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화
면허도 슬슬 나왔겠다 천후는 차를 끌고서 오션랜드로 향했다. 꼭 워터 슬라이드를 빨리 타고 말리라는 강력한 요청에 못 이겨 8시도 안 돼서 출발한 덕에 이브와 에바는 잠깐 재잘거리더니 세상 모르게 잠들고 말았다.
9시 조금 넘어서 목적지에 도착한 천후는 뒷좌석에서 서로 손을 꼭 잡고 잠든 아이들을 깨웠다.
"애들아. 다 왔다. 일어나 이제."
"응…? 어디에 와…?"
"더 잘래…."
비몽사몽 하는 기색이 아무래도 지금 자기들이 차 속에 있단 것도 기억 못 하는 모양이었다. 한번 풋 하고 웃은 천후는 장난스레 말했다.
"그래? 그럼 오션랜드 오빠 혼자 들어간다? 둘이서 좀 더 자?"
"오션랜드…. 오션랜드! 이브! 일어나!"
"응? 어! 아! 우리 놀러 왔지!"
그제야 정신 차린 둘은 바딱 일어나 차 밖으로 후다닥 달려 나왔다. 그리곤 전장에 나가는 장수처럼 양팔에 튜브와 수건 등등을 위풍당당하게 들고 그의 뒤를 따랐다.
"우와…. 저 차 뭐야?"
"미친. 저게 대체 얼마짜리야?"
"처음 봤다."
하지만 곧 입구로 들어가는 와중에 들려오는 목소리들에 둘은 살짝 기가 죽어서 천후에게 붙어왔다.
"오빠…. 사람들이 우리 이상하게 봐…."
"막 수군거려…."
조금 무서운지 메쉬캡을 꺼내 쓰고선 양손으로 흰머리를 가리려는 걸 본 천후는 깜짝 놀라서 둘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둘의 외모는 대한민국에서는 워낙 튄다. 사무실이나 천후 자택 근처에서야 익숙해졌다지만, 생소한 곳에서 시선이 집중되자 무서운 모양이었다.
"아니야. 너희보고 그러는 거 아니야. 그냥 오빠 차가 좀 특이해서 그래."
"응? 차?"
"특이한 거야?"
"어. 좀."
여기까지 들려오는 수군대는 소리에 당황한 천후는 둘을 데리고 빠르게 입구로 들어갔다.
희주가 부른 10억이란 금액이…. 사실 어지간한 스포츠카도 너끈하게 뽑을 금액이다 보니 천후는 부담 없이 질러버렸다.
페라리 FF로.
원래는 람보르기니 쪽에서 고를 생각이었지만, 식구가 많은 몸이다. 4인승은 돼야 한다는 생각을 하다 보니 이쪽으로 방향을 돌리게 되었다.
하지만 그래도 4억 중반대를 호가하는 차량이다. 그 덕분에 시선이 집중되니 아이들이 불안해하는 걸 보고 천후는 다음부턴 아이들 데리고 다닐 땐 회사 차를 끌고 오자고 마음먹었다.
'아니면 따로 또 한대 사던가.'
그렇게 마음먹은 천후는 표를 끊고는 남녀 탈의실이 갈라지는 곳까지 왔다.
"그럼 다 갈아입고 안쪽에서 만나는 거야. 괜찮아? 할 수 있겠어?"
TV에서 봤을 때도 느꼈지만, 이 오션랜드라는 곳은 규모가 어마어마했다. 약속했던 장소에 과연 찾아올 수나 있을지 걱정됐다. 하지만 그동안 다시 자신감을 회복한 둘은 작은 가슴을 통통 두드렸다.
"걱정 마세요! 우리 다 기억해요!"
"어린애 아니니까 괜찮아요!"
음. 어린애는 늘 그런 말을 하지. 하지만 더 말하면 삐칠 거 같아서 천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그럼 꼭 제대로 찾아오고, 못 찾겠으면 바로 직원 언니, 오빠한테 미아 찾기 방송해달라고 하는 거다?"
"아이! 알았다니까요!"
"맨날 걱정만 해!"
볼을 뿌우 불린 둘은 천후의 등을 꾹꾹 밀어서 저 멀리 쫓아내고는 탈의실로 들어갔다. 한숨을 푹 쉰 천후는 바로 남자 탈의실로 달려가서 번개처럼 빠르게 수영복으로 갈아입고는 약속 장소로 향했다. 혹여라도 그동안 아이들이 먼저 나와서 헤맬까 봐 걱정한 것이다.
"아…. 왜 안 나오지."
거기서 끝나지 않고 천후는 아이들이 빨리 나오지 않자 입술이 바싹바싹 마르는 것을 느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여자들 중 한 명이라도 같이 와달라고 하는 거였는데. 자신의 눈이 닿지 않는 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 걱정돼 미칠 것 같았다.
그렇게 20분이 넘게 지나 천후의 눈에 슬슬 핏발이 돋아날 때 즈음, 저쪽에서 작달막한 아이들 둘이 자박자박 걸어왔다. 그 모습을 보고 나서야 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왜 이리 늦게 나왔어?"
"여자는 원래 준비가 오래 걸리는 거야. 몰랐어?"
찡긋하고 이브가 윙크하면서 말하는 걸 들으니 천후는 자기도 모르게 살짝 울컥했다. 그때 에바가 눈치를 보며 물어왔다.
"오래 기다렸어요?"
"응? 아니 그런 건 아닌데…."
"여자 탈의실에 사람 엄청 많았어요. 화장실도 그렇구. 그래서 오래 걸렸어요."
그러면서 이브의 허리를 팔꿈치로 꾹 찌르자, 이브도 상황파악을 했는지 천후의 손을 잡아왔다.
"오빠 화났어?"
이럼 또 뭐라 하기 그렇잖아? 어린 애들이 눈치가 백 단이다. 당황한 천후는 다시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아냐. 좀 걱정돼서. 뭔 일 있었나 했지."
"원래 이런 데선 막 돌아다니기 힘들어요."
"으, 응. 알았어. 미안합니다. 울컥해서."
순순히 사과한 천후는 둘이 다시 히히 하고 웃자 안도했다. 이거 참. 어른 상대할 때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신경 써야 한다.
"오빠. 우리 어때요?"
"예뻐? 귀여워?"
천후의 기분이 풀린 걸 확신한 둘이 어제 보여줬던 수영복 차림으로 포즈를 취해댔다. 짧은 백발이 찰랑찰랑 거리면서 비키니 프릴이 흔들리는 게 귀엽다. 둘 다 이목구비가 워낙 이국적이다 보니까 그것만으로 주변의 시선이 확 집중되었다.
"응. 엄청 귀여워. 둘 다."
"에이. 둘 다는 아니다. 내가 더 귀여운데."
"웃기지 마, 너."
푹푹. 손날로 에바가 이브의 옆구리를 찔러대자 이브는 꺅 소리를 내더니 옆구리를 꼬집어댔다. 별로 진심으로 싸우는 게 아니었기 때문에, 천후는 그것을 굳이 말리지 않고 둘과 함께 워터 슬라이드 대기열에 섰다.
일단 가장 메인이 되는 300m짜리 워터 슬라이드는 예약해둔 다음 그들이 향한 곳은 3인승의 짧은 하강식 라이드였다.
"와. 줄 엄청 길어!"
"그러게."
나름 일찍 온다고 왔는데 이미 꽤 많은 사람이 줄 서 있었다. 그래도 다행히 생각보다는 일찍 탈 수 있었다.
"모자는 벗어주세요."
"네~."
안전요원의 지시에 따라 모자를 벗은 둘은 구명조끼를 낑낑대며 끼고선 천후와 함께 튜브에 탑승했다. 둘은 처음엔 확실하게 Y자 형태로 앉아있다가, 출발 직전이 되자 불안했는지, 슬금슬금 손잡이 끈을 놓고 천후 쪽에 붙어왔다. 바로 그때 튜브가 출발했다.
"으앗!"
천후는 순식간에 몸이 위로 뜨며 튜브 밖으로 튕겨 나갈 뻔한 둘을 양팔로 끌어안고는 안색이 창백해졌다. 어지간하면 다칠 일은 없겠지만 그래도 모를 일이다.
"꺄~!"
"빨라~!"
"둘 다 팔에 끈 끼워~!!!"
자기들 상황은 모른 채 신나서 소리 지르는 둘을 보고서 천후는 비명을 질러댔다. 튜브는 한번 가속을 시작하더니 순식간에 116m짜리 슬라이드의 종착지에 다다랐다.
"와! 너무 재미있다!"
"그치! 그치그치!"
"……."
둘은 서로 마주 보며 재잘댔지만 천후는 전혀 그럴 겨를이 없었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아이들은 다른 슬라이드들을 보면서 눈을 빛냈다.
"다른 것도 타자."
"그래! 오빠! 빨리~. 가자아~."
'아이고야.'
조막만 한 것들이 팔을 끌어안고 애교를 부려대니 당해낼 수가 없다. 걱정되는 와중에도 입끝이 슬그머니 들리고만 천후는 아이들에게 끌려서 질질 다른 슬라이드의 대기열로 함께 갔다.
*
"오빠, 이거 봐! 가만있어도 움직여!"
"꺅! 파도! 귀에 물들어갔어. 익익!"
천후는 유수 풀에서 아이들이 튜브를 타고 놀며 소리 지르자 손을 흔들어주다가 고개를 푹 숙였다.
"지, 지친다."
아이들은 지치지도 않고 빨빨거리고 돌아다니며 오션랜드의 슬라이드 대부분을 정복했다. 6인승이고 2인승이고를 가리지 않고 탔는데, 그때마다 위험천만해서 천후의 신경이 갉아 먹혔다.
그렇게 몇 시간이 지나 점심 먹고 저녁 즈음이 되어서야 아이들은 슬슬 슬라이드를 그만두고 풀로 이동했다. 여긴 아이들이 서 있어도 물이 가슴까지밖에 안 닿는 유수 키즈 풀이었기 때문에, 천후는 그제야 마음을 놓고 쉴 수 있었다.
'애 둘 데리고 다니는 게 이렇게 힘들 줄이야.'
슬라이드뿐 아니라 워낙 넓다 보니 화장실 문제라던가, 짐 문제라던가 신경 쓰이는 게 한두 개가 아니었다. 풀장에 오기 전까진 손에 들고 다니던 튜브나 기타 등등은 죄다 짐밖에 되지 않았다. 그리고 그건 뭐 말할 것도 없이 천후 몫이고.
그걸 다시 넣고 왔더니 있던 장소에서 사라져서 한참 찾아다녔던 건 이야깃거리도 못 된다. 결국 체력 이전에 정신력이 바닥난 천후는 가슴에 상처가 다 아물지 않았다는 핑계로 풀에 들어가지 않고 파라솔 아래 앉아서 둘이 노는 걸 이렇게 지켜보고 있었다.
"후우."
하지만 그러고 있을 때. 에바가 이브를 두고는 풀에서 나와 천후의 옆에 앉았다. 어른 흉내를 내며 힘들다는 듯한 한숨을 내쉰 그녀는 고개를 살래살래 내저으며 말했다.
"이브는 너무 어린애 같아요. 이제 좀 물에서 나와도 되는데. 어울려주기 힘들어요."
"그, 그러니?"
정말 객관적으로 엄밀하게 따지자면, 확실히 에바가 이브보단 약간 더 어른스러운 면이 있긴 했다. 하지만 그건 뭐랄까. 정말 아주 조금이지.
"왜 나와. 나 혼자 놀면 심심해."
그 사이 마찬가지로 풀에서 나온 이브가 칭얼대자 에바는 다시 고개를 저으며 일어나다가.
"'에취!"
"아! 콧물! 에바 콧물 나와!"
"힉. 더러워!"
에바는 부끄러워하면서 근처에 가져다 두었던 휴대용 티슈를 뽑아 코를 흥 풀었다. 천후는 잠깐 풋 하고 웃었지만, 이브를 올려다보고는 표정이 굳었다.
"어. 이브 너…."
"응? 왜요?"
"히히. 너도 콧물 나오는데?"
"뭐? 진짜? 휴지휴지."
마찬가지로 코를 푼 이브는 코 푼 휴지를 쓰레기봉투에 버려 증거인멸을 하고는 다시 깔끔한 척을 했다. 하지만 천후는 여전히 굳은 채 물었다.
"너희…춥지 않니?"
"응?"
"네? 어…."
서로를 마주 본 이브와 에바는 고개를 갸웃했다. 왜 저런 걸 물을까? 음. 앞에 보이는 애 입술이 좀 시퍼레져 있는 거 같긴 해도 별로 춥지는…
"에."
"에취!”
쭈루룩. 재채기와 함께 콧물이 튀어나와 서로 공중에서 만나 호선을 그렸다.
"…….”
자기들 추운 것도 모르고 계속 놀기만 했다니…. 손으로 얼굴을 감싼 천후는 바로 둘의 몸에 타월을 둘러주었다.
*
"응~. 따듯하다~."
"으아. 졸려…."
아이들과 실내로 들어온 천후는 아이들과 함께 들어갈 수 있는 온탕을 찾아 들어갔다. 둘은 처음엔 여름에 웬 온탕이냐며 질겁했지만, 막상 들어오니 흐물흐물 녹아서 팔에 머리를 기대왔다.
"거봐. 추웠지?"
"히히…."
"헤헤헤…."
살짝 혀를 빼꼼 내미는 게 괘씸하다. 주먹으로 살짝 머리를 꽁하고 박은 천후는 그대로 다시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러자 둘은 겨드랑이 사이로 머리를 밀어 넣으며 기대왔다.
"후아. 딱딱해."
"히. 강호 서방은 이러면 기분 좋은데."
"……."
그야 기분 좋겠지. 이상한 생각 들게 하지 마라. 잠깐 그 장면을 연상한 천후는 빠르게 망상을 없앴다. 아이들 앞에서 디아블 점보를 할 순 없는 거잖아.
"잘 놀았어?"
"네. 이제 그만 놀아도 돼."
"응. 이제 좀 피곤해!"
볼을 가슴에 대오며 하는 말에 천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슬슬 갈 때가 되긴 했지. 그는 고개를 내려서 아이들의 머리를 보았다. 새삼스럽지만 눈송이처럼 가라앉은 흰머리가 마치 토끼 같다. 작고 작아서, 영원히 품에 두고서 놔주고 싶지 않다.
하지만 그럴 순 없겠지.
조용히 하품하는 둘을 내려다본 천후는 이전부터 물으려고 했던 말을 입에 담았다.
"저기. 이브. 에바. 학교…. 가고 싶지 않아?"
"응?"
"학교요?"
"응."
민감한 주제인지라 천후의 말투가 조심스러웠다. 다행히 아이들은 크게 반응하지 않고, 그저 목소리만 낮추며 말해왔다.
"가곤 싶은데…."
"무서워요…."
"막 괴롭힐까봐 싫어…."
"그래두 에반 친구 있으면 좋겠어."
"……."
강호의 조부, 이 노인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둘에 대한 이야기를 간략하게 들었었다. 둘이 학교에 가지 않는 이유는 단지 정원 외 관리를 하고 있어서만은 아니었다. 몇 번인가 학교에 갔었지만, 외모가 워낙 다르다 보니 다른 아이들의 호기심이 원인이 되었다.
그 호기심은 지나친 관심이란 모습을 하기도 했고…. 괴롭힘이라는 모습을 하기도 했다.
"쩐에 잠깐 다닐 땐, 이브 머리 흰머리라고 다 뽑아야 된다고 막 뜯고 그랬다?"
"남자애가 맨날 제꺼 신발이나 필통 숨겼어요."
"……."
옛이야기를 하기 괴로운지 아이들의 말이 없어졌다. 천후는 등을 쓸어내려 주며 조용히 마음이 진정되길 기다렸다. 한참이 지나, 에바가 먼저 조심히 물어왔다.
"오빠. 오빤 에바랑 이브랑 학교 다녔으면 좋겠어?"
확실히 에바가 좀 더 어른스럽긴 하다. 이브는 그 말을 듣고 나서야 눈을 토끼처럼 크게 뜨고선 함께 바라봐왔다.
어떻게 말해야 할까. 천후는 고민하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응. 난 너희 둘이 친구도 좀 더 많이 사귀고 그랬으면 좋겠어. 맨날 어른들하고만 있잖아."
자신과는 달리. 이 아이들은 여지가 있는 아이들이었다. 본인과 주변의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그것이 충족된다면 학교에 다닐 수 있으리라.
천후가 둘에게 바라는 것은 다른 것이 아니라 또래와의 교우관계를 맺을 수 있는 계기였다. 아쉽게도, 홈스쿨링으로는 그런 면에서 한계가 있었다. 단순히 인맥을 만들기 위한 용도가 아니라, 같은 나이의 아이와 소통을 한다는 것 자체가 아이들의 정서엔 중요하다.
지식은…. 돈으로 살 수 있다. 교육을 돈으로 살 수 있기에. 지식 역시 구매라는 개념을 적용할 수 있다.
하지만 외로움은 돈만으로 극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들은 둘이니 그것이 덜하겠지만…. 그래도.
외롭지 않았으면 했다.
"…괴롭히는 애들 없으면. 가고 싶어, 이브도."
"에바도 친구 더 많았으면 좋겠어요."
조곤조곤 말해오는 목소리에 천후의 표정이 밝아졌다. 이 아이들은 아직 그런 게 '필요 없다'고 생각할 정도까지 가진 않았다. 그렇다면….
"그럼 말야…. 오빠가 그런 학교 만들어주면 다닐래?"
"응?"
"학교를 만들어요?"
놀랐는지 물어오는 말에 천후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면 그런 학교 찾아주면 말야."
이브와 에바는 서로를 마주 보다가 대답했다.
"응."
"다닐래요."
"그래. 그럼 오빠가 최대한 빨리 알아볼게. 그때까지만 기다려줘."
착하다. 이 아이들은. 그 편견과 아집 가득한 늙은이 아래에 잡혀있어야 했는데도.
어른으로서 한사람 몫을 완전히 하는가에 대해선 의문부호가 뜨는 강호와 함께 있느라 조금은 철이 들어야 했을 텐데도.
오랫동안 생각했다. 자신이 이 아이들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을지. 어떤 역할을 맡을 수 있을지. 얼마 전에야 결론이 나왔다.
아이가 아이일 수 있도록 해주는 것.
그것이야말로 어른인 자신의 역할이라고.
다행히 둘은 그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었다. 그것이 너무나 고맙고 사랑스러워, 가만히 웃은 천후는 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위로 고개를 들었다.
가야 할 길 하나가 보였다.
*
"응? 아이들은 어디 있지?"
그날 밤. 사무실로 아이들을 데리러 온 강호는 희주가 가만히 입술에 검지를 올리자 고개를 갸웃했다.
"왜 그러나?"
"쉬잇…."
물어오는 강호를 조용히 시킨 희주는 안방 문을 열어 보여주었다. 그 안을 본 강호는 아 하고 탄성을 지르더니 빙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은…. 방해하지 말도록 하죠."
"응. 지쳤을 테니."
작은 목소리로 말한 강호는 그대로 돌아갔다. 그녀를 떠나보낸 희주는 소리 내지 않고 안방을 다시 보았다.
천후를 사이에 두고 두 아이가 팔베개를 베고 새근새근 잠들어 있었다.
평소라면 저곳은 자신의 자리이지만….
"오늘은 양보해드리죠. 공주님들."
자애롭게 웃은 희주는 조용히. 방문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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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작, 추천, 쿠폰, 코멘트 감사드립니다.
포돌이님이 지엄하신 관계로 아청법은 지킵니다. 후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