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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하는 표사-146화 (146/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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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 물리고

사람들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왕표가 그 일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는 듯한 얼굴이었다. 하지만 왕표는 살짝 당황했다.

“저자의 팔에 팔찌가 있습니다. 황궁의 보물창고에 있던 팔찌 말입니다.”

동창 제독도 이미 확인한 일이다. 태후는 자신의 보물창고에서 물건이 없어진 사실을 알고는 정말 대노했다.

진혁이 언급을 해서 확인해 보니 정말로 팔찌가 없어진 게 아닌가. 그래서 어떤 자인지 어떤 일이 있어도 잡아 오라는 명을 내린 후였다.

‘팔찌는 전부 비슷한 재질로 되어 있지. 하지만 나와 철각패도가 하고 있는 건 이미 보았지.’

똑같지는 않아도 상관없다. 태후의 보물창고에서 팔찌가 없어졌고, 비슷한 물건의 왕표의 팔에 있다는 것이 중요하지.

그것도 저렇게 토시 같은 걸로 팔을 가리고 있으면 더 의심스럽다.

“어디 팔을 좀 봅시다.”

동창 제독이 눈짓을 하자 동창 위사가 다가가서는 팔을 보려 했다. 그러자 갑자기 호위 무사가 앞으로 나서더니 막아섰다.

“무슨 짓인가? 동창의 일을 막아서려는 건가?”

누가 봐도 의심스러운 상황이었다. 왕표는 잠시 날카로운 눈으로 진혁을 째려보았다. 그러더니 제독 동창을 향해 포권을 하며 말했다.

“비슷한 물건이 있기는 하지만, 오래전부터 하고 있던 것입니다. 황궁의 물건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판단은 우리가 한다. 그러니 물건을 이리 가져오거라.”

그럴 수는 없다. 팔찌를 뺄 수 없으니까. 왕표는 자신이 함정에 빠졌다는 걸 깨달았다. 자신이 진혁을 함정에 몰아넣고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반대였다.

“왜 가져 오지 못하느냐?”

제독 동창의 눈매가 날카로워졌다.

“역시 그랬구나. 네 수하가 황실의 인물과 접촉해서 태후 마마의 정보를 캔 걸 이미 확인했느니라.”

동창 위사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자 왕표가 히죽 웃더니 말했다.

“이런 식으로 당하게 되는군. 이거 놀랐는데..”

그는 입맛을 다시더니 짧게 외쳤다.

“쳐라!”

그의 말에 주변에 있던 그의 호위무사들이 동창의 위사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무림맹의 사람들은 당황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른 채 허둥거렸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어느 정도 예측하고 있었던 진혁은 곧바로 도검당에 명을 내렸다.

“도검당 무사들은 역적을 제압해라!”

그렇게 말하면서 자신이 먼저 왕표의 호위무사에게 달려들었다. 진혁은 허공에 뛰어올라 검을 뽑았는데, 검에서 은은한 빛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상황은 급변했다. 왕표는 도망쳤고, 소림과 무당도 몸을 피했다.

동창은 왕표의 집무실과 집을 비롯한 모든 곳을 뒤졌고, 상당한 자료를 찾아낼 수 있었다. 특히 소림과 무당과 관련된 내용이 많았다.

무림맹 전체가 역모에 휩쓸릴 수도 있었지만, 진혁 덕분에 최악은 면할 수 있었다. 진혁이 먼저 알아내서 제보를 했고, 그와 도검당이 나서서 싸웠기 때문이었다.

토벌단에서 활약을 한 것에다가 이번 일이 더해져 무림맹 전체로 일이 번지지는 않았다. 그래서 구파일방과 오대세가 사람들이 진혁에게 고마워해야 할 판이었다.

“잘못을 했으면 벌을 받아야 합니다. 그게 누구이건 말입니다.”

평소 같았으면 코웃음 쳤을 구파일방과 오대세가의 사람들이 진혁의 말을 경청했다. 지금 진혁에게 잘못 보이면 역모로 몰릴 수도 있다.

누가 진혁 앞에서 숨이나 제대로 쉴 수가 있겠나. 하지만 진혁은 원리원칙대로만 하겠다고 말했다.

“저한테 이야기하셔도 소용없습니다. 조사해서 죄가 없으면 아무 일도 없겠지요.”

일반 무사들은 열광했다. 진혁 덕분에 역적으로 몰릴 위기에서 오히려 공을 세운 것이 되었다.

게다가 진혁은 앞으로 불합리한 대우나 처사가 있으면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고 이야기했다.

“위에서 지시하고 벌을 주기만 하는 것에만 익숙해진 사람들은 바뀌어야 할 겁니다. 모두가 같은 기준에 의해서 상벌을 받을 겁니다.”

기존 세력들은 불만이 가득했지만, 나서지는 못했다.

“어떻게 되었답니까?”

“왕표는 행방이 묘연하다고 하네요. 호위무사들의 실력이 엄청나서 결국 놓쳤다고 해요.”

제갈벽린은 아직도 믿을 수가 없다는 표정이었다.

“소림과 무당은요?”

“두 곳은 모든 죄를 왕표에게 떠밀면서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발버둥을 치는 중이라네요.”

상황이 그렇게 되자 재빨리 태세를 전환했다. 모든 건 왕표가 저지른 짓이다. 자신들은 전혀 몰랐다.

자신들의 죄라면 왕표를 믿고 가까이 지낸 것뿐이다. 그동안 황실의 일에 공헌을 한 것도 있으니 선처를 바란다. 이런 식으로 싹싹 빌고 있었다.

“어떻게 될 것 같으세요?”

그녀의 질문에 진혁은 묘한 표정을 지었다. 사실 어찌 될지 알지 못했다. 관심도 없었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일 거다.

소림과 무당이 망하거나 말거나 상관없다. 그것보다는 일반 무사들과 많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고마워한다는 게 중요했다.

“태후전에서 들어오라고 했으니 거기 가면 무슨 이야기가 있을 겁니다. 돌아오는 대로 이야기를 하죠.”

진혁은 그리 말하고는 황실로 향했다.

“어서 오세요. 하 당주.”

태후는 환하게 웃으면서 진혁을 맞이했다. 그녀로서야 예뻐 보일 수밖에 없다. 황실을 위해서 진혁이 한 일이 얼마나 많은가.

괴물을 토벌했고, 역모를 밝혀냈다. 태후의 목숨을 구한 거데다, 역도들과 맞서서 싸웠다. 황실로 보면 정말 복덩이나 마찬가지였다.

“내 하 당주와 이야기를 좀 나눠보고 싶어서 불렀어요.”

원래도 현천문에게 힘을 실어주려고 했다. 그런데 일이 자연스럽게 풀렸다. 기존 세력인 소림과 무당은 몰락한 거나 마찬가지고 현천문의 위세는 하늘을 찌를 정도였다.

특히 진혁의 명성은 강호 전체를 뒤흔들었다. 자신보다 아랫사람을 아끼고 보살피는 당주. 솔선수범하고 올곧은 인물.

무공은 일검에 어떤 괴물이라도 벨 정도고, 인품은 더할 수 없이 고매하고 훌륭했다.

“소림과 무당의 일은 어떻게 처리하는 게 좋다고 봅니까?”

“제가 어찌 그 일을 언급하겠습니까. 잠시나마 함께 있었던 사람들입니다. 그저 원칙대로 처리해야 한다는 말 이외에는 할 말이 없습니다.”

태후는 크게 웃었다. 역시나 예상했던 대답이었기 때문이었다.

원리원칙을 중요히 한다는 말은 많이 들었다. 하지만 너무 딱딱하지 않고 인간적인 모습도 있어서 아주 흡족했다.

소림과 무당은 원수나 다름없는데도 악으로 대하지 않았고, 자신과 가깝다고 특혜를 주지도 않았다.

“당주 같은 인재는 조정에 출사를 해야 더 빛이 날 건데.. 혹시 생각이 있습니까?”

“죄송하지만 저는 무인입니다. 조정의 일은 잘 몰라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적당한 자리를 내려줄 수 있어요. 그러니 해 보는 것이 어떻습니까?”

진혁은 여전히 공손한 태도로 대답했다.

“일개 무인에게 그런 자리를 내리면 출사를 하기 위해서 노력하던 자들이 어떤 마음을 품겠습니까? 그러니 그 일에 적합한 인재를 찾아서 그에게 관직을 내리심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태후의 입에서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어떻게 이렇게 예쁜 말만 골라서 하는지. 이런 자들만 있다면 정말 듬직할 것 같았다.

“소림에서 이번 일과 관련된 자들은 모두 극형을 면치 못할 겁니다. 하지만 소림을 완전히 지울 수는 없는 일. 나라에서 내린 것을 다시 가져오고 30년간 봉문을 하도록 할 거예요.”

30년 봉문. 생각했던 것보다는 처벌의 수위가 낮았지만, 그래도 엄청난 형벌임에는 분명했다.

봉문이라고 하면 외부와의 교류가 단절된다는 뜻이다. 제자를 받아들일 수도 없고, 참배객도 못 받는다.

속가와의 관계도 모두 끊어진다. 연락을 취할 수도 없고, 왕래를 하는 것도 극히 제한된다. 생계를 위해서 물건을 사는 정도만 허락된다.

그렇게 30년이 지나면? 제아무리 소림이라고 하더라도 강호에 기반이 모두 없어진 후다. 진혁은 이 정도면 적당한 처벌이라고 생각했다.

“알아보니 무당은 죄가 좀 덜하더군요. 그래서 그보다는 좀 약한 처벌을 내리려고 해요.”

관련자는 극형이다. 하지만 역모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으니 15년 봉문을 하는 것으로 기간을 조금 줄여주었다.

15년도 엄청난 타격임에는 분명하지만, 그래도 조금 나은 편이다. 그 정도면 봉문이 풀렸을 때, 기반이 조금은 남아있을 수 있으니까.

“왕표라는 자는 뒤를 쫓고는 있는데 본신의 무공도 상당하다고 하는군요. 그런 간악한 자가 있다니..”

무공을 숨기고 있었던 것이 역모를 위해서라고 태후는 생각하는 듯했다. 뭐가 어찌 되었든 왕표가 정리되면 좋은 일이다.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자가 사라지면 그만큼 편해지는 거니까.

“그건 그렇고 무림맹도 이제 재편이 되어야 할 것 같군요.”

“그래야 할 것 같습니다.”

무림맹주는 이미 자리를 내놓고 소림으로 가버렸다. 그는 연관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일이 이렇게 된 이상 계속 무림맹주의 자리에 있을 수는 없는 일.

요직도 많이 비었다. 그러니 당연히 체재를 정비해야 한다. 그런데 태후가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했다.

“하 당주가 맹주를 하는 건 어떤가요?”

“제가 맹주를요?”

진혁은 조금 놀란 목소리로 대답했다. 맹주 자리는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맹주의 자리는 연륜과 경륜이 있는 분이 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제가 맡기에는 경험이 너무 일천합니다.”

“그런가요? 내 생각은 조금 다른데..”

최고의 자리에 필요한 덕목은 연륜이나 경륜이 아니라고 했다. 태후는 올바른 성품과 혜안을 가지고 조직을 제대로 된 방향으로 이끄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나이가 많고 적고는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보기에는 하 당주가 인품으로 보나 안목으로 보나 적합하다고 생각해요.”

원칙을 중시하면서도 인간으로서 가져야 할 따뜻한 감정을 가지고 있는 인물. 그녀가 보기에 무림맹주로 가장 적합한 사람은 진혁이라고 했다.

“과찬이십니다. 하지만 말씀드렸지만, 저는 아직 부족합니다. 지금 당주의 자리도 버거운데 어찌 그런 중대한 자리를 맡을 수 있겠습니까?”

무림맹주 자리. 남들이 보기에는 좋지. 가장 높은 자리이고 뭐든지 명령만 하면 될 것 같으니까. 하지만 그건 모르는 소리야.

가장 윗자리면 무슨 짓을 해도 불만이 생길 수 밖에 없다고.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가 있을 것 같아? 어림도 없는 소리지.

그러니 당주 정도가 딱 좋다고. 윗선에서 이상한 짓 할 때 딴죽 걸고 입바른 소리 하고. 그래야 포인트도 많이 모인단 말이다. 이 할망구야.

“어쩌면 이렇게 욕심이 없는지. 욕심이 과해도 좋지 않지만, 너무 없는 것도 바람직 한 건 아니에요. 그러니 잘 생각해 봐요.”

태후는 대놓고 밀어주겠다고 하고 있었다. 하지만 진혁은 절대로 수락할 생각이 없었다. 오히려 당주 자리에서 목소리만 높일 거다.

일반 무인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 복지도 이야기할 거고. 그동안 기득권 세력만 누려왔던 많은 것들을 일반 무인도 누릴 수 있게 해 줄 거다.

그리고 머지않은 미래에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갈 거다. 그런데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채 공공이 들어왔다.

“마마. 큰일이옵니다.”

“무슨 일인가요?”

태후도 심각한 얼굴로 물었다. 채 공공이 이렇게 화급하게 온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지금 괴물들이 다시 나타났다고 합니다.”

“괴물들이요? 조금 더 자세히 이야기를 해보세요.”

채 공공은 화산에서도 괴물이 다시 나타났고, 새로운 괴물까지 등장해서 사람들을 무차별로 공격하고 있다고 했다.

‘뭐? 그럴 리가. 마나 폭발을 느끼지 못했는데?’

이전까지는 진혁이 미리 알 수 있었다. 마나 폭발을 느낄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전혀 그런 게 없었다.

‘뭐지?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진혁은 재빨리 황궁에서 나왔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확인을 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현장에 갔을 때 진혁은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것을 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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