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화
쿵. 쿵. 심장이 요동친다. 가까이 붙은 둘의 숨결이 아주 조금씩 몸에 닿는다. 단지 그것만으로 이미 그의 아래쪽은 새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입고 있는 가운이 무색하게 튀어나와 존재감을 과시했다.
“…….”
그것을 흘낏 바라본 셀레나는 그대로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푹 숙였다. 벌떡벌떡. 그 모습에 자기도 모르게 아래쪽 가운을 뒤척거려서 그것을 가린 천후는 어째야할지 몰라 당황했다.
“저기, 셀레나? 저번에 하던 걸…하는데 왜 희주 씨까지….”
“그건….”
입가를 어물어물 거리던 셀레나는 차마 그와 얼굴을 마주치지 못하고 고개를 획 돌렸다.
“으…. 이, 이거까지 내가 말 못하겠어. 희주….”
“네….”
반대쪽 팔을 끌어안은 채 한손을 내밀어 그녀의 뒷머리를 쓰다듬은 희주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제가 부탁했습니다. 주인님께 안기게 된다면…단 한번 만이라도 함께 하게 해달라고.”
“네?”
“그리고…셀레나가 응해주었습니다.”
그 말에 천후는 머릿속이 하얘졌다. 그는 상식이 부족한 편이다. 그래도…기본적인 인간관계라거나, 연애관계에 대한 상식은 있다. 그 안에서 볼 때…이건 말이 안 되는데?
“지, 진짜야?”
“…….”
입으로는 도저히 대답할 수 없는지, 셀레나는 고개를 숙인 채 아주 살짝 움직여 긍정했다. 그 반응에 천후는 머릿속이 터질 것 같아, 도저히 아무 말도 꺼낼 수 없었다.
덕분에 방 안은 침묵에 빠져들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고개를 간신히 치켜든 셀레나가 입을 열어 침묵은 깨져나갔다.
약간 뾰로통해진, 그러면서도 조금은 자신감을 잃은 목소리.
“뭐, 뭐야. 싫어?”
“아니…. 나야 완전. 좋지.”
좋아 죽지 무슨 소리야. 싫을 리가 없잖아.
하반신에서 끌어 오른 혈기가 싫다는 생각을 하는 불순한 뇌세포들을 모두 박멸해버리기 위해서 뇌 속으로 침투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런 탱크로 밀어버려야 마땅한 반동분자는 단 하나도 없었다.
그 대답에 셀레나는 귀까지 빨개져선 손을 그의 허벅지에 가져가 꼭 하고 꼬집었다.
“개 변태….”
“으…. 누가 이런 소릴 먼저 꺼냈는데 나보고 변태래!”
“그, 그건…! 나 혼자선! 무서웠단 말야……. 그 때 마침…. 그래서…. 아, 몰라! 이 변태야!”
“…….”
그 말을 끝으로 셀레나는 아무소리도 꺼내지 못하고 입을 다물었다. 그 때, 오른편에서 희주가 귓가에 속삭였다.
“주인님….”
뇌가 진창처럼 녹아버린다. 고개를 돌리니, 이미 평소의 하얀 얼굴은 사라지고 분홍으로 달아오른 얼굴의 그녀가 가까이 와있었다.
그의 눈을 보며, 애절하게 입을 살짝 벌리고 있었다. 아아. 정말이지….
못 참겠다…!
와락!
그녀에게 안긴 팔을 뽑아내, 그녀의 등을 둘러 머리를 누르며 입을 마주 댔다. 그의 행동만을 기다리던 입술이 파르르 떨리며 그를 맞이한다.
츱. 츱. 그녀와는 몇 번 키스를 나눠보지 못했었지만, 그 때마다 머릿속이 휘발되는 느낌이었다. 지금도 그렇다.
마주하는 입을 통해 들어오는 타액. 끈적거리기만 해야 할 그것이 달다고 생각한 쳔후는 그것을 만들어내는 길고 부드러운 것을 엮어갔다.
그것을 바라고 있었다는 듯이, 그녀 쪽에서도 엮여오며 소리를 낸다.
“음. 츱. 츠읍….”
그녀는 비어버린 손을 움직여 천후의 얼굴을 천천히 더듬으며 만져댔다. 그녀가 항상 하는 행동. 천후는 그녀가 왜 자신을 그렇게 만져댔었는지 이제야 알았다.
입을 맞추고 싶었던 거구나.
이성이 날아간다. 아아! 좀 더! 완전히 뽑아내버리고 싶어! 천후는 그대로 입을 때지 않으며, 그녀의 허리를 부러뜨릴 기세로 밀어붙인다.
“음…. 흐읍…!”
과실을 취하기 시작하자 입을 땔 생각조차 들지 않는다. 숨도 쉬지 않고 있었지만 아무래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때, 차가운, 아니 이젠 차갑지만은 않은 흰, 흰 손이 그의 얼굴을 아주 살짝 강하게 만져댔다.
왜 그러는가 멍한 정신으로 그녀를 바라보니 눈동자에 광채가 흐려지고 있음이 보였다. 그것에 놀란 천후는 완전히 얽혀든 혀를 풀며 천천히 입을 땠다.
“하앗…하아…하아…. 하아.”
진득한 호선이 떨어져 그녀의 부드러운 둔덕 위로 떨어졌다. 하지만 그것에 의식할 틈이 없다. 간신히 호흡을 되찾은 그녀가 살짝 이슬 고인 눈으로 마주봐왔기 때문에.
“감사…합니다.”
아아. 왜 그런 소릴 하는 거야. 머리가 터질 것 같다. 이 여자는 나에게 맞춰놓은 요물이 아닐까? 한마디 한마디가 나를 짐승으로 만들어버릴 것 같다.
폐활량 차이 때문에 호흡곤란을 겪고서도 이런 말을 해오니 미칠 것 같다! 천후는 정신을 놓고 다시 그녀를 감싸 안으려 들었다.
하지만 그때 희주가 살짝 떨어지며 그의 얼굴에 댄 손에 살짝 힘을 주어 고개를 반대로 돌리게끔 했다.
그리고선…더더욱 요녀의 목소리로 속삭인다.
“사랑해주셔야 할 사람은…저 만이 아닙니다.”
그 말에 천후는 멍하니 셀레나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여태껏 고개도 들지 못한 채, 아주 조금 흘낏흘낏 둘의 입맞춤을 보고 있었다. 그러다 그가 바라보자 나쁜 짓을 하다 들킨 아이처럼 화들짝 놀라 어깨를 튕겼다.
“아, 아니야. 난 아직…두, 둘이 좀 더 해도.”
“셀레나…. 이리와.”
어정쩡하게 안고 있는 팔을 빼낸 천후는 그녀의 허리를 당겨서 자신의 옆에 붙였다. 그리고는 당황해 정돈되지 못한 옆머리를 쓸어 넘겨준 천후는 희주 때와는 다르게 천천히 그녀의 볼에 입을 맞췄다.
“음….”
움찔 하고 눈을 감았던 셀레나는 그 입맞춤에 어깨에 잔뜩 들어가 있던 긴장이 풀렸다. 천후는 그에 멈추지 않고 얕게, 어린 아이의 인사마냥 이번엔 입 양쪽에 닿았다.
“…….”
그제야 바싹 굳은 몸이 조금 풀린 듯, 셀레나는 살짝 미소 지으며 다시 볼가에 다가오는 입술에 자신이 입을 먼저 가져와 붙여왔다.
츠읍…. 아랫입술을 살짝 물어오다 때는 감각에 천후는 미소 지였다. 셀레나는 새초롬한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 뿐이야. 셋이서 이러는 거…오늘 뿐이니까. 그런 약속이었으니까.”
“…어.”
대답하며 그녀의 입술을 핥았다. 거부하지 않네…. 분홍 입술이 마시멜로우처럼 녹는다. 그러다 셀레나는 눈치를 보듯 한마디를 더 했다.
“지, 진짜니까.”
“알아. 더 해도 돼?”
“…응.”
허락이 떨어지기 무섭게 천후는 그녀의 목덜미에 손을 가져가며 입을 겹쳤다. 희주에게 했던 정신이 나갈 듯한, 농밀한 것은 아니지만 충분히 깊은 입맞춤.
천천히 기다리고 있으면 저쪽에서 먼저 이빨을 두드려온다. 그것을 허락하며, 끝을 닿아본 천후는 그녀의 맛을 음미한다. 타액을 꿀꺽이며 혀를 섞는다.
“음…. 흐으음….”
눈을 꼭 감고 내는 신음 소리에 흥분해 손을 내렸다. 이미 반쯤 허물어진 가운의 한쪽 어깨가 내려간다. 얽힌 것이 떨리는 느낌이 들었지만, 천후는 무시하고 겨드랑이 사이로 손을 가져가, 그 곁에 튀어나온 것을 가볍게 쥐었다.
“으음…!”
이미 쫑긋하고 솟아 나와 있는 분홍이 손끝에 느껴졌다. 그것을 한차례 문지른 천후는 가만히 다른 한손으로는 둘의 입맞춤을 가느다랗게 뜬 눈으로 바라보는 흑발의 여인을 안았다.
“아….”
양 손에 크기와 질감이 달리하는 두 가지의 감촉이 가득 찼다. 그 부드러운 것을 주물주물 만져대자 다른 악기처럼 각각의 소리를 내는 것이 기꺼워 그는 입을 탐하면서도 매만지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음…. 츱….”
그 와중, 셀레나는 그의 행동을 파악할 여력이 없는지, 온몸을 파들파들 떨면서 키스에 집중하고 있었다.
‘거짓말쟁이…. 해본 적 없다고 했으면서….’
말도 안 되게 능숙하다. 닿을 듯 닿을 듯 그녀를 유도해서, 적극적으로 만드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숨이 차고 힘들어 그의 목을 두 팔로 감싸니 천후는 그제야 입을 때주었다.
“핫! 하아아. 하아…. 수, 숨 차….”
입이 떨어지자 살짝 입속에서 비져나온 진홍이 경망스럽게 타액을 떨군다. 천후는 그것이 아까워서 고개를 떨궈, 목 아래 쪽 깊은 쇄골에 호수를 만들어낸 그것을 빨아내듯 삼켰다.
츠으읍. 노골적인 소리가 들리자 셀레나는 오싹오싹 하며 몸을 떨었다. 눈에 눈물이 송글송글 맺혔다.
“너…거짓말이지. 해본 적 없단 거?”
“진짜야.”
“…키스도?”
“키스는 해봤지.”
“…….”
살짝 눈매를 날카롭게 하며 셀레나가 울상을 짓자, 천후는 쇄골에서 가만히 고개를 올려 귓가에 속삭였다.
“그래도…이렇게 기분 좋은 건 너희들이 처음이야. 정말로….”
“거짓말. 아무 여자한테나 그런 소리 하는 거지?”
“진짜야….”
속삭이던 입술로 발개진 귓불을 살짝 입술로만 문다. 그녀는 어깨가 움찔하다가 양 팔로 그의 몸을 밀어버렸다. 떨어지면서 본 그녀의 얼굴은 살짝 미소 짓고 있었다.
“안 믿어. 누가 그런 거 믿어 줄 줄 알아?”
“진짠데….”
키스라고 해봐야 유그드라실의 누나들이 일방적으로 해준 정도다. 그것도 어릴 때고…사춘기 들어서는 그런 일도 없었다. 이렇게 남녀관계로 한 키스는 저번 셀레나가 처음. 저번 희주와 한 게 두 번째. 그리고 지금.
천후가 억울한 목소리를 내자, 그녀는 살포시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어깨에 기대왔다. 알아 줬다는 뜻일까? 아니, 그게 아니었다. 그녀는 반대쪽 어깨에서 기대온 희주와 눈을 맞추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싫으실 텐데….”
“아냐. 그리고 생각보다…그렇게 싫진 않은 걸. …인정하긴 싫지만.”
꼭 하고 천후의 가슴팍을 한번 꼬집은 셀레나는 조용히 희주와 한 손을 겹쳤다. 둘은 그렇게 서로를 마주보며 아주 살짝 웃었다.
“그럼…주인님. 죄송합니다만…부탁을 드려도 괜찮겠습니까?”
“아. 네. 뭐든지.”
뜨거운 숨결을 가슴에 쏟아내며 하는 말에 천후는 무심코 단박에 받아들여 버렸다. 여기까지 와서…그녀들이 자신에게 나쁜 제안을 할 리가 없으니까.
그의 대답에 희주는 가만히 그의 가슴 깨에 귀를 가져다 대며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합니다. 그럼…잠시 팔을 앞쪽으로 하고 눈을 감아주시겠습니까?”
“…….”
뭐지? 눈을 감아보란 말에 천후는 잠깐 불안해졌지만 그래도 그 말에 따랐다. 아아. 이런 자리에서 여자 말을 당해낼 남자란 건…있어선 안 되지.
그렇게 눈을 감자, 희주는 앞쪽으로 내민 팔을 살짝 들어올렸다. 그리곤….
차칵.
무언가 잠기는 소리가 나더니, 양 팔에 차가운 감촉이 느껴졌다. 그 느낌에 눈을 뜬 천후의 눈엔 믿을 수 없는 것이 보였다.
“웨, 웬 수갑이예요?”
천후의 팔에는 수갑이 채워져 있었다. 경찰이 쓰는 것보다는 조악하게 만들어진, 성인용품점에서 파는 싸구려 수갑. 하지만 이것만 해도 열쇠가 없으면 쉽게 손을 뺄 수 없다.
천후가 당황하자, 희주는 살짝 고개를 숙이며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실은…셀레나와 입을 맞췄습니다. 주인님 뿐 아니라…저희 모두 이런…경험은 일천합니다. 그러니까…잠시간. 저희들이 주인님의 몸에 익숙해질 때 까지만…주인님의 자유를 구속할까 합니다.”
“이제 막 만져볼 생각이 들었는데 네가 흥분해서 날뛰면…무섭단 말야. 네가 강제로 움직이면 우린…저항도 못할 거고. 그러니까.”
“윽…. 그건.”
확실히 흥분해서 마구 덤벼들지 않을 거라는 보장은 못하겠다. 솔직히 방금 전 키스하는 도중만 해도 자기도 모르게 두 사람의 몸을 마구 만지지 않았던가?
“그거 끼고 있는 동안은 팔 보면 생각할 거 아냐. 아. 난 얘들한테 몸을 맡기고 있었지 하고. 솔직히 그거 하나 끼워놓은 걸로도 불안하지만…널 믿으니까.”
“…….”
말마따나 천후가 정말 흥분해서 그녀들에게 자기 멋대로 움직이려 한다면…수갑 좀 찼다고 어떻게 되지 않는다. 희주가 단련되었다곤 하지만 천후에 비하자면 신체 스펙 차이를 비교할 수도 없다. 뭣보다 이런 수갑, 마음만 먹으면 마법으로 언제든지 끊어버릴 수도 있고.
“괜찮지? 금세 풀어 줄 테니까….”
“알았어.”
“죄송합니다…. 겁을 내는 바람에….”
“아, 아니에요. 정말 괜찮아요.”
천후는 몸 둘 바를 몰라 하는 희주의 얼굴을 묶여서 모인 손으로 쓰다듬었다. 그 행동에 희주의 표정이 한결 풀렸다.
“그럼….”
잠깐 마주본 두 사람은 함께 고개를 까닥여 보이곤, 천후의 앞쪽으로 모여 앉았다. 그리고선 천천히 묶여있는 그의 가운 허리끈을 풀어내기 시작했다.
그리 단단하게 묶어놓은 것은 아닌지라, 끈은 쉽게 풀어헤쳐졌다. 금세 그의 어깨선에서 옷감이 흘러내리며 상반신이 드러났다.
드러난 근육질 몸에 탄성을 지른 셀레나는 찬찬히 그를 뜯어보다가, 가운 아래 불뚝 솟아올라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입을 꼭 다물었다.
하지만 희주는 그것을 보고 살짝 입가를 굽히곤, 흰 손을 내뻗어 그것을 가리고 있는 단 하나의 옷감을 천천히 들어올렸다.
“그럼…실례하겠습니다.”
그와 동시에, 간신히 가려져있던 그것이 세상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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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로드 시간대가 일정치 않아서 죄송해요.
내일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