해 애를 쓰는 모습들을 보면서 흡족하게 웃었다. 그의 방사를 받느냐 마느냐에 따라서만 해도 지불되는 금액이 달라진다. 그렇게 조건을 붙여놓으니 마치 발정 난 암캐들처럼 엉덩이를 흔들어댄다. 그래, 지금처럼.
지금 아랫도리를 핥고 있는 이년의 몸은 꽤 괜찮다. 천천히 죽어있던 것이 살아났다. 입가에 탐욕이 스쳤다. 그의 시선이 그녀의 정수리에 닿았다.
"!"
하지만 그 순간. 로마이어의 표정이 바뀌며 그녀를 발로 뻥 찼다. 누운 자세라지만 성인 남성에게 차인 것이다. 그녀는 땅바닥을 구르며 기침을 하며 괴로워했다. 주변에서 애무하던 여성들의 얼굴이 공포로 창백해졌다. 하지만 로마이어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에게 다가가 머리채를 잡아당겼다.
"이 쓰레기 같은 년이…. 염색을 해놓고 천연이라고 속여?"
"쿨럭…. 으…."
그녀가 대답하지 못하고 오들오들 떨자, 로마이어는 코웃음을 치고는 그녀의 뺨을 후려쳤다. 입에서 피보라가 일어나며 벽에 튀었다. 남자에게 성욕을 일으키기 위해 존재하던 것 같던 아름다운 얼굴이 순식간에 흉물이 되었다.
"퉷!"
그러나 로마이어는 동정심은커녕 오히려 그녀의 얼굴에 침을 내뱉고는 그녀를 염동력으로 들어내 방 밖으로 내다 던져버렸다. 콰당하고 나체의 여인의 몸이 복도 벽에 부딪혔다 떨어졌다. 그녀는 한참을 부들부들 떨다가 이내 축 늘어졌다.
"무슨 일이십니까?"
"치워."
"아, 알겠습니다."
문이 박살 나는 소리에 나타난 남성 정장을 입은 금발의 여자들은 로마이어의 눈치를 보다가 그녀를 부축하고서 사라졌다. 로마이어는 그 광경을 바라보다가 불쾌한 얼굴로 스마트 폰을 만졌다. 몇 번 신호가 가지도 않았는데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 미스터 로마이어. 어쩐 일입니까? 수가 모자랍니까? 얼마든지!"
"닥쳐. 이 빌어먹을 것. 감히 나를 속여? 요즘은 장사를 이렇게 하나?"
으르렁거리는 목소리를 들은 브로커는 순간 상황이 나쁘게 돌아간다는 것을 깨달았다.
"오우. 진정. 진정하세요, 로마이어. 무슨 일입니까?"
천연 금발의 백인 미녀. 그중에서 피임과 성병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여자만을 원하는 까다로운 손님이었지만, 대신 그는 일반적인 화대의 수십 배 이상을 지불하는 VVIP였다. 이대로 놓칠 순 없다. 브로커의 목소리가 다급해지자, 로마이어는 더더욱 목소리를 굳히며 말했다.
"고른 여자 중 하나가 흑발인데 염색을 했잖아. 기분 잡쳤다. 우리 거래는 여기까지 하지."
"잠깐! 잠깐, 로마이어! 그건 그 여자가 독단으로 속인 겁니다. 저하고는-"
"닥쳐. 브로커가 너만 있는 것도 아니고. 이따위로 할거면 집어치우자고."
빠각. 단숨에 브로커와의 연락만을 위해 사용하던 대포폰을 산산조각낸 그는 다른 폰을 들었다. 그러자…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방에 20명의 여자가 우르르 몰려들어왔다. 로마이어는 그들 중에서 다섯을 골라 침대 쪽으로 불렀다.
그러다 남아있던 네 여자를 보면서 고개를 갸웃했다.
"뭐야. 아직도 있었나?"
분위기 보고 알아서 꺼졌어야지 하는 태도다. 그녀들은 서로를 마주다가, 덜덜 떨면서 방을 나갔다. 그녀들이 나가자마자 방 안에선 다시 교성이 울려 퍼졌다.
*
"후…."
정액과 애액이 뒤섞인 냄새가 가득한 방 안. 로마이어는 만족감이 느껴지는 숨을 토해냈다.
'이번 브로커는 제법 괜찮군.'
계집들의 질이 제법 괜찮다. 특히, 방금까지 자기 위에 올라타서 허리를 흔들어대던 이 여자는 명기다. 30대 중반이 되어서 조금 기운이 꺾인 자신을 몇 번이나 일으켜 세워서 끝내 토해내게 만들었다.
지쳤는지 몸 위에서 완전히 늘어져 버린 여자의 둔부를 손을 콱 움켜쥐자, 그녀는 나지막이 비음을 토해내며 슬쩍슬쩍 허리를 꿈틀거렸다. 방금 토해냈던 걸 허벅지 사이로 질질 흘리면서도 더 탐하고 싶단 듯이 비벼댔다.
고개를 숙여 내려다보니 나이도 어려 보인다. 성인은 된 걸까? 몸이 합쳐져 있을 때도 틈이 너무 좁아서 조금 놀랄 정도였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머리를 펌한 그녀는 앳된 얼굴로 혀를 살짝 내밀며 뜨거운 숨을 쉬어댔다.
"훗."
어지간하면 한번 부른 여자는 다시 부르지 않는데, 이것은 당분간 계속 부를 것 같다. 당장도 이렇게 다시 살려내고 있으니까. 탐욕스럽게 웃은 로마이어는 주무르고 있던 엉덩이에 다른 한 손까지 올린 다음, 그대로 번쩍 들어서 꼿꼿하게 세워진 것 위까지 끌어올렸다.
그리고선 몸을 홱 뒤집어 아래에 까니, 여자는 비음을 터트리면서도 양다리로 그의 허리를 감아왔다. 마땅히 있어야 할 삼림을 완전히 밀어버린 아래쪽은 분홍색으로 달아올라 있었다. 로마이어는 그대로 그 안쪽에 새빨갛게 뜨거워진 것을 끼워 넣었다.
"꺄아아아!"
마치 경험이 몇 없는 것처럼 위장하고 있는 모양새도 좋다. 로마이어의 눈이 벌게졌다. 그때였다. 저쪽에서 핸드폰이 울려왔다. 대포폰이 아닌, 자신의 명의의 중요한 용건일 때만 사용하는 핸드폰.
로마이어가 인상을 찌푸리고 일어나려 하니, 여자가 간절한 눈으로 목을 팔로 감아왔다. 음란한 년. 크게 웃은 로마이어는 그대로 그녀를 달고 몸을 일으켜 전화를 받았다. R.D.C에서였다.
"무슨 일이지?"
"로마이어 씨. 대체 지금 어디 계신 겁니까? 키메라 하나가 또 나왔습니다. 지원이 필요해요."
"하…. 오늘 하루만 두 건인가?"
토론회 이후로 한 달. 대한민국에선 키메라와 그렘린 페이스, 페이스리스가 시도때도없이 발생하고 있었다. 워낙 많이 발생한 덕에 이들을 처리하는 속도도 점점 빨라지고 있었지만, 그래도 한 건 한 건이 위험하다.
마력이 다 떨어지기 직전까지 싸우는 경우도 생기기 시작해, R.D.C의 전투 피로도가 점점 쌓이고 있었다. 전화를 건 광현의 목소리에도 피로감이 절절하게 묻어있었다.
"이번엔 또 어디지?"
"청주입니다."
멀기도 하다. 로마이어는 혀를 찼다. 가야 하는가? 이성적으로 생각하자면 그래야겠지.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통화를 방해하지 않게끔 입을 앙다물고서 자신과 결합을 유지하고 있는 여자를 보자 그런 생각이 싹 사라져갔다. 목과 허리에 다리를 휘감은 채 허공에서 움직여 대는 것이 음란하기 짝이 없다.
잠시 후 변명거리를 생각해낸 로마이어는 광현에게 말했다.
"…이렇게까지 빈번해지면 B랭크들을 다시 로테이션으로 돌려야지. 4명만 가도 충분할 거야. 패턴도 익숙해지지 않았나?"
"아니, 로마이어 씨?"
"솔직히 나도 좀 많이 지쳐서 말이지. 오늘은 부탁하네."
"로마이어 씨! 로마이어 씨?!"
뚝. 광현의 외침을 뒤로 한 로마이어는 핸드폰 배터리를 분해해 버린 다음 다시 침대로 갔다. 그동안 허공에서 춤추던 여자는 완전히 지쳤는지 땀 범벅이 되어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그런 여자를 위에서 찍어누른 그는 이윽고 다시 한 번 방사하며 그녀 위에 쓰러졌다. 그녀는 체중차이 때문에 숨이 막힐 텐데도 그의 몸을 휘감으며 황홀하단 듯한 목소리를 토해냈다.
"후후…."
로마이어는 방사 후의 감각을 즐기면서, 꽂아넣은 것을 빼내지 않은 채 생각에 잠겼다.
멸급 디제스터의 출현은 이제 머지않았다. 경급이 하루에 두 번씩 튀어나오는 이상 그것은 명백하다. 초빙했던 전문가들이 3개월은 예상했지만, 아무래도 그건 틀린 것 같다.
'아무래도 슬슬 말을 걸 때가 된 것 같군.'
로마이어는 한 남자를 떠올리고는 생각을 정리하며, 양옆으로 안겨오는 다른 여자들을 함께 품에 안았다.
*
"주인님. 로마이어 엔체스터 측에서 연락이 있었습니다."
"무슨 내용이었죠?"
"디제스터가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고 있으니 국가를 위기에서 구하기 위해 뜻을 함께해달라고 하는군요."
"빨리도 말하네요."
소파에 앉아 보고를 받은 천후는 쓰게 웃었다. 뜻을 함께해달라. 말은 좋지.
"R.D.C에 들어오란 말이 아니군요?"
"네. 끝까지 주인님을 따로 떨어뜨려 놓을 생각인 것 같습니다. 제어할 수 없는 사람을 내부에 들이기 싫겠죠."
"흐으음. 그래서 그렇게 하면 얼마를 주겠다는 거죠?"
"경급 80억. 파급 1억입니다."
그걸 자신뿐 아니라 빌라이저와 엔체스터 콜로니, 그리고 다른 사람 해서 25인 파티가 나눠 먹으라 이건가. 터무니없는 이야기다. 이 시점에서 이런 제안을 해올 거란 생각은 못 했는데. 천후의 표정에 묘한 미소가 감돌았다.
"딜에 따라선 좀 더 올라갈 거야."
셀레나의 발언에 그는 고개를 저었다
"좀 더 라고 해도 의미가 없잖아. 원랜 250억인데 100억을 받은들."
최초로 등장했을 때의 키메라 퇴치 보수는 400억이었지만, 패턴 연구가 끝난 지금은 250억까지 내려와 있었다. 그걸 온전히 다 먹지 못하고 R.D.C에게, 정확힌 로마이어에게 떼어줘야 한다는 것은 응하기 힘든 일이었다.
"뭘 믿고 이렇게 배짱인지 모르겠네."
의도를 읽을 수가 없다. 매국노로 몰아붙여 가는 것도 어차피 일시적인 방법일 뿐이다. 여기서 빈도가 더 늘어나면 사정하는 입장이 될 텐데. 멸급이 나타나면 더 그렇고. 무슨 생각이지? 그렇게 생각할 때, 셀레나가 멍하니 입을 벌렸다.
"자기들끼리 멸급을 잡을 수 있으면 이래도 되긴 하지."
"……."
천후의 생각이 딱 멎었다. 황망한 눈으로 셀레나를 올려보자, 그녀는 응? 하고 고개를 갸웃했다.
"왜? 맞잖아."
"아. 응. 맞긴 한데."
당연하게 생각했던 걸 내려놓고 생각해보니 그림이 그려지긴 하네. 잠깐 어처구니가 없어 웃은 천후는 그러다 얼굴을 굳혔다. 고개를 돌려 희주를 보니,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렇지?
"미쳤군……."
대한민국 모든 일리미네이터와 전 국민을 걸고서 실험해볼 셈인가?
천후는 셀레나가 생각 없이 제시한 최악의 가능성을 곱씹어보다가 입을 다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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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연참해야징... 일어나서 한 화 더 올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