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지스트 쉴드-230화 (230/285)

230화

“힐러들부터 보호해! 힐러들부터!”

“연습했던걸 떠올려!”

“너 뭐해! 빨리 이리오지 않고!”

“지, 지금 가요!”

3페이즈를 대비해 미리 구상해놓은 진형을 구축하기도전에 상당히 어수선하고 혼란스러웠다. 특히 매머드급을 잡아본 경험이 전무한 천하MSC 소속 팀원들이 혼란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었다. 사전에 몇차례나 연습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전에선 어리바리대는 중이었다.

어떤이는 자신에게 달려드는 소형 바즈라와 뒹구르며 싸우느라 정신이 없었고, 어떤이는 그것을 도와주거나 또 어떤이는 자신의 자리를 못찾아 허둥지둥거렸다.

그럼에도 바닥에 고인 황금물에서는 바즈라들이 다섯 마리씩 쉴 틈도 없이 튀어나왔다. 팀원들은 모기떼처럼 달려드는 놈들을 상대하느라 진형을 만들기는 커녕 제 한몸 지키기도 어려워 보였다.

우주도 상황이 어려운건 마찬가지였다. 2페이즈에서 아트만 에너지를 마구잡이로 써버린 까닭에 그도 가뿐 호흡을 몰아쉬며 상당히 지쳐있었다. 이거 언제 끝나나 하는 생각이 아련하게 떠오를 정도였다.

-이번 바즈라 러쉬만 버티면 됩니다! 거의 다 잡았어요! 1, 2페이즈보다 제일 쉬우니까 조금만 더 힘내십시오!

토성은 계속해서 무전으로 팀원들에게 기운을 불어넣어주려 애를 썼다. 그러나 너나 할 것 없이 정신없는 상황에 그의 외침이 귀에 들어올리가 없었다.

그러다 마침내 팀원들 대부분이 얼른 정신을 차리고 힐러들이 서 있는 곳으로 급히 내달려가서 미리 구상해놓았던 진형을 드디어 일궈냈다.

진형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현주가 칼을 높이쳐들고 크게 외쳤다.

“자리잡았으면 제 자리에서 한발짝도 움직이지 마라! 동료가 당해도 가만히 보고만 있어! 한 명을 살리려다 25명이 죽는다!”

완성된 진형은 원형진형(원진,圓陣)이었다. 팀원들이 힐러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그들을 둥글게 둘러싸고, 사방을 경계하면서 진형을 향해 달려드는 바즈라를 여럿이서 동시에 공격하는 전법이었다.

“쟤들은 어떡해!”

“나도 몰라! 지들이 알아서 하겠지!”

“저러다 죽겠어! 누가 가봐야 하는거 아냐?”

“그렇게 걱정되면 니가 가보던지!”

진형에 제때 합류하지 못한 천하MSC 소속 팀원 세 명이 몰려드는 바즈라들에게 고립돼 잡아먹힐 운명에 처했다. 개중에는 안색이 창백해진 진혁도 끼어있었다.

“사, 살려줘! 으아아악!”

바즈라가 휘두른 칼에 잘린 진혁의 오른팔이 모래사장에 피를 흩뿌리며 툭 하고 떨어졌다. 진혁은 팔이 잘려나간 어깨를 움켜쥐고 고통스러운 비명을 내질렀다. 그와 동시에 그의 허리가 잘려나갔다. 허리가 끊어지며 상반신과 하반신이 바닥을 뒹굴렀다.

“우엑, 허억, 허억, 쿨럭!”

목구멍으로 피가 솟구쳤다. 그의 머릿속에서는 홀로 계신 어머니의 얼굴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그리고 그 주변에 있던 다른 천하MSC 팀원 두 사람도 다수의 바즈라에게 붙잡혀 그와 똑같이 처참한 꼴을 당하는 중이었다. 한 명은 눈알과 고추에 화살촉이 박히고 다른 한 명은 방망이로 입을 세게 얻어맞아 헬멧 속의 이빨이 전부 으스러지고 검붉은 피를 토하고 있었다.

이 모든 것은 찰나에 이루어졌다.

그때까지 자신의 자리를 실수없이 찾아갈 생각에만 골똘해 있던 우주가 자신의 직원들이 무참히 당하는 모습을 목격한건 그가 진형을 이루고 나서였다.

둥글게 원을 그리고 있는 사람들속에 끼어서 한숨 돌릴까 했더니만 기가 막혔다.

그는 눈을 부릅뜨며 사정없이 튀어나갔다.

“이 도령! 천 도령! 윤 서방!”

스나와 위자는 보통 맨손으로 아트만 에너지를 발산한다. 때론 아트만 에너지의 힘을 증폭시켜주는 특수 무기를 들고 싸우는 딜러들도 있지만, 그런 재력을 갖춘 이들은 굉장히 수가 적고, 연봉 500억을 받아도 5년 내에 못살 정도로 상당히 고가였다.

너무 비싸서 세계적인 대기업이 아니고서는 일반 기업들이야 무기 없는 스나와 위자를 당연시하고 거리낌없이 채용할 정도였다.

따라서 우주가 이 순간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오직 하이테크 슈트의 손등에서 뿜어져나오는 아트만 에너지뿐.

진형을 이탈하자마자 그에게 잽싸게 달려드는 소형 바즈라들을 원샷원킬, 마리당 한방에 저세상으로 떠나보내며 진혁과 다른 두 사람을 에워싸고 있던 바즈라 무리들에게 달려나갔다.

“저리 썩 꺼지지 못할까! 이 못돼 먹은 놈들 같으니!”

우주의 분노샷이 날아가는 족족 바즈라들은 전기에 감전되는 듯한 큰 충격을 받고 시원하게 나가떨어졌다.

“아아, 사장님.....”

두 팔과 허리가 절단된 진혁은 점점 감겨져가는 시야속에서 무수히 달려드는 바즈라를 물리치며 홀로 고군분투하는 우주를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는 곧 눈을 감았다.

***

레이드는 대성공이었다.

소형 바즈라가 전부 몰살되고나자 녀석들은 갑자기 모두 녹아들고 한데로 뭉치더니 이내 본래의 크기로 되돌아오며 거대한 덩치가 모래사장에 드러누워 있었다.

바즈라는 죽었다.

매머드급 사탄인 바즈라 레이드는 세계기록 59분에서 무려 30분을 단축하며 공략시간 27분으로 세계기록을 갈아치웠다.

천하MSC와 오성MSC 팀원들은 신이나서 방방 뛰어다녔다.

환호로 가득찬 그 속에서 우주는 현주를 한 번 안아준 뒤 그녀의 손을 굳세게 잡았다.

“수고했소. 누님 덕분에 우리 회사는 커다란 경험을 하고 간다오.”

“너도 고생 많았다. 너와 함께라면 좋은 결과가 있을줄 알았어.”

현주는 팀원들을 챙기러 가기 전 말했다.

“팀원들 세 명은 안됐다. 하지만 잘될테니 너무 걱정하지마.”

“꼭 좋은 결과가 있으면 좋겠소.”

“당연하지. 아무일 없을거야.”

우주는 현주와 헤어지고 나서 팀원들을 데리고 후방에 있는 막사로 이동할 준비를 하던 료코와 미라를 찾아갔다.

“자기, 고생하셨어요.”

“다친데는 없으시옵니까?”

“두 사람도 몸은 괜찮소? 어디 아픈데는 없소?”

“저는 신경쓰지 않으셔도 돼요. 아파도 알아서 재생하니까.”

“소녀도 아픈데는 없사옵니다. 이게 다 서방님이 보살펴준 은혜로써 이번 레이드도 무사히 잘 끝마쳤사옵니다.”

“다행이오들.”

우주는 바즈라의 사체 옆에 서 있던 료코와 미라를 가볍게 한번씩 안아준 뒤 직원들을 잘 통제해서 철수 준비를 하도록 말하며 전부 일임했다.

그리고 데미지 미터기에 나온 딜량 순위로 분배금을 따지는건 애널라이저인 김토성의 몫이었다. 우주가 신경쓸 필요는 없었으며 그는 지금 따로 할 일이 있었다.

바즈라 공략 후 기자회견.

바즈라의 사체를 배경으로 수십개의 의자와 테이블이 옮겨지며 야외 기자회견장이 세워지고 있었다.

우주는 자신의 자리가 마련된 그곳으로 걸어가면서 병원으로 급하게 떠나가는 엠블런스를 바라보았다.

차량안에는 심각한 부상을 입은 진혁을 포함해 부하 직원 둘이 타고 있었다.

그들은 조직재생공학연구소의 지사인 울산국립재생병원으로 향하는 중이었다. 한국의 의료기술은 지금으로부터 3년 전 재생, 복제 기술을 완성하였고, 1년 전 부터 실용화 되었으며 이제 전국에 조직재생공학연구소의 지사나 그로부터 떨어져 나온 사람들에 의해 민간 병원이 설립되기에 이르렀다.

레이드 시에 사지 절단을 당해도 한달이면 완치가 될 정도로 현대의 의학수준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었다. 우주도 그걸 알기에 자사 직원이 심각한 부상을 입었어도 조금은 안심할 수가 있었다.

그러나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었으니.

“이대로 만족하고 있으면 안돼. 이번 레이드로 절실히 깨달았다. 우리에겐 유능한 인재가 필요해.”

해가질 무렵 현주와 공동으로 한 기자회견을 끝마치고 나서 늦게까지 남아있던 애널라이저 김토성이 홀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료코와 미라는 다른 직원들과 함께 모든 장비를 챙기고 회사로 돌아간 상태였다.

“사장님!”

“고생하오. 그래 얼마나 나왔소?”

토성은 데미지 미터기를 보여주었다.

1위 : 신우주(천하MSC), 814,546,164 St.

2위 : 쿠로가네 료코(천하MSC), 181,601,732 St.

3위 : 김춘삼(오성MSC), 65,389,303 St.

4위 : 송일식(오성MSC), 64,723,875 St.

.....

...

.

우주가 대략 8억을 넘게 딜량을 쌓았고, 료코가 그다음으로 대략 1억8천을 딜했다.

오성MSC에서는 김춘삼과 송일식 둘이 합쳐 대략 1.3억이 나왔다.

그리고 위의 네 명을 제외하고 딜러로서 참가한 다른 팀원들의 총딜량을 각 기업별로 따지면 천하MSC 7명은 대략 1천의 딜량을(10명 참가, 우주, 료코, 미라 제외) 쌓았고, 오성MSC 7명은 3억 6천을(15명 참가, 현주, 김춘삼, 송일식, 힐러 5명 제외) 해냈다.

간단히 말해서 바즈라의 체력 15억 중에서 천하MSC는 대략 총 10억 스태미나를, 오성MSC는 총 5억 스태미나를 깎은것이었다.

그리고 매머드급 사탄의 사체 가격은 시장에 내놓는 시세가 무려 500억. 참고로 기업이 매머드급 이상의 사탄을 잡고 버는 수익에 대해서는 국가가 나라와 국민을 위한 일이라며 일체 세금을 부과하지 않았다. 대신 가공, 유통에 관련된 모든 경제적 활동으로 벌어드는 수익은 세금을 걷었다.

좌우간 전체 딜량 66.6%를 차지한 천하물산에게 돌아오는 분배금은 대략 333억. 이 중에서 천하MSC 팀원들이 입었던 하이테크 슈트 8벌의 대여료와 일부 물자비를 갚고도 대략 328억이 천하물산의 수중에 떨어졌다. 파괴된 세 벌의 하이테크 슈트는 오성그룹이 파워드 슈트 보험에 가입되어 있었기 때문에 신경쓸 필요가 없었다.

단 한번의 레이드로 실로 오랜만에 만져보는 거액이었다.

“좋았어!”

우주는 토성을 얼싸안고 크게 기뻐했다. 토성은 순간 당황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이내 덩달아 함께 춤을 추었다.

이제부터가 시작이었다.

“그래. 이제부터가 시작이야!”

다음날.

우주는 서울 국립 재생 병원에 와있었다. 새벽에 진혁과 다른 두 명의 팀원들은 울산에서 이송되어 서울에 와있었고, 천하물산이 가입한 산업재해보험으로 무상으로 재생치료를 받는 중이었다.

우주는 투명한 유리벽을 사이에 두고 중환자실에 누워있는 직원들을 산부복을 입은 소민과 함께 바라보며 심각한 얼굴을 짓고 있었다.

“우린 지금 무작정 신입을 받을때가 아니오. 우리MSC에는 경험이 부족한 사람들을 이끌어줄만한 숙련된 사람들이 필요하다오. 적어도 세 명정도는 있어야 할것 같소.”

“당신도 아시다시피 우리 회사가 가지고 있는 돈이 아직 많지 않아요. 당장 다른 기업의 우수한 인재를 영입하기에는 힘들지 않을까요?”

“맞는 말이오. 그런데 마냥 돈이 벌리길 기다리고 있기에는 한시가 급하오. 돈이 돈을 불러온다고 우린 빨리 코끼리급을 단독으로 잡을 수 있도록 해야하며 다른 기업과도 당당히 협동레이드를 벌일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이 되어야 한다오. 그래야 돈을 더욱 많이 벌어들일 수가 있소.”

“하지만 돈이 없으면 우리가 원하는 인재는 안와요. 지금 당장 고액의 연봉을 챙겨줄 수가 없는걸요. 너무 서두르지 말고 돌아가는건 어때요?”

“여기서 돌아갔다간 코끼리급을 단독으로 잡을 수 있는 자본금을 쌓기까지 최소 1년, 심하면 3년을 기다려야 하오. 이번에 상당한 분배금을 빼앗긴 오성MSC가 또다시 협동레이드를 제안할지도 의문이고 말이오.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어떤 일이든지 하려고 생각했으면 한창 열이 올랐을 때 망설이지 말고 곧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오. 이미 대통령님과도 거래를 해버렸고.”

우주는 머릿속으로 이세종 대통령과 주고받았던 레지스트 쉴드 건설 사업권과 909 울트라 프로젝트를 떠올렸다.

너무 서둘렀던건 아니었는지 한편으론 후회감이 들었다.

소민은 힘없이 시선을 떨구었다.

“그래도 좋은 수가 없는걸요.”

“없긴. 소생에게 좋은 수가 있소이다.”

소민이 고개를 들어 그를 쳐다봤다.

“좋은 수요?”

“그렇소. 지금 당장 옛동료들을 하나씩 찾아가볼 계획이외다.”

============================ 작품 후기 ============================

사탄을 잡은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건.........

기업에 부과하는 세금을 일일이 따져보기가 힘들어서 그런 것이 절대 아닙니다!

제가 해봐서 아는데!

1. 페이즈식으로 전개를 하는걸 보니 게임판타지 보는듯한 느낌이 있다는 소감을 전해 주신 독자분이 계셨었습니다.

-> 무릎을 탁! 치며 깨달았습니다. 독자분들에게 현실감을 줘야 할판에 게임판타지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는건 제가 잘못된것 같습니다. 앞으로 레이드 시에 다른 방식으로 쓰도록 노력할 생각입니다. 우선은 페이즈란 말을 최대한 줄이겠습니다.

2. 데바의 공격은 어떤식인가요? 무기 휘두르면서 검기같은게 날라가나? 아니면 에너지파같이 맨손? 이라고 질문을 주신 독자분이 계셨습니다.

->앞부분에 데바의 공격방식에 대해서 독자분들께 자세한 설명을 못드린 것 같다며 제 이마를 탁! 쳤습니다.

현재 스나, 위자 같은 딜러들은 맨손으로 마법을 쏘는 것처럼 공격을 하고 있으며 추후 무기를 쓰는 애들도 등장할것입니다!

P/S 레지스트 쉴드 6,7권이 리디북스엔 출간되었고, 앞으로 T스토어, 교보문고, yes24, 영풍문고, 알라딘 등등에 출간 될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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