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이드하렘-87화 (87/324)

87화

이불 속으로 들어오자 기껏 지금까지 외면하고 있었던 여자의 살 내음이 콧속으로 확하고 파고든다. 단숨에 머릿속이 과열된다. 눈앞에 약간 겁먹은, 하지만 거부는 표시하지 않는 여자의 얼굴이 들어온다.

반라의.

'아. 위험하다.'

여기서 고개가 더 내려가면 그녀의 몸이 노골적으로 보일 것이다. 그건 정말 위험하다. 눈으로 보면 만지고 싶어지고, 만지기 시작하면 주물러보고 싶어지겠지. 그렇게 술렁술렁 넘어가다 보면 무슨 짓을 저지를지야 뻔하다.

게다가 천후가 생각하기에 강호는 아마도 그걸 어찌어찌 받아들여 버릴 것 같았다. 그런 여자니까. 방금도 그랬으니까. 아니 본인이 먼저 말해왔을 정도니 확실하다.

'나는 임자 있는 몸이다. 나는 임자 있는 몸이다. 나는 임자 있는 몸이다.'

참을 인자와 인간 남캐의 최강 방어주문을 외우며 스멀스멀 끓어오르는 욕망을 잠재운 천후는 심호흡을 내뱉으며 물었다.

"선배. 저거 뭐예요?"

"그, 글쎄다. 아마도 조부가 지켜보라고 한 게 아닐까?"

목소리엔 확신이 없었다. 하긴. 누가 시킨 것인지, 아니면 남자라고 빽빽 우기던 강호가 남자를 데려왔으니 신기해서 그냥 훔쳐보는 건지 어찌 알겠는가? 하지만 지금 중요한 건 훔쳐보고 있다는 사실 그 자체다.

"차라리 쫓아내 볼까요?"

"으으으음…. 그럼 더 몰래 보려고 들 거 같다만."

그럴싸하다. 차라리 지금처럼 노골적이면 속일 궁리라도 하지. 더 은밀해지면 골치 아파진다.

"어, 어쩌지?"

어쩌냐고 물으신들 천후라고 방도가 떠오르진 않았다. 그냥 이렇게 붙어있다 보면 떠나지 않을까? 하지만 10분, 15분이 지나도 인기척은 사라질 생각을 안 했다.

'한판 하는 걸 봐야 가겠다 이거냐!'

이건 노인이 시켰다고 해도 그걸 따르고 있는 식솔의 자질을 의심해야 할 판이다. 이쯤 있었으면 자나 보다 하고 가야 할 거 아냐? 꼭 그렇게 봐야겠어? 봐야 속이 풀려? 속으로 마구 화를 낸 천후는 이를 갈았다.

"…아무래도 연기를 해야겠는데요."

"으, 응?"

"그러니까. 음. 하는 연기."

"…!"

움찔. 어깨가 한번 크게 튀어 오르더니 밀착해있는 온몸 전체가 오들오들 떨리는 게 느껴졌다. 이렇게 무서워할 거면서 아까 전엔 무슨 생각으로 그런 소릴 한 거람. 어이가 없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그녀는 고개를 푹 숙이면서 작게 중얼거렸다.

"응. 나는, 상관없다. 워, 원하는 대로 해도…."

"아…."

이 여자가. 지금 이렇게 안겨있는 몸에 닿는 것만으로도 미칠 거 같은데 무슨 소릴 하는 걸까? 연기고 나발이고 한번 그냥 거하게 해버릴까 보다.

'아니. 아니지. 진정하자. 나는 임자가 있는 몸…!'

바로 그 임자가 가장 큰 문제의 주범인 거 같지만, 어찌 되었든 다시 한 번 주문을 외운 천후는 그녀를 째릿 하고 쏘아본 다음 속삭였다.

"됐고. 어떻게 그…하는 척이라도 해보죠. 저쪽도 어두워서 우리 잘 안 보일 테니까, 목소리만 좀 속이면 될 거 같은데."

"그, 그런가?"

"네. 그러니까 선배 쪽에서 그…. 시, 신음 좀 내봐요."

"신음…."

어두운 와중에도 그녀의 얼굴색이 어떤진 알 것 같았다. 그래도 그녀는 고개를 꾸벅하더니 소리를 내었다.

"너, 너무 심하게 하지 마라. 아. 아우. 아."

"……."

노력하고 있지만. 국어책 읽는 듯한 투라 티가 너무 난다. 강호 자신도 그렇게 생각했는지, 얼마 지나지 않아 입을 꾹 다물었다. 눈동자가 일렁일렁대는 게 보였다. 더 시키면 울어버릴 거 같은 기색에 천후는 혀를 찼다.

'어쩔 수 없지.'

여기선 어차피 액션을 해봐야 저쪽은 잘 보이지도 않을 거다. 역시 키 포인트는 소리지. 그렇게 생각한 천후는 각오를 단단히 하곤 말했다.

"…선배. 미안해요."

"응?"

미리 사과한 천후는 단숨에 그녀의 양 허리를 양손으로 쥐었다. 그리고는…. 손가락을 마구 움직여 그녀의 옆구리를 간질였다.

"꺄핫! 꺄아아아앗! 뭐 하는 거냐! 아으! 아아아앗!"

펄떡펄떡. 예상했던 반응이 튀어나왔다. 마구 다리를 채면서 허리를 꺾어대는 게 진풍경이다. 하지만 천후는 그에 멈추지 않고 자기 어깨에 입을 댔다.

"좋지? 누나? 어때 자기 집에서 하니까. 쩝. 쩝. 츄르르릅. 츄릅!"

"잠, 까안! 아하아아앙!"

"진짜 민감하네. 그렇게 하고 싶었어? 여기서 하는 게 그렇게 좋아?"

펄럭펄럭. 그녀가 발을 움직여대면서 이불이 채는 소리가 거칠게 울려 퍼졌다. 그 순간, 덜커덩하고 문밖에서 작은 소리가 난다 싶더니.

"네 이년들! 뭘 보고 있는 게냐! 썩 들어가지 못할까!"

"에그머니나! 정 씨 아직 깨 있었수?"

"노망난 년들. 내가 네 년들을 다 패 죽이리라!"

"히익! 진정하슈! 아가씨 애인이 제구실하는지 보고 싶어서 그만."

"들어가라고 말을 하는데도오!"

"으미!"

여자들의 비명과 대빗자루가 바닥에 부딪히는 소리가 여러 번 울려 퍼지더니, 얼마 지나서야 조용해졌다. 그 뒤로 얼마가 지나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죄송합니다, 도…. 아가씨. 더는 취침을 방해하는 것들이 없게 조치하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인기척은 대답도 듣지 않고 사라졌다. 그제야 천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로 다들 갔나 봐요. 이제 진짜 자죠."

"……."

그렇게 말하고 강호를 보니, 그녀는 입술을 꾸욱 깨물고 있다가 결국 버티지 못하고 눈물 몇 방울을 구슬구슬 흘렸다.

"너, 너무하다. 그런 이상한 소리나 내게 하다니. 나, 난!"

"아니…."

훌쩍훌쩍하고 양 손등으로 눈물을 닦아내는 걸 보니 심장이 철렁 가라앉았다. 천후는 자기도 모르게 그녀를 끌어안아 버렸다.

"미안해요. 선배. 말도 안 하고 그래서. 근데 방법이 없었어."

"그, 그래도. 식솔들 전부 들었을 텐데. 나를 뭐로 생각하겠느냐?"

울먹이는 와중에 힐난해오니 당해낼 수가 없다. 하지만 한편으론 다른 생각도 들었다.

'아…. 좀 더 괴롭히고 싶다.'

근질근질 마음속에서 나오는 나쁜 생각에 천후는 당황했다. 좀 더 울려버리고 싶다. 이 여자는 울고 있는 게 너무 예쁘다. 보통 때라면 그만뒀겠지만, 이번만큼은 참을 수 없다. 천후의 목소리가 은근해졌다.

"…너무하는 건 선배 아니에요?"

"무, 무슨…!"

"선배가 나보고 해도 된다고 했던 걸 정말 했으면…. 훨씬 더 심했을걸?"

일부러 귓가에 입을 가져다 대고, 작지만 탐욕스러운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그러자 그녀가 흐읍하고 숨을 들이 삼키며 떠는 것이 느껴졌다.

쿵. 쿵.

못 참겠다. 진짜 이젠 못 참겠어. 저걸 봐. 어쩔 줄 몰라서 입 우물우물거리다가 고개 돌리는 거 보라고. 아아…. 지금 당장 범해버려도 분명 괜찮겠지. 이 여자 아랫도리에선 분명 피가 나오겠지. 그리고 방금 그랬던 것처럼 소리 지르겠지.

오늘 밤 내내 그렇게 만들고 싶다. 내일 다리가 풀려서 움직이지도 못하게 만들어버리고 싶다.

남자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한 마리의 야수가 속삭이는 음성에 저항할 마음이 점점 없어져 간다. 뇌리에서 달콤했던 목소리를 재생했다.

'주인님께선…앞으로 많은 것을 취하실 분…. 거기에서 여인을 뺄 필요는 없습니다…. 한 명의 여자에 만족할 필요도….'

당장. 손만 대면 잡아먹을 수 있는 양이 있다. 허락도 받았다. 그 증거가 저쪽에 굴러다니고 있지. 범해. 범해서 네 것으로 만들어버려!

"자, 잘못했다."

아무리 둔한 양이라도 이 지척까지 다가온 야수의 기척은 읽을 수밖에 없다. 당장, 목덜미에 코를 대고서 뜨거운 김을 뿜어대고 있다면. 누구라도 알 수밖에.

그렇기에 강호는 덜덜 떨면서 중얼거렸다. 하지만 천후는 눈을 가늘게 뜨고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안돼요. 이젠 안 봐줘요."

"!"

강호의 눈이 한참 커졌다가 눈을 꼭 감았다. 파들파들 떨며 늑대의 기습을 맞이한다. 하지만…. 기습은 오지 않았다.

머리를 쓰다듬는 손길이…. 따듯하다.

"천후야?"

"…쉿."

귓가에 속삭인 천후는 가만히 손가락을 문 쪽으로 가리켰다. 놀랐다. 인기척이 있다. 당황한 나머지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장난이에요. 떠는 거 보니까 귀여워서 그랬어. 미안, 선배."

"너어…!"

"쉿…. 움직이지 말고 붙어있어요."

"윽…."

인기척을 신경 쓴 강호는 더 뭐라고 하지 못하고 붙었다. 단단한 품에서 느껴지는 심장 박동이 자신만큼이나 빠르다. 순간 강호는 깨달았다.

장난이 아니었다. 참았다. 아주 간신히.

자신 쪽의 고동이 좀 더 빨라졌다.

"한번 끝나고 잠든 연기를 하자고요. 이대로 이야기나 하다 자면 갈 거예요."

"…응."

그 과정에서 무슨 생각이 오갔을지는 감히 상상도 가지 않아, 강호는 가만히 그의 말에 따랐다. 상냥한, 달콤한 음성이 들려왔다.

"선배. 왜 자기를 남자라고 말하고 다녔어요? 그냥 할아버지가 시켜서?"

대답하기 힘든 질문이다. 남에게 말하기 싫은 말이다. 하지만…. 지금. 그에겐 할 수 있다.

툭. 그의 쇄골 위에 볼을 붙인다. 남자에게선 좋은 냄새가 났다.

그녀에겐 아마도. 평생 나지 않을 그럴 냄새. 알고 만다. 자신은 결국 여자란 걸. 그렇기에 지금은 말할 수 있었다.

"…우리 집안은 아주 옛날부터 유명한 무가였다. 하지만 일제치하 때 그 전승을 모두 잃었지. 가문의 모든 남자도 죽어버렸다. 하지만 유일하게 아이를 뱄던 여인 하나가 살아남아 결혼하고 비전을 이어 가문을 다시 재건했지."

"……."

"그 이후로 우리 가문에선 무조건 대가 끊겨선 안 된다는 인식이 생겼다. 하지만…. 조부 때부터 자식을 아버님 한 분밖에 보지 못하셨고, 양친 모두 내가 어렸을 때 돌아가셨지. 그 이후로 나는 남자로 자랐다."

멍하니. 이전 일들을 떠올렸다.

"나는 검이 좋았다. 첫 돌 때도 비도를 집었다더군. 따로 조부가 강요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나는 검의 길을 걸었을 거야. 하지만 조부는 그에 만족하지 못했지. 내가 대를 이을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셨지. 왜냐면…. 여자 몸으론 검의 끝을 보지 못하니까."

어떤 무술. 어떤 무기술을 익히던…. 마지막엔 육체 능력이 크게 좌우한다. 냉병기인 이상 그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다.

"대를 잇는 것도 잇는 것이지만. 뭣보다 그분은 무의 끝을 보길 원하셨지. 그러다…. 내 재능을 보고 여자이지 않았으면 생각한 게야."

"아…."

"그게 쌓이고 쌓여서 광증이 되었지. 그리고…나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남자 몸이었다면. 이 실력이 남자 몸으로 발휘되었다면 어땠을까 하고. 그랬다면 분명…."

더는 말할 필요도 없다. 강호가 남자의 몸으로. 그래 천후 같은 몸으로 태어났다면…. 세계 최강이 아니라 인류사상 최강이 되었어도 이상하지 않다.

"세 살 때부터 들은 이야기였지. 내가 남자라는 이야기는. 그게 쌓이고…. 나도 성에 대해 자각을 하면서도 남자이길 원하고 있었으니까. 행동이 점점 그에 맞춰지더군. 후후…. 바보 같지?"

"아녜요."

스륵. 뒷머리에서 허리까지. 머리카락을 따라 큰 손이 쓸어내린다. 까끌까끌해서 결코 느낌이 좋다고는 할 수 없는 손. 하지만…. 그래도 따듯하다. 그 때문에 확실히 알게 되어버린다.

아아. 나는 여자구나. 결국. 여기서 벗어날 순 없구나.

이전에도 때때로 떠올릴 때가 있었다. 운동을 아무리 해도 남자보다 못하단 걸 깨달았을 때. 씻으며 자신의 몸을 보았을 때. 검을 휘두르며 마지막 한 동작이 펼쳐지지 않을 때.

그때마다 분해서 참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싫지 않다.'

고동이 최고조에 올랐다. 강호의 손이 무심코 그의 볼을 향해가다가 멈췄다. 그가 기회가 있음에도 자신을 다그쳐준 이유. 그에겐 여자가 이미 있다.

그를 너무나 사랑하는 여자가 이미 둘이나. 그들에 비하자면 나는….

"가질 않네요…. 이대로 자야겠네. 미안해요."

"사과하지 말아라."

"아니…정말로. 음."

그 말과 함께 배에 무언가 뾰족하고 뜨거운 게 닿아왔다. 살짝 배로 문질러보니, 단단하다.

"검이라도 가져온 게냐?“

"그거 검이 아니라…. 그. 아으."

말을 못하고 얼버무리자 강호는 고개를 갸웃하다가 뭔가를 떠올리고 퍼뜩 눈을 크게 떴다.

"이. 이게? 허, 허세 부리지 마라! 이렇게 길 리가!"

"……."

"지, 진짜?"

놀라 입을 벌린 강호는 얼굴을 붉히곤 고개를 숙였다. 사람의 몸이란 성별차이로 이렇게나 다르구나. 전에도 그의 것을 보았지만…. 직접 몸에 닿은 것은 체감이 다르다.

'아.'

몸이…이상하게 가렵다. 이런 감각을, 그녀는 아주 드물게 느꼈다. 일 년, 혹은 삼 년에 한 번? 인생에 몇 번 가져본 적 없었던.

여자의 감각.

그녀의 눈이 몽롱하게 풀렸다.

*

시간이 지난다. 심장 고동이 도저히 멎지 않는다. 폭발할 듯 빨라진다. 얼마나 지났을까? 맞닿아있는 그의 고동은 느려졌다. 호흡과 같아졌다. 강호는 그가 잠들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감시도 이제는 없다.

"……."

확인하기 위해…. 상반신을 꾹 붙여본다. 반응이 없다. 없지만. 아래쪽만은 아직도. 뜨겁다.

"…….”

스륵…. 머리 위에 있던 그의 손에 힘이 풀리며 얼굴로 내려왔다. 열기가 얼굴을 감싼다. 강호의 입술이 몇 번인가 달싹이다, 꾹 다물렸다. 눈이 그의 얼굴을 향했다.

꾹. 꾸욱….

몸을 좀 더 다시 눌러댄다. 탄탄한 가슴에 자신의 형편없이 약한 가슴이 맞부딪힌다. 그 끄트머리가 스치며 희미한 쾌감이 스쳤다.

"아…."

자기도 모르게 낸 목소리에 강호는 놀랐지만, 멈추지 않는다. 이번엔…몸 전체를 좀 더 위로 끌어올려, 그의 꼿꼿한 기둥 옆면을 허벅지 사이에 감쌌다. 속옷 너머로 튀어나와있던 것은 그대로 모두 드러나며 살기둥이 되어 그녀의 속옷의 굴곡진 곳을 스쳐댔다.

"음. 응…"

츠츳. 츠츳. 땀인지. 아니면 다른 무언가인지. 이미 심하게 젖어있는 그 천은 안쪽으로 파여있는 계곡 안에 파고들어 있었다. 그 계곡 안으로, 살기둥의 옆면도 함께 끼워 넣어 앞뒤로 움직인다.

"아음. 아…. 하윽."

너무 두꺼워서 전부 끼울 수 없다. 강호는 일순 천후가 한 말을 기억해냈다. 그의 말이 맞았다. 분명. 아까와는 비교도 안 되는 소리를 냈으리라. 안겼다면.

아직. 옆면. 그것도 속옷을 두고 있는데도 이런데.

좋아. 너무.

츳. 츠츳. 허리 움직임이 약간 더 빨라졌다. 갑갑하다. 이 방해되는 천 쪼가리를 치워버리고 싶다. 그 충동이 거세게 찾아왔다. 하지만 그것만은 간신히 참아낸 그 순간, 꼿꼿이 선 검이 여성의 작게 튀어나온 곳을 스치고 지나갔다.

"아! 아아읏! 하앗!"

경망스런 목소리를 숨길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허리를 떨어댄 그녀는 그의 품 위에 완전히 쓰러졌다. 이미 젖어있던 천은 아무것도 막아내지 못해 허벅지 아래 방금 자기 몸에서 분출된 파렴치한 액체를 그대로 흐르게 했다.

그 무색투명한 것과 함께. 뜨겁게 튀어나온 그의 탁한 액체가 섞여 흘렀다. 숨이 가팔라졌다.

"……."

입을 살짝 벌리고 그 감각에 취해있던 강호는, 그러나 곧 입을 다물었다.

두 가지 생각이 그녀를 지배했다.

자책과. 고양.

그중 자책.

"미안하다…."

천후에게, 그리고 다른 둘에게 사죄를 내뱉으며, 강호는 입술을 달싹이다…. 잠든 그의 마른 입술에 입을 댔다. 그러다, 혀를 내밀어 그의 입술을 적시고 다시 한 번 입을 맞췄다. 달다. 너무나 달아서 계속 탐하다 문득.

강호는 지금의 자신이 파렴치하다고 느꼈다.

세 살이나 위인데도…. 연하에게 발정하고 말았다.

그리고. 고양.

"……."

입술을 겹치자. 다시 가슴이 뛴다. 그는 세상 모르게 잠들어 있다. 하지만 그의 아랫도리는 한번 내뱉은 것으론 부족하다는 듯. 끈적이는 끄트머리를 허벅지 사이에 찔러대고 있었다.

그러니… 한 번 더 정도는….

"……."

무슨 생각을. 화들짝 놀란 강호는 가만히. 그의 품에 얼굴을 묻었다. 고양은. 숨긴다. 꾹꾹. 이것은 익숙하다. 애초에 쉽게 찾아오는 감각이 아니다. 금세 사라질 것이다.

그렇게 생각했지만….

'…잠이. 오질 않아.'

여자 되어 달아오른 몸은 쉬이 가라앉지 않았다.

애써도 애써도.

긴 밤이 힘들다. 눈을 감은 그녀는 아랫입술을 물고, 밤이 지나가길 기다렸다.

============================ 작품 후기 ============================

선작, 추천, 쿠폰, 코멘트 모두 감사합니다.

아... 미리 밝혀둘 부분이 있는데 전 이 작품 한해선 완벽히 해피엔딩 지지자입니다. 전체 내용이던 챕터 내용이던 그래요. 이거 꼭 기억해주세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