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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커가 되기 위한 손쉬운 방법 (230)화 (230/235)

230화 

“유리.”

멀린 아서가 한 걸음 내디디며 미소를 일그러뜨렸다.

“나는 네가 정말 싫어.”

“그것 참 다행이네.”

유리한이 피가 흥건한 입가를 슥 닦아내고는 웃었다.

“나도 네가 정말 싫거든.”

그 말과 동시에 두 사람이 서로 맞붙었다.

캉! 카앙―!

날카로운 쇠붙이 소리가 황무지를 울렸다.

한 치의 양보도 없는 거친 싸움이었지만 승부는 금방 났다.

파아앗!

멀린 아서는 마법사였다. 그것도 사람들 사이에서 대마법사라고 칭송받던 실력자.

그가 수십 개의 마법진을 그려내고는 유리한을 향해 공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윽!”

유리한이 들이닥치는 마법을 파괴하는 것과 동시에 멀린 아서의 검을 막아냈다.

“멀린, 너는 마법을 못 쓰면 아무것도 아닌가 봐?”

유리한이 비아냥거렸다.

멀린 아서는 그녀의 조롱을 웃어넘겼다.

“나는 그저 가지고 있는 걸 이용할 뿐이야.”

말이라도 못 하면.

유리한이 짧게 혀를 차더니, 그의 검을 튕겨내고선 창을 크게 휘둘렀다.

멀린 아서가 아슬아슬하게 그녀의 공격을 피하고는 팔을 뻗었다.

촤르르륵!

사슬이 유리한을 향해 쇄도했다.

유리한이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뒤로 물러났다. 동시에 그녀는 그림자를 움직여 사슬을 부수려고 들었다.

하지만.

‘멀쩡하다고?!’

유리한 향해 쇄도하는 것들은 흠집 하나 나지 않았다.

“윽!”

결국, 잡히고 말았다.

그녀가 사지를 결박한 사슬을 부숴보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안녕, 리한.”

작별을 고하는 인사에 유리한이 얼굴을 구길 때.

카앙―!

날카로운 소음과 함께 그녀를 결박하고 있던 것들이 부서져 버렸다.

“디에스!”

유리한이 자신을 구해준 남자를 다급하게 불렀다.

“유리한 씨, 괜찮으세요?”

“요한까지!”

유리한이 놀라 물었다.

“어떻게 들어온 거예요?!”

“억지로 길을 만들었다. 여간 힘든 일이 아니더군.”

디에스 라고가 유리한의 질문에 대신 답해 주고는 멀린 아서를 향해 창을 들었다.

“디에스.”

멀린 아서가 싱긋 웃었다.

“움직일 수 있나 보네?”

“당연하지.”

디에스 라고가 이를 드러냈다.

“우리한테는 실력 좋은 힐러가 있어서 말이지.”

고요한이 유리한의 치료를 시작했다.

순식간에 상처가 아무는 모습을 보며 멀린 아서가 웃음을 흘렸다.

“나 참.”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그가 중얼거렸다.

“그냥 쉬고 있지 그랬어? 그럼, 옛정을 봐서 살려줬을 텐데.”

“멀린, 네가 그렇게 헛소리를 잘하는 줄 몰랐군.”

“그보다…….”

멀린 아서가 고개를 살짝 기울이고는 눈웃음을 지었다.

“셋이서 나를 죽일 수 있을 것 같아?”

“그래.”

유리한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고요한의 힐 덕분인지 몸이 한결 가벼워진 기분이었다.

어쨌거나 그녀는 멀린 아서를 향해 나지막한 목소리를 내뱉으며 웃었다.

“죽일 수 있을 것 같아. 무한의 마력을 가진 너를.”

그야.

“너는 믿고 등을 맡길 수 있는 동료가 없잖아?”

유리한이 씨익 입꼬리를 끌어 올릴 때였다.

환하게 빛이 터지기 시작했다.

눈이 부실 정도로 강렬하게 쏟아지는 빛에 멀린 아서가 눈가를 살짝 찡그린 순간.

“멀린!”

유리한이 달려들었다.

그 어느 때보다도 빠른 속도로 말이다.

“윽……!”

멀린 아서가 가까스로 그녀의 공격을 막아냈다.

유리한이 그에게 히죽거렸다.

“내가 재미있는 사실 하나 더 알려줄까?”

그녀가 입가에 미소를 걸쳤다.

“내 동료는 한 명 더 있어.”

눈부실 만큼 찬란한 빛을 쏟아낼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한 명뿐이었다.

‘사람이 아니지마는.’

어쨌든 간에 유리한은 말했다.

“기대하는 게 좋을 거야.”

파앗!

유리한의 뒤에서 디에스 라고가 땅을 박차며 날아올랐다.

그녀가 살짝 뒷걸음치며 멀린 아서를 향해 싱긋 웃어줬다.

“우리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너를 죽일 생각이니까.”

카앙!

디에스 라고의 검이 멀린 아서의 검과 부딪쳤다.

그 사이를 유리한이 비집고 들어갔다.

“멀린!”

한때 친구이자 동료였던 자의 이름을 외치면서 말이다.

* * *

콰과광!

갑작스럽게 들려온 굉음에 제로 바니스타가 고개를 돌렸다.

‘다시 폭발이라도 일어나는 건 아니겠지?’

그런 생각을 할 때였다.

“윽……!”

눈부실 정도로 강렬하게 쏟아지는 빛에 제로 바니스타가 눈가를 와락 찡그렸다.

‘갑자기 웬 빛이지?’

마계에도 태양은 존재했다.

하지만 이토록 강렬한 빛은 이곳에 올라온 후로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그때였다.

“이봐, 백작!”

랴오륭이 성난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

“뒤에서 한눈팔지 말고 뭐라도 좀 하지?!”

“죄송하지만, 저희 둘만으로는 상대하기가 벅차서요.”

청예신이 그 말을 거들었다.

두 사람은 트라이를 상대로 전전긍긍하는 중이었다.

멀린 아서가 갑작스럽게 사라지기 직전, 둘에게 걸어놓은 마법 때문이었다.

움직이려고 하면 몸이 축축 늘어지니 뭘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빌어먹을!”

랴오륭이 욕을 내뱉고선 트라이를 향해 주먹을 들었지만.

“크윽!”

그는 날아드는 마법을 피하지 못하고 그대로 돌무더기에 처박히고 말았다.

“랴오륭!”

청예신이 다급하게 불렀지만, 곧 그녀도 랴오륭과 같은 상황을 맞이하게 됐다.

“쿨럭!”

청예신이 흙바닥을 구르며 기침을 토해냈다.

두 사람이 쓰러진 가운데, 제로 바니스타가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트라이…….”

랴오륭과 청예신을 쓰러뜨린 그가 제로 바니스타를 향해 다정하게 목소리를 냈다.

“제로, 아직 늦지 않았어.”

그러면서 손을 내밀었다.

“나와 함께하자. 그럼, 우리가 원하는 세상을 만날 수 있어.”

“우리가 원하는 세상?”

“그래.”

트라이가 싱긋 웃었다.

“고통받는 사람이라고는 없는, 아주 깨끗한 세상 말이야.”

“그런 세상이 정말 만들어질 수 있을 거로 생각해?”

“물론이지.”

제로 바니스타가 입술을 달싹거리다가 서글프게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사과했다.

“미안해.”

고통받는 사람이 없는 세상이라니, 듣기에는 꽤나 좋은 말이었다.

하지만.

“트라이, 너는 그 세상을 위해 희생당할 사람들을 생각해 본 적 있어?”

트라이가 미간을 좁혔다.

그런 생각 따위 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애초에 왜 그들을 생각해야 한단 말인가?

어찌 됐든 제로 바니스타는 자신의 제안을 거절했다.

“아쉽네, 제로.”

파아앗!

트라이의 뒤로 수 개의 마법진이 빛나기 시작했다.

“그게 마지막 기회였는데.”

제로 바니스타가 트라이를 향해 미소를 그렸다.

친구의 손에 죽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실없이 들었다.

그러나 그가 죽을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트라이의 마법이 제로 바니스타를 향해 쇄도하던 그 순간.

콰과광!

폭발음과 함께 자욱하게 먼지가 일어났다.

제로 바니스타가 작게 기침을 터트린 후 미간을 좁혔다.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영문을 알 수가 없었다.

“죽고 싶은 게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온 건 그때였다.

제로 바니스타가 놀라 물었다.

“니르로르 님?”

“한심한 놈.”

갑작스럽게 모습을 드러낸 니르로르가 짧게 혀를 찼다.

“그렇게 친구를 만나고 싶다면서 유리한을 닦달해 대더니, 꼴불견이로다.”

제로 바니스타가 파르르 입술을 떨다 꾹 깨물었다.

트라이는 당황스러웠다.

“날파리가 또 있었네?”

“날파리라니.”

니르로르가 씨익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짐은 위대한 빛의 드래곤이다.”

파아아앗!

하늘에서 쏟아지는 것보다 더 밝은 빛이 니르로르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 * *

후드득, 피가 떨어졌다.

유리한은 검을 타고 흐르는 것을 무시하며 눈앞의 남자를 두 눈에 담았다.

“멀린.”

그녀는 멀린 아서의 심장 부근에 검을 찔러 넣고 있었다.

정확히는 그의 마나 하트에.

물론, 멀린 역시 유리한의 어깨 부근에 검을 찔러 넣은 채였다.

가까이 얼굴을 마주한 두 사람은 잠시 아무 말이 없었다.

그저, 두 눈을 빛내며 상대를 바라볼 뿐.

그때, 유리한이 먼저 입을 열며 물었다.

“내가 그렇게 미웠어?”

“그래.”

처음부터 미워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말했듯, 언젠가부터 그녀에 대한 질투심이 저를 좀먹기 시작했다.

이내 걷잡을 수 없이 커진 그 감정은 끝내 멀린 아서를 삼켜버렸다.

위대한 대마법사가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말했다.

“리한, 나는 너를 몇 번이고 죽이고 싶었어.”

“그럼, 죽이지 그랬어?”

“어떻게 그래?”

멀린 아서가 유쾌하게 웃음을 터트렸다.

“너를 죽이면 네 마력을 빼앗을 수가 없는데.”

유리한이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나는 지금까지 과거를 후회한 적이 없는데.”

그리고 마나 하트에 찔러 넣은 검을 빙글 돌리며 말했다.

“너와 만난 시간은 모두 후회할 것 같아, 멀린.”

파삭!

유리한이 멀린 아서의 마나 하트를 완전히 부숴버렸다.

쿨럭, 피를 토한 그가 씩 웃었다.

“리한.”

그가 유리한의 어깻죽지에 찔러 넣은 검을 강하게 돌려 빼내고선 웃었다.

“노릴 거면 심장을 노렸어야지?”

쿠구구구궁!

공기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에 유리한이 당황하는 순간, 멀린 아서가 히죽거렸다.

“내가 이래서 너를 싫어해.”

콰앙!

두 사람을 중심으로 강한 폭발이 발생했다.

“유리한 씨!”

고요한이 다급하게 그 속으로 뛰어들려 했으나, 디에스 라고가 막았다.

“디에스 씨! 이거 놓으세요! 저게 뭔지 디에스 씨도 잘 알고 계시잖아요!”

잘 알다마다.

저 폭발은 마력 폭주 때문에 일어난 것이었으니 말이다.

“그래도 안 된다.”

“디에스 씨!”

“유리를 믿어라.”

디에스 라고가 탁하게 가라앉은 목소리를 내뱉었다.

“요한, 유리가 고작 저런 폭발에 휘말려 죽을 것 같나?”

고요한이 입술을 달싹거리다 두 손을 주먹 쥐었다.

유리한을 믿기로 한 거다.

하지만 분했다.

이번에도 그녀를 위해 아무것도 하지 못한 것 같아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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