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지스트 쉴드-246화 (246/285)

246화

<12권>

곧 대문이 열리고 그대로 현관에 들어서자 료코와 미라, 소민이 우주를 환하게 맞이해주었다.

그리고 그동안 아빠가 오기만을 고대하던 미소와 유라도 겉옷도 안 벗은 아빠의 품에 쏙 들어가 안긴다.

아이들과 부비부비 하던 우주는 이내 뒤에서 안절부절못하고 있던 현아를 부인들에게 소개시켜주었다.

“오늘부터 우리집에서 살기로 한 그 처자요. 이름은 박현아고.”

“안, 안녕하세요...”

현아가 고개를 숙이며 조심스레 인사를 건넸다. 자신보다 기품있어 보이고 연상으로 보이는 언니들에게 기가 눌린 것처럼 보였다.

현아가 집에 올 것이란 이야기는 전화로 미리 말해둔상태였다. 부인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현아가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그녀를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절 따라 오십시오. 방으로 안내해드릴테니.”

료코는 현아가 가져온 짐들을 거들어주며 그녀를 3층의 방으로 안내했다.

소민은 바로 저녁식사 준비를 하러갔고, 미라는 호기심 많은 아이들을 데리고 3층으로 올라갔다. 현아를 구경하러 간듯 싶었다.

“역시 집이 편하고 좋군.”

우주는 샤워를 끝마친 뒤 1층의 컴퓨터방으로 들어갔다.

나란히 놓인 다섯대의 PC중에서 중앙에 놓인 한대를 켰다. 그리고 의자에 앉으며 리모콘을 집고 벽걸이TV도 켰다. 저녁 식사 준비가 끝날때까지 자신이 한국에 없는 동안 일어났던 국내 이슈들과 천하물산에 관한 기사들을 쭉 훑어볼 요량이었다.

TV채널을 저녁 8시 뉴스로 틀어놓자 여성 아나운서가 나왔다. 그녀의 목소리를 들어가면서 인터넷 기사들을 천천히 읽어보았다.

그런데 집중한지 얼마안되어 3층에 갔을 미라가 혼자 방으로 들어왔다. 미라는 핫팬츠에 몸에 달라붙는 스판나시티를 입고 있었다.

그녀는 방으로 들어오자마자 뭐가 그리도 급한지 우주의 품에 와락 안겨들었다.

우주는 벌써부터 달아오른 그녀를 버거워하며 자꾸만 키스하려는 입술을 피해 간신히 입을 열었다.

“나, 낭자. 지금 이걸 봐야하니 나중에 합시다. 게다가 애들도 아직 안자고.”

“일주일을 넘게 참느라 혼났어요. 자기의 몸이 그리웠다구요.”

“하지만 지금은 다들 깨어있고, 여기서 이러면.”

“쉿. 이따 하기 전에 우선 맛만 볼게요. 그래야 제 마음을 조금 달랠 수 있을 것 같아요.”

“웁...!”

미라는 우주와 질퍽하게 입을 맞춘 후 놰쇄적인 몸짓으로 책상 밑으로 기어들어가더니 우주의 반바지와 속옷을 끌어내렸다.

아직 발기가 덜한 고추가 빼꼼히 고개를 드러냈다.

그녀는 고추를 손으로 움켜쥐며 귀두를 살살 핥아주다 작은 입술을 벌려 입안 가득 고추를 물고 흔들었다. 고추가 무럭무럭 자라나 늠름해지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우주는 순간 눈앞이 아찔해지며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오... 좋소...!”

우주는 눈을 감고 고개를 뒤로 젖힌 채 천장을 바라보며 황홀감을 만끽했다. 동시에 벽걸이 TV속 여성 아나운서는 현시각 일본 나고야에 타이탄급 사탄이 출몰했다면서 긴급 속보로 알리고 있었다.

-타이탄급 사탄이 출몰한 현장에 나가 있는 취재 기자를 연결해서 상황을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육종섭 기자! 지금 일본에서 전례없이 타이탄급 사탄이 출몰했다고 해서 주변국들이 상당히 긴장을 하고 있는데요! 무엇보다 지리적으로 가장 근접한 우리나라 국민들이 걱정이 큽니다.

현장에서 들어온 추가 속보가 있습니까?

-예! 저는 지금 현재 타이탄급 사탄이 출몰한 현장인 나고야 인근에 나와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조금 전 오후 8시를 기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마쓰자카 긴토 내각부 정무관을 본부장으로 하는 현지 대책본부를 나고야 인근 기후현에 설치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리고 또한 자국 기업들에게 하루빨리 연합MSC를 구성해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는데요. 일본에서 가장 강대한 기업인 파나조닉과 소프트탱크는 벌써 자사의 MSC를 현지에 급파했다는 소식도 들려오는 중입니다.

-육종섭 기자?

-네!

-인명피해는 어느 정도나 됩니까?

-아직 일본 정부의 공식적인 발표는 없었습니다만, 현장의 일본 기자들 사이에서 들리는 이야기로는 최소 1만명 이상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TV속 상황은 상당히 심각해보였지만, 우주에게는 상관없는 일처럼 보였다. 그는 계속해서 미라의 봉사를 받으며 점점 쾌락의 세계에 빠져들었고, 마침내 그녀의 입으로 절정에 이르렀다.

***

4일 후 천하물산 면접장.

실내에는 소민을 포함해 세 명의 면접관과 긴 머리를 하나로 묶고 정장을 갖춰 입은 여성 지원자가 서로 거리를 두고 마주보며 앉아 있었다.

정숙한 분위기에 공기마저 무겁다.

“자기소개 해보세요.”

“김아라입니다. 나이는 스물한살이고, 고향은 대구입니다.”

아라는 자신의 사투리 억양을 의식하며 최대한 끊어 말하면서 공손하고 예의 바르게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

1분간의 자기소개가 끝나자, 볼펜을 쥐고 있던 소민이 질문을 했다.

“우리 회사에 지원한 동기는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제겐 4년 전부터 지켜봐주시던 키다리 아저씨 같은 분이 계십니다. 1년 전 그 분께서 천하물산에 지원하면 어떻겠냐는 권유가 있었고예, 아니 있었고. 그때부터 1년 동안 천하물산을 목표로 열심히 공부하고 취업준비를 해왔습니다.”

“그 말은 우리 회사에 특별한 매력을 느껴서 지원한 것이 아니라 단지 주변 사람이 권하기에 한 번 지원해봤다는 식으로도 들리는군요.”

아라는 순간 당황했다.

“그건 아닙니데이. 사람의 인성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천하물산의 경영마인드가...”

형식적인 답변이 끝나고 나서 소민이 아닌 다른 남성 면접관의 질문이 이어졌다.

“지금부터 묻는 말에 대해서 5초 이내로 대답하셔야합니다.”

“네.”

“대학교를 중퇴한 이유는요?”

아라는 정신을 차리고 표준어로 또박또박 대답했다.

“수라나 데바에게는 학력이 필요치 않다는 사회의 관념 때문입니다. 그리고 저도 되도록 빨리 돈을 벌고 싶었습니다. 돈을 많이 벌어서 키다리 아저씨에게 값비싼 선물을 해주고 싶습니다.”

“총을 쏴본적은?”

“없습니다.”

“여기 이력서에 종교가 불교라고 적혀 있는데, 만약 회사에서 종교를 바꾸라면 바꿀 의향이 있으십니까?”

“바꿀 의향이 있습니다.”

“천하물산의 고객센터 번호는?”

“1900-3111입니다.”

“요즘 천하물산에 부족한게 있다면 그게 어떤 것이라고 보십니까? 하나만 꼽아보십시오.”

“제가 없어서 부족해보입니다.”

“만약 천하물산의 신우주 사장님께서 당신에게 기업을 물려준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거절합니다.”

“왜죠?”

“기업 경영에 관해서 배운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제가 거절을 해야지만 천하물산의 모든 사원들이 직장을 잃지 않고 행복해질 수 있을 것입니다.”

“좋습니다. 다음 질문. 나중에 결혼해서 남편이 말하길, 회사를 그만두고 애나 보라고 하면 어쩌시겠습니까?”

“그때 제 위치가 과장급 이상이라면 절대 그만두지 않고 버는 돈으로 차라리 가정부나 육아도우미를 고용하겠습니다.”

30분 가까이 이루어진 면접이 끝나고 나서 아라는 밖으로 나갔다. 수라나 데바의 인구는 일반인에 비해 크게 적기 때문에 지원자들도 딱히 많이 몰리지 않고 개개인당 면접시간도 길었다.

아라가 문을 닫고 나가자 면접관들이 서로 의견을 나누었다.

“주관이 있긴한데 너무 평범하군요. 눈여겨볼만한 매력이 없고, 스펙도 부족하고. 대학교도 지난주에 그만둔 모양이더군요. 우리 천하물산의 채용공고에 지원할 생각으로.”

“그러게요. 육군 사관 학교 출신이거나 하다못해 보안 경비 업체에서 알바라도 했다면 모를까 현재 회사 교육 시스템으로는 총도 못다루는 여자 아이를 실전에 투입할 정도로 키우려면 최소 2년은 걸릴겁니다. 여기가 무슨 교육기관도 아니고.”

남성 면접관 사이에 앉아있던 소민은 웃으며 말했다.

“저는 합격입니다.”

“네? 교육을 언제시키실려구요?”

“교육이야 주구장창 시키면 되죠. 우리가 언제 스펙보고 뽑았습니까? 실력은 둘째치고 최대한 연봉을 적게 받는 사람 위주로 뽑았던게 엊그제입니다. 추후 만들어질 2군팀에라도 넣으면 되죠. 제대로 한 번 키워봅시다. 총쏘는 법을 모르는 것 말고는 나쁘지 않아보여요.”

“그게 가장 큰데요.”

“그게 가장 에러입니다.”

소민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연봉 1500만원을 달라는게 큰 가산점입니다. 김아라 이전에 수라 지원자들이 부른 연봉을 상기해보세요. 다들 1억원 이상이 넘어갑니다. 데바인 이진혁한테 1억을 주고 있는 판국에 신입 수라 연봉이 1억이라니 어림도 없지요. 총쏘는 법을 안다는 것 외엔 별다른 경력도 없었구요.”

남성 면접관 두 사람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그러네요.”

“그런것도 같습니다.”

소민의 설득에 넘어간 두 사람은 아라의 면접점수를 높게 쳐주었다. 어차피 김아라를 좋게본 부사장님의 의견을 계속 반대할 수만도 없는 노릇이었다.

점심시간이 되어 천하물산 지원자들의 면접이 모두 끝났다. 소민은 면접장을 나와 꼭대기에 있는 사장실을 찾았다. 함께 점심을 먹을 생각이었고, 아라가 왔었다는 것도 알려주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문앞에 앉아있던 비서가 우주가 오전부터 외출중이라고 전해주었다.

“어디로 간다든가요?”

“그건 잘모르겠습니다. 오후쯤에나 돌아올 것 같다는 말씀만 남기시고 나가셨습니다.”

소민은 휴대폰을 꺼내 통화버튼을 눌렀다.

통화음이 들렸으나 그는 결국 받지 않았다.

소민은 휴대폰을 넣은 뒤 제자리에서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흠... 무슨일일까. 전부터 3~4일에 한 번씩은 오전에 자꾸 자리를 비우네. 왜 그러지...?”

소민은 사장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보았다. 주인 없는 빈방.

100인치 벽걸이 TV가 작은 음량으로 켜져있었다.

소민의 눈길이 TV쪽으로 가더니 바로 시선을 떼지 못했다. TV속에서는 일본에 나타난 타이탄급 사탄에 관한 소식을 비중있게 다루고 있었다.

-어젯밤 일본의 파나조닉과 소프트탱크에서 파견한 2개의 MSC가 전멸당했다는 소식입니다. 일본측으로서는 막대한 손실을 입음과 동시에 초호화 장비를 갖춘 대기업 MSC팀이 처음부터 무너져버려 저항할 의욕마저 사라져 버린 아찔한 상황입니다.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909 특임부대 안 909 울트라 프로젝트 연구소.

우주는 울부짖던 휴대폰의 전원을 조용히 꺼버렸다.

그는 애당초 909 울트라 프로젝트에 관해서 부인 모두에게 비밀로 부치고 있었고, 눈앞에는 흰 가운을 걸친 연화가 심각한 표정으로 의자에 앉아 있었다.

“2주 전 이루어졌던 인공수정은 실패했습니다.”

“20명 전부 말이오?”

“우선 5명만 먼저 시술할 생각이었던 것을 계획을 앞당겨 8명을 시술했습니다만, 8명 모두 실패입니다.”

“이런... 그래서 앞으로 어쩔 생각이오?”

“일단은 인공수정을 계속 시도 해볼 생각입니다. 그러면서 병행하고 싶은게 하나 있는데.”

“......?”

연화는 말을 꺼내기를 잠시 머뭇거렸다.

“괜찮으니 어여 말해보시오.”

“인공수정은 본래 15~20%의 성공확률을 가지고 있습니다. 보통 6명 중에 1명꼴로 성공적으로 임신이 가능한데, 이번의 경우에는 강하고 우수한 정자를 가지고도 실험에 참가한 8명의 여성이 모두 실패하고 성공확률 0%라는 말도 안되는 결과가 나온게 저로써는 좀 의문입니다.”

“그건 소생의 정자가 질이 안좋았었나 보오. 내 앞으로는 술도 확실히 끊고, 운동도 열심히 하리다.”

연화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제가 말하고자 하는건 그게 아닙니다.”

“그럼, 어떻게...?”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인간의 과학기술로 행해지는 인위적인 임신으로는 데바화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고, 이를 확실히 알아보려면 인공수정이 아닌 다른 방식을 사용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다른 방식이란게 뭐요?”

연화는 입술을 머뭇거리다 이내 말했다.

“바로 성교입니다. 어쩌면 성교는 여성이 데바가 되기 위해서 빼놓을 수 없는 신성한 의식 같은 것일지도 몰라요. 그래서 말입니다 사장님. 여성 참가자 한 명과는 실제로 성행위를 해주세요. 꼭 부탁드립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