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
이에 따라 정부는 대기업이 중소기업 수라를 스카웃하려면 해당 기업과 협의하도록 명문화했다.
이것은 다시 말해서 1년 이상 중소기업에 종사했던 수라가 사직한 뒤 곧바로 대기업으로 입사한 경우, 프로 구단이 선수를 영입할 때 이적료를 내듯이 대기업이 중소기업에게 이직료를 내게하는 방안이었다.
이로 인해 수라 빼가기는 전보다 크게 줄어 들긴 하였으나 이번에는 갓 입사한 1년 이하의 신입 수라가 다른 기업 스카우터의 먹잇감으로 노려지는 일이 전보다 크게 늘게 되었다.
왜냐하면 1년 이하의 수라는 경험과 실력이 일천하기에 이직료가 그리 비싸지도 않았으며 법적으로도 장기계약을 맺을 수가 없었다.
갓 입사한 수라는 무조건 1년 단기 계약만을 맺게 되어 있다. 이는 목숨을 담보로 한 직업이니만큼 수라가 아무것도 모르는 초짜 시절, 기업이 행하는 노예 계약을 법적으로 막아주고 수라를 우대해주기 위한 정부 차원의 배려였다.
한마디로 1년을 채우고 난 뒤 FA시장으로 나와 몸값을 더 올려 받고, 원하는 곳으로도 이직하라는 소리다.
그리고 이때 수라 빼가기가 빈번하게 발생했고, 따라서 각 기업 신입 수라의 신상정보는 1년 후 재계약을 맺기 전까지 기밀과 다름없었다.
“마셔, 마셔!”
“이, 이보시오 김대리.”
저녁이 되고 집으로 돌아 오는 길에 철수가 술이나 한잔하자며 마트에서 술과 안주를 잔뜩 사왔다.
그는 어째서인지 기분이 축 가라앉아 있었다.
“인생 뭐 있어? 술 마실 때만 좋은거지. 빌어먹을. 딸꾹.”
우주가 걱정스럽게 바라보았다.
“대체 왜 이러는거요. 뭐든 들어줄테니 무슨 말이라도 해보시오. 얼른.”
“아니요. 아닙니다. 할말이 뭐가 있겠어여. 다만, 딸꾹. 사람이라면 곤경에 빠진 할머니를 당연히 돠쭈어야져...”
“그게 무슨 문제라도 있었소?”
“없습니다! 당연히 문제될 일이 아니죠! 딸꾹! 그런데 난 왜 이리도 가슴이 아플까나. 하지만! 우주 씨는 아~무 잘못없습니다. 아~무 잘못 없어요. 굳이 잘못이 있다면 우주 씨를 챙기지 못한 내 잘못이지. 에헤라디야~”
양볼이 새빨개진 철수는 끼던 안경을 벗어던지고 소주병을 벌컥 벌컥 들이마셨다.
그 순간 휴대폰이 울렸다.
소주병을 나발불다 말고 액정 화면을 뚫어져라 바라보던 철수가 이내 한숨을 내쉬었다.
“올게 왔구나...”
우주가 네 발로 기어와서 살며시 액정을 들여다 본다.
“인사부장님? 이게 누군데 그러오?”
“내 상관이지. 얄리얄리얄라숑~!”
주문을 외우고 난 뒤 돌연 정색하더니 혀꼬인 김철수의 목소리가 평소처럼 변했다.
“안녕하십니까 부장님! 네, 네, 알겠습니다. 네...”
무슨 말을 주고 받는지 몰라도 목소리에서 힘이 급격히 빠졌다.
우주는 대체 무슨 일인가 하며 그의 휴대폰에 귀를 기울인다.
[낼부터 회사나오지마 이 씨발놈아!]
금세 뚝 하고 전화가 끊기더니 철수가 넋이 나간 사람처럼 대답했다.
“네...”
뚜우, 뚜우, 뚜우, 뚜우.
잠시 멍하니 휴대폰을 쥐고있던 철수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난다.
침대로 던졌던 안경을 묵묵히 집어 썼다.
신우주도 덩달아 일어났다.
“어딜가시려고 그러오? 집?”
“예... 집에 갈래요...”
철수가 어깨를 늘어뜨리고 우주를 지나쳐 현관으로 향했다.
그 힘없어 보이는 모습을 보고 우주가 물었다.
“회사에서 잘렸소?”
신발을 구겨 신으며 철수가 울먹이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내일부터는 회사에서 다른 직원을 보낼겁니다. 그리고 우주 씨. 만난지 고작 이틀이지만 마치 1년이 지난 것처럼 반가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우주가 심각한 얼굴로 다시 물었다.
“혹시 나 때문이오?”
“아니요. 저 때문이예요. 글구... 먹던거 같이 못치워서 미안합니다. 전 지금 좀 혼란스러워서. 부탁할게요.”
쓸쓸한 여운을 남긴 채 철수는 집으로 돌아갔다.
다음날.
아침부터 누군가 벨을 눌러댔다. 우주가 문을 열면 눈앞에 젊은 여성이 서 있었다.
봄바람 같은 신선한 향기가 코에 닿았다.
“안녕하십니까? 오늘부터 신우주 씨를 담당하게될 박민지 대리입니다.”
“김대리 대신 온거요?”
“예. 오늘부터 제가 우주 씨를 교육하게 되었습니다. 잘부탁드립니다.”
인상도 고우며 활기찬 여성이었다. 몸에 걸친 베이지색 정장은 화사하기 그지없었다.
그러나 여성과 단둘이 방안에 있으려니 우주는 부담스러워했고 상당히 어색했다.
“교육은 집에서만 받아야 하는 거요?”
“그건 아닙니다. 왜요. 지겨우세요?”
우주가 헛기침을 했다.
“큼, 뭐. 그렇긴 하오. 그런데 이론 교육은 3개월이라던데 매일 이런식이오?”
“집에서 받는거 말씀하시는거세요?”
“그렇소만.”
“신입 수라 교육은 1:1로 진행되는 방식이기 때문에 비용 절감면에서나 교육 효과면에서도 이렇게 집으로 방문하는 방식이 상당히 효율적이라는 평가를 많이 받고 있습니다. 이런 교육 방법을 원하시는 수라분들도 많구요. 요즘 시대가 워낙 좋아져서 개인 PC로도 다양한 교육 컨텐츠를 활용할 수 있거든요.”
“그렇소이까...”
우주가 말끝을 흐리며 대답했다. 3개월동안 여성과 단둘이 방안에 있어야만 한다니, 그에게는 버겁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남성은 남성, 여성은 여성끼리 교육생과 교관을 붙여주는데, 우주 씨가 특별한거예요. 저도 의아했습니다.”
무언가 할말이 있어 우주가 그녀를 돌아봤다.
하지만 예쁘게 화장한 얼굴이 이내 눈에 들어오자 제대로 눈을 마주칠 수가 없었다. 곧바로 시선을 돌렸다.
“왜, 왜 그렇소?”
“글쎄요. 왜 그럴까요?”
같은 시각 제네틱스 본사 55층.
소라가 누군가와 통화중이다.
“제말대로 청초한 스타일의 미인으로 골라 보냈나요?”
[예, 본부장님. 작년 사내 미인 콘테스트 1위로 뽑혔던 여직원입니다.]
소라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전화를 끊었다. 고급스러운 이태리제 의자에서 다리를 꼬았다.
“후후, 어떤 회사든 오라 그래. 제아무리 돈으로 꼬드겨 봤자 미인계를 당해낼 리는 없지. 하하하.”
다시 우주의 집.
민지가 말하는 중이었다.
“3개월간의 이론 교육이 끝나면 다시 3개월 동안 무기다루는 법 및 돌연변이 생물과의 모의 전투 테스트등 각종 실습을 통해 사냥법과 생존법을 익히게 되실겁니다. 그때는 회사가 통제하는 무인도에서 2~3명의 동료 직원들과 함께 합숙 훈련을 받게 되실거예요.”
우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빨리 그때가 오면 좋겠소.”
돌연 민지가 시무룩한 얼굴로 애교를 부렸다.
“이론 교육은 재미없으세요? 저랑 같이 있는게 싫으신가 보다. 흥.”
입술을 빼죽 내민 표정이 어찌나 귀여운지 우주의 가슴이 두근!
‘이 무슨 떨림이란 말인가!’
우주는 애써 가슴을 진정시키며 대답했다.
“낭, 낭자가 싫다기 보다는 아무래도 내가 활동적인걸 좋아하다 보니 그런것 같소. 그, 그러니 신경쓰지 마시오. 낭자에겐 아무 잘못 없소이다.”
“정말이죠?”
“그, 그렇소.”
“와 다행이다.”
민지가 신난 얼굴로 박수를 쳤다. 그녀가 몸을 움직일때마다 향수 냄새가 코를 찔렀다. 그 향기 때문에라도 우주는 자꾸만 야릇한 기분이 들었다.
침을 꿀꺽 삼켰다.
“잠, 잠깐 밖으로 나가는게 어떻겠소.”
“밖에요?”
“나가서 바람이라도 쐬고오면 한결 공부가 잘될것 같소이다.”
“그래요. 그럼.”
민지가 생긋 웃는다.
두근!
우주의 마음이 심란하다.
그는 도망치듯 방을 나섰다.
이후 민지와 함께 집을 나서며 우주는 문득 302호실을 바라봤다. 어젯밤 철수의 쓸쓸한 얼굴이 떠오르며 왠지 문짝도 쓸쓸해 보였다.
‘만난지 고작 이틀이지만 마치 1년이 지난 것처럼 반가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우주는 철수의 집앞에서 발걸음을 떼기가 쉽지 않았다. 그 앞에서 잠시 넋을 잃고 있는데 민지가 슬며시 옷을 잡아 당겼다.
“얼른 가요.”
“잠시만 기다리시오. 혹시 이 안에 사는 사람을 알고 있소?”
“예, 직장 동기예요. 회사에서 서로 말은 잘안하지만요. 얼굴만 알아요.”
우주가 미소를 지었다.
“그렇다면 잘됐소. 이참에 친해질겸 셋이 산책을 다녀오면 어떻소이까? 김대리와 잠시 나눌 말도 있소만."
민지가 돌연 정색하며 잘라말했다.
“우주 씨는 지금 교육 중입니다. 교육 중에 일반인과 만남을 가지는 일은 규정에 어긋나요.”
“일반인? 김대리가 왜 일반인이오? 같은 회사사람 아니었소?”
“철수 씨는 오늘부로 권고사직 당했습니다. 지금 이사준비하느라 바쁠거예요. 그러니 우리끼리 가요 빨리.”
권고사직?
이사준비?
우주가 난데없이 소리를 버럭 질렀다.
“말도 안되오!”
“갑, 갑자기 왜 그러세요?”
“세상이 어쩜 이리도 야박하단 말이오!”
정없는 현실에 우주는 혀를 찼다. 그때였다. 갑자기 302호실 문이 활짝 열렸다.
“김대리!”
철수는 안에서 커다란 상자를 가슴에 안고 나왔다.
그가 고개만 빼꼼히 내밀었다.
“어라 우주 씨? 어? 민지 씨? 워, 두 분 반가워요.”
민지는 마치 악취를 맡는 듯한 표정으로 대강 인사를 받았다.
“예, 반갑네요...”
“김대리! 이게 무슨 일이오? 저 안에 상자는 또 다 뭐고?”
안을 들여다보니 방안은 휑했고, 이곳저곳 널린 종이상자에 이삿짐이 가득 담겨 있었다.
철수가 기운 빠진 미소로 대답했다.
“저 이사가요. 여긴 회사 소유 원룸이니 빨리 나가 달래서. 오늘 안으로 방 빼달라네요.”
“이사라니, 갑자기 누가 이사를 가라고 했단 말이오! 갈데가 어딨다고 이사를 간단 말이오!”
“일이 그렇게 됐어요. 일단 새로 집 구하려면 오래걸릴 것 같고, 당분간 부모님이 계신 시골로 내려가려구요.”
목장갑을 끼고 늘어난 티셔츠를 입고 있는 철수의 모습은 초라하기 그지 없었다.
“웃기지 마시오!”
우주는 철수가 입은 티셔츠의 뒷목을 움켜 쥐고 집안으로 끌고 들어갔다.
“우어어엇! 우, 우주 씨 왜이래요!”
“당장 들어오시오! 가긴 어딜간단 말이오!”
“이, 이게 제 마음대로 되는게 아니예요!”
“그러니까 내가 회사 사람을 만나보러 가겠소! 누굴 찾아가면 되오! 김대리를 소개해준 소라 양을 찾아가면 되는거요? 냉큼 말해보시오!”
민지가 문밖에서 소리쳤다.
“우주 씨! 진정하시고 그만 나오세요! 그 사람은 이제 짤렸어요! 못바꾼다구요!”
“싫소!”
우주는 철수를 침대 위로 던져버린 뒤 헤드록을 걸었다.
“으억!”
“김대리! 날 당장 회사에 데려다 주시오! 안데려다 주면 여기서 한발짝도 안움직일테요! 김대리도 마찬가지요! 여기서 못나가오!”
철수가 답답한 얼굴로 물었다.
“회, 회사에 가서 어쩌시려구요!”
“왜 김대리를 해고했는지 타당한 이유를 묻겠소!”
100여년이 지난 세상은 참, 우주의 머리로 이해 안 되는 일이 많았다.
철수와 민지의 적극적인 만류에도 불구하고, 우주는 그 길로 소라를 찾아갔다.
그리고 1초만에 돌아온 대답.
“안됩니다.”
제네틱스 본사에서 만난 소라는 무엇을 듣기도 전에 즉답했다.
베이지색 정장 차림에 요염한 각선미를 뽐내며 앉은 소라는 매력적이고 섹시한 자태를 물씬 풍겨냈다.
“소생의 이야기를 듣지도 않고 보자마자 안된다고 하다니 무엇을 두고 그리 말하는 거요?”
“우주 씨를 만나기 전에 박민지 대리를 먼저 만나보고 오는 길입니다. 김철수 씨 일로 그녀가 데려왔다고 들었어요.”
“맞소. 그녀의 차를 타고 왔긴 했소만, 소라 씨도 김대리의 일을 전해들었소?”
“예, 압니다. 제가 직접 지시한 일이거든요. 그리고 김철수 대리는 자신이 맡은 중책을 소홀히 했습니다. 해고는 그에 따른 책임이자 합당한 댓가입니다.”
소라를 마주보고 앉은 우주가 고개를 저었다.
“그는 잘못이 없소. 있다면 내가 있소. 내 멋대로 행동해서 그런 거외다.”
소라가 말했다.
“그런 말씀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리고 저도 이런 일이 생기게 되어서 유감입니다만, 김철수 씨 본인이 잘못을 인정하고 회사를 그만둔 상황에 타인이 대신 나선다는 것도 우습고 또 과한 일입니다. 우주 씨는 우주 씨의 길만을 가주세요. 현재 다른 일에 신경쓸 겨를도 없으시잖아요. 그렇죠?”
그녀가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덧붙였다.
“이왕 온김에 회사 구경이나 하다 가시죠. 대한민국 제일의 기업인만큼 보실것도 많으실겁니다. 곧 사람을 시켜 안내하도록 하지요.”
“잠시만. 아직 이야기가 끝나지 않았소.”
우주는 지난날을 곱씹었다. 처음 만났을때의 그녀하고는 너무도 다른 분위기였다. 그때는 상냥하고 부드러운 여성이었다면 지금의 소라는 왠지 위에서 내려다보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숨쉬기도 힘들게 공기를 짓누르고 있다는 느낌까지.
우주가 벌떡 일어났다.
“이것이 고용주와 피고용인의 관계요? 언제든 나가라 하면 나가는 것이?”
소라도 정색하며 일어섰다.
“이미 끝난 일을 두고 더는 가타부타 이야기가 오가지 않았으면 좋겠군요.”
그녀가 창가에 있는 책상으로 걸어가며 이어 말했다.
“이런 상황을 우주 씨가 이해하기 힘들 수도 있겠네요. 충분히 이해합니다. 100여년 전 사람이다보니 어쩔 수 없는 일이겠죠. 그러니 앞으로 시대 적응을 잘할 수 있도록 회사차원에서 많은 노력과 지원을 아낌없이 해드리겠습니다. 오늘은 이만하고 집으로 돌아가셔서 푹 쉬시죠.”
소라는 그렇게 말한 뒤 책상 위에 놓인 키폰을 눌렀다.
“유비서 들어오라고 해.”
[알겠습니다, 본부장님.]
키폰에서 여성의 목소리가 들리고 나서, 얼마 안지나 VIP 접대실 문이 열렸다.
일전에 우주와 인사를 나눴던 유창성이란 사내였다.
그가 창가에 있는 소라에게 다가가자 그녀가 귀엣말을 했다.
“적당히 달래서 돌려보내. 용돈도 챙겨 주고.”
“예.”
“검찰은?”
“아직 있습니다.”
“버러지 같은 것들.”
현재 제네틱스 본사를 두고 검찰의 압수수색이 한창 진행중이었다. 소라의 55층 집무실을 비롯해 주요 임원들의 PC와 각종 서류가 이잡듯이 털리고 있었다.
“10분 뒤 외출합니다.”
“넷.”
창성이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소라는 또각또각 구두소리를 내며 접대실 한가운데에 멍하니 서 있던 우주를 그대로 지나쳐 문쪽으로 걸어갔다. 우주를 마치 허수아비 대하듯 하는게, 그녀는 이제 그를 신경도 안쓰는 눈치다.
그녀가 문을 열어 재꼈다. 이어 나가려는 그 순간에, 그때까지 잠자코 있던 우주가 그 등뒤에 대고 크게 외쳤다.
“그럼 나도 관두겠소!”
그 말에 문득 소라의 발걸음이 멈췄다. 천천히 뒤돌아 보며 능청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게 무슨 뜻인지 전 잘모르겠네요?”
우주가 버럭 소리쳤다.“
“김대리가 나 때문에 해고 당한 사실을 내 양심이 두고 볼 수 없소이다! 나도 같은 죄를 달게 받겠소!”
소라는 기가찬듯이 콧방귀를 끼며 팔짱을 꼈다. 다시 실내로 또각또각 걸어들어와서 문을 닫았다.
우주를 빤히 노려보며 말했다.
“도대체 왜 이러시는거죠?”
“당신이야말로 왜 이러는거요!”
“이봐요 신우주 씨.”
그녀가 계속 말했다.
“우주 씨를 경찰서에서 구해준 것이 접니다. 집도 주고, 직장을 구해준 것도 저라구요. 그런데 왜 그리 생떼를 부리죠? 김철수가 무슨 혈육이라도 되나요? 저로선 도무지 이해불가네요.”
“물론 그 은혜는 나도 잊지 않고 있소. 하지만 임금 위에 백성이 있고, 백성 아래 임금이 있소. 그 말인 즉슨, 권력자는 자신의 가문이 아니라 만백성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는 말이오. 그 뜻처럼 소라 양의 아래에서 김대리가 비록 실수를 했다 하더라도 바로 내치기보다는 두 번의 기회는 없는 것이오? 포용으로 감싸주면 안되는 것이오? 하물며 사람과 사람이 어울리며 오가는 정이 있잖소! 그런데 이게 뭐요!”
“포용? 정? 무슨 드라마 찍어요?”
소라가 코웃음을 쳤다. 가당치도 않은 소리라고 일축하면서 창가에서 잠자코 보고만 있던 창성에게 손짓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