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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빵이 최고!
진혁은 계속해서 정신을 집중했다. 이 기술은 정신이 조금만 흐트러져도 해제가 되어버리니 주의해야 했다.
괴한은 한참 동안 씩씩거리며 돌아다녔다. 진혁이 숨어있는 찾는 거였다. 하지만 육체가 존재하지 않는 진혁을 발견할 수는 없는 일.
결국, 괴한은 찾는 걸 포기하고 투덜거렸다.
“젠장! 내가 모르는 능력이 있었던 건가? 이상하군. 순간이동 아이템은 가지고 있지 않았는데..”
가지고 있지 않았다? 내가 가지고 있는 아이템을 확인할 수가 있는 건가? 녀석이 그렇게 말했으니 그런 걸 가지고 있는 게 분명했다.
하지만 진혁이 지금처럼 된 것은 아이템의 힘이 아니었다. 솔직히 말하면 우연히 발견한 일종의 꼼수였다.
양의심공을 통해서 두 몸이 동시에 한 곳에 존재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면 둘 다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지 않을까? 진혁은 이런 생각을 했던 거다.
그래서 테스트를 해 보았다. 이것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수많은 실패 끝에 성공할 수 있었다. 둘 다 존재하지 않는 것이.
‘뭐라고 지껄여도 좋고 복면을 벗어도 좋고.’
진혁은 정신을 집중한 상태로 괴한을 계속 관찰했다. 자신이 물리적으로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하지만 보고 듣는 건 가능하다.
하지만 끝까지 괴한은 복면을 벗지 않았다. 진혁이 확인할 수 있는 건 그의 팔에도 팔찌가 있다는 것 정도였다.
괴한은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시며 투덜거리더니 몸을 날렸다. 그가 떠나자 달빛이 흐르는 적막한 하늘만이 덩그러니 남겨졌다.
‘가만. 분명히 아까와는 목소리가 달라진 것 같은데..’
진혁이 사라지고 난 후 목소리가 달라졌다. 자주 들은 목소리는 아니었는데, 분명히 어디선가 들은 것 같았다.
‘어디서 들었더라? 분명히 무림맹 안에서 들었는데..’
기억이 나지 않는 걸 보니 잘 아는 사이는 아니다. 진혁은 괴한이 완전히 사라지는 걸 확인하고는 일단 모습을 드러냈다.
“분명히 무림맹 내부 인물이야.”
하지만 쉽게 목소리의 주인공이 떠오르지 않았다. 진혁은 무림맹에서 지위가 어느 정도 있는 인물의 명단을 살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분명히 어느 정도 지위가 있는 인물인 것 같아서였다.
“명단을 쭉 훑다 보면 생각이 나겠지.”
진혁은 빨리 누군지 확인하고 대책을 마련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자기를 노리는 놈이 있는데 속 편하게 있을 수야 있나.
빨리 확인해서 놈을 끝장내거나 아니면 빨리 포인트를 채우고 이 세계에서 떠나던가. 둘 중 하나였다.
***
“이게 정말입니까? 지난 토벌대를 공격한 것이 소림과 무당인 게 정말 사실이냔 말입니다.”
“보내온 증거에 의하면 그럴 가능성이 높습니다.”
“어허.. 이런 무슨..”
태후는 크게 노해서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
“감히 황실을 능멸하다니. 어찌 무림의 명문이라는 자들이 그런 짓을 할 수 있단 말입니까?”
“어떻게 하올까요? 태후 마마.”
채 공공은 명만 떨어지면 당장 놈들을 잡아들이겠다고 했다. 하지만 태후는 바로 명을 내리지는 못했다.
소림과 무당은 천하에서 가장 큰 방파였다. 무력과 금력은 물론이고 관에도 깊이 관여하고 있는 유서 깊은 곳.
태후와 인연이 깊은 청광진인도 무당 출신이 아닌가.
“일단 조사를 해보세요. 동창에게 일러 은밀하게.”
쉽게 건드리기 부담스러운 곳이다. 두 문파의 속가가 이룬 세력만 해도 어마어마하다. 두 곳의 신도들도 수가 만만치 않고.
그런 두 곳을 동시에 건드리는 건 힘이 약해진 황실로서는 부담스럽다.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증거를 찾아서 올리겠습니다. 마마.”
“그렇게 하세요. 채 공공만 믿습니다.”
태후는 이번 기회에 너무 커버린 세력들을 정리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이전까지는 황실의 힘이 너무 약했다.
황실의 힘이 약하면 중신이나 호족 세력의 힘이 강해지는 건 당연한 일. 알면서도 참고 용인해 부었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바뀌었다.
황실의 힘이 어느 정도는 회복되었다. 그걸 잘 알릴 수 있는 기회가 이번이다. 소림이나 무당 같은 거대 문파를 정리하면 황실의 위엄이 널리 퍼질 것이다.
“공공. 이번 일은 신중해야 합니다.”
“잘 알고 있습니다. 황실에 누가 되지 않게 동창이 알아서 움직일 것이오니 심려치 마시옵서서. 마마.”
최고의 자리에 있다고 해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모든 것은 세력 간의 충돌. 그 과정에서 결과가 나오는 거다.
황제나 태후라고 해도 힘이 없으면 권력을 쥔 놈의 말을 들어야 한다. 아니면 죽으니까. 그러니 조심스럽게 움직여야 한다.
아직은 황실이 압도할 정도로 힘을 가지지는 못했으니까. 하지만 두 곳을 정리하고 나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질 거다.
“이번 정보를 준 곳이 사혈련이라고 했던가요?”
“예. 마마. 철각패도라는 인물이 은밀히 전해온 내용입니다.”
“허어.. 그자가요? 생긴 것과는 달리 우리에게 도움이 많이 되는 자로군요.”
서쪽 지방에서 괴물을 퇴치하고 이런 정보도 주고. 황실 입장에서야 고마울 수밖에.
“그런데 그자 성격이 좀 문제가 많은 듯합니다. 최근 감숙에서 일이 있었는데..”
채 공공은 감숙성의 포정사가 당한 이야기를 했다. 그러자 태후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도저히 어쩔 수 없는 자라고 하면서.
“그래도 그런 자가 낫습니다. 음흉한 자가 배후에 있는 것보다는 그렇게 단순한 사람을 상대한 편이 더 나아요.”
태후는 선만 넘지 않으면 철각패도에게 협조하라고 말했다. 괴물을 처치해 준다는 데 그 정도 난리를 치는 건 감수할 수 있다.
“그런데 공공. 만약 소림과 무당이 힘을 잃게 되면 무림맹이 좀 혼란스러워지지 않겠어요?”
“그럴 것이옵니다. 마마.”
태후는 그렇게 되면 황실에서 무림맹에 영향력을 좀 미칠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가능은 할 것이옵니다. 마마. 그런데 어디 염두에 두고 계신 곳이라고 있으신지..”
태후는 잠시 생각하다 현천문 이야기를 꺼냈다. 현천문은 다른 문파의 집중 견제를 받던 작은 문파였다.
기존 세력과 사이가 좋을 리가 없다. 그러니 황실에서 손을 내밀면 서로 좋은 관계가 될 수 있다.
게다가 태조 때부터 충신이었던 문파 아닌가. 그리고 문주를 비롯한 사람들의 됨됨이가 무척 괜찮아 보였다.
“현천문이 어떻겠어요? 아무래도 핍박받는 쪽을 밀어주는 것이 서로에게 좋을 것 같은데..”
“현천문이라면 틀림없이 황실에 큰 힘이 될 것이옵니다. 마마.”
채 공공은 크게 기뻐하면서 말했다. 그러자 태후가 약간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채 공공을 쳐다보았다.
“공공은 현천문의 일이라면 꽤 관심이 많나 보오?”
“제가 인연이 좀 있사옵니다. 하오나 개인적인 감정 때문에 그러겠사옵니까. 정말로 황실에 힘이 될 자들이라서 기뻐하는 것이옵니다.”
태후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채 공공은 눈치를 살피다가 슬쩍 이야기를 꺼냈다.
“그러면 제가 만나서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공공이 알아서 해주세요. 나는 공공만 믿겠습니다.”
채 공공은 그리 말하고는 물러나려다 한 가지 이야기를 더 꺼냈다.
“무림맹의 도검당주가 황궁 서고에 들기를 청해왔습니다.”
“황궁 서고요? 보물 창고에다가 이번에는 서고라. 그자는 무척 호기심이 많은 자인 것 같군요.”
태후는 서고야 무슨 문제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그런데 채 공공은 모든 서책을 다 보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그래요? 이유가 뭔가요?”
황궁 서고에는 외부에 알려지면 곤란한 자료들도 있다. 그래서 그런 서책이나 자료는 엄격하게 통제한다.
“괴물을 퇴치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했습니다. 예전에 현천문이 괴물을 몰아내는 데 큰 활약을 했는데..”
너무 오래되어 현천문에는 그 당시 기록이 남아있지 않았다. 제갈 세가와 무림맹의 장경각에서도 단서가 될 것들을 찾았는데, 완전하지 않았다.
그래서 황실 서고에 들어가서 관련된 자료를 찾으려고 한다. 채 공공은 진혁에게서 들은 말을 그대로 전했다.
“과연 현천문의 사람들은 충신이군요. 자신의 안위보다는 천하의 안위를 위해서 저리도 애쓴다니.”
“그러면 허락을 해도 되겠습니까?”
“그런 뜻이라면 당연히 허락을 해야지요. 게다가 현천문과는 좋은 관계를 만들려고 하니 더욱 잘 됐군요.”
태후의 허락이 떨어졌고 진혁은 황궁 서고에 모든 자료를 전부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확실히 황궁 서고는 다르네.”
일단 양에서부터 압도당했다. 무림맹의 서고에도 어마어마한 양의 책이 있었지만, 황궁 서고에는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책이 보관되어 있었다.
여기에 없으면 세상 어디에도 없을 것 같은 느낌. 그리고 역시나 진혁이 찾는 책도 있었다.
“호오.. 정말 없는 책이 없나?”
하지만 진혁이 찾는 책은 황족이나 특별히 허가가 된 사람이 아니면 들어올 수 없는 구역에 있었다. 그리고 내관 한 명이 옆에 꼭 붙어 있었고.
진혁은 빨리 내용을 확인했다. 가지고 나갈 수 없으니 보고 기억해야 했다.
- 제갈 세가와 함께 진법을 완성하고..
책이 너무 오래되어서인지 중간중간 보이지 않는 글자도 있었다. 하지만 전체적인 맥락은 알아 볼 수 있었다.
- 보이지 않는 출입구를.. 모든 문.. 하나로 연결하고..
- 이상한 복장을 한 사내가.. 통과.. 알 수 없는 기운..
진혁은 잘 이해가 되지 않아 여러 번 반복해서 읽었다. 다른 책도 확인해서 정보를 합쳤고.
‘이계에서 넘어온 자가 포탈을 봉인할 방법을 찾은 모양이네.’
그가 포탈을 오가면서 마법진 같은 걸 만든 듯했다. 그래서 결국 봉인을 할 수 있었다는 내용으로 보였다.
세상에 있는 모든 포탈에 전부 작업을 하기 어려우니 모든 포탈을 한번에 봉인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는 내용도 보였다.
‘그 진이 융중산에 있었구나. 모든 포탈을 봉인한 진이.’
원리나 방법은 모르겠지만, 그 당시 이계에서 온 사람과 현천문 사람들, 제갈 세가가 힘을 합쳐서 진을 완성했다.
그 진이 완성되고 나자 모든 괴물이 사라졌고, 다시는 괴물이 나타나지 않았다. 이것이 진혁이 확인한 내용이었다.
글자가 군데군데 없어서 내용을 짐작하고 있지 않았다면 무슨 이야기인지 몰랐을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진혁은 전체적인 내용을 대충 알고 있어서 이해하기가 쉬웠다.
‘그렇다면 융중산에 만들어 놓은 진에 무슨 문제가 생겼다는 건데..’
진혁은 다른 책도 모두 확인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조금이라도 빨리 융중산에 가서 확인할 생각으로.
곧바로 융중산으로 출발할 수 있었다. 그리고 괴물들을 피해 진이 있는 곳으로 몰래 올라갔다.
중간중간 몬스터가 있었지만, 피해서 움직이는 정도는 얼마든 가능했다. 진을 찾는 것도 쉬웠다. 포탈이 있는 곳에 있을 테니까.
그러니 가장 중앙. 마나가 가장 진하게 느껴지는 부분으로 이동하면 되었다. 그리고 확인할 수 있었다. 진이 처참하게 파괴된 모습을.
“이건 누가 일부러 부순 거야.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될 수가 없지.”
누군가 일부러 진을 파괴했다. 그 결과 천하에 몬스터가 들끓게 된 거다.
‘도대체 누가? 왜?’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진혁은 아래로 내려와서는 제갈 세가를 찾았다.
“아니. 연락도 없이 갑자기 무슨 일인가?”
가주인 제갈중택이 놀라서 물었다.
“그냥 볼일이 있어서 온 김에 들렸습니다.”
진혁은 괴의 핑계를 댔다. 그리고 이야기를 나누다가 슬쩍 질문을 던졌다.
“괴물이 나타났을 때 이상한 일이 있었느냐고? 이상한 일이라고는 딱히..”
“아니면 그 즈음해서 이곳에 찾아온 사람이 있었다거나 하지는 않았습니까?”
“찾아온 사람이라..”
제갈중택은 잠시 생각하더니 무림맹 사람들이 온 것 말고는 별다른 건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무림맹 사람이요?”
“그래. 그때가 아마 괴물이 나타나기 바로 직전일 거야. 무림맹의 고위 인사가 제갈세가를 방문한 일은 드무니까 기억이 확실할 걸세.”
제갈중택은 그때 부맹주인 현허진인과 전금당주인 왕표, 그리고 소림의 무공대사가 함께 왔다고 했다.
“그거 이상하군요. 현허진인이나 왕표는 그럴 수 있다고 쳐도 무공대사는 파벌이 다른데..”
“그러니까. 그리고 세가연합인 제갈세가를 왜 방문했는지 지금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니까.”
제갈중택은 허허 웃었다. 하지만 진혁은 그 순간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게 있었다.
“맞아. 그 목소리. 그 목소리가 누구 건지 알겠어.”
진혁은 괴한의 정체를 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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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10월 8일까지 1일 1연재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