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지스트 쉴드-152화 (152/285)

152화

***

우주는 짙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자유낙하를 했다.

자유낙하하면서 그는 아무런 제약 없이 새처럼 바람처럼 날았다.

쉬이이익ㅡ 하고, 귓전에 울리는 바람 소리.

한겨울 칼바람에 얼굴이 동상 걸릴 것을 대비해 자신의 잠바를 가져왔다.

보호막 삼아 얼굴을 귀까지 파묻었다. 비록 눈은 뜨지 못했지만 줄리엣이 있었다.

<팀장님 고도 1000m 입니다.>

<팀장님 고도 700m 입니다.>

<팀장님 고도 500m 입니다.>

<경고. 400m 아래 장애물 발견. 빌딩 옥상입니다.>

입술을 잠바에 파묻은 신우주가 입을 연다.

“낙하산 개방.”

<지금부터 낙하산을 전개합니다.>

푸드득!

곧바로 낙하산 펴지는 소리가 났다.

낙하산 줄이 차례로 풀어지면서 바람을 머금은 낙하산이 부풀기 시작했다.

우주는 얼굴에서 잠바를 치우고 그대로 허공에 던져버렸다.

낙하산이 이상없이 펴졌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 착지 장소가 어디인지 가늠하기 위해 아래를 좌우로 둘러본다.

상공에서 바라보는 도심의 전경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경관이 멋져서가 아니라 이곳저곳 무너져버린 콘크리트 건물에, 포악하게 생긴 바다괴수에, 곳곳에 흩어진 수라들이 쏘는 총탄의 소음이 모두 합쳐 적절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그러한 광경을 보니 낙하산이 너무 늦게 내려가는거 아니냐고.

우주는 내심 조바심이 들었다.

시간은 금이요 많이 잡는게 이득이니라.

그는 당장 끼어들고 싶었다.

“꼭 1등 하고 말테다!”

우뚝 솟은 빌딩과 충돌하는 사고를 대비해 사방을 경계해가며, 그는 급기야 지상 50m 상공에서 낙하산 줄을 싹둑 잘라내버렸다.

그러니 일직선으로 뚝 떨어지지 않겠는가.

우주는 아스팔트 깔린 도로 위에 쿵 하고 우악스럽게 착지하자마자 줄리엣을 호출했다.

“현재 각 기업의 사냥 통계 수치를 보여줘.”

<보시는 바입니다.>

웨어러블 글래스에 표시되는데 1초도 안걸렸다.

1위 오성그룹: 임현주 50 / 문주희 30 / ......

2위 제네틱스: 한성일 35 / 추길성: 27 / 유하나 18 / 박찬우 13 / ......

3위 역성산업: 홍성철: 25 / ......

4위 신라그룹: 서빛나래: 25 / ......

5위 가람그룹: ......

6위 ......

.......

...

.

본래 드롭존에선 각 기업마다 상위 연봉자 1위부터 30위까지 베스트 30을 발탁해서 드롭존에 투입시키지만, 최근 수라들이 휴가 기간인만큼 부랴부랴 동원하느라 이번만은 달랐다. 기존 베스트 30에 중상위권 연봉을 받는 수라들까지 더해진것 같았다.

“하나 낭자도 왔고, 찬우 도령도 왔고, 한 서방에다가. 세상에, 현주 누님이 1위란 말인가.”

오랜만에 임현주란 이름을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동시에 그녀가 몇달 전 했던 말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기라성 같은 수라가 많은 국내 최고의 제네틱스에서 만년 후보로 지내기 보다는 그 아래 기업이라도 좋으니 다른 기업에 가서 잘나가는 주전이 되고 싶구나.’

“누님이 다른 기업에 가서도 잘 해낼것이라 믿기는 했지만 설마 드롭존에서 마저 1위를 하고 있을 줄이야.”

우주는 그녀의 노력에 깊이 탄복했다.

그러면서 중얼거렸다.

“하지만 누님...”

눈에 힘을주며 말했다.

“1등은 내거요!”

그는 즉시 소리쳤다.

“주변에 있는 모든 돌연변이 생물의 위치를 파악해줘, 줄리엣!”

<범위를 지정해주십시오.>

“네가 할 수 있는 최대한으로!”

웨어러블 글래스에 즉시 입체 지도가 떠오르면서 근방에 있는 다수의 돌연변이 생물과 수라의 위치가 점으로 표시되었다.

<반경 3km 이내 돌연변이 생물 64마리 존재. 수라 9명 활동중.>

이어서 줄리엣이 경고했다.

<팀장님, 후방 30m에서 토끼급 돌연변이 생물 3마리가 우리쪽을 향해 접근 중입니다.>

“사격 준비.”

우주가 무덤덤하게 말했다. 그는 조금 전 줄리엣이 표시한 입체지도를 눈에 담아두느라 여념이 없었다. 후방에 뭐가 오든 신경쓰이지도 않았다. 어차피 와봐야 하찮은 토끼급 돌연변이 생물일뿐!

<사격 준비 완료.>

우주는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그저 맹수의 어깨에 달려있는 다연장 로켓포가 180도로 회전하며 후방을 정조준했다.

<쌍방 거리 20m>

“발포.”

<발포합니다.>

쿠콰콰콰쾅!

여러발의 로켓탄이 날아가 터지면서 엄청난 폭발음이 거리를 뒤흔들었다. 그 위력이 어찌나 센지 돌연변이 생물들에게 고통을 느낄 순간조차 주지않은 채, 녀석들은 형체를 알아볼수없을정도로 갈기갈기 찢겨지며 단숨에 폭사당했다.

우주가 무심코 뒤를 돌아보더니 말했다.

“줄리엣”

<네. 말씀하십시오.>

“돌연변이 생물을 죽이되, 앞으론 사체를 남겨놓도록.”

<어째서입니까?>

기계 주제에 되묻는다.

우주는 약간 황당한 웃음을 지으며 대답해주었다.

“돌연변이 생물의 사체는 자원으로 활용되기도 하고, 특히 드롭존에서는 수라와 기업의 순위를 정하는데 결정적인 증거물로 작용한다. 혹시 마크라고 알고 있나?”

<알고 있습니다. 돌연변이 생물의 사체에 부착시키면 어디 소속 누가 잡았는지 명확히 구분해주는 역할을 하는 장치라고 내장된 사전에 정의 되어있습니다.>

“그것뿐인가?”

<돌연변이 생물의 사체에 부착된 마크는 그 즉시 위치와 정보를 위성으로 전송하고 위성은 다시 각 기업의 상황실을 비롯해 각 방송국으로 전달한다, 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제 내가 뭘 말하고 싶은지 알겠나?”

<분석했습니다, 팀장님.>

맹수가 분석했다고 하는 말은 이해했다는 말과 같다.

“잘했다.”

우주는 허벅지 부분에 장착된 맹수 전용 빔 라이플을 집어 들었다. 주변 사정을 전부 파악했겠다 이제 본격적으로 사냥을 나설 차례였다.

문득 그가 출발전 물었다.

“줄리엣이란 이름은 누가 지어줬지?”

<제네틱스 로봇공학연구소에서 일하시는 전지연 박사님께서 지어주셨습니다.>

“왜 하필 한국 이름이 아니더냐?”

<태어나자 마자 줄리엣으로 불렸기 때문에 이유는 정확하게 모릅니다. 하지만 제 음성은 전지연 박사님의 음성을 기반으로 설계되었습니다. 그녀의 음성과 대조해볼때 정확히 95% 일치합니다.

거기에 더해 제작과정에서 본인의 생각과 감정의 일부분을 투영시켰다고 박사님께서 설명해주셨습니다. 따라서 제 이름도 박사님께서 지어주신 것이기 때문에 그녀의 기호에 의해 줄리엣이 되었다 판단하고 있습니다.>

“음... 그래. 그렇군.”

우주는 이해가 간다는 표정으로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뭐 자신이 만들었다면 그 창조물에 자신의 흔적을 남기고 싶은 마음이야 누구나 있으니까.

이어서 그는 심호흡을 크게 하며 양팔 돌리기로 어깨힘을 푼 뒤 말했다.

“줄리엣, 웨어러블 글래스에 입체 지도를 항상 띄워놓도록 해.”

<이행하겠습니다.>

“자, 그럼 갈까.”

그 말만을 남기고 그는 달리기 시작했다.

50미터 정도 전진한 다음 우측 거리를 돌아보았다.

2m 크기의 불가사리가 우주를 발견하자마자 다섯개의 발을 곤두세우고 열심히 뛰어오기 시작했다.

우주는 빔 라이플로 녀석을 정조준한 후 곧바로 방아쇠를 당겼다.

피융, 피융!

불가사리의 한쪽 발이 날아갔고 이어서 다른쪽 발도 날아가며 녀석이 고꾸라졌다. 놈이 아무 것도 못하는 사이에 우주가 다가가서 살을 찢고 내장기관을 밖으로 뜯어냈다.

불가사리는 한순간에 죽고 우주는 덤덤하게 마크를 붙였다.

이는 즉시 태안에 있는 모든 기업의 수라들에게 실시간으로 전해졌다.

그들은 방송을 보지도 못하고 정신없이 사냥만 하느라 우주가 온지도 몰랐다. 그저 드롭존 사냥 통계 수치표를 통해서 알게 되었다.

2위 제네틱스: 한성일 36 / 추길성: 27 / 유하나 18 / 박찬우 14 / (중략)...... / 신우주 1이후, 우주는 여기저기 종횡무진 누비며 날뛰기 시작했다.

맹수에 장착된 모든 무기를 상황별로 적절하게 사용하면서 돌연변이 생물들을 한방에 추풍낙엽처럼 날려버렸고, 전국에 있는 시청자들에게 기쁨을, 때론 짜릿한 전율을 선사하며 거침없이 무쌍을 펼쳤다.

그의 드롭존 포인트는 점점 빠른 속도로 상승하더니 5점을 넘어 15점, 아주 짧은 시간만에 20점을 향해 내달리고 있었다.

무엇보다 우주의 등장으로 제네틱스를 제외한 모든 기업이 긴장을 하기 시작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오성그룹이 그랬다. 그가 나타나기 전까지 1위를 차지하고 있었으니 속으로 원망하고 경계하는 것이 당연했다.

하지만 오성그룹 내에서 우주를 반가워 하는 이도 있었다. 그자는 바로 드롭존 개인 포인트에서 쭉 1위를 차지하고 있던 임현주였다.

“호오라. 너 이 자식 신우주! 이제야 나타난게냐! 내가 널 얼마나 기다렸는줄 알아? 크하하하!”

굵직한 현주의 또렷또렷한 목소리가 빌딩숲 사이로 메아리 치듯 황폐해진 거리 곳곳으로 퍼져나갔다.

주변에는 조금 전 그녀가 쓰러뜨린 돌연변이 생물의 사체가 여기저기 아무렇게나 흩어져 널브러져있었고, 그녀 역시 오성그룹에서 자체 개발한 파워드 슈트 '날개'를 장착하고 있었다.

“그곳이 아주 간만에 짜릿짜릿해지는데. 크크큭...”

현주는 디스플레이를 통해 우주의 이름 세 글자를 보는 것만으로도 매우 흥분이 되었다. 예전 북한이 존재하던 시절, 그녀가 군대에 자원 입대한 이후 처음으로 수류탄을 던질 때의 그 긴장감이 생생하게 되살아났다.

어쩌다 쫓기는 처지가 되어버린 그녀.

그래서 더욱 즐거웠다.

“어디 한 번 쫓아와봐라 우주야. 이 누님은 말이지 근 몇달 동안 하루도 빼먹지 않고 주경야독 열심히 수련에만 매진했단다. 심지어 남자 고추 본지도 오래됐지. 예전의 내가 아니거든. 그러니 각오하는게 좋을거야. 하하하!”

현주는 최근 실력을 갈고 닦느라 몇달 동안 남자를 만나지 못하였다. 일전에 우주와 화장실에서 한것이 마지막이다.

한마디로 그녀는 지금 상당히 굶주려 있다.

“드롭존에서 1등하고 밤에 신우주를 따먹으면 그야말로 인생 최고의 날이 되겠군. 우후후후! 기다려라 우주야! 오늘밤은 너로 정했다! 몇달동안 쌓아둔 거미줄을 네가 좀 걷어 내줘야 겠어!”

현주는 죽어버린 돌연변이 생물들에게 제각각 마크를 부착한 뒤 돌아서서 그 자리를 떠났다.

점점 사라져 가는 그녀의 발걸음은 마치 훈장을 받은것처럼 당당하고, 가볍고, 자신만만했다.

***

조직재생공학연구소.

건물 3층에 마련된 차영웅의 방.

차영웅은 오수연, 이태평과 함께 TV를 시청하고 있었다.

현재 TV에서는 신우주가 돌연변이 생물을 잡는 모습이 실시간으로 중계되고 있었다.

“한 번 만나줄걸 그랬나...”

TV에서 눈을 떼지 못하던 수연이 문득 그렇게 말했다. 왠지 아쉬운듯 후회가 깃든 목소리였다.

요컨대, 전과 달리 기량이 월등하게 성장한 우주의 모습, 그래서인지 옛날 생각도 많이 났다. 특히 소형 사탄으로부터 자신이 몸을 던져가며 그를 보호해줬던 때가.

그런데 지금은 남자답고 듬직해보였다. 단 몇개월만에 그가 다른 사람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그럴까? 아직도 날 기억하고 있지? 하며 묻고 싶다.

사실 그녀는 여태껏 우주를 거절해왔다. 그가 조직재생공학연구소로 면회를 올때마다 이런저런 핑계를 대고 한사코 거절하며 만나는 것을 거부해왔다. 그게 벌써 10번이 넘었다.

그 이유인 즉슨, 그녀는 차영웅, 이태평과 함께 가기로 하며 이젠 신라그룹 사람이 되었기 때문이다.

우주와 가깝게 지낼래야 지낼 수 없을 것 같아 일부러 정을 떼려고 제 나름대로 노력을 해왔다.

하지만 TV에서 자주 얼굴을 보니 그게 쉽지만은 않았다. 자꾸만 생각나는 것이, 슬슬 애가 타는 것 같았다.

방금 수연의 말에 태평이 핀잔을 주었다.

“왜? 갑자기 우주 보니까 영계 생각에 그짓이 간절해졌냐?”

그 말에 수연이 그를 힐끗 노려보며 욕설을 속으로 삭혔다. 복제된 차영웅과 이태평은 고릴라팀이 전멸하던 그때 그 기분을 절대 이해 못할것이다. 살기 위해 악을 쓰며 발악했던 그 순간을 말이다.

그리고 이러한 감정은 우주와 수연을 연결해주는 특별한 공감대.

수연은 그러한 사실을 태평에게 말할 가치도 못느꼈다.

============================ 작품 후기 ============================

지금 막 쓰자마자 올립니다. 오늘도 급했어요 ㅠㅡ작가가 고심한 끝에 이런 결론을 내려봤습니다.

작가와 독자여러분의 생각이 다른점 두 개.

1. 작가는 강미라를 처음부터 끝까지 우리편이라는 생각으로 소설을 전개했고 독자분들은 강미라를 적이라고 생각했다.

2. 작가는 여동생이 주는 엄청난 힘을 레지스트 쉴드 내에서만이라고 한계를 정해놓았고, 독자는 전세계 어디서든지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여동생의 힘은 레지스트 쉴드 내에서만 영향을 미치고, 여동생은 신우주가 살아있는지도 그가 레쉴에 들어오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정확히는 13화 7페이지에서 나와 있고 작가는 처음부터 그런 설정으로 쓰기 시작했습니다. 레지스트 쉴드 밖의 신우주의 능력은 일반 수라와 같습니다.

신우주가 강미라에 의해 납치됐을때, 주인공이 제대로 힘을 못쓰니까 독자분들께 욕을 많이 먹은것 같습니다.

오늘 채색된 전자책 표지를 받았습니다! 아직 완성된건 아니고 제작중인걸 표지로 등록했습니다. 완성되려면 '레지스트 쉴드'라는 문구가 들어가야합니다.

후기를 빌어 표지를 제작 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 드립니다.

그리고 머리스타일, 슈트색, 얼굴표정 등등 전부 제 의견을 반영해 주셨어요.

표지에는 나름 뜻이 담겨 있습니다. 소설 등장 인물 중의 한 사람입니다. 슈트 색깔도 그렇고 얼굴 표정도 그렇습니다. 소설을 연재해 나가며 조만간 밝혀지리라 예상됩니다.

원래는 처음 1, 2권을 전자책으로 출간하니까 1, 2권에 맞게 표지를 만들려고도 했습니다만 걍 최신 연재분에 맞는 그림을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주말이네요

행복한 주말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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