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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하는 표사-139화 (139/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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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놈, 나쁜 놈, 그놈이 그놈?

미쳐도 단단히 미친놈이다. 죽을 생각이 아니라면 저런 식으로 말을 할 수 없다. 모두가 그렇게 생각했다.

태후도 하도 어이가 없어서 가만히 있었을 뿐이지 상당히 분노하고 있었다. 하지만 철각패도는 당당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지금 황궁 근처는 비교적 안전하다고 할 수 있소. 많은 병력에 의해서 보호되고 있고, 괴물의 세력도 약하니까.”

틀린 말은 아니었다. 괴물의 세력이 강해서 피해가 큰 곳도 많았다. 그나마 황궁 부근은 상황이 나은 편이었다.

“그래서 뭐가 어떻단 말인가. 그런 것이 황명을 거부할 핑계가 된다고 보는 겐가?”

채 공공이 준엄한 말투로 꾸짖었다. 하지만 철각패도는 고개를 저었다.

“내가 왜 핑계를 댄단 말인가. 나는 지금 감숙과 사천의 괴물들을 처리하려고 준비를 하고 있소이다. 그래서 이곳에는 참가하기 어렵소.”

“감숙과 사천?”

태후가 깜짝 놀라 눈을 크게 떴다. 그녀만이 아니었다. 방 안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가 화들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감숙과 사천이라면 어마어마하게 넓은 지역이다. 게다가 산이 많아서 괴물이 가장 날뛰는 곳이기도 했고.

그리고 그런 것과 별개로 청광진인은 놀라고 있었다.

‘아니. 말한 것과는 다르지 않은가. 철각패도와 도검당주가 같은 인물일 수가 있다더니..’

청광진인도 강호에 온갖 기이한 일들이 있다는 걸 알고 있다. 그래서 현허진인이 와서 그런 이야기를 했을 때, 확인을 해보겠다고 했다.

사실 그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어서였다.

‘고수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야. 하지만 이 두 사람은 다르지.’

철각패도의 이름은 불과 몇 년 전에 갑자기 나타났다. 그런데 무위가 자신과도 맞먹을 정도였다.

이게 말이 되는가. 전 무림을 통틀어도 자신과 맞먹을 수 있는 자는 손가락 안에 꼽힐 거다. 그런 자가 이름도 없이 있었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그래. 백번 양보해서 발해 쪽에서 온 고수라고 치자. 그래도 무언가 흔적이 남아있어야 할 것 아닌가. 철각패도는 하늘에서 뚝 떨어진 사람 같았다.

‘도검당주도 마찬가지지. 저 녀석도 수상해.’

실력이 일취월장하는 거야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미친 듯이 실력이 느는 건 처음 보았다. 이전에도 이런 일이 있다는 건 들어본 적도 없다.

청광진인은 다른 자들의 말이 아니었더라도 이들이 마공을 익히고 있다는 의심을 하고 있었다. 그게 아니라면 이런 급성장이 설명이 되지 않으니까.

‘게다가 융중산 부근에서 이상한 소문이 있었지.’

차마 입에 담을 수도 없는 소문이었다. 색마가 괴물의 정혈을 빨아먹으면서 색공을 수련한다는 소문이었다. 어찌 인간이 괴물과 그럴 수가 있단 말인가.

하지만 산해경과 같은 책에서나 나오는 괴물이 실제로 돌아다니는 데 뭔들 이상하겠나. 그런데 청광진인의 눈에 조금 이상한 것이 보였다.

도검당주가 아까부터 움직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었다. 말도 하지 않고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가만. 이거 꼭 넋이 나간 사람 같지 않은가.’

청광진인의 생각대로 진혁은 지금 거의 넋이 나간 사람이나 마찬가지였다. 양의심공을 써서 정신을 둘로 나누는 건 성공했다.

하지만 두 사람을 동시에 움직이는 건 무척이나 어려운 작업이었다. 그래서 한 쪽이 움직일 때는 다른 쪽은 거의 움직이지 못했다.

“어림도 없는 소리! 감숙과 사천이면 얼마나 넓은 지역인데, 거기에 있는 괴물을 전부 토벌한단 말인가.”

채 공공의 말에 철각패도는 피식 웃었다.

“그 지역에 있는 사람들이 직접 싸울 거요. 왜냐고? 아무리 기다려도 괴물을 처치해 주는 사람이 없었거든.”

“무슨 말인가. 지금 황실에서 노심초사한 끝에 겨우 괴물을 퇴치할 수 있게 되었거늘. 이제 조금만 기다리면 사천이나 감숙까지도 황제 폐하의 은덕이..”

채 공공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철각패도가 끼어들었다.

“정말 그렇다고 생각하시오? 지금 감숙과 사천의 상황이 얼마나 위중한지는 알고 있소? 그리고 거기 있는 괴물들을 금군과 무림맹 무인들이 모여서 전부 처치하려면 얼마나 걸릴 것 같소?”

철각패도의 말에 아무도 대답하지 못했다. 채 공공은 대충 상황은 파악하고 있었지만, 그걸 말할 수는 없었다.

금군과 무림맹 무인이 합친 수만 가지고는 그 넓은 지역을 다 토벌하고 다니지 못한다. 그래서 이번에 화산에서의 일을 크게 알린 것 아닌가.

일단 이렇게 해야 불만이 줄어든다. 지금까지는 황실에 대한 불만이 엄청나게 팽배해 있었다. 언제 터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그래서 쑈를 하는 거지. 언젠가는 내가 사는 지역에도 저들이 와서 괴물을 물리쳐 주겠지.

혹시라도 지금 내가 불만을 말하고 그러면 여기에는 늦게 올지도 몰라. 이렇게 생각하도록.‘

채 공공은 다시 반박하려고 했다. 그런데 태후가 나섰다.

“정말로 감숙과 사천 지방의 괴물을 모두 없앨 수가 있단 말인가?”

“괴물이 지금보다 더 늘어나지만 않는다면 가능하오이다.”

이제는 말을 높이지 않는 건 아무도 문제 삼지 않았다. 철각패도는 사주에서부터 난주까지 먼저 통행로를 확보하고, 그다음 사천 지방의 괴물을 처리하겠다고 했다.

“태후 마마. 저자의 간악한 감언이설에 속지 마시옵소서. 그럴 의향도 없고, 그럴 능력도 없는 자이옵니다.”

청광진인이 나서며 말했는데, 철각패도가 말을 툭 내뱉었다.

“그러면 무림맹이 하던가.”

철각패도는 태후와 안에 있는 사람들을 돌아보며 말을 이었다.

“아니면 금군이나 군대를 동원해서 해 보시던지.”

모두 입을 다물었다. 그게 불가능하다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철각패도는 사람들을 노려보며 말을 했다.

“당신들이 못하는 거 내가 한다잖아. 사람들이 너무나도 살기 힘들고 언제 죽을지 몰라 두려움에 떨고 있으니까 그거 볼 수 없어서 한다잖아.”

“그런데 무슨 말이 이렇게 많아? 반대만 하지 말고 니들이 해. 그럼 되겠네. 백성들도 다들 칭송하고 떠받들 거야.”

철각패도의 말이 쩌렁쩌렁하게 울렸지만, 다들 침묵했다. 보다 못한 청광진인이 입을 열었다.

“상황이 그렇게 간단한 게 아닌라..”

“그러니까 간단하게 내가 한다고 하잖아. 내가 못하면 그때 지랄을 하던가.”

철각패도는 청광진인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말했다.

“내가 당신들한테 돈을 달라고 했어? 병력을 내놓으라고 했어? 그런데 뭐?”

“이 보시게. 조금 진정하고 이야기를 하야겠구먼..”

태후는 사람들에게 차를 내오라고 시켰다. 차가 나오는 동안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만약 감숙과 사천의 괴물을 토벌할 수만 있다면 굳이 이곳에 오지 않아도 되지.”

“태후 마마.”

태후의 말에 채 공공이 놀라 쳐다보았다.

“그래. 황실에서 도움을 줄 것은 없겠나? 원하는 것이 있으면 내 도와주지.”

“다른 건 됐고, 거기 있는 놈들이 방해나 하지 않았으면 좋겠수다.”

태후는 잠시 생각하다가 제안을 했다.

“그렇다면 임시로 관직을 내리면 되겠군. 어떠한가?”

태후의 말에 채 공공은 물론이고 청광진인까지 반대 의사를 표했다.

“아니 되옵니다. 마마. 이런 자에게 관직이라니요.”

“맞사옵니다. 관직을 내리면 이 자가 무슨 짓을 할지 모릅니다.”

태후는 마음을 어느 정도 굳힌 듯했다. 말만 하면 적당한 관직을 내려 줄 기세였다. 하지만 철각패도는 고개를 저었다.

“관직이 있으면 좀 편하기야 하겠지만, 어디 그거 가지고 되겠소? 뒤에서 온갖 수작을 다 부릴 터인데.”

“호오.. 관직이 필요 없다? 그렇다면 뭘 주면 되겠는가?”

태후는 호기심이 가득한 표정이었다. 철각패도는 퉁명스럽게 말했다.

“내가 그런 놈들 때려잡았을 때 누명이나 씌우지 않았으면 좋겠소.”

“그래? 그렇다면 그쪽 관리들에게 그리하라 일러 놓으면 되겠는가?”

철각패도는 그거면 족하다고 했다. 그리고 어차피 자신을 건드리지도 못한다. 이리 말하는 건 다 태후의 마음을 끌기 위한 연기였다.

물론 감숙과 사천의 괴물은 토벌할 거다. 토번왕의 군대와 사혈련, 그리고 그를 신처럼 따르는 무리들을 무장시켜서.

슬슬 포인트 얻는 게 정체되고 있다. 그러니 새로운 이벤트를 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감숙과 사천의 괴물 토벌이었다.

그쪽에는 철각패도를 따르는 무리들이 많다. 그 사람들에게 무기와 방어구를 잘 갖추고 훈련을 조금만 시킨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내 조금 더 생각을 해보고 답을 주어도 되겠나?”

매우 긍정적이라는 답변. 철각패도는 괜찮다고 했고, 황궁 밖으로 안내를 받았다. 철각패도가 황궁 밖으로 나오니 무림맹 사람 몇 명이 보였다.

개중에는 현허진인과 무공대사도 보였다. 아마도 자신들의 눈으로 확인을 하기 위해서 이곳까지 온 모양이었다.

철각패도는 그다지 멀지 않은 객잔에 들어가 사혈련 사람들을 불렀다.

철각패도가 나간 뒤 태후는 사람들을 계속 치하했다. 하지만 한바탕 소란이 있고 난 뒤라 맥이 빠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진혁은 조용히 묻는 말에만 단답형으로 대답하면서 비교적 조용히 있었다. 그러다 철각패도가 객잔에 가서 자리에 앉고 나자 조금 말 문을 틀 수 있었다.

“그래 원하는 게 있는가?”

“원하는 건 없고 보고 구경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진혁은 진귀한 보물을 구경하고 싶다고 말했다.

“갖고 싶은 게 아니라 구경을 하고 싶다?”

“그렇습니다. 그런 보물을 구경이라도 해 보는 것이 어렸을 적부터 소원이었습니다.”

“호호.. 이거 천하에 이름이 드높은 맹장이 이토록 소박하다니..”

태후는 입을 가리고 웃었다. 그리고는 황실의 보물이야 곤란하지만,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들은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생각보다 일이 잘 풀리네. 안 된다고 했으면 강제로 하려고 했는데..’

그런데 그때 태후가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손에 그 팔찌는 무언가?”

“이건 사부님께 받은 물건입니다.”

태후는 출처가 어디냐고 물었는데, 진혁은 사부가 우연히 얻은 거라고만 알고 있다고 했다.

“이거 참 우연한 일이구나. 아까 그 덩치가 큰 무사도 비슷한 팔찌를 하고 있던데..”

게다가 자신도 하나 가지고 있고. 그 물건을 자신에게 준 사람은 그 물건이 상당히 귀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크기나 모양이 모두 달랐다. 똑같은 팔찌라면 모를까 비슷하긴 하지만 크기와 색이 다른 팔찌? 크게 관심을 둘 사안은 아니었다.

“발해 지역에서 많이 나는 돌로 만든 거라고 들었습니다.”

“그래? 그런가 보구나.”

다른 사람들은 원하는 것을 말한 사람도 있고,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자도 있었다. 태후는 모든 이야기를 다 듣고는 진혁에게 조만간 연락을 하겠다고 했다.

사람들이 전부 나간 뒤 태후는 채 공공에게 물었다.

“철각패도라고 했던가? 어떤 자인 것 같던가?”

“무척이나 무례하고 거친 자였습니다. 태후 마마.”

“그게 다인가? 그가 한 말을 어떻던가? 해 낼 수 있다고 보이던가?”

태후의 말에 채 공공은 잠시 생각하다 답했다.

“제 생각이옵니다만, 다른 목적이 있는 것 같지는 않았사옵니다.”

“그런가? 대가를 바라지도 않고 괴물과 싸운다.. 조정에 그런 자들이 있겠는가?”

태후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고개를 저었다.

“다들 자기 안위를 돌보기 바쁘지. 저런 자가 제대로 배워서 군문에 들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마마. 황실을 위해서 목숨을 바칠 각오가 되어 있는 사람들은 많사옵니다.”

“내 채 공공의 충심이야 알지요. 하지만 다른 자들은 그렇지 않아요.”

탐욕에 찌든 자들. 조정 중신뿐 아니라 청광진인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철각패도라는 자는 조금 달랐다.

“감숙과 사천이라면 황실의 힘이 약한 곳이지요?”

“아무래도 워낙 외진 곳이라서..”

“그러면 허락을 하는 것도 좋겠어요. 아니 그렇습니까? 채 공공.”

태후는 잘만하면 황실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감숙과 사천의 괴물을 다 없애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무언가 한다는 걸 보여 줄 수 있다. 게다가 감숙과 사천의 호족을 견제하는 효과도 있고.

“어디까지나 황실에서 하는 일이어야 하니 황실의 인물을 붙이는 걸로 해야겠습니다. 그렇게 이야기를 해보세요.”

“니예. 알겠사옵니다. 마마.”

채 공공은 자신이 직접 이야기를 하겠다고 말했다. 밖으로 나간 김에 현천문의 사람들도 만나볼 생각에서.

하지만 채 공공의 생각은 처음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철각패도가 제안을 듣더니 코웃음을 치면서 말했다.

“내가 다 하는데 숟가락만 얹겠다고? 어디서 되지도 않는 수작이야?”

============================ 작품 후기 ============================

다음 편은 오전에 올리겠습니다. 자꾸 글이 늦어지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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