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지스트 쉴드-235화 (235/285)

235화

“싫어.”

즉답으로 돌아왔다.

“전처럼 다시 즐겁게 일하고 싶은 마음이 없는거냐?”

“즐거워? 솔직히 말해서 난 천하물산에 들어간게 별로 즐겁지 않았어. 신라에서 90억을 받고 일했었는데 새로운 회사에 들어갔더니 40억 받아가면서 누가 일하고 싶겠어? 그땐 내가 철이 없고 머리에 든 것도 없이 완전 터프했으니까 그냥 그렇게 적게 받아도 넘어갔던거야. 초 잘나가던 너만 믿고.”

“......”

현아가 그리 대답하면 우주로서는 할 말이 없다. 다시 천하물산으로 돌아와도 연봉 90억을 챙겨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출국 전 소민이 현아에게 책정한 연봉은 5억. 더도 말고 딱 5억이었다. 90억원을 받던 사람에게 5억만 준다니, 돌아갈때 따귀라도 안맞으면 다행이었다.

그럼에도 현아와 5억에 계약하는 수완을 보여야 하는 것은 순전히 우주의 몫.

본래 연봉협상을 할때는 영입 대상자와 인사담당자가 테이블에 마주보고 앉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우주가 하기 싫다는 지인들을 꼬드겨야 하는 상황임으로 부하 직원을 시키지 않고 자신이 직접 나서야 했으며, 나중에 뒷말이 나오지 않도록 돈 문제도 확실히 짚고 가야한다는 점 때문에 부담이 적지 않았다.

“흐흠...”

우주는 무거운 한숨을 내쉰 뒤 성일과 수희에게 그랬던 것처럼 당당히 옛날 일을 들먹였다. 앞선 두 사람에게는 특효약처럼 효과가 직방이었다.

“혹시 한국으로 돌아오는게 두려워서 그러는거냐? 그렇다면 내가 너에게 큰 힘을 주겠어. 그 힘으로 다시 재기해서 너와 관련된 말도 안되는 누명들을 다 풀어버리는거야. 앞으로 니 뒤에는 내가 서 있을거고, 난 지금 이백....”

“시끄러워.”

현아가 듣기 싫다는 표정으로 단칼에 말을 잘랐다.

그리고 이제 아무말도 하지 않고 자겠다는 것처럼 이불을 머리끝까지 푹 뒤집어썼다.

“니가 무슨 말을 하든 난 한국에 안 돌아가. 나 잘래. 잘자.”

성일과 수희에게는 잘먹히던 수법이 현아에게는 통하질 않았다.

우주는 잠깐 고민을 한 뒤 그녀가 솔깃할만한 화제를 꺼냈다.

“수희 낭자 말이야. 내 회사에 다시 들어오기로 했어.”

“뭐? 거짓말!”

현아는 즉시 이불을 젓히며 상체를 일으켜 세웠다. 멋진 반응속도였다. 우주는 속으로 영화 다크나이트의 조커 같은 느릿한 박수를 치며 담담하게 대꾸했다.

“내가 거짓말을 왜 해. 진짜야.”

“어떻게 믿으라고?”

“한국에 오면 알지.”

“정작 한국에 가면, '미안해 거짓말이었어.' 이럴려고? 지금 나한테 거짓말 하는거지?”

“굳이 귀찮게 그럴 것도 없어. 원한다면 수희 낭자와 통화를 시켜줄 수도 있어. 해볼래? 한 번 통화해봐. 현재 미국에 있어.”

“설마, 진짜인거야?”

“통화해보라니깐.”

현아는 똘망똘망한 눈으로 수희와 통화해보고 싶은 표정을 짓는가 싶더니 순간 무슨 생각을 했는지 몰라도 금세 풀죽은 강아지처럼 기운없이 드러누으며 이불을 푹 뒤집어썼다.

“전화 안해. 그리고 그 언니가 그러든지 말든지 나랑 이제 상관없어. 아무튼 난 니 회사 안가. 정말 싫어.”

“......”

우주는 한동안 말없이 침대에 누워 있는 현아를 우두커니 바라보기만했다.

현아는 어느새 도로 잠들고 있었다.

“희한하군...”

사실 이번 동료를 모으는 과정에서 성일과 수희, 현아, 셋 중 평소 거절을 할줄 모르고 밝은 성격인 현아가 제일 쉽게 승낙해줄줄 알았다. 그런데 뜻밖에도 가장 어려운 상대였으니, 우주는 다른 방법을 궁리하느라 쉽게 잠들지 못하였다.

그러다 문득 창밖이 환해지며 여러대의 차가 집앞에서 멈추는 소리가 났다.

차에서 내린 남성들이 중국말로 뭐라뭐라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

“뭐지, 여행객들인가...?”

우주는 어쩐지 불안한 마음에 확인해볼 요량으로 의자에서 일어나 창밖으로 걸어갔다. 그러다 순간 그는 재빠르게 납작엎드렸다.

동시에 창문 유리가 깨지며 총알이 방안으로 빗발쳤다.

투다다다다다다!

기관단총이 쉴새 없이 내뿜는 소리가 귓전을 때렸다.

“꺄악!”

자다가 놀란 현아가 귀를 막고 비명을 지르며 침대에서 굴러 떨어졌다.

“거기 그대로 있어!”

우주가 낮은 포복으로 기어가서 웅크린 채 불안에 떨고 있는 그녀의 몸을 감싸 안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총소리가 멈췄다.

밖에서 누군가 중국어로 크게 소리를 쳤다.

“{현아! 돈 받으러 왔다! 없으면 몸으로 갚고! 아하하하!}”

우주가 현아를 쳐다봤다. 그녀는 겁먹은 표정으로 눈을 크게 뜨고 동요하고 있었다.

“방금 현아 뭐라고 한 것 같은데, 저들이랑 알아?”

“어, 없어! 난 몰라. 아무것도 몰라!”

그녀가 머리를 감싸쥐고 입술을 부들부들 떨며 말하는 것이 왠지 수상쩍었다. 하지만 자세히 캐물을 여유도 없이 밖에 있던 중국인들이 곧 집안으로 침입하기 시작했다.

몇 명이 총기를 소지한 채로 현관쪽으로 뛰어가서 문을 부쉈고, 또 몇 명은 무협영화에서나 볼 법한 날쎈 움직임으로 가스배관을 타고 2층과 3층 창문으로 진입을 시도했다.

“컥!”

“억!”

“크윽!”

우주는 3층 창문을 통해 침입하려던 남성들을 단숨에 격퇴했다.

이어 혼란스러워 하는 현아의 손을 붙잡고 방밖으로 나가려던 찰나 문이 활짝 열렸다.

{손들어! 함부로 저항했다간 네 친구들이 죽을줄 알아!}집을 습격한 중국인들이 총구를 들이밀면서, 귀여운 잠옷을 입은 왕짜이짜이와 팬티 바람의 남직원의 목에 총을 겨눈 채 우르르 안으로 몰려 들어왔다. 문밖에는 붙잡힌 왕짜이짜이의 부모님의 모습도 어렴풋이 볼 수 있었다.

“사, 사장님! 홍콩의 조직폭력배 같습니다!”

남 직원 다음으로 왕짜이짜이가 겁먹은 얼굴로 우주에게 말했다.

“하, 항복 안하면 총으로 쏜다고 해요.”

방안에 다섯, 문밖의 여덟명까지. 총기로 무장한 열세명의 중국인들. 거기에 네 명의 인질. 인질 때문에 그들을 제압하기란 불가능해보였다. 우주는 어쩔 수 없이 주먹에 힘을 풀고 한 걸음 물러섰다. 그리고 깨진 창문 앞에서 현아를 등지며 몸으로 가렸다.

{말이 통해서 좋다 해.}

방안에 들어와 있던 금테 안경을 쓴 신사복 차림의 한 중년 남성이 밝게 웃어보였다.

우주가 저항할 의사가 없음을 확인한 그는 구석쪽으로 가서 쓰러진 의자를 집었다. 그것을 중앙으로 가져다 놓더니 손수건으로 슥슥 깨끗하게 닦았다.

그러고 나서 그가 문밖을 향해 말했다.

“따거, 치잉 쭈오 짜이 쩌얼.(형님, 여기 앉으십시오.)”

그러자 문을 가로 막고 서 있던 중국인들이 양쪽으로 갈라졌다.

바바리코트를 입은 한 남성이 터벅터벅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30대 중반으로 보이는 얼굴에 입에는 이쑤시개를 물고 와이번 선글라스까지 끼고 있었다. 그야말로 한 마리의 수컷 같은 차림새였다.

의자에 앉은 그는 다리를 꼬며 살며시 웃어보였다. 그리고 우주의 뒤에 숨어있던 현아를 넌지시 바라보았다.

“아이야, 하오쥬 부 젠. 현아.(아이고, 오랜만이예요. 현아 양.)”

현아는 사시나무 떨듯 마냥 덜덜 떨기만 하며 아무대답도 하지 못했다.

우주가 심각한 표정을 지은 채 의자에 앉아있던 두목처럼 보이는 중국인을 향해 물었다.

“당신들은 누구요?”

“음?”

두목이 눈썹을 꿈틀거렸다. 그제야 무언가 발견한 듯 우주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 보는가 싶더니 이내 방긋 웃어보였다.

그리고 뒷쪽을 향해 오른손 검지손가락을 까닥 거리고는 품안에서 시가를 하나 꺼내서 입에 물었다.

뒤에 서 있던 부하가 냅다 달려와서 시가에 불을 붙였다.

두목은 담배를 한 모금 깊게 빨고 나서 금테 안경을 낀 중년의 남성에게 실시간통역기를 건네 받았다.

그는 시가를 입에 문 채 실시간통역기를 보면서 무언가를 꾹꾹 눌렀다.

삑. 삑.

기계음이 났다.

-설정 완료. 지금부터 말하시면 됩니다.

두목이 말했다.

{내 이름은 류쯔단이다. 내가 알기로 그대는 혹시 한국의 쉰우쭈가 아닌가?}

“맞소.”

{와, 이거 반갑군.}

류쯔단은 일어나서 양팔을 벌리며 우주를 가볍게 껴안았다. 그리고 다시 앉으며 다리를 꼬았다.

{매일 뉴스에 나오는 아주 대단한 사람이 우리 홍콩에 와있었구만.}

“알아주니 고맙소.”

류쯔단은 담배를 한 모금 빨고 나서 연기를 후- 하고 내뱉었다.

{쉰우쭈라면 우리가 함부로 건들 수 없는 대유명인이지. 당신이 어쩌다 저런 천한 계집과 놀게됐는진 모르겠지만, 여기 일은 그만 잊고 이대로 돌아가도 좋아요. 조심히 가시길.}류쯔단은 부하들을 향해 말했다.

{얘들아. 이 분을 근처 호텔까지 태워다 드려라.}

{예!}

다시 우주에게 말했다.

{이것도 인연인데, 당장 한국으로 돌아가지말고 내일 저녁쯤 만나서 같이 식사나 합시다. 때마침 좋은 사업거리도 있고.}

“신경써주는 것은 고맙지만, 이 방을 나갈 생각이 없소. 보아하니 현아와 어떤 문제가 있어 그러는 것 같은데 소생도 끝까지 남아서 지켜볼 참이오.”

{이거, 이거.}

류쯔단이 곤란하다는 듯이 피식 웃더니 우주와 현아를 번갈아 가리키며 손가락을 왔다갔다거렸다.

{두 분이 무슨 관계인지 여쭤봐도 될까요?}

“우린 오랜 친구고, 오늘부터 우리 회사 직원으로 데려다 쓸 참이오.”

{아, 천하물산?}

“그렇소.”

{제가 보기에는 사업상 실수를 범하시는 것 같은데, 많고 많은 수라 중에서 왜 하필 박현아를 데려다 쓰려는 걸까요. 저 계집은 사기꾼인데 말이죠.}

“뜬금없군. 현아가 사기꾼이라니 그게 무슨 말이오?”

우주는 뒤에서 떨고 있던 현아를 돌아봤다. 그녀는 시선을 마주치지 못하고 고개를 숙인 채 바닥을 쳐다보는 중이었다. 그녀의 행동으로 보아 류쯔단의 말이 무조건 억지는 아닌 것 같다.

“음... 양쪽간에 뭔가 일이 생긴것 같은데 솔직히 소생은 모르오. 당신들이 여기에 온 연유가 무엇인지 알려주시겠소?”

{그거야 기꺼이.}

류쯔단은 금테 안경을 쓴 중년 남성을 향해 손가락을 까닥했다. 그러자 중년 남성이 앞으로 한걸음 걸어나와서 곧바로 말했다.

{박현아는 우리 쯔단기업에게 총 160억원을 빚지고 있다 해! 그것을 갚기 전까진 한국으로 절대로 못돌아간다 해!}

“배, 백육십억!?”

우주는 뒷목을 움켜잡고 쓰러질뻔했다. 그녀는 어째서 그렇게 큰 빚을 지고 만것일까?

류쯔단이 꼬았던 다리를 풀고 상체를 앞으로 수그리며 깍지를 꼈다.

{2년 전 현아 양이 홍콩에 왔을때, 우리 쯔단기업과 연봉 35억원으로 계약을 맺었었죠. 처음엔 잘하는가 싶더니만 어느순간부터 일을 게을리 하기 시작했어요. 회사에 출근도 안하거나 출근을 해도 업무를 불성실하게 수행하는 등 저 계집으로 인해 우리 기업이 입은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죠. 하물며 레이드를 가야하는 당일날, 연락도 없이 빠지는 바람에 급히 인원을 보충하느라 애먹었던 적도 한 두번이 아니었습니다. 그때마다 저것을 잡아오느라 시간낭비, 돈 낭비, 인력낭비. 쒼우쭈 씨. 같은 CEO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십시오. 쒼우쭈 씨는 저런 사고뭉치 직원이 자신의 회사에 있으면 어쩌시겠습니까?} 우주는 뜸을 들이다 대답했다.

“...바로 해고했을거요.”

{그렇죠. 그리고 우리 회사 내부 규정에는 한가지가 더 있습니다. 지금껏 줬던 연봉을 죄다 몰수 하는거죠. 업무를 게을리 했던 현아 양에게 우리가 줬던 2년치 연봉을 다시 돌려달라는 말입니다. 그게 이자까지 쳐서 총 160억입니다. 이제 아시겠나요?}

“대충 뭔 소린지는 알겠는데, 그것 참 고금리(高金利)군.”

{그거야 규정이니까요.}

류쯔단의 말만 들어서는 현아가 무조건 백번천번 잘못한 것 같다. 그러나 무슨 일이든 양쪽 말을 다 들어봐야 안다.

현아는 즉시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두 손으로 우주의 옷자락을 붙잡고 호소하듯이 크게 울부짖었다.

“내, 내가 그랬던건 맞는데! 나도 속았어! 저놈들에게 나도 속았었다구! 주급을 받은 날에는 어김없이 내 직장 동료들을 시켜 날 마약하는 곳에 데려가거나 잘생긴 남자 연예인을 이용해 날 유혹해서 누드사진까지 찍으려고 했어! 심지어 다른 기업 간부들의 술자리까지 데려가서 성상납까지 시킬려고 했다구! 주변 상황이 그런데 내가 일에 집중할 수 있겠어? 자꾸 도망칠 수밖에 없었단 말이야! 저놈들은 날 지옥으로 빠뜨려서 계속 붙잡아둘려는 속셈이었다구! 게다가 난 저들에게 2년 동안 지급 받았던 70억원어치의 연봉은 이미 돌려줬어!”

탕!

“꺄악!”

난데없이 방안에 총소리가 울려퍼지자 현아가 깜짝 놀라며 몸을 움츠렸다.

류쯔단이 쥐고 있는 권총의 총구에서 천장을 향해 새하얀 연기가 스물스물 흘러나왔다.

{그래봤자 직무를 태만한 불성실한 직원 주제에 쓸데없이 말이 길군요. 어느 회사에나 있을 법한 핑계많은 직원이죠. 난 다 옳고 잘못한게 없고, 무조건 회사가 나쁘다는 그런 몰상식한 직원. 그나마 노조라도 가입 안한걸 고맙게 생각해야겠군요. 어찌되었든 간에 쒼우쭈 씨도 이제 전후사정을 다 알았으니 이만 가보셔도 좋을것 같습니다. 나머지는 저희가 알아서 하지요.}

“아니.”

우주는 뒤에서 떨고 있는 현아의 한 손을 잡아주며 목에 힘을 주고 말했다.

“양쪽의 사정을 들었더니 더 갈 수가 없게되었소.”

{호오?}

{너!}

돌연 안경을 쓴 중년 남성이 갑자기 저혼자 흥분해서는 우주를 향해 비난하듯이 크게 외쳤다.

{너 우리가 누군지 아냐 해! 쯔단기업이다 해! 홍콩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쯔단기업! 너 같은건 쥐도새도 모르게 한방에 보내줄 수 있다 해!}쯔단기업. 류쯔단이 CEO로 있는 쯔단기업은 겉으로는 사탄을 잡는 레이드를 전문으로 하는 기업이다. 그러나 그 태생이 범상치 않다.

먼저 류쯔단의 아버지는 홍콩을 주름잡고 있는 국제범죄조직인 홍천회의 서열 3위 두목이다.

홍콩에서 홍천회란 조직은 중국이 청나라 시절, 서방 국가와 일본에 저항하기 위해 조직된 익월단을 그 시조로 하고 있었으나 100여 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창설 당시의 목적이 변질된 채 현대에 이르러서는 기업형 범죄집단이 되었다.

현시대 홍천회의 덩치는 엄청나게 크다. 홍콩 정재계에 깊게 뿌리내리고 있으며 영화나 드라마 등을 찍는 연예계를 꽉 쥐어 잡고 있고, 가장 입김이 크게 작용하는 곳이 바로 홍콩 출신의 수라와 데바를 관리하는 MPO 홍콩이었다.

홍콩에서 이루어지는 레이드는 100% 홍천회에서 관리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홍콩에서 레이드를 하는 기업들은 죄다 홍천회에서 뻗어나온 기업들이었다.

“그래서 어쩌란 말이오.”

우주가 내심 뭔소리를 지껄이냐는 듯한 얼굴로 안경 낀 중년 남성을 노려보았다.

그러자 그 중년 남성이 더욱 발끈했다.

{지금 우리가 두렵지 않단 말이냐 해! 니가 여기서 살아나갈 것 같으냐 해!}우주는 그 중년 남성을 무시하고 류쯔단을 바라봤다.

“우릴 이대로 보내주시오.”

류쯔단이 약간 어이없다는 듯이 웃었다.

{160억은 있습니까?}

“160억이 뭔 말이오. 애당초 현아가 연봉을 다 돌려주었다고 하지 않았소?”

{줬던 연봉이야 돌려 받았지만, 160억은 이자입니다. 이자도 갚아야지요.}“

“그게 지금 말이 된다고 하는 소리요? 나한테?”

“......?”

우주가 겁없이 말하며 인상을 썼다.

그에 류쯔단이 조금 거북한 기분을 느꼈는지 한 손으로 입을 가리고 두 뺨을 엄지와 중지손가락으로 살며시 짓눌렀다.

{어디서 그런 자신감이 나오는 거죠?}류쯔단이 정말로 신기한 듯이 눈을 가늘게 뜨고 물었다.

우주는 대답하기 전에 뒤에 숨어있는 현아를 돌아봤다.

“너. 이래서 내 회사에 안들어오겠다고 했었던거냐?”

현아는 눈물이 고인 채 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응. 너한테 짐이 될까봐 그랬어. 미안해. 이런 일만 없었으면 당장 들어갔을거야. 무보수라고 했어도 말이야. 난 천하물산이 정말 좋아. 예전에 좋은 기억만 남아 있어서...”

우주는 다시 류쯔단을 바라보며 단호하게 대답해주었다.

“지금 이 자리에서 160억을 갚을 만한 돈은 없고, 현아는 지켜야겠소.”

{하하. 이런, 이런.}

류쯔단이 웃는 것과 동시에 그의 부하들이 우주를 향해 일제히 총을 겨누었다.

우주의 눈빛은 초긴장 상태.

자신을 겨눈 자들을 둘러보며 속으로 말했다.

‘저놈은 1초, 저놈도 1초, 이놈도 1초, 이쪽놈도 1초, 저쪽놈은 2초, 총구가 전부 나한테만 집중되어있다면 상관없다. 부하 열세놈에 두목놈까지 한방에 때려눕히는 것은 총 20초면 가능, 하다!’

우주가 최후의 무기로 무력을 사용하고자 작심하고 있을때, 류쯔단이 한 손을 들어올렸다. 부하들에게 총구를 거두라는 지시였다.

{지금 쒼우쭈 씨 당신은 대한민국 그 자체. 그런 당신을 함부로 죽였다간 우리 홍천회의 존폐를 가늠할 수가 없을지도 모르죠. 대한민국 모두가 나서서 앙갚음을 하려 들테니까요. 한 국가가 나서서 일개 단체를 때려부수는건 쉬울겁니다.}류쯔단은 피고 있던 시가를 바닥에 버리고 발로 지그시 밟아주었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며 느닷없이 손을 내밀어 우주에게 악수를 청했다.

{우리 홍콩은 현재 전례 없는 능력을 가진 매머드급 사탄이 란타우 섬에 나타나는 바람에 큰 피해를 입고 있습니다. 벌써 2개의 MSC가 전멸 당했죠. 그래서 하나 제안을 하고 싶어요.}

“말해보시오.”

{현아 양이 빚진 160억을 없던 일로 해주는 대신 쒼우쭈 씨가 우리 쯔단MSC에 일일 팀원으로 참가하여 그 매머드급 사탄을 함께 공략해주시는건 어떻습니까? 2백만 와트를 가진 쒼우쭈 씨만 있다면 공략이 결코 불가능하지 않을 것입니다.}우주는 그의 제안에 귀가 솔깃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을 들어주면 후환을 없앨 수 있다는 점에서 나쁘지 않아보였다.

{자, 어떤가요? 160억원 갚기, 참 간단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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