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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하는 표사-129화 (129/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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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뭐지?

이도걸은 다른 세상에서 이쪽으로 넘어온 자이다. 당연히 생명도 여러 개라고 생각했다. 자신처럼 말이다.

‘설마 남은 생명이 딱 하나 있었던 건가? 아닌데.. 그런 분위기가 아니었는데..’

분명히 죽을 걱정 따위는 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여러 정황상 생명이 충분히 남아있었다고 생각되었다.

그렇다면 그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어떤 일이 벌어졌길래 이도걸이 죽은 걸까? 혼란스러웠다.

철각패도의 표정은 더할 수 없을 정도로 딱딱하게 굳었다. 이렇게 심각한 얼굴을 한 적은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다.

‘내가 아직 모르는 무언가가 있는 건가? 이도걸이 죽었다는 건 나도 죽을 수 있다는 거야.’

지금까지는 게임을 즐긴다는 느낌이었다. 라이프가 아홉 개짜리 가상현실 게임. 그런데 갑자기 공포가 엄습했다.

죽음이 현실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몸이 으슬으슬 추워졌고 등 뒤가 쭈뼛쭈뼛했다.

“침착하게 생각하자. 이도걸은 생명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경솔하게 굴다가 죽었을 수도 있어.”

무척이나 가볍고 진중하지 못한 인물이었다. 그러니 까불고 나대다가 화를 자초했을 수도 있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조금 차분해졌다. 자신에게는 아직 많은 생명이 남아 있다. 죽었다가 되살아나는 것도 자신이 원하는 때에 원하는 장소에서 살아날 수 있고.

혹시 누군가에게 한 번 죽더라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 거다.

“아. 맞다. 팔찌!”

포인트를 다 모으면 팔찌가 하나 더 필요하다. 하지만 편지에는 팔찌에 관한 내용은 언급되어 있지 않았다.

철각패도는 팔찌의 행방을 알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이건 급했다. 그는 곧바로 전서를 날려서 이도걸의 죽음과 관련된 걸 자세히 조사하도록 했다.

그곳까지 가는 데 시간이 너무 걸리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얼마 후 뜻밖의 소식을 접했다.

“뭐? 이도걸의 시체에는 아무것도 없어?”

사혈련 사주 지부장은 이도걸의 시체가 발견되었을 당시의 기록을 보내왔다. 그런데 아무것도 없었단다.

“그렇다면 누군가가 팔찌를 가져갔다?”

그렇게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이도걸을 죽인 상대는 그 팔찌가 필요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

그러고 보니 이도걸이 한 말이 떠올랐다. 자신과 이도걸 말고 한 명이 더 있다는 말이.

“어떤 놈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놈도 돌아가기 위해서 팔찌가 필요했던 건가?”

철각패도는 그나마 황궁에 팔찌가 하나 남아있는 게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이제는 방법이 없었다. 황궁에 있는 팔찌를 얻어야 했다.

다행인 점은 이번에 토벌에 다시 나서게 되었다는 거였다.

“저번에 미노타우르스를 잡은 것도 있겠다. 이번 토벌에서 큰 공을 세우면..”

잘하면 팔찌 하나 정도는 달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정 안 되겠으면 철각패도가 몰래 들어가서 훔쳐오면 되고.

어디 있는지만 확인이 되면 되는 거다. 철각패도는 원보상단의 상단주인 서예주를 언제 한번 만나야겠다고 생각했다.

***

“이럴 수는 없는 겁니다. 당주님.”

각주들을 비롯한 많은 일반 무사 출신들이 격분했다.

황실에서 명이 내려왔다. 군대와 함께 힘을 합쳐서 화산에 있는 괴물을 격퇴하라는 명이었다.

화산이 어떤 곳인가. 가장 위험한 곳이라고 알려진 지역이었다. 화산파의 고수들도 교충에게 종이처럼 찢겨 나갔다.

‘트윈헤드 오우거. 정말 무시무시한 놈이지.’

교충은 트윈헤드 오우거다. 일반적인 오우거를 애들처럼 데리고 논다는 몬스터 중의 몬스터. 지상에서는 감히 대적할 것이 없다는 몬스터다.

진혁도 혼자의 힘으로는 아직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오우거까지는 어떻게든 혼자서 해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트윈헤드 오우거는 좀 벅찬 느낌이었다.

하지만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었다. 함정을 파고 놈에게 타격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찾으면 된다. 자신이 상대하면서 시간을 끌거나 유인하는 정도는 할 수 있으니까.

‘문제는 구파일방과 오대세가에서 참가할 수 없다고 한 거지.’

그래서 지금 일반 무사 출신의 사람들이 모여서 성토를 하고 있는 거였다. 이건 다 죽으러 가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면서.

맞는 말이다. 죽이려고 이러는 거다. 놈들이 하는 짓이 뻔하지. 하지만 설사 진혁이 가서 무릎을 꿇고 빈다고 해도 절대로 놈들은 움직이지 않을 거다.

어떻게든 진혁을 자리에서 끌어내리는 게 기득권 세력의 목적이니까.

“자! 좀 조용히 하고 이야기를 해봅시다.”

기득권 세력 중에서 유일하게 참가한 제갈 세가의 제갈중선이 말했다. 그러자 사람들이 조금 조용해졌다.

“맞습니다. 지금 구파일방과 오대세가에서는 참가할 수 없다고 알려왔습니다. 문파에 사정들이 있다는군요.”

진혁의 말에 다시 사람들이 소란스러워졌다. 그게 말이 되는 소리냐고. 어떻게 모든 문파가 일제히 사정이 생길 수가 있느냐는 거였다.

진혁은 잠시 화를 내뱉도록 두었다. 그리고 잠시 후 손을 들어 장내를 진정시켰다.

“여러분도 잘 알겠지만, 이번 일은 우리들의 힘으로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다들 울분에 가득 찬 표정이었다. 기득권 세력들이 왜 이러는지 알고 있었으니까. 비겁하게 수작을 부려 도검당주인 진혁과 그를 따르는 무리들을 싹 청소하려는 거다.

“하지만 저는 비관적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도 할 수 있습니다. 얼마 전의 일을 떠올려 보세요.”

진혁은 세 각주가 전임 각주들을 이긴 걸 이야기했다. 누가 그 결과를 예상한 사람이 있었느냐면서.

“하지만 너무 위험합니다.”

“알고 있습니다. 저도 우리끼리만 갈 생각은 없습니다. 일단 제갈 세가 분들과 현천문에서 나서긴 할 테지만, 그것만 가지고는 부족합니다.”

다른 지역이라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화산 부근은 다르다. 트윈헤드 오우거부터 막강한 몬스터들이 즐비한 구역이니까.

원래도 그랬던 것이 얼마 전부터는 더 심해졌다는 거였다. 지금 알려진 곳 중에서 가장 위험한 곳이 화산이다.

“그래서 도움을 청할 생각입니다. 남로무사단이라고 다들 들어보셨을 겁니다.”

진혁의 말에 사람들의 표정에 변화가 생겼다.

“아.. 남로무사단!

“그들이라면..”

남로무사단의 명성은 중원 전역에 퍼져 있었다. 괴물을 상대하는 것으로는 최강이라는 무인들. 그리고 진혁이 그들과 함께했다는 사실도 이야기를 들었다.

‘거기다가 무기와 방어구도 조금 좋은 것으로 장만해야겠지.’

지금까지는 중급 마나 스톤을 굉장히 연하게 타서 무기를 제작했다. 함유량이 많을수록 성능이 좋아지지만, 일부러 낮춘 거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제대로 된 무기와 방어구가 필요하다. 진혁은 가지고 있는 중급 마나 스톤을 아낌없이 사용해서 좋은 무기와 방어구를 만들 생각이었다.

‘제갈 세가와 현천문. 거기다가 남로무사단이 합류하면 제법 구색이 갖추어지지. 거기다가 무림맹 무사들을 훈련시키고 무기와 방어구를 교체하면.“

아직 한 달 정도의 시간이 남았다. 제대로 된 훈련을 하기에는 턱도 없이 부족한 시간이지만, 그래도 진법을 배우고 진혁이 무공을 봐준다면 지금보다는 훨씬 나을 거다.

진혁은 큰 위기이지만, 분명히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상대는 모르는 카드가 여럿 있으니까.

‘일단은 서예주부터 만나야겠군.’

세 명의 각주와 일반 무사 출신의 무인들은 아직 불안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미약하긴 하지만 희망의 빛이 얼굴에 드리웠다.

“훈련을 시키고 있단 말입니까? 우리를 찾아오는 게 아니구요?”

“그렇다고 합니다. 참으로 알수가 없는 자입니다.”

현허진인과 무공대사는 고개를 내저었다. 이 정도 했으면 진혁이 찾아올 거라 생각했다. 위험하고 무리한 일을 맡았으니 와서 상의라도 해야 정상 아닌가.

하지만 진혁은 찾아오지 않았다. 그냥 알았다고 하고는 끝이었다.

“진법과 병행해서 훈련을 한다는데..”

“한 달 훈련을 해서 일반 무사들이 고수가 된다면 세상에 고수 아닌 자들이 어디 있겠소이까. 아니 그렇소이까?”

현허진인과 무공대사는 제 발로 죽을 곳을 찾아간다며 좋아했다.

“들어보니 남로무사단을 합류시킬 거라고 하더이다.”

“남로무사단이라고 하면 명성이 좀 있기는 하지만, 어차피 마찬가집니다. 우리가 준비한 것이 있지 않습니까.”

둘은 이번에는 정말 틀림 없다고 이야기했다.

“원보 상단의 상단주가 남로무사단을 내어줄지도 모르는 일이지요. 어떤 상황인지 알면서도 내어줄 리가 만무하지 않습니까.”

“그렇긴 하지요. 남로무사단은 원보 상단의 전부나 마찬가지인데 개죽음을 시킬 수는 없으니까 말입니다.”

그들은 남로무사단을 내어주지 않을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그리고 같은 시각, 그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서 진혁과 서예주가 만나고 있었다.

원보 상단이 일 때문에 개봉에 온 터라 마침 기회가 좋았다.

“정말 오랜만이네요. 이제는 당주님이라고 해야겠죠?”

“편하신 대로 부르시면 됩니다. 어떻게 부르는지가 그렇게 중요하겠습니까.”

둘은 웃으며 인사를 나누었다. 서예주는 예전보다 훨씬 기품이 있고 여유로워 보였다. 깁고 있는 옷도 돈황에 갈 때와는 달랐다. 무척이나 세련되면서도 은은한 멋이 느껴졌다.

예전에는 이름만 상단주였다고 한다면, 지금은 조금 상단주의 티가 난다고 할까. 진혁은 웃으면서 생각했다.

‘옷만 달라진 건 아니었네. 이제는 정말 상단주가 되었군.’

진혁은 그리 생각하면서 의자에 앉았는데, 서예주가 차를 권하면서 바로 본론을 꺼냈다.

“연락을 받고 알아보았더니 이번에 가시는 곳이 무척 위험한 곳이더군요.”

서예주가 차분하게 말하자 진혁은 곧바로 인정했다.

“가장 위험한 곳입니다. 교충은 괴물 중에서도 으뜸이라고 하더군요.”

“역시나 솔직하시군요. 예나 지금이나.”

서예주는 이건 무림맹의 기득권 세력들이 벌인 음모라고 말했다.

“알고 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벅찬 상황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부탁을 하는 겁니다.”

“하 당주님. 저는 상인입니다. 이익을 가장 우선으로 해야 하지요. 그리고 남로무사단은 상단의 가장 핵심입니다.”

서에주는 잠시 진혁을 쳐다보았다. 진혁은 거절하려는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칙적으로는 반대예요. 하지만 상인은 셈도 확실해야 하는 법입니다. 받은 걸 잊으면 안 되겠지요.”

그녀는 웃으면서 원하는 사람들은 합류할 수 있도록 조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당주님은 운이 참 좋은 사람이네요. 마침 사주에서 사람들이 돌아왔거든요. 그리고 당분간은 상행이 떠나지 않을 예정이에요.”

“상행을 쉬면 손해가 크지 않습니까?”

서예주는 자리에서 일어서며 답했다.

“겨울에 험준한 곳을 이동하는 건 혹독한 일이죠. 가끔은 쉬는 게 이득일 경우도 있으니까요.”

“겨울은 누구에게나 힘겨운 법이지요.”

진혁도 웃으면서 자리에서 일어섰다.

표면적으로는 반대하고 있지만, 그녀는 도움을 주고 있었다. 모르긴 해도 상단에서 반대가 심했을 거다. 그럼에도 최대한 편의를 봐주고 있었다.

진혁은 곧바로 나가 사람들을 만났다. 진혁이 나오자 저 멀리에서 왕칠이 크게 소리치는 게 보였다.

그 옆에는 목세강과 한천위. 그리고 돈황을 오갈 때 보았단 수많은 무인들의 얼굴이 보였다. 환하게 웃으면서 진혁을 반기는 얼굴이.

“후우.. 그러면 이 문제는 해결이 되었고.”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참가하기로 했다. 남로무사단은 생각보다 규모가 훨씬 커져 있었는데, 진혁과 돈황을 오갔던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참여하기로 했다.

“무기와 방어구에 신경을 좀 더 써야겠어.”

이미 솜씨 좋은 대장간에 의뢰해 놓았지만, 남로무사단의 물건은 따로 알아봐야 할 것 같았다. 그리고 알아봐야 할 것이 또 있었다.

“팔찌. 팔찌에 관해서도 알아봐야 하는데..”

그건 진혁이 물어보기는 어려웠다. 철각패도가 서예주에게서 알아내야 할 문제. 진혁은 낙양에서 개봉까지 또 언제 오나 하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 진혁은 곧바로 팔찌에 기운을 불어넣었다.

“어? 여기는 어디지?”

철각패도는 깜짝 놀랐다. 자신이 마지막으로 있었던 장소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처음 보는 장소. 철각패도는 긴장한 채로 사방을 둘러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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