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벨업하는 표사-147화 (147/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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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을 향해서.

‘구울과 좀비다.’

사람들은 강시라고 하며 난리법석을 떨고 있었지만, 진혁은 그것들이 언데드라는 걸 직감했다.

문제는 저것들이 왜 나타났느냐 하는 것과 마나 폭발 없이 나타났다는 점이었다. 무인들과 병사들이 싸워보았지만, 막심한 피해를 입었다고 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원래 괴물들이 있던 장소에 머물고 있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조금씩 사람들이 사는 곳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이러다가 정말 다 죽는 거 아냐?’

몬스터에 언데드까지. 이러다가 드래곤이나 판타지 세상의 마법사와 기사까지 나타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그것들이 없다고 하더라도 지금의 몬스터와 언데드를 막는 건 쉽지 않아 보였다. 게다가 어떤 존재가 그것들을 조종하고 있는 것 같아서 더 꺼림칙했다.

‘점점 더 강해지고 있어. 몬스터 군단에 언데드까지 합류한다면 막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진혁은 일단 정찰을 마치고 돌아왔다.

“이것들이 왕표의 숙소에서 나온 것들입니까?”

“그렇습니다. 하 당주님.”

진혁은 동창을 찾아가 왕표의 자료들을 살피게 해달라고 했다. 원래라면 어림도 없는 일이었겠지만, 태후는 물론이고 채 공공과도 인연이 있는 진혁이라 별문제 없이 허락되었다.

진혁은 내용을 살피다가 이곳에서는 볼 수 없는 언어로 표기가 되어있는 종이를 보게 되었다. 거기에는 한자와 영어, 한글이 뒤섞여 있었다.

이 세상에서 오로지 진혁만이 알아볼 수 있는 내용.

‘아무도 알아보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해서 숨기거나 없애지 않았겠지.“

거기에는 대단히 중요한 것들이 적혀 있었다. 리치를 소환하는 것부터 해서 언데드를 불러내는 흑마법진에 관한 것까지 엄청난 사실들이 기록되어 있었다.

그 방법은 예전에 넘어왔던 판타지 세상 사람이 남긴 자료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거였다. 그리고 거기에 모든 것을 정상으로 되돌릴 수 있는 방법도 있었다.

“융중산의 진법을 다시 왕성하면 막을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기존의 몬스터들은 포탈로 빨려들어 가고 포탈이 작동하지 않게 된다. 몬스터가 나타나기 전의 세상으로 돌아가는 거다.

‘이 사실을 알리고 세상을 구하기 위한 마지막 일을 하면 딱이네.’

포인트가 거의 다 찼다. 이제 조금만 더 모으면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 그 마지막을 장식하기에 딱 맞는 일 아닌가.

진혁은 자료를 모두 검토하고는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곳으로 가서 영혼의 돌을 꺼냈다.

관리자와 통신을 하기 위해서였다. 이제 포인트를 거의 다 모았으니 관리자와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어서였다.

준비가 끝났는데 관리자를 부르지 못하면 낭패 아닌가. 진혁은 영혼의 돌을 아공간에서 꺼내서 손에 쥐었다.

- 영혼의 돌

영혼과 관련된 신비한 능력이 있는 돌이다.

영혼을 담거나 옮길 수 있다.

전에는 보지 못했던 내용이 한 줄 추가되어 있었다. 레벨이 올라 보인 듯한데 그냥 그런가 보다 했다. 어차피 좀 있으면 돌아갈 텐데 뭔 상관이냐면서.

- 관리자님? 관리자님?

진혁이 관리자를 부르자 곧바로 대답이 왔다.

- 아. 안 그래도 연락을 드리려고 했는데.. 포인트를 거의 다 모으셨더라구요.

- 예. 그래서 연락을 드려야 할 것 같아서요.

진혁은 관리자에게 몇 가지 질문을 했다. 가장 먼저 한 건 아무거나 한 가지를 가지고 갈 수 있다던데 어떤 걸 가지고 갈 수 있느냐는 질문이었다.

아쉽게도 아공간은 가져갈 수 없었다. 그건 이 세계와 연동된 것이라서 지구로 가져가는 게 불가능하다는 거였다.

금이나 보석을 가져가는 건 가능했다. 부피에 제한이 있는 것 같았는데, 그거야 별 상관없다. 보석이 부피가 나가봐야 얼마나 되겠나.

“그것만 해도 대박이네. 바꾸는 게 좀 어렵긴 하겠지만, 찾아보면 방법이 있겠지.”

고가의 보석은 출처가 문제가 되는 거 아닌가. 하지만 도난품은 아닌 것이 확실하니 방법은 있을 거다. 조상의 유품을 정리하다가 발견한 것이라고 할 수도 있을 거고.

관리자는 지금 가서 잘못 부여된 능력을 회수하겠다고 했지만, 진혁은 못 들은 척했다. 그러다가 남은 라이프를 가져가겠다고 하면 큰일이다.

중간에 혹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까.

- 예? 뭐라구요?

- 지금 회수를 하러 갈 건데요. 이제는 어느 정도 연결이 되면 위치 확인이 가능하니까요.

- 네? 안들리..  치이익.. 뭐라고요? 무슨 말인지..  치이익..

진혁은 재빨리 영혼의 돌을 아공간에 집어넣고는 철각패도로 몸을 바꾸었다.

***

“융중산에 있는 진법을 고치면 괴물을 모두 없앨 수 있다?”

“그렇습니다. 이미 예전에 그 방법으로 괴물을 모두 봉인한 예가 있습니다.”

진혁의 말에 태후는 크게 기뻐했다. 그렇게만 된다면 얼마나 좋은 일인가.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 황실에서 모든 걸 지원하겠네.”

“제갈세가에서 진법을 고칠 동안 밀려드는 괴물들을 막을 병력이 필요합니다.”

“그거야 당연한 일이지. 알겠네.”

태후는 병력은 얼마든지 내어 주겠다고 말했다.

‘역시 태후에게는 먹힐 줄 알았지.’

무림맹에서 먼저 이야기를 꺼냈는데, 사람들이 쉽게 믿지를 못했다. 하기야 예전 기록만 가지고 이야기를 하니 긴가민가할밖에.

하지만 왕표의 자료를 보여주면서 이걸 해석했다고 말할 수는 없는 일이다. 아무도 모르는 글자인데 진혁만 안다?

사람들이 수긍하지 못할 거다. 그리고 사람들이 그런 반응을 보이는 건 강력해진 몬스터와 싸우기 싫어서이다.

죽을지 모르니 곳에 굳이 가서 싸우지는 않겠다는 속셈. 그래서 신뢰할 수 없다고 우기는 거다.

그래서 태후를 찾아왔고, 병력 지원을 약속받았다. 진혁은 이제 한숨 돌렸다고 생각했다.

“그것 말고 특별히 청할 것이라도 있는가?”

“손경백과 같은 고수들이 필요합니다. 대형 괴물을 상대할 때는 아무래도 고수가 필요합니다.”

“알겠네. 손경백은 물론이고 다른 고수들을 차출해서 보내도록 하지.”

남로무사단과 도검당이 나설 것이고, 현천문도 함께 할 거니까 어떤 몬스터라도 문제는 없을 거다.

진혁은 곧바로 융중산에서 마지막 전쟁을 치를 준비를 했다.

“괴물들이 진형을 짜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군요.”

제갈중택이 심각한 목소리로 말했다.

융중산에는 상당히 많은 병력이 모여 있었다. 금군과 대장군 두궐륭의 부대도 와 있었고, 수많은 고수들이 집결해 있었다.

“다른 건 걱정이 되지 않는데, 새로운 괴물이 나타날지도 몰라 그게 우려됩니다.”

“변수란 항상 문제가 되는 법이죠.”

좀비나 스켈레톤 같은 거야 그래도 괜찮다. 하지만 그보다 상위 언데드가 등장하면 상황이 아주 심각해진다.

특히나 마법을 사용하는 몬스터나 언데드가 나온다면 재앙이나 마찬가지다.

“그나저나 무림맹주로 추대하려는 움직임이 있던데 어쩔 생각입니까?”

제갈중택이 슬쩍 물었다. 진혁은 지그시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저 같은 게 무림맹주가 가당키나 합니까. 저는 그저 진을 완성하고 괴물이 모두 사라지면 그것으로 만족합니다.”

제갈중택은 진혁 같은 사람이 무림맹주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금도 보라. 전혀 욕심이 없었다. 무림맹주가 어디 아무나 할 수 있는 자리인가.

이런 사람이 맹주가 되어야 제대로 돌아간다. 권력에 환장해서 이권을 가지고 장난치는 자가 아니라 이런 인물이 되어야 한다.

지금 일반 무사들을 중심으로 해서 진혁을 무림맹주로 추대하려 하고 있었다. 물론 그것만 가지고서는 맹주 자리에 앉을 수 없다.

일반 무사들이 수는 많지만, 영향력이 크진 않으니까. 하지만 황실에서도 슬쩍 밀어주고 있다. 그렇게 되면 이야기가 다르다.

“일단 조심스럽게 괴물들을 밀어내 보죠. 진법에 관해서는 준비가 되신 거죠?”

“확실하게 준비를 했으니 그곳까지 가기만 하면 됩니다.

왕표가 가지고 있던 자료에 진법을 완전하게 만들 방법이 있었다. 거기다 무림맹과 황실의 자료를 뒤져 그 진법 관련된 걸 제갈 세가에 넘겼다.

이제는 진법이 설치된 곳까지 가기만 하면 된다. 진혁은 저 멀리 융중산에 우글거리는 몬스터들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잠시 대기”

진혁은 손을 들었고, 모두가 멈추었다. 진혁을 비롯한 삼십여 명의 정찰대는 진이 있는 곳 근처까지 도달해 있었다.

보통이라면 이런 고수들이 정찰을 하지는 않겠지만, 괴물들이 있는 이곳은 사정이 다르다. 고수가 아니라면 아예 정찰이 불가능하다.

“앞에 무언가 심상치 않은 놈이 있는데..”

모두가 진혁은 빠지라고 했지만, 그러지 않았다. 누구보다 괴물의 기척을 잘 알아채는 것이 자신이니 당연히 가야 한다고 하면서.

정찰대가 이곳까지 괴물을 피해 올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진혁의 능력 덕분이었다. 그런데 조금 이상한 느낌이 진혁의 감각에 걸렸다.

‘처음 느끼는 건데? 도대체 뭐지?’

다른 몬스터들은 전부 겪어 보았다. 하지만 지금 것은 다른 것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존재감을 내뿜고 있었다.

그런데 그 순간 진혁의 머릿속에 목소리가 들렸다. 관리자와 이야기를 할 때와도 비슷한 느낌이었는데, 목소리가 달랐다.

- 누가 내 거처를 침범한 것이냐!

굵직한 남성의 목소리. 마치 동굴 속에서 말하는 것 같이 웅웅대는 목소리였다. 주변을 살펴보니 다른 사람들은 모두 얼굴을 잔뜩 찡그린 채 머리를 부여잡고 있었다.

그런데 다들 목소리는 듣지 못한 듯했다. 그저 갑자기 머리에 통증이 느껴졌다는 말만 했다.

‘나만 들리는 건가?’

그때였다. 목소리의 주인공이 모습을 드러냈다. 어마어마한 존재감을 뽐내는 놈이.

- 내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자가 있다니. 네가 나를 이곳에 부른 자인가?

로브를 입고 마법 지팡이를 들고 있었지만, 놈은 살아있는 자가 아니었다. 뼈만 남은 모습에 눈이 있는 곳에서 일렁이는 붉은빛.

놈은 리치였다. 죽음을 초월한 언데드 마법사 리치. 진혁은 검을 뽑아들었다.

- 마나가 느껴진다. 마나가..

진혁은 검에 기운을 불어넣으며 놈의 앞으로 움직였다.

- 소드 마스터인가. 아니. 달라. 너는 뭔가 이상하군..

리치는 호기심을 느낀 모양이었다. 진혁은 리치를 처리할 수 있을지 고민이 되었다. 놈과 싸울 수는 있다.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진혁은 통증은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저주 계열의 마법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진혁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하지만 놈은 마법사다. 마법을 상대하는 건 무척이나 까다로운 일.

“모두 정신 차려!!”

진혁은 소리를 지르면서 검을 내질렀다. 빛을 머금은 검이 리치의 몸을 그어갔다.

- 캉!

리치의 몸에 닿기 직전. 검은 투명한 벽 같은 것에 막혔다. 실드나 배리어 같은 마법일 터. 진혁은 검에 기운을 한껏 불어넣었다.

“으아아아!!”

- 챙!

갑자기 무언가가 깨지는 듯한 소리가 나더니 검이 리치의 몸을 반으로 자르며 지나갔다.

- 크아아아아!

놈은 비명을 질렀다. 그 사이에 진혁은 사람들이 정신을 차리게 한 다음 본대가 있는 쪽으로 몸을 피했다.

“빨리 움직여요!”

리치가 공격을 받자 마법이 깨졌는지, 사람들이 정신을 차렸다. 그들은 진혁의 말에 따라 황급히 내달렸다.

몬스터가 중간에 있고 말고를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냥 일직선으로 뛰었다. 진혁의 귀에는 리치가 괴로워하는 소리가 계속 들렸다.

- 이놈들.. 가만히 두지 않겠다.

몬스터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진혁 일행의 길을 가로막은 것이다. 하지만 진혁을 비롯한 고수들이 앞장서서 닥치는 대로 베면서 나아갔다.

그리고 진혁 일행이 위기에 처한 것을 본 병력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조금만 더 가면 됩니다. 어서!”

그렇게 말하면서 뒤를 돌아다 보았는데, 리치가 진혁이 있는 쪽으로 날아오고 있었다. 리치는 진혁 일행과 병력을 보더니 입을 움직였다.

무언가 주문을 외우는 것 같았는데, 뼈가 움직이는 걸 보니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진혁 일행은 병력과 간신히 합류할 수 있었다.

“전원 후퇴!”

일단은 피해야 했다. 그런데 그 순간 리치의 입이 멈추었다. 리치는 진혁이 있는 쪽을 향해서 손을 내뻗었고, 진혁의 머리에 소리가 들렸다.

- 파이어 월!

소름이 확 돋았다. 엄청난 마나가 움직이는 느낌. 진혁은 있는 힘껏 소리를 질렀다.

“모두 전력으로 후퇴!!”

진혁은 있는 기운을 모두 담아 소리쳤다. 그 말에 모든 병력이 전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병력이 있던 자리에 갑자기 엄청난 불길이 치솟기 시작했다.

지옥에서 올라온 불길인 듯 엄청난 기세로 모든 것을 배워버릴 듯한 화염의 벽이 길게 생겨났다.

“으아아아악!!”

미처 피하지 못하고 불길에 잡아먹힌 병사들도 있었다. 삽시간에 시체도 남기지 못한 채 먼지가 되어 사라지는 모습.

사람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렸다. 진혁은 불길 바로 근처에서 허공을 노려보았다. 불길 너머 리치가 있는 곳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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