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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하는 표사-149화 (149/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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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을 향해서.

왕표는 잔뜩 공격에 대비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진혁의 몸이 흐릿해졌다.

- 푸욱!

왕표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자신의 가슴을 뚫고 나온 검을 쳐다보았다.

“으아아아아!!”

놈은 그 상태에서도 앞으로 몸을 날렸다. 가슴에서 피가 펑펑 쏟아졌지만, 왕표는 몸을 움직여 방어 자세를 취했다.

“어? 너는?”

왕표는 눈앞에 있는 철각패도를 보고는 놀란 표정이 되었다. 왜 철각패도가 여기에 있는지 의아했기 때문이었다.

“뭘 그렇게 놀라? 아! 모르고 있었나?”

철각패도는 무기를 들고 왕표에게 달려들었다. 왕표는 검을 들어서 철각패도의 공격을 막았다. 아니 막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검에 걸리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그리고 철각패도의 몸이 홀연히 사라졌다.

- 푸욱!

이번에는 배를 뚫고 나온 검이 보였다.

“끄아아아아악!!!”

왕표는 이번에도 결사적으로 몸을 빼냈다. 그는 검을 들고 있는 진혁을 보자 소리를 질렀다.

“뭐냐? 너 뭐야?”

“뭐긴 뭐야? 내가 철각패도고 철각패도가 나지.”

진혁은 싸늘하게 웃었다.

“몸이 두 개라고?”

왕표는 화들짝 놀라며 뒷걸음질 쳤다. 하지만 등에 무언가가 부딪치는 걸 느꼈다. 그는 뒤를 돌아보았는데, 거기에는 철각패도가 씨익 웃고 서 있었다.

철각패도는 도망치려는 왕표의 팔을 잡았다. 큰 상처를 입어서 이미 움직이기도 어려운 몸이었지만, 놈은 결사적으로 도망치려 했다.

“너 같은 놈들이 더 그러더라고. 남들은 파리처럼 죽여 놓고 자기 목숨은 엄청 아끼더라니까?”

철각패도는 왕표의 검을 던져버린 후 팔을 잡고 들어 올렸다. 토시 같은 걸 뜯어버리자 팔찌가 보였다.

“이 팔찌가 몸에서 떨어지면 죽는 것 같던데. 어디 빼 볼까?”

“안돼. 팔찌는 안 돼.”

왕표는 눈믈까지 흘리면서 빌었지만, 철각패도는 별다른 표정 변화 없이 말했다.

“너는 너한테 살라달라는 사람 살려 줬어?”

왕표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런 적이 한 번도 없었으니까.

“걱정하지 마. 팔찌만 빼고 죽이지는 않을 거니까.”

“대신 동창에 넘길 거야. 거기서 사람 다루는 게 아주 예술이더라고.”

철각패도와 진혁이 번갈아 말했다.

“제발!! 원하는 건 다 줄게. 내가 모아 놓은 것만 해도 엄청나다고. 그러니 우리 이러지 말자. 어? 우리 서로 원하는 걸 가질 수 있다니까?”

“할 말 끝났지?”

철각패도는 냉정하게 대꾸하고는 팔찌를 움켜쥐었다. 손에 걸려서 팔찌가 빠지지 않을 것 같았지만, 철각패도의 완력을 그냥 쑥 뽑아냈다.

손뼈가 으스러지는 소리가 났고, 왕표는 기절했다. 진혁은 철각패도를 사라지게 하고는 왕칠에게 다가갔다. 왕칠은 이미 죽어 있었다.

“멍청한 아저씨 같으니라고. 왜 여긴 와서..”

진혁은 왕칠의 눈을 감겨 주었다. 그리고 일어서려다가 문득 생각이 나는 게 있었다. 곧바로 아공간을 열고 영혼의 돌을 꺼냈다.

“가만. 영혼을 담거나 옮길 수 있다고 했지?”

진혁은 영혼의 돌을 들고 이리저리 살폈다. 그러다 제발 사용법이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기운을 불어넣으니 지금까지는 보이지 않았던 것이 보였다.

- 사용방법

심장에 영혼의 돌을 찔러 넣으면 돌에 영혼이 담긴다.

영혼의 없는 육체의 심장에 영혼이 담긴 돌을 넣으면 영혼이 옮겨지게 된다.

진혁은 재빨리 왕칠의 가슴에 영혼의 돌을 찔러 넣었다. 돌이 심장 즈음에 닿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러자 돌이 갑자기 붉은색으로 빛났다.

“된 건가?”

혹시 몰라서 계속 지켜보았다. 하지만 특별한 변화는 없었다. 진혁은 그 돌을 가지고 무사 셋을 쳐다보았다.

리치에게 영혼을 흡수당한 무사들이었다.

“기왕이면 잘생기고 능력 좋은 몸이 좋겠지?”

진혁은 가장 젊고 잘생기고 능력도 좋은 무사를 선택했다. 그리고 그자의 심장에 영혼의 돌을 밀어 넣었다.

처음에는 살을 뚫고 들어가는 것 같다가 나중에는 몸속에 스며드는 것처럼 스르륵 들어갔다.

진혁은 기다렸다. 제발 왕칠의 영혼이 옮겨졌기를 바랐다.

“어? 이게..”

무사가 눈을 뜨더니 진혁을 바라보았다. 그는 웃으면서 말했다.

“하 표사.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목소리는 달랐지만, 영락없는 왕칠의 말투였다. 진혁은 활짝 웃으면서 말했다.

“말하자면 좀 길어요.”

***

왕칠은 믿기지 않아 했지만, 자신의 몸을 보고는 믿을 수밖에 없었다. 나름대로 적응이 빨랐다. 원래 성격이 좋아서인지 오히려 젊어졌다면서 좋아했다.

“그런 술법이 있다니..”

“이 술법은 천기를 거스르는 역천의 술법입니다. 그러니 앞으로는 조심해서 살아야 합니다. 아셨죠?”

왕칠은 새로 얻은 목숨이니 정말 보람있는 삶을 살겠다고 말했다.

“절정 그 이상도 한 번 도전해 보려고. 쉽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해보고 싶더라고.”

“예전에도 벽을 넘은 적이 있잖아요. 하다 보면 될 거에요.”

왕칠은 아마 가능할 거다. 진혁은 그렇게 믿었다. 진혁은 왕칠을 자신이 잘 아는 신진 고수라고 소개했다.

진혁이 보장하는 사람이라 무사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것보다는 왕칠이 목숨을 잃은 걸 안타까워했다. 목세강과 한천위가 특히 침울해 했다.

진혁은 왕칠의 영혼을 옮기고서는 곧바로 그들이 싸우는 곳으로 달려갔다. 그 둘과 호승렴은 열 명을 맞아 싸우면서 왕칠을 진혁에게 보낸 거였다.

천만다행인 점은 진혁이 도착했을 때까지 모두 무사했다는 거였다. 아슬아슬했다. 진혁이 조금만 늦었어도 셋 다 죽을 뻔했다.

하지만 진혁의 도움을 받아 무사들을 모두 처치하고 살 수 있었다.

호승렴은 뺨에 길죽한 검상이 생겼고, 한천위는 옆구리에 칼을 맞아 한동안 쉬어야 했다. 목세강도 팔과 다리에 검상을 입었다.

왕표는 동창에 넘겼다. 그는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보였다. 부들부들 떨면서 헛소리를 지껄였다.

리치는 다시 살아났다. 예전보다 더욱 강력해진 마법을 구사하면서 토벌단을 괴롭혔다. 하지만 진의 근처에 있는 자잘한 괴물들은 거의 정리가 되었다.

리치만 잘 막으면 진을 완성하는 건 가능한 정도가 되었다. 그래서 그 문제를 논의하고자 회의가 열렸다.

쉽게 결론이 나지 않았다. 리치는 죽여도 바로 살아났다. 게다가 점점 더 강해졌다. 해결 방법은 쉽게 나오지 않고 사람들은 지쳐갔다.

“자. 잡담은 그만하고 다시 융중산에 그 괴물을 어찌할지 이야기합시다.”

제갈중택이 분위기를 수습했다.

“방법은 하나밖에 없습니다.”

진혁은 자신이 그놈을 막을 동안 진을 완성하라고 말했다.

“그러면 하 당주도 거기서 나오지 못해.”

“맞아요. 놈을 유인하든가 하고 나서..”

진혁은 책상을 손바닥으로 탕 쳤다.

“이미 다 해봤잖습니까. 이제 괴물들이 점점 밖으로 나오고 있어요. 여기뿐만 아니라 다른 곳의 사정도 마찬가지고.”

그러니 진을 완성해서 모든 걸 돌려놓아야 한다. 그러니 내가 놈을 막을 동안 진을 완성 시켜라. 진혁은 그렇게 말했다.

진이 완성되면 진법의 안에 있는 것들은 밖으로 영원히 나올 수 없다.

“제가 놈을 한 번 가루로 만든 적이 있지 않습니까. 그러니 제가 적임자입니다.”

진혁 말고는 놈을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다들 숙연한 분위기가 되었다.

“괴물들이 나타나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습니다. 이제는 그런 상황을 마무리 지어야 할 때입니다.”

진혁은 담담하게 말했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고. 나만이 저놈을 막을 수 있으니 내가 가겠다고.

다들 물기 어린 눈으로 진혁을 쳐다보았다. 진혁은 그렇게 말하고 자리를 떴다. 그리고 다음 날.

수많은 무인과 병사들이 진혁을 쳐다보았다. 진혁은 홀로 이 세상을 구하기 위해서 다시는 나올 수 없는 곳으로 가려 하고 있었다.

진혁은 사람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었다. 문주인 온위립과 사제들. 목세강과 한천위. 다들 감정을 잘 추스르지 못했다.

진혁은 담담하게 잘 있으라는 인사만 했다.

“당주님. 제가 오해를 했던 것 같습니다.”

화산의 문승강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토록 고매한 뜻을 가지고 있었는지 모르고 오해를 한 자신이 부끄러웠다.

진혁은 다 이해한다며 어깨를 두들겨주고는 돌아섰다. 이제 인사를 해야 할 사람들과는 모두 시간을 가졌다. 이제는 가야 할 시간.

진혁은 리치가 있는 곳을 향해서 걸어가기 시작했다.

등 뒤로 누군가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죽을 줄 알면서 묵묵히 걸어가는 남자. 무림맹주의 자리에 앉을 수도 있지만, 모든 걸 포기하고 사지로 들어가는 남자의 뒷모습에 모두가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이런.. 나까지 이상해지네.’

진혁은 마음이 조금 이상해짐을 느끼고는 숨을 크게 쉬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보다 조금 아쉬워하고 있었다. 아직 포인트가 조금 모자랐기 때문이었다.

‘아오. 실금처럼 남았는데. 이게 차지를 않네..’

진혁은 일부러 천천히 걸었다. 포인트를 조금이라도 더 받으려고. 하지만 리치가 있는 곳까지 왔는데도 아슬아슬하게 차지 않았다.

“하 당주님의 희생이 헛되지 않게 빨리 움직여라.”

멀리서 제갈중택이 소리를 지르는 게 들렸다. 빈을 손보기 시작한 모양이었다. 진혁은 리치에게 말했다.

“싸울 거면 빨리 싸우자.”

- 너는 참 이상한 사람이군. 그래. 좋다. 이번에는 네가 생각한 대로 되지는..

진혁은 갑자기 크게 소리를 쳤다.

“어림도 없는 소리 하지 마라. 절대로 이곳에서 나가지 못할 거다. 진을 완성하는 걸 방해하도록 내가 내버려 둘 줄 아느냐?”

리치가 멍한 표정으로 진혁을 쳐다보았다. 해골에 무슨 표정이 있겠느냐마는 진혁의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기왕이면 파이어 볼처럼 화려하고 이펙트 좋은 놈으로 부탁해.”

- 원한다면 얼마든지. 파이어 볼!

리치가 말을 하자마자 불덩어리가 날아왔다.

- 콰앙!!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불덩어리가 사방으로 흩어졌다. 진혁은 일부러 아슬아슬하게 싸웠다. 지켜보고 있는 사람들이 손에 땀을 쥐고 보게끔 연출을 했다.

포인트가 차곡차곡 쌓였다. 그리고 드디어 모든 포인트가 다 찼다.

- 3단계 포인트가 모두 충족되었습니다.

- 모든 요건을 충족했습니다.

“하아.. 드디어..”

이제 정말 끝이 났다. 그리고 우연이었을까. 포인트를 다 모았을 때, 진법도 완성되었다. 진법의 효과 때문인지 주변에 안개 같은 것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제 끝을 내지.”

진혁은 기운을 끌어 올리고 리치에게 달려들었다. 이제는 봐주면서 할 필요가 없었으니까.

- 뭐냐? 지금까지 힘을 감춘 거였단 말이냐?

“사정이 좀 있어서 그랬어. 어차피 이제 다들 원래 있던 세상으로 돌아갈 테니까 다시는 만나지 말자고.”

진혁은 리치의 목을 날리면서 그렇게 말했다.

진법의 효과인지 리치의 몸이 삽시간에 가루로 변했다. 그리고 바람이 거세게 불기 시작했다.

몬스터들이 전부 빛나기 시작하더니 빛 덩어리가 되어 포탈로 빨려 들어갔다. 전에 있던 곳에서도 이런 식으로 이쪽 세상에 온 모양이었다.

그렇게 몬스터가 모두 사라졌다. 진혁은 자리에 앉은 채 관리자에게서 연락이 오길 기다렸다.

이제 관리자가 오고 집으로 돌아가면 끝이다. 그 전에 몇 가지 물어보고 가져갈 걸 정해야 한다.

“빨리 좀 와라.”

진혁은 기다리다 지쳐 투덜거렸지만, 관리자는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다. 진혁은 그 자리에 벌렁 누워서 하늘을 쳐다보았다.

구름이 둥실둥실 흘러가고 싱그러운 풀 내음이 콧속으로 들어왔다. 조금 전까지 있었던 일들이 모두 꿈만 같았다.

“꿈이나 마찬가지지 뭐. 그래. 긴 꿈을 꿨다고 생각하자.”

이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솔직한 말로 잘 적응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뭐. 여기 와서도 적응을 했는데, 원래 있던 곳에 적응을 못 할까.”

뭘 해도 자신 있었다. 그것보다 어떤 걸 가지고 갈지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진혁은 관리자가 올 때까지 고민을 좀 더 하기로 했다.

“뭘 가지고 가야 가장 끝내주게 살 수 있을까?”

어떤 것이든 지금까지의 삶과는 완전히 달라질 거다. 보석이 되었든 다른 것이 되었든.

“다 가지고 갈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그건 안 된다니까.”

진혁은 자신이 생각한 여러 가지를 하나하나 떠 올려 보았다. 생각만 해도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 상상도 못 했던 그런 생활을 하는 자신이 그려졌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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