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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커가 되기 위한 손쉬운 방법 (215)화 (215/235)

215화 

유리한은 제로 바니스타와 함께 바깥으로 나왔다.

“엘렌티아 님.”

그리고 그곳에서 러스트의 보좌관인 엘렌티아를 만났다. 그는 유리한과 제로 바니스타를 보자마자 미간을 좁혔다.

“뭐야, 너희들? 이 시간까지 안 자고 뭐 하고 있었던 거야?”

“그냥 잠이 안 와서요.”

유리한의 말에 제로 바니스타도 그렇다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보다 무슨 일이십니까?”

제로 바니스타의 물음에 엘렌티아가 말했다.

“나도 자세히는 몰라. 조금 전에 보고받고 나오는 길이라서. 아, 그래. 이봐, 너!”

그도 상황 파악이 안 되었는지 어디론가 달려가던 병사를 불러 세웠다.

“네, 엘렌티아 님!”

“도대체 이게 무슨 소란이지? 네가 한번 말해 보도록 해라.”

“그것이…….”

병사가 우물쭈물했다.

“저희도 자세히는 잘 모릅니다. 그저, 웬 인간 하나가 영지 내에 들어왔다고 해서 말입니다.”

“인간이?”

“그렇습니다.”

그러더니 병사가 다급하게 말을 덧붙였다.

“걱정 마십시오! 고작 인간 하나, 금방 찾도록 하겠습니다!”

“어려울 것 같은데요.”

라고 말한 사람은 유리한이었다.

그러자 병사가 얼굴을 찌푸리며 물었다.

“그 인간인지 누구인지 아느냐?”

“네.”

유리한이 쾌활하게 대답했을 때였다. 엘렌티아가 갑자기 병사의 발목을 걷어찼다.

“윽!”

병사가 몸을 움츠렸다. 엘렌티아는 위에서 그를 내려다보며 날 선 목소리를 내뱉었다.

“네 앞의 인간은 러스트 님의 손님이시다. 예의를 갖추도록 해라.”

“네… 엘렌티아 님…….”

병사가 입술을 우물거렸다. 유리한은 놀라 말했다.

“엘렌티아 님, 굳이 나서주실 필요 없었는데요?”

“너를 위해서가 아니다. 러스트 님을 위해서지.”

“아하, 그러시구나?”

“어쨌든, 유리한. 우리 영지에 침입한 인간 녀석이 누구인지 아는가 보군?”

“대충은 예상이 가요.”

유리한이 웃었다.

“평범한 인간이라면 러스트 님의 영지에 함부로 들어올 생각을 하지 못하겠죠?”

“그래.”

엘렌티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애초에 다른 영지로 이동할 생각도 못 할 거다.”

“평범한 인간이라면 말이죠.”

유리한이 씨익 입꼬리를 올렸다.

“침입한 인간은 제가 찾아보도록 할게요. 제가 아는 사람이 맞다면, 여러분은 절대로 찾을 수 없을 테니까요.”

“고작 인간 녀석인데 말이냐?”

“네.”

유리한이 고개를 끄덕였다.

“찾을 수 없을 거예요.”

그녀는 짐작 가는 사람을 떠올려 보았다.

‘요한일까? 아님, 디에스일까?’

누구든 상관없다.

유리한은 그 두 사람을 하루라도 더 빨리 만나고 싶었다.

* * *

“그래서 짐을 깨운 것이냐?”

니르로르가 졸음이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는 아이의 모습을 취하고 있었고, 유리한은 러스트의 성 밖 마을을 둘러보는 중이었다.

그녀가 칭얼거리는 니르로르를 달랬다.

“네 코가 개코잖아.”

“칭찬이냐?”

“응, 칭찬이야.”

“고맙구나.”

니르로르가 유리한의 어깨에 얼굴을 묻으며 웅얼거렸다.

“최선을 다해 고요한과 디에스 놈을 찾아주도록 하마.”

“그럼, 이제 드래곤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게 어떨까?”

“싫도다.”

니르로르가 두 눈을 비비고는 말했다.

“이 모습이 편하다.”

“그래, 네 마음대로 해. 요한이랑 디에스나 빨리 찾아줘.”

“알겠느니라.”

니르로르가 크게 하품한 후 붉은 눈을 번뜩였다. 동시에 하늘 높이 떠 있는 달이 환하게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너무 밝아서 눈이 부실 정도였다.

“너 뭐 하고는 거야?!”

“고요한이랑 디에스 놈을 빨리 찾아달라고 하지 않았느냐?”

그래서 지금 자신의 힘을 마음껏 발휘하고 있다면서 니르로르가 뿌듯하게 대답했다.

“잠시만 기다려라, 유리한아. 짐의 위대한 힘을 보여주도록 하마.”

“그럴 필요 없어!”

유리한이 빼액 소리 질렀다.

“사람들 다 깨울 작정이야?! 그만둬!”

니르로르가 불퉁하게 말했다.

“언제는 짐에게 고요한과 디에스 놈을 빨리 찾아달라고 하더니만.”

“사람들을 다 깨우면서까지 찾아달라고는 안 했어!”

어쨌거나 밤하늘의 달빛은 원래대로 돌아갔다.

“어휴, 나 참.”

유리한이 짧게 혀를 찼다.

“너, 힘을 사용할 때 나한테 말하고 사용해.”

“짐이 왜 그래야 하느냐?”

“하라면 해. 알겠어?”

니르로르가 입술을 삐죽였다.

“알겠느니라.”

“그래, 착하다.”

유리한이 니르로르를 칭찬해 주고는 마을을 둘러봤다.

“요한이든 디에스든 여기 어딘가에 숨어 있을 거야.”

“왜?”

“두 사람 모두 여기까지 오는 데 고생깨나 했을 테니까.”

고요한과 디에스 라고가 있는 곳들은 러스트와 적대적인 고위 마족의 영지였다.

자칫 잘못하면 적의 스파이로 오해받을 수 있는 상황.

‘그렇다고 해도 숨을 필요는 없는데.’

병사들에게 그냥 자신을 찾으러 왔다고 말하면 편할 텐데 말이다.

‘나한테 피해를 주고 싶지 않은 거겠지.’

그것도 아니라면, 유리한의 약점이 되기 싫어서 그런 것일 게 분명했다.

뭐가 됐든 한 가지는 분명했다.

고요한도 디에스 라고도 그녀를 굉장히 아끼고 있다는 것.

새삼스럽지도 않은 사실을 상기하며 유리한이 그림자를 풀기 시작했다.

그녀의 아래에서 스멀스멀 올라온 그림자가 곧 마을 곳곳으로 뻗어 나갔다.

“짐의 힘을 다루는 데 완전히 익숙해졌군.”

“아직이야.”

유리한이 담담하게 말했다.

“아직 서아를 깨우기는 부족해.”

2% 정도 부족했다.

그 2%만 채우면 유리한은 당장 탑의 바깥으로 나갈 생각이었다.

유서아.

자신의 조카를 깨우기 위해서 말이다.

어쨌든.

“찾았다.”

그림자가 동료를 찾는 데 성공했다. 그녀의 말에 니르로르가 물었다.

“고요한이냐? 아님, 디에스 놈이냐? 그것도 아니면 둘 다?”

“둘 다는 아니고.”

유리한이 니르로르를 안은 채 땅을 박찼다.

“요한이야.”

러스트의 영지에 침입한 인간은 고요한이었다.

디에스 라고와 함께였으면 좋았을 테지만, 그 혼자라고 해도 유리한은 좋았다.

그렇게 그녀는 그림자를 따라 고요한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

“유리한 씨……?”

“요한!”

유리한이 니르로르를 품에서 내려놓고는 한달음에 그에게로 달려갔다.

“무사해서 다행이에요!”

“유리한 씨야말로요!”

고요한이 환하게 웃었다.

“갑자기 그림자가 저를 덮쳐서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요! 하지만 금방 알았어요.”

고요한이 웃는 낯으로 재잘거렸다.

“유리한 씨가 저를 찾으려고 힘을 풀었다는 것을요!”

“그래도 공격했어야죠! 제가 아니면 어쩌려고 그랬어요?”

그 말에 고요한이 헤실거렸다.

“유리한 씨가 아닐 리가 없으니까요. 그보다 다른 분들은요? 같이 이곳에 있나요?”

“아니요.”

유리한이 고개를 저었다.

“함께 있는 건 백작뿐이에요.”

“그리고 짐도 있지.”

“니르로르 씨!”

니르로르가 유리한의 뒤에서 빼꼼 고개를 내밀었다. 고요한이 곧장 아이를 안아 들었다.

“두 분 모두 잘 지내신 것 같아 다행이에요.”

“요한은 어땠어요? 슬로스 님의 성에 있다는 건 들었는데……….”

유리한이 고요한을 아래위로 훑었다.

그의 차림새는 엉망이었다.

“많이 힘들었나 보네요.”

“잘 대해 주기는 하셨어요. 유리한 씨를 찾아가지 못하게 하셨을 뿐이죠.”

고요한이 배시시 웃었다.

“그래도 이렇게 도착했으니 다행이죠.”

“수고했어요, 요한. 오랫동안 소식이 없으면 제가 찾아가려고 했는데 말이에요.”

“정말요?”

고요한이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유리한이 그에 픽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럼, 제가 요한을 버릴 줄 알았어요?”

“그, 그건 아니지만요!”

버린다는 말에 고요한이 화들짝 놀라 외쳤다.

“그럼, 그만 가볼까요?”

“네!”

고요한이 활짝 웃었다.

이렇게 러스트의 영지에 들어서자마자 유리한을 만나게 될 줄 몰랐다.

그것도.

“백작님하고만 함께 있다고 했으니까 디에스 씨도 다른 곳에 있나 보네요?”

“네.”

디에스 라고보다 먼저 유리한과 합류하게 되다니!

고요한은 입꼬리를 씰룩거렸다.

“디에스는 아마 우리가 직접 찾으러 가야 할 것 같아요.”

“네? 왜요?”

“글러트니 님의 영지에 있다고 하더군요.”

“글러트니 님이라면…….”

“마계에서 전쟁을 일으킨 고위 마족이에요.”

유리한이 친절하게 알려주며 입을 열었다.

“아무리 디에스라고 하더라도 빠져나오기 힘들 거예요.”

글러트니의 옆에 붙어 있는 보좌관이 정말 멀린 아서라면 그럴 것이다.

애초에 나오지 않으려고 할지도 몰랐다.

멀린 아서는 디에스 라고에게 있어서 유리한 못지않게 소중한 사람이었으니까.

그라면 분명 멀린 아서와 대화를 시도해 보려고 할 터.

유리한이 입술 안쪽을 깨물었다.

멀린 아서가 자신이 기억하는 모습 그대로라면 충분히 대화가 통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글러트니의 영지에서 자행되고 있는 실험만 봐도 그랬다.

‘제발, 디에스.’

유리한이 간절히 바랐다.

‘무사해 줘.’

* * *

글러트니의 성 지하.

디에스 라고가 고개를 들었다.

“유리의 목소리를 들은 것 같은데.”

그는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는 창을 한 번 털어내고는 중얼거렸다.

“착각인가?”

하긴, 별 볼 일 없는 힘만 믿고 까불어대던 녀석들 중에 유리가 있을 리가 없지.

디에스 라고는 그렇게 생각하며 걸음을 옮겼다.

결투장을 벗어나 성을 탈출하기 위해서였다.

유리한에 대한 소식이라면 진작 들었던 그다.

‘분명 러스트란 녀석의 성에 있다고 했지?’

웬 도마뱀을 데리고 있다 했으니 분명 유리한이 맞을 거다.

‘기다려라, 유리.’

금방 찾아갈 테니.

디에스 라고는 순조롭게 성을 탈출했다.

아니, 그럴 줄 알았다.

길의 끄트머리에서 누군가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디에스 라고가 창을 쥔 손에 힘을 주며 불청객을 경계했다.

마주치는 순간 제압해야 했다.

이곳을 안전하게 빠져나가려면 그 방법밖에 없었다.

“손에 힘 좀 빼지?”

디에스 라고가 흠칫 놀랐다.

분명 멀리서 다가오고 있던 인영이 눈 깜짝할 사이에 코앞에 당도했기 때문이다.

디에스 라고가 황급히 창을 휘둘렀다. 그에게 말을 걸었던 이는 가볍게 그것을 피했다.

디에스 라고는 미간을 좁히고는 그를 향해 땅을 박찼다.

“디에스, 여전히 성질이 급하구나?”

“나를 아나?”

“당연히 알지.”

이곳 마계에서 자신을 아는 사람이라고는 함께 올라온 플레이어들뿐일 텐데?

디에스 라고가 고개를 갸웃거리는 순간, 불청객이 뒤집어쓰고 있던 로브를 벗었다.

“안녕, 디에스.”

디에스 라고의 두 눈이 동그래졌다.

“멀린……?”

내뱉은 목소리가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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