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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하는 표사-127화 (127/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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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검당주가 할 수 있는 일들.

많은 사람들이 도검당의 회의를 주목했다. 그동안 불참했던 구파일방과 오대세가에서 어떻게 나올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당주인 진혁이 기존 세력이 불참한 가운데 각주를 선출해버렸다. 그건 일대 사건이었다. 구파일방과 오대세가를 무시한 처사라는 말도 많았다.

하지만 진혁은 규정대로 일을 처리했을 뿐이라는 말만 반복했다. 그 말이 틀린 것도 아니었고. 그래서 회의 당일 모든 시선이 도검당에 몰렸다.

“회의에서 처음 뵙는 분들도 계시는군요.”

진혁은 회의실을 가득 메운 사람들을 보면서 그렇게 말문을 열었다.

기존 세력들은 다들 단단히 벼르고 나왔는지 얼굴에 비장함마저 감돌고 있었다. 하지만 진혁은 개의치 않고 회의를 시작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구파일방과 오대세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진혁이 말하는 도중에 손도 들지 않고 말을 자르고 들어왔다.

“그런 걸 논의하기 전에 각주 문제부터 짚고 넘어갑시다.”

남궁표가 진혁을 노려보며 말했다.

“발언을 하고자 하면 손을 들어야 하고, 제가 허락을 해야 발언할 수 있는 걸로 아는데. 안 그런가요? 남궁표 전 철혈각주.”

진혁은 전 철혈각주라는 부분에 살짝 힘을 주어 말했다.

방안에서 그걸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남궁표는 진혁을 무시한다는 걸 보여주려고 일부러 그리 한 것이다.

그런데 진혁이 아주 차분하게 지적을 하자 할 말이 없었다. 그 모습을 본 다른 문파의 사람들이 귓속말로 수군거렸다.

“나이는 어리지만 만만치 않은데? 보통내기가 아니야.”

“그런 것 같군요. 지금 구파일방이나 오대세가의 사람들이 날카롭게 쳐다보고 있는데도 전혀 흔들림이 없네요.”

하지만 생각보다 침착하다고 여기는 게 다였다. 진혁이 자신들을 거스를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이번에는 화산의 장세문이 말을 했다.

“각주를 새로 선출했다고 들었는데, 주요 인사가 빠진 상태에서 그리 진행해도 되는 겁니까?”

“절차나 규정상으로는 문제가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동의는 구하셨어야지요. 주요 문파가 빠진 상황에서 선출된 경우는 다시 선출할 수도 있다는 게 관례입니다.”

예전에 그와 비슷한 경우가 있었다. 급한 상황이라 임시로 뽑았다가 나중에 다시 뽑은 전례가 있었다.

진혁은 공정한 절차를 통해서 선출이 되었으니 그때와는 상황이 다르다고 했고, 잠시 설전이 벌어졌다. 그러다 결국에는 준비한 말을 꺼냈다.

“각주의 자격이 있는지 검증을 해야겠습니다.”

“검증이요? 검증을 어떻게 하겠다는 말입니까?”

이번에는 남궁표가 나섰다.

“다른 부분이야 이 자리에서 검증하기 어렵지만, 본신의 무공은 검증할 수 있지 않소이까.”

그는 도검당은 무림맹의 무력을 담당하는 곳이라고 했다. 그러니 각주가 되려면 무공이 낮아서는 안 된다는 말.

쉽게 말해서 무공도 변변치 않은 놈들이 무슨 각주냐. 니들 주제를 우리가 알려주겠다. 비무를 해서 완전히 눌러버리겠다. 이런 의도였다.

비무를 해서 확연한 실력 차이가 나면 각주 자리를 계속 할 수 없다. 누가 그렇게 약한 각주의 말을 따르겠나.

남궁표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말했다. 진혁이야 건드리기 어렵지만, 각주에 뽑힌 놈들은 자신들 보다 한두 수는 아래였다. 평소라면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그런 놈들.

‘그런 것들이 각주 자리에 앉아있는 꼴을 볼 수야 없지. 자. 어떻게 나올 거냐. 풋내기 당주 녀석아.’

구파일방과 오대세가 사람들은 진혁이 당황할 줄 알았다. 하지만 전혀 그런 모습이 아니었다. 오히려 고개를 끄덕였다.

“일 리가 있는 말이군요. 그럼 그렇게 합시다.”

사람들이 오히려 약간 멍해졌다. 무슨 속셈인지 도무지 짐작이 되지 않았던 거다.

“이거 무슨 꿍꿍이가 있는 거 아닙니까?”

“글쎄요? 그런데 비무를 할 때 수작을 부릴 방법이 있습니까?”

사람들은 수군대기 시작했다. 하지만 실력은 속일 수 없는 거다. 이 많은 무인들의 눈을 어떻게 속인달 말인가.

“정말 원리원칙대로만 움직이는 사람 아닙니까? 지금까지 해온 게 다 그렇지 않습니까?”

“그러게. 뭐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사람들은 연무장으로 향하면서 온갖 추측을 했다. 하지만 기존 세력들은 자신들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진혁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세 명의 각주들과 함께 걸어가면서 나지막하게 이야기했다.

“침착하기만 하면 됩니다. 상대 이름값에 공연히 주눅이 들 이유가 없습니다.”

진혁은 자신이 지켜본 바로는 충분히 상대할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당연한 일이다. 사실 성장 가능성이 가장 높은 사람을 뽑은 거니까.

진혁은 각주를 선출할 때 각 후보의 정보를 보고는 잠재력이 가장 높은 사람이 뽑히도록 분위기를 몰아갔다.

도검당주의 발언이니 무게감이 실렸고, 진혁의 생각대로 세 명이 각주로 뽑혔다. 그리고 그들과 일주일을 보낸 거다. 맞춤형 과외를 하면서.

“어서 붙고 싶습니다. 얼마나 바뀌었는지 저도 궁금했거든요.”

검각의 각주가 된 사람이 웃으면서 말했다. 절강성에 있는 작은 문파의 사람이었는데, 낭인으로 떠돈 경험도 좀 있는 자였다.

“적당한 흥분은 도움이 되지만 지나치면 승부를 그르칩니다.”

“명심하겠습니다.”

세 각주는 진혁을 공경하는 눈초리로 바라보면서 대답했다. 일주일 사이에 진혁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피부로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나이는 비록 자신들보다 어렸지만, 무공의 경지는 한참 위였다. 너무나 차이가 나서 어느 정도인지 가늠이 되지 않을 정도.

게다가 가르침 하나하나가 정말 뼈가 되고 살이 되는 말이었다. 그러니 진혁을 떠받들 수밖에. 그러는 사이 사람들은 모두 연무장에 도착했다.

“자. 그러면 먼저 누가 나서시겠습니까?”

“내가 먼저 하겠소.”

남궁표가 나섰다. 그러자 철혈각주로 뽑힌 무인이 나섰다.

“이봐. 지금이라도 기권을 하면 다치진 않을 거야.”

남궁표는 비릿하게 웃으며 말했다. 제 딴에는 충고랍시고 하는 듯했는데, 무사는 묵묵히 목겅을 고른 후에 자리로 돌아왔다.

“저는 준비 됐습니다.”

“이런 건방진 자가 있나!”

자신의 말을 무시하는 듯한 행동에 남궁표의 표정이 사나워졌다.

“굳이 벌주를 마시겠다면 그리 해주지.”

남궁표는 목검을 쥐고는 기수식을 취했다. 상대를 잡아먹을 듯한 눈초리를 하고서.

승부는 예상외로 길어졌다. 남궁표는 당황스럽기도 하고 짜증이 나서 미칠 지경이었다.

상대의 실력이 생각했던 것보다 뛰어나서? 아니었다. 분명히 자신이 우위에 있었다. 그런데 결정적인 한 방을 먹일 수가 없었다.

‘아니. 왜 끝나지를 않는 거야? 꼭 마지막 중요한 순간에..’

정말 용케 버텼다. 간혹 반격을 해오기도 했지만, 그건 별로 의미가 없는 공격이었다. 허초에 가까운 공격. 상대는 아예 버티려고 나온 사람 같았다.

‘통한다. 당주님이 알려주신 대로 하니까 정말 돼.’

일주일 사이에 갑자기 실력이 확 느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이들도 어느 정도는 경지에 올라 와 있는 무인들.

어느 정도 약점을 보완하고 비무에 대비한 전략을 세웠다. 남궁표의 경우 방어에 치중하는 게 전략이었다.

어차피 비무이니 살초는 잘 사용하지 않는다. 그런 점을 감안해서 수비 초식을 가다듬고 보완했다.

물론 운도 조금 따라주었지만, 잘 버티고 있었다. 그렇다고 오로지 수비만 하면 수세에 몰린 것 같으니 간혹 반격도 날리게 했다.

‘수비에 치중하면서 역습을 노리는 정도로 보이면 되는 거지. 포인트만 노리는 작전이라고나 할까.’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남궁표가 유리해지려는 게 보였다. 이대로 조금만 더 갔다가는 위험한 상황이 생길 수도 있을 듯했다.

‘그러면 곤란하지.’

진혁은 과감하게 연무장 안으로 들어서면서 외쳤다.

“비무는 이 정도로 마치겠습니다.”

“아니. 그게 무슨 말입니까?”

남궁표가 화를 버럭 냈다. 하지만 진혁은 왜 그러느냐는 표정으로 말했다.

“이 비무는 새로 각주가 된 사람의 실력을 검증하자는 자리 아닙니까? 반드시 승부를 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진혁은 이 각, 그러니까 30분 정도를 싸웠으니 충분하지 않으냐고 말했다. 하지만 남궁표는 승복하지 않았다.

거의 기세가 넘어왔다. 상대가 지친 게 확연하게 보였다. 조금만 더 하면 상대를 납작하게 눌러줄 수 있는데, 결정적인 순간에 진혁이 딱 끊고 들어온 거다.

“승부를 냅시다. 그게 가장 확실한 거 아뇨.”

“그건 도검당주로서 인정할 수 없습니다. 비무는 비무로 끝나야 합니다. 그리고 실력은 여기 계신 분들이 충분히 보았을 거라고 생각되는군요.”

봤다. 거의 대등하게 싸우는 모습을. 남궁표가 공세를 취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확실하게 이겼다고 할 수는 없었다.

“무인이 비무를 하다 보면 조금 다칠 수도 있고 그런 거 아닙니까. 승부를 보게 해주시죠.”

남궁표는 승복하지 않았다. 하지만 진혁은 고개를 저었다.

“실력을 검증하자고 해서 온 자리 아닙니까. 그러면 실력만 봤으면 된 겁니다.”

다른 것보다 도검당주로서 말한다고 하니 어찌 할 방법이 없었다. 도검당의 일에 가장 발언권이 강한 사람은 도검당주다.

게다가 진혁은 구파일방이나 오대세가의 권위가 먹힐 사람도 아니었고, 주변에서는 남궁표의 실력이 알려진 것보다 못하다며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젠장!”

남궁표는 목검을 땅에 던져버리고는 씩씩대며 나가버렸다. 그런 남궁표를 구파일방의 사람들은 비웃었다.

“저러니 오대세가가 우리보다는 한참 아래라고 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저런 이름도 없는 무사 하나를 어쩌지 못해서 쩔쩔매는 꼴이라니..”

하지만 황서군은 조금 이상하다는 표정이었다.

‘남궁표의 실력은 똑같았어. 특별히 상태가 나빠 보이지도 않았고. 그렇다면 저 무사가 남궁표와 비슷한 정도의 고수였단 말인가?’

만약 그런 자가 있었다면 벌써 포섭을 했을 거다. 인재는 항상 귀한 법. 실력이 좋은 자가 있으면 구파일방의 속가에서 끌어간다.

하지만 각주가 된 세 명은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는 뭔가 심상치 않다는 느낌을 받은 채 자신의 차례를 기다렸다.

다음은 장세문의 차례였다. 이번에는 상황이 다소 반대였다.

“크아아아아!!”

장세문의 상대는 극단적인 공격을 퍼부었다. 어렵지 않게 막아내고는 있었지만, 워낙 공격이 거세어서 장세문도 살짝 긴장한 모습이었다.

‘그렇지. 한꺼번에 퍼부어야지. 종남의 장세문은 귀공자 스타일이야. 그러니 거칠고 변칙적으로 몰아붙이는 게 답이지.’

장세문은 자신의 안전과 보이는 모양새를 무척 중시하는 자였다. 그러니 개싸움으로 몰고 가야 한다.

‘딱 30분. 그 정도만 하면 된다.“

그 정도는 되어야 다른 사람들도 이의를 제기하기 어렵다. 장세문도 그런 전략이라는 걸 깨달았는지 얼굴을 살짝 찡그렸다.

이런 상황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거다. 그래서 그는 기회를 보다 날카롭게 반격했다.

‘방어로 돌아서면 안 돼. 손해를 볼 것 같아도 공격해야 한다.’

같이 얻어맞을 것 같으면 장세문이 먼저 멈출 거다. 꼴사나운 모습을 보이는 게 죽을 만큼 싫은 자이니까.

‘어떤 경우라고 깔끔하고 세련되게 마무리하려고 하는 습관. 그게 니 발목을 잡을 거야. 그렇지! 그렇게 찔러가야지.’

반격을 받았지만, 방어를 도외시한 공격을 날렸다. 그러자 장세문은 당황에서 공격을 멈추고 뒤로 살짝 물러났다.

잘하과 있었다. 하지만 조금 흥분을 했는지 벌써부터 조금 지친 기색이 보였다.

‘이거 30분까지 가기 좀 힘들지도 모르겠는데?’

진혁은 이번에는 조금 빨리 비무를 멈추었다.

‘시계도 없는데, 대충 이 각 정도라고 우기면 되지.’

“아니. 이번에는 왜 이렇게 빨리 멈추는 겁니까? 비무를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아까와 비슷합니다. 그리고 이 정도면 실력을 확인하는 데는 충분했다고 생각되는군요.”

진혁의 선언에 구파일방과 오대세가 사람들이 일제히 불만을 표시했다. 하지만 진혁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누구 한 명이 쓰러져야 한다는 말입니까? 그렇다면 아무나 나오세요. 나를 이기면 당장 당주 자리를 내놓겠습니다. 이게 당신들이 원하는 거 아닙니까?”

진혁의 목소리가 조금 높아졌다.

하지만 그 말을 듣고 나서는 사람은 없었다. 진혁에게는 힘들다는 걸 모두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진혁의 말이 이어졌다.

“여러분을 존중할 겁니다. 하지만 결코 원칙을 양보하지는 않을 겁니다.”

“차별은 없습니다. 명문 정파 출신이라고 무조건 우대하지 않을 겁니다.”

진혁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구파일방과 오대세가 사람들의 표정은 일그러졌지만, 다른 사람들의 표정에는 기대감이 가득했다.

“능력대로 평가할 겁니다. 누구에게나 기회는 열려 있습니다. 그걸 힘으로 막거나 어지럽히려고 한다면 저를 만나게 될 겁니다.”

진혁의 선언에 작은 박수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 소리는 점점 커졌고, 그럴수록 구파일방과 오대세가 사람들의 표정은 구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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