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지스트 쉴드-107화 (107/285)

107화

또한 그들은 '신우주는 제정신이다', '신우주가 없는 악어팀은 악어팀이 아니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악덕기업이 되서는 안된다' 라는 피켓을 들고 시위를 하다가 주총장의 소동을 막기위해 준비된 기무대 직원들과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소란은 오래가지 않았다.

소라는 자신의 세력과 하시도루, 그리고 그를 추종하는 세력과 연합해서 조직적인 방해작전을 펼쳤다. 그들은 전원 신우주가 악어팀을 이끌기를 희망했다.

소라는 우주의 편으로서, 하시도루는 신세기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해서, 제각기 목적은 달랐지만 이날만은 뭉쳤다.

“맹수v2에 탄다고 해서 누구나 사탄을 잡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뛰어난 통솔력과 타고난 재능이 뒷바침 되어야 합니다.

아직도 신우주의 무한한 가능성을 의심하는 사람이 있다면, 아직도 그의 지도력에 관해 의문을 품은 사람이 있다면, 그리고 그의 정신상태를 믿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 모든 의문에 관한 답을 오늘 투표로서 결정합시다. 하나 이것만은 꼭 알아주십시오. 우리가 그를 비난하고 냉소를 보낼때, 그는 신념을 갖고 실력으로 대답하며 앞으로도 우리에게 많은 기회의 문을 열어주리란 것을 말입니다.

소라의 연설이 끝나고 나서 하시도루의 연설이 이어졌다.

“(일본에는 이러한 말이 있습니다. '길을 선택할때, 걷기 쉬운 안전한 길만 선택해서는 아니된다' 라는 말이지요. 여러분들은 신우주의 임무 실패로 인해서 제네틱스 인터내셔널의 주가가 떨어지는 것을 극도로 꺼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뭐, 저도 그 심정을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은 합니다만, 많은 말은 안하지요. 전 신우주를 믿습니다. 여러분들이 걷기 쉬운 길을 선택할때 이 늙은이는 홀로 걷기 어려운 길을 한번 선택해보겠습니다.

여담이지만 우리 다코오 가문에게 만약 이러한 도전정신이 없었다면, 지금의 다코오 가문은 아마 존재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하시도루의 연설이 끝나고 곧바로 표대결이 이루어졌다.

우주를 악어팀의 수장으로 계속 앉힐 것인가 말것인가.

수천명이 모인 대강당 안에서의 투표는 전자투표방식을 사용했다.

전자투표방식이란 주식회사의 주주총회에서 의사결정을 함에 있어 주주가 현장 주주총회에 출석하거나 서면투표를 하는 대신 가정과 사무실에서 인터넷을 사용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방식이었다.

주주들은 각자 가진 스마트폰을 이용해 의결권을 행사했다.

결과는, 신우주에게 악어팀을 계속 맡기겠다는 쪽이 압도적으로 유리.

주총이 끝난후, 소라는 기쁜 마음으로 우주에게 당장 이 소식을 알리고 싶었다.

그래서 통화 버튼을 누르려던 순간, 어째서인지 손이 멈칫했다.

며칠 전 우주와 말다툼을 했던 일이 떠올랐다.

그녀는 이내 체념하는 표정으로 바뀌면서 중얼거렸다.

“나쁜새끼, 언제까지 전화를 안할 작정이야...”

***

주주총회가 열린 날로부터 이틀 후 출근날.

외투를 입지 않으면 추울 정도로 날씨가 무척이나 쌀쌀했다.

우주의 악어팀은 특별히 출근 시간이 조정됐다. 그동안 사탄을 피해 저녁 시간대에 활동했다면 지금은 사탄을 잡기 위해서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로 시간대를 옮겼다.

이에 따라 악어팀을 전담으로 관리하는 낮시간대 지원팀까지 생겨났다. 본래 각 회사의 전방주둔지 지원팀은 수라들처럼 새벽에 일하고 아침에는 퇴근하는게 정석이었다.

“자, 브리핑은 다 끝났으니 장비 챙기고 서둘러 출발합시다.”

우주는 전방지둔지에 집결한 악어팀을 데리고 레지스트 쉴드를 향해 곧바로 출발했다.

평양.

마츠다이라가 봉인되어 있는 평양으로 가는 길을 뚫어야 했다.

전방주둔지에서 서울까지의 거리는 대략 60km, 평양까지의 거리는 207km에 이른다. 207km는 자가용을 이용할시 약 3시간에 달하는 거리다.

우주의 악어팀은 평양으로 가기 위해서 1번 국도를 이용했다. 1번 국도는 일제강점기 시대 최초로 건설된 도로로 전라남도 목포시에서부터 예전 북한지역인 평안북도 신의주시까지 이르는 국도인데, 평양 역시 1번 국도상에 위치해 있었다.

쿠웅, 쿵.

지축이 흔들리는 소리가 들려오고 저 멀리 사탄의 모습이 보였다.

도로를 달리던 중간에 사탄과 맞닥뜨린 악어팀은 이미 만반의 준비를 끝내놓고 대기중이었다.

작전은 전과 같았다. 우주가 먼저 상대를 하고 미라는 대기. 그러다 맹수의 정상작동률 70% 상태에서 미라와 교대. 성일은 공격조 본진에서 대기하며 갑자기 튀어나오는 돌연변이 생물을 상대. 이어서 공격 2조로 편성된 세 사람이 그것을 처리. 마지막으로 지원조와 정비조는 후방에서 대기.

어찌보면 단순하지만 어느 한 조라도 제때 할 일을 못해낸다면 가시밭길을 헤쳐나가게 되는 것은 당연지사다.

그리고 우주는 애당초 악어팀에서 미라를 퇴출시킬 작정이었다.

지난 임무에서 그녀의 독단적인 행동(자신의 자리를 지키지 않고 딴 짓을 하는 등)이 그의 결정에 크게 작용했다.

하지만 사탄을 잡고 난뒤 팀원들의 보고에 따르면, 그가 빈사상태에 빠졌을때 그녀 홀로 악전고투하며 사탄을 막아내주었다고한다. 만약 그녀가 없었다면 악어팀의 전멸은 피할 수 없었을 것이란 이야기였다.

그래서 일단 두고 보기로 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미라가 위험인물인 것은 사실이지만, 제멋대로인 행동을 무색케하는 실력만큼은 왠지 그녀를 내치기 아쉽게했다.

“비가 올것 같기도 한데...... 음.....”

우주는 하늘을 올려다보는 중이었다.

상공에는 먹구름이 잔뜩 끼어있었다. 곧 비가 내릴 것 같았다. 그러나 진즉에 파악한 기상 정보에 따르면 오늘 비는 안온다.

“자, 시작합시다. 모두 준비하시고 소생이 먼저 뛰어가서 달라붙으면 그때 얼른 제 자리들 잡아주시오.”

그리고 잊지 않았다.

뒤에 서있던 미라를 돌아봤다.

“낭자는 소생이 주의준것들을 꼭 잊지마시오. 팀은 하나외다. 알겠소?”

잔잔한 미소를 입가에 머금은 미라는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서늘하게 만드는 목소리로 순순히 대답했다.

“제 온몸으로 대장님의 말씀을 기억하고 있어요. 그때는 정말 폐 많이 끼쳤어요. 오늘은 절대 안그럴테니 안심해주세요.”

온몸으로 말을 기억한다니, 무언가 좀 야릇한 표현이다. 우주는 살짝 속으로 의아해하면서도 대충 넘겼다.

그는 그녀의 등을 토닥였다.

“오늘도 열심히 일해봅시다.”

우주는 맹수를 싣고온 정비차량으로 다가가 맹수를 착용한 뒤, 가슴에 정비일지를 두 손으로 껴안고 곁에서 그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하나에게 말했다.

“잘부탁드리오.”

“맡겨만 주세요. 빠른시간안에 완벽하게 고쳐내보이겠습니다.”

“하나 낭자가 있으니 소생도 참 든든하구려.”

우주가 미소지었다.

“대장님이 뭐라고 했어?”

우주가 떠나고 나자 찬우가 그 뒷모습을 바라보며 설렁설렁 그녀에게 다가왔다.

하나는 기쁜 얼굴을 짓다가 급히 정색하면서 그에게 대답했다.

“별로, 아무말도.”

“그런데 왜 실실쪼개?”

“내가 언제.”

“방금 전까지 웃고 있었잖아?”

“시끄럽고 빨리 부속이나 정리해.”

하나는 시큰둥하게 말을 뱉더니 그대로 찬우를 지나쳤다.

홀로 남겨진 그는 서운한 기색을 감출 수 없었다.

‘뭐야, 진짜. 나한테도 좀 웃어주면 안돼?’

뭘 해보려고 해도 기회가 있어야 도전을 하지 그녀는 일절 틈을 주지 않는다.

특히 최근들어 너무 쌀쌀맞다. 전국순회가 끝난 뒤에 몇번을 전화하고 또 몇번을 야자수톡으로 말을 걸어보았지만 그녀는 무심했다. 자신이 100번 말을 걸면 그녀에게 돌아오는 대답은 겨우 5번이 될까말까했다.

“에휴, 젠장...”

한때는 박현아와 통화했다는 이유만으로 엄청난 용기를 얻은 것 같았지만, 그건 고작 그때 뿐이었다. 날이 갈수록 다시 하나에 대한 마음이 더 커져만 갔고, 얼마전 지웠던 노래를 어제부로 다시 듣기 시작했다.

항상 너를 바라봐~♪

난 네가 너무나 좋은걸~♪

외로운 사랑인걸 알아~♪

짝사랑은 원래 그런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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