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6화
며칠 후 우주는 아침 일찍 909 특임대 부지에 설립된 909 울트라 프로젝트 연구소에 와있었다.
프로젝트가 개시되고나서 지금껏 정액을 채취한 횟수는 네 번.
오늘로 다섯 번째였다.
연화는 오늘도 변함없이 우주의 고추를 움켜쥐고 자위를 대신해주고 있었다. 우주는 그녀의 셔츠 안에 손을 넣고 가슴을 주물럭 거리며 사정하는데 온 힘을 기울였다.
“크읏...!”
퓨슉! 퓨슉!
연화는 사정의 순간을 놓치지 않고 귀두에서 분출하는 정액을 용기에 담아냈다.
그녀는 하얀 액체로 반쯤 채워진 용기를 들여다보며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오늘도 고생하셨습니다.”
“내 고생한게 뭐 있겠소. 무엇보다 낭자의 팔이 더 아플거요.”
“아프긴요. 그건 신경쓰지 않으셔도 돼요.”
우주는 뭔가 아쉬운듯한 표정으로 그녀의 가슴을 만지던 손을 옷밖으로 꺼냈다.
그가 연화의 가슴을 당당히 만질 수 있게 된 계기는 두 번째 채취하던 날부터였다. 우주로부터 다량의 질 좋은 정자를 얻고자 했던 그녀가 먼저 제안한 것이었다.
처음에는 친숙하지 않은 낭자의 가슴을 만지는 행동이 어색했지만 나날이 숙련되고 익숙해져만 갔다.
“그런데 오늘은 평소와 달리 양이 좀 많군요.”
“양이 많으면 좋은게 아니오?”
“그건 그런데, 하나 질문해도 될까요?”
“하시오”
“혹시 자위를 할때 저랑 섹스하는 상상을 하시나요? 제가 항상 옆에 있으니까 그럴수도 있겠다 싶어서요.”
조금 흠칫했다.
“그럴리가 있겠소. 내 아무리 머릿속이라도 어찌 감히 처자를 함부로 욕보이겠소. 소생은 선비 중의 선비. 그런 일은 절대로 없소이다. 크흠.”
“하긴 그럴거예요. 우주 씨 주변에는 예쁘신 부인분들이 많으니까요. 저야말로 함부로 그런 말을 꺼내서 죄송해요.”
“아니오 괜찮소이다...”
“아무튼 남자는 흥분을 많이 할수록, 사정시 정액의 양이 많아진다는 연구결과도 있죠. 어떤 상상을 하시는지 모르겠지만, 실험에 긍정적인 보탬이 되고 있는 것만은 확실해요. 앞으로도 계속 같은 상상을 해주시길 바랍니다. 아주 잘하셨어요.”
우주가 안심한듯이 미소지었다.
“그렇다면야, 상상속의 그분과 금단의 영역까지 마음껏 넘나들며 이것저것 다 해보리다.”
“좋은 생각이예요. 그리고 상상력을 더 키우고 싶으시다면 일본 AV를 권장해요. 보시면 도움이 많이 되실거라 생각합니다.”
연화가 밝게 미소지었다.
우주는 고개를 끄덕이고 나서 관능적인 연화의 몸매를 슬쩍 눈으로 훑어보았다. 팔을 걷어붙인 셔츠에 파란색 미니스커트. 겉에는 의사처럼 하얀 가운을 걸치고 있었다.
“그리고 말이죠. 정액의 양도 어느 정도 모였고, 이번주 내로 이번 1차 계획에 참가하는 여성들에게 인공수정을 실시할 계획이예요.”
“벌써 스무명 분량이 다 모였소?”
“그 정도로 많은 양은 아직 모이지 않았고, 일정이 바쁘기 때문에 우선 5명을 선발해 서둘러 시술할 생각입니다.”
“좋은 결과를 얻길 바라오.”
“말씀 감사해요.”
할 일을 끝마친 우주는 곧바로 연구소를 떠났다.
밖으로 배웅나왔던 연화가 건물안으로 들어가고, 그때까지 두 사람의 시선을 피해 건물 기둥에 몸을 숨기고 있던 한 여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군복 차림의 리영애. 그녀는 어쩐지 슬픈 눈빛으로 위병소에 잠시 정차해 있는 우주의 차를 막연히 바라보았다.
“대장동무는 갑자기 사라져버린 내를 어찌 생각하고 계실까. 아쉬워 하며 그리워 하실까...?”
그녀의 기분은 착잡했다. 임무로 우주를 만났다지만, 알고지낸지 무려 3년이다.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고 아이돌 매니저 3년이면 브레이크댄스가 가능하다. 우주를 침대로 끌어들이겠다는 일념하에 3년 간 매일 우주만 생각하고, 그에게 어필 하기 위한 삶을 살았다보니 자신도 모르게 깊은 정이 들어버렸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겠지만 내래 대장동무 같은 사내를 영원히 잊는다는건, 어쩌면 내 인생에서 큰 손해일지도 몰라. 그분의 강한 무예, 높은 학식과 단정한 품행만큼은 또 이런 사람이 있나 싶을 정도로 너무도 존경스럽고, 인생의 조언을 구하기 위해서라도 계속 알고지내고 싶다는 생각이 드니까.”
“지금 여기서 뭐하고 있는거죠?”
영애는 흠칫하며 뒤를 돌아보았다. 건물안으로 들어갔던 연화가 어느덧 밖에 나와서 팔짱을 낀 채로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다.
“소, 소령동무...!”
“지금은 분명 근무시간일텐데 여기서 농땡이를 피우고 있었나요?”
영애는 잽싸게 거수 경례를 했다.
“은밀(隱密)! 그, 그게 저... 가슴이 답답하여 잠시 찬바람 좀 쐬고 있었습네다.”
“구차한 변명은 필요없고, 날 따라오세요. 그렇잖아도 호출할 예정이었으니까요.”
“내래 또 해야하는 일이 있습네까?”
“대위는 1차 계획 우선 실험 대상자 중에 한 명으로 선택되었어요. 제출한 보고서로 생리주기를 따져보니 대위만이 유일하게 이번주 가임기더군요. 따라서 오늘 내로 인공수정을 실시할 예정이니 안에 들어가서 환자복으로 갈아입고 시술실로 들어오도록하세요. 오래걸리지 않을겁니다. 1분이면 끝나요.”
“은밀! 알겠습네다!”
참고로 909 울트라 프로젝트 실험에 참가한 실험자들은 1차 계획이 시작됨과 동시에 언제 있을지 모를 인공수정을 대비하기 위해서 프로젝트가 끝날때까지 무조건 금욕을 하는 중이었다.
만약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기간에 신우주를 제외한 다른 남성과 관계를 가진 사실이 드러나면 즉시 파면과 함께 계약 위반으로 구속 수감되었다.
***
강남에 위치한 천하물산 본사에는 MPO 국제본부의 공식발표를 비롯해 오성그룹과의 협동레이드 결과를 접한 취재진들이 어제 오후부터 진을 치고 있었다.
우주가 차에서 내리자마자 기자들이 벌떼 같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아트만 에너지가 200만 와트라고 들었습니다! 갑자기 치솟은 원인인지 무엇인지 말씀해주십시오!”
“천하물산이 조만간 법인회사로 전환된다는 찌라시가 나도는데, 법인회사가 된다는 것은 갑자기 치솟은 아트만 에너지와 관련이 있습니까?! 이에 대해 해명 좀 해주십시오!”
“천하물산의 앞으로의 행보가 궁금합니다! 오성그룹과 매머드를 잡은 뒤 다음 계획은 무엇입니까?”
“각계각층의 전문가들이 신우주의 시대가 다시금 도래할것이라고 모두가 한 목소리로 예상하고 있는데, 혹시 신라그룹과도 협동레이드를 하실 의중이 있으십니까? 그들과 연합해 타이탄급을 잡고 싶으신 마음은요?”
“한소라 씨가 곧 석방될 예정인데, 그녀에 관한 국민의 여론은 아직도 부정적이고 그럼에도 천하물산의 경영에 참가시킬지 궁금합니다! 이에 관해 한마디 해주십시오!”
“가시기 전에 뭐라도 말씀해주십시오!”
우주는 여러차례 언론에 실망한적이 많다. 진실을 말해도 좌파든 우파든간에 각자 보고 싶은것만 보고, 하고 싶은 말만 가려서 기사를 낸다.
한마디로 이중적이다. 예전에 자신을 추켜세워준것도 언론이고, 자신을 최근 나락으로 떨어뜨린것도 언론이었다. 진심을 갖고 잘해줘봐야 무용지물이다. 항상 외면이 최선이란 생각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만은 달랐다. 평소 같으면 인터뷰를 한사코 거절했겠지만, 회사의 목적을 위해 그들의 요구에 응하기로 했다. 천하물산의 가치를 드높이려 자신을 최대한 PR해야 했고, 이번 기회에 달라진 천하물산의 위상을 널리 알려야만했다.
“질문에 하나하나 응해줄테니 밀치지 마시오. 공간 좀 내주시오. 내 다 대답해주리다.”
말쑥한 정장 차림에 모델을 연상시키는 선글라스를 낀 우주는 양손을 바지주머니에 꽂고 태연하게 인터뷰에 응했다.
자칫 거만해 보이는 자세였지만, 누가 뭐래도 상관없었다. 그는 지금 거만해도 된다. 2백만 와트를 내는 그 자체가 움직이는 명품, 걸어다니는 브랜드니까. 머지 않아 천하물산은 싼티를 벗어나 고급스러운 이미지로 대중에게 다가가게 될것이다.
무수한 카메라가 우주를 쳐다보고 있었으며 그의 입앞으로 각 언론사의 마이크가 수십개나 들이밀어졌다.
“아트만 에너지가 갑자기 치솟은 원인이 무엇입니까?”
“여러 부인을 두다보니 남성으로서 행복해서 그런것 같소.”
“예?”
우주의 대답에 기자들은 저마다 서로를 쳐다보며 어리둥절해 했다.
우주는 개의치 않고 다음을 외쳤다.
“천하물산이 조만간 법인회사로 전환된다는 찌라시가 나도는데, 정말로 그럴 생각이 있으십니까?”
“있소. 조만간 법인회사가 될테니 주식을 뿌리거든 많이들 사주시오. 나중에 우리 주주들과 만나 술 한잔 하고 싶소이다.”
“네?”
우주의 거침없는 대답에 기자는 멍하니 그를 바라봤다.
“다음. 질문 해주시오.”
“오성그룹과 매머드급을 잡은 뒤 다음 계획은 무엇입니까?”
“천하MSC 전원이 2세대 파워드 슈트를 착용할 수 있게끔 하이테크 슈트를 대량으로 구매할 계획이오. 그 후 전 세계 최초로 협동레이드 없이 매머드급을 기업 혼자서 잡아보이겠소.”
“우와!”
누군가 저도 모르게 탄성을 내질렀다. 하지만 기자들 대다수는 그의 당찬 포부에 의문을 가졌다.
“어쨌건 다음.”
“혹시 신라그룹과도 협동레이드를 하실 의향이 있으십니까?”
그 말을 듣자마자 우주는 기자들이 아리송할 정도로 묘한 웃음기를 띄웠다.
“소생은 사업가요. 기업의 이익을 위해 신라그룹과의 협동레이드를 못할 이유가 없다고 보오. 신라 MSC의 리더인 차영웅 도령의 냉철한 판단력과 담대함, 분별력은 같은 리더로서 보고 배울점이 많다고 보고, 특히나 오수연 낭자. 리그베다인 수연 낭자의 버프는 정말로 대단하기에 만약 소생과 한 팀이 된다면 굉장한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오.”
“아, 그 말씀은 오수연 씨와 예전에 있었던 불미스러운 일은 다 잊고 먼저 손을 내미는 화해의 제스쳐로 이해해도 되겠습니까?”
우주는 피식 웃어보였다.
“수연 낭자와 소생 사이에 무슨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다고 그러오. 소생은 그저 수연 낭자가 앞으로도 잘되길 바라오. 그리고 만약 소생과 다시 만날일이 있거든 그땐 오직 앞으로 있을 일에 관한 이야기만 하고 싶소. 과거는 과거일뿐, 사람은 미래를 보고 살아야 한다오. 그냥 넘어갑시다.”
“오, 대인배.”
“이야.”
기자들은 저도모르게 탄성을 자아냈다.
“그럼 이 이야기는 이쯤하고 다음 질문 주시오. 또 누가 질문할테오?”
기자 하나가 손을 번쩍 들었다.
우주가 바지주머니에서 손을 빼 단발머리 여기자를 가리켰다.
“거기 기자 낭자.”
“지목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한소라 씨가 곧 석방될 예정인데, 그녀에 관한 국민의 여론은 아직도 부정적이고 그럼에도 천하물산의 경영에 참가시킬지 궁금합니다.”
“뭘 당연한걸 묻고 그러오. 소라 낭자는 천하물산의 경영에 참여 할것이오.”
“예?”
“제네틱스 관계자들에 대해서 국민들의 인식이 여전히 안좋은데, 그래도 괜찮다고 보십니까? 천하물산의 이미지가 전보다 더욱 나빠질텐데요?”
우주는 바지주머니에서 한 손을 빼낸 채 눈썹을 살살 긁으며 한마디만 말했다.
“이제 그런 것... 신경 안쓴다오.”
나머지는 속으로 말했다.
‘우리 회사는 앞으로 국내가 아닌 국외에서만 활동할테니까.’
우주의 뒤에는 이세종 대통령이 있다. 그가 천하물산을 가지고 무슨 일을 벌리든 지난날 이세종 대통령을 구해줌으로써 이미 한 번 예쁨을 받았기에 대통령을 설득하는데 자신이 있었다. 설령, 그것으로 부족하다면 서로가 만족하는 거래를 제시하면 그뿐이었다.
“이제 충분하리라 믿소. 다들 그만 가보시오. 어제부터 여길 지키느라 밤을 지새웠을텐데 집에 가서 잠 좀 주무시고들.”
우주는 한소라 관련 대답을 하고나서 이제 인터뷰할 기분을 못느꼈는지 뒤돌아섰다.
때마침 건물에서 뛰쳐나온 경호원들이 발바닥에 불이 난듯 달려와 그를 에워싸고 보호하며 가로막는 기자들을 밀치고 건물 입구쪽으로 데려갔다.
“국민들에게 오해를 일으켜도 좋으십니까? 잠시만 더 응해주십시오!”
“아직 인터뷰가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해 하기 쉽도록 더 자세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신우주 씨! 사장님!”
기자들은 일제히 우주가 남기고 간 애매한 대답에 의문을 품고 계속 소리쳐봤지만 소용없었다. 우주는 이미 건물안으로 들어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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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쌀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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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스트 쉴드 전자책 6,7권이 오늘 리디북스에서 출간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