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지스트 쉴드-189화 (189/285)

189화

줄리엣의 대답과 동시에 맹수의 등에 달린 두 개의 부스터에서 새파란 불꽃이 맹렬하게 솟구쳤다.

우주는 미끄러지듯 앞으로 튀어나갔다.

“양팔 개틀링건 오픈.”

<양팔의 덮개를 엽니다.>

쏜살같이 다가오는 우주로 인해 적들이 우왕좌왕 하는 사이, 우주는 200m의 거리를 단숨에 좁히며 그대로 도약했다.

“적당히는 없다!”

우주가 하늘 높이 뛰어오르자 바닷물이 갈라지듯 적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며 중앙 자리를 얼결에 내주고 말았다.

“(으아아! 큰일났다!)”

“워우워!”

“(얼렁 쏘지 않고 뭣들 하는거냐! 처보지만 말고 쏴!)”

박 나까무라가 부랴부랴 소리쳤지만, 우주가 더 빨랐다. 그는 무난히 착지하자마자 주변을 향해 개틀링 포를 사정없이 퍼부어 주었다.

투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 투다다다다다다다다다!

“크악!”

“아악!”

우주는 개틀링 포를 쏘는 것 외에도 육탄전을 벌여가며 야스쿠니 특공대를 추풍낙엽처럼 때려 눕혔고, 그의 디스플레이 창에는 총 30기였던 적들의 숫자가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우주의 일격을 못당한 나머지 고장이 나 동력이 끊긴 파워드 슈트들은 일제히 쓰레기나 다름없는 고철덩어리가 되어 있었다.

<전보다 더 강한 마음을 느낍니다.>

“무슨 개소리냐.”

<예전의 대장님과는 무언가 다릅니다. 이 단어가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마치 기합이 들어간 것 같습니다. 모든 동작 하나 하나에 힘이 들어가 있습니다.>

“그야 이겨야 하니까.”

<이긴다는 말은 뻔한 대답입니다."

“시끄럽다.”

줄리엣과 대화를 주고 받으면서도 동시에 열 대째 격파.

누가 형이고 누가 아우인지 우열을 가릴 필요도 없었다. 맹수와 그 양산형 버전인 맹수 어드벤스와의 힘 차이는 명확했다.

“전보다 확실히 성능이 좋아진것 같군. 움직임이 빠르고 가벼워. 더불어 그립감까지.”

<그건 대장님께서 착각하시는 겁니다. 성능은 변한 것이 없습니다. 맹수는 긴급 보안 프로그램이 업데이트 된것 외에는 시스템 프로그램이 업데이트 되거나 신형 장비로 교체된 기록이 없습니다.>

“그래 내 착각이었군! 잘났다!”

우주는 황급히 스톰 쉴드 제네틱스를 꺼내들었다. 적이 쏜 미사일이 방패 정중앙에 맞는다.

퍼엉!

미사일이 폭발하며 자잘한 파편들을 사방으로 튀겨보냈다.

“고주파 블레이드!”

<고주파 블레이드를 꺼냅니다.>

오른 손등에 달린 장갑이 열리자마자 날카로운 칼날이 스파크를 튀기며 철컹 하고 튀어나왔다. 칼날에 곧 고주파가 흐르기 시작했다.

이와 동시에 정면에서는 적 여러명이 육박하고 있었고, 뒤쪽에서도 한 녀석이 달려들고 있었다.

<대장님은 인기가 많으시군요.>

“이런 인기 필요없다!”

대폭발. 우주는 정면의 적들에게 다연장 로켓포 한 발을 날린 후 곧바로 허리를 숙이며 뒤로 돌았다.

칼을 휘둘러 뒤쪽에서 덤벼오던 적을 베어 버렸다.

치직!

장갑이 갈라지며 스파를 튀겼으나 치명상을 입히진 못하였다.

다시 한번 베어버릴 생각에 외쳤다.

“고주파 블레이드를 최대 출력으로!”

<불가능 합니다.>

“어째서냐?”

<동력원이 모자릅니다. 긴급히 충전을 요합니다.>

“가동한지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 모자른다는 거냐?”

<맹수를 가동한지 세 시간 가까이 지났습니다. 경기도 구리시에서부터 전방주둔지가 있는 파주시까지 최소 전력으로 절약하며 뛰어오는 동안 2시간여를 소비했으며, 지금 고주파 블레이드를 최대 출력으로 올린다면 앞으로 맹수의 작동 시간은 고작 10분이 됩니다.>

우주는 혀를 찼다.

“그것 참 성가시군! 그렇다면 할 수 없지!”

말이 끝남과 동시에 적의 배를 발로 걷어차서 쓰러뜨렸다.

그리고 울리는 경고음.

그 즉시 적이 쏜 개틀링포의 총탄이 뒷목을 연속으로 때렸다.

투다다다다다다다!

티딩! 팅팅팅팅팅!

우주의 뒷목에서 세찬 불꽃과 폭음이 마구 흩뿌려졌다.

총알은 장갑에 반사되어 모조리 튕겨져 나갔지만, 그 강한 반동에 의해 우주의 고개가 점차 앞으로 숙여진다.

“큭......!”

<후방에서 맹수 어드벤스 3기가 동시에 개틀링포를 발사중입니다.>

“이러다 목 부러지겠군!”

<좌우에서 맹수 어드벤스 각 1기 씩 빠르게 접근중.>

우주는 뒤로 비상할 생각에 무릎을 작게 구부렸다.

“부스터!”

등뒤에서 세찬 불꽃이 튀어나왔다.

우주는 뒤로 공중제비를 돌았다.

포물선을 그리며 길게 도약했다.

그대로 적들의 등뒤로 훌쩍 착지하더니 순식간에 베고! 찌르고! 때리고! 그리고 옆으로 한 바퀴 회전!

양손에 개틀링 포를 활성화 시키고 원을 그리며 주변을 향해 사정없이 총격을 가했다.

투다다다다다! 투다다다다!

“더이상 시간을 끌다간 맹수의 전원이 끊겨 내가 죽게 생겼고! 이놈들을 속히 끝장내야겠다!”

그렇지 않아도 마츠다이라 다음으로 우두머리 역할을 자처하던 이완구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사기가 한층 꺾여있던 적들이었다.

우주의 신기에 가까운 실력에 놀란 그들은 당장 이 자리에서 죽을 것 같은 두려움이 물밀듯이 밀려들어와 총자루를 거꾸로 쥐고 후퇴하는 자들이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다.

“(도망치지 마라! 도망치는 놈은 즉시 처단하겠다!)”

지휘관이 엄포를 놓으며 애써보지만 소용이 없었다.

혼비백산 달아나려는 적들을 가리켜 소위 당나라 부대 라는 표현이 알맞았다. 일본 우익 사상을 쫓고, 열도에 아무렇게나 퍼져있던 자들을 끌어모아 급조한 병사들로 하는 싸움이라 그런지 전우애라든지 조직력은 거의 없었다.

“내 손에서 벗어날 생각은 꿈도 꾸지마라!”

우주는 달아나려는 적들을 뒤쫓으며 최후의 하나까지 모조리 처부쉈다.

이윽고 야스쿠니 특공대가 자랑하던 맹수 어드벤스는 일제히 작동을 멈추었고, 엄청난 양의 검은 연기가 주변을 멤돌았다.

우주는 뿌듯한 기분으로 그것들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드디어 한 번 남았다.”

이제 다 왔다. 자신이 가진 이 맹수로 적군의 본진만 치면 끝이다. 그러면 서울로 갈 수 있다.

서울로 가서, 여기저기 흩어진 가족과 지인들을 구출해내는 것이 시급했다.

료코, 소라, 소민.

먼저 강남 제네틱스 본사로 가서 료코를 구하자.

소라는 제네틱스의 반란에 가담했을까?

소민은 어떻게 되었을까? 설마 도망치다 죽은 것은 아니겠지?

궁금함을 못참은 나머지 당장이 급했다.

늦장을 부릴 수가 없었다.

“우와와와!”

“이얏호!”

“쩔어!”

수백명이나 되는 아군 병력들이 거센 파도처럼 달려와 그의 승리를 축하해주었다.

우주는 이후 황급히 지휘관들을 찾았다.

군부대와 기연합 측의 지휘관들에게 얼른 진군을 서두르자고 건의했다. 그 목소리에는 초조함이 깃들어 있었다. 다급함에 쫓겨 행여 실수를 하는게 아닌가 싶기도 하였지만 돌아가는 상황은 우주의 편이었다.

지휘관들은 아군의 사기가 충천한 지금이 아주 좋은 시기라 여겼고, 하시도루가 지키고 있는 적 본진으로의 진격을 결코 주저하지 않았다.

***

폐허.

그 표현이 가장 알맞았다. 주변에 온전해보이는 것이 없었고, 모든 것은 철저하게 파괴되어 있었다.

그 광경을 묵묵히 바라보던 우주는 왠지 모르게 어깨에 힘이 빠질 지경이었다.

그와 반대로 아군 병사들은 기뻐하는 환호성을 지르고 있었다.

“최고다!”

“이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어!”

“이럴때가 아니야! 빨리빨리 서두르자고!”

적군의 본진은 황량함 속에 담배 연기 처럼 피어오르는 자욱한 먼지만이 가득했다.

더불어 코앞에는 완전히 파괴된 채 그 잔해가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는 맹수의 흔적.

그나마 형체를 알아볼 수 있는 오른쪽 어깨 장갑에는 맹수-002 라고 검은색 잉크가 칠해져 있었다.

분명 하시도루가 착용했던 맹수일터.

자신이 착용한 것과 성능이 아주 똑같은 맹수를 누가 파괴한 것일까?

황당했다. 사탄을 잡은 맹수를 파괴할만한 파워드 슈트가 세상에 존재했던가?

그 궁금증에 답해줄 하시도루는 현재 수갑을 찬 채로 체포되어 끌려가고 있었다.

신라그룹 직원들에 의해서.

우주가 머릿속에 의문을 달고 있는 동안 그 뒤로 세 기의 샥스핀이 어느새 다가와 있었다.

기척도 없이 다가온 그들.

그 중 가운데에 있던 샥스핀이 외부 스피커를 통해 말했다.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는 도대체 언제 터지지?”

“......!”

파괴된 맹수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던 우주는 흠칫 하며 뒤를 돌아봤다.

찬란한 햇살을 등에 지고 당당히 서 있는 샥스핀 세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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