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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하는 표사-122화 (12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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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해결하는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다.

핫산은 다음날 철각패도가 오자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왕이 되시려는 겁니까?”

철각패도가 차를 마시다가 뿜었다.

“왕이라니?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지?”

“아니.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백성들을 생각할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손해까지 봐가면서 말입니다.”

철각패도는 순간적으로 왕을 해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되면 더 많은 포인트를. 아니야. 정신 차리자.

“손해는 무슨. 길게 보면 저게 더 큰 이익을 가져다줄 거다.”

철각패도는 그렇게 말하고는 밖으로 나갔다. 핫산은 그런 철각패도를 유심히 살폈다. 그리고 아직은 조심스러워서 말을 꺼내지 않는 거라고 판단했다.

‘하기야 그런 마음이 있어도 나에게 이야기를 하지는 않겠지.’

하지만 어느 정도 심증을 굳혔다. 그런 게 아니라면 이런 식으로 행동할 이유가 없었다. 그는 철각패도가 황제 자리를 노리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이미 사주에서는 철각패도를 거의 신으로 떠받들고 있었다. 난주도 조금만 지나면 그렇게 될 거다. 그렇게 되면 적어도 감숙성에서는 거의 왕이나 마찬가지였다.

‘가만. 설마..’

핫산은 소름이 쫙 끼쳤다. 철각패도가 토번왕을 지원하는 게 생각났기 때문이었다. 토번왕은 청해를 지나 서장으로 진격하고 있었다.

‘그랬구나. 철각패도는 황제가 되려는 거야. 그래서 이곳에서는 민심을 다지면서 토번왕으로 하여금 군대를 이끌게 한 거다.’

핫산은 서장까지 토번왕이 차지하고 나면 그 병력이 어디로 향할까 생각해보았다.

토번왕이 이끄는 군대는 철각패도를 신처럼 모시는 군대다. 철각패도의 명령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뛰어들 거다.

‘이런. 그 다음은 사천이구나. 청해와 서장까지 차지하고 나면 그 병력이 어디로 가겠나. 청해와 서정과 붙어 있는 건 사천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다시 한 번 소름이 돋았다. 이번에 당문과 손을 잡은 게 우연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나중에 사천을 침공할 걸 염두에 두고 당문을 미리 포섭한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핫산은 갑자기 무서워졌다.

너무나도 치밀하고 용의주도한 사람 아닌가. 흉측한 외모는 강인한 보호자의 이미지로 만들었다. 백성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해서 신격화 작업을 했고.

‘내 인생에 다시 없을 기회이거나 아니면 처참하게 죽겠구나.’

핫산은 앞으로 신중하게 움직여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철각패도가 안으로 들어왔다.

“무료 급식소 말인데..”

“네.. 넵..”

핫산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면서 대답했다. 철각패도는 그런 핫산을 이상하다는 듯 바라보았다.

“왜 그래? 안색도 좀 파리하고. 어디가 아픈 거 아닌가?”“아.. 아닙니다..”

핫산은 선선한 날씨임에도 진땀을 흘렸다.

“몸이 안 좋은 것 같으니까 좀 쉬라고. 일은 밑에 사람들 시킬 테니까.”

철각패도는 그리 말하면서 밖으로 나갔다. 자신을 황제 자리를 노리는 사람이라고 핫산이 생각한다는 건 꿈에도 모른 채.

***

공동파에서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사람들이 모였다.

“당문과 이야기를 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사혈련과 관계가 있다는 걸로 당문을 압박하면..”

공동파 장문인은 한숨을 내쉬었다.

“당문에요? 식약당주 당추엽이 당문 사람이라는 거 모릅니까? 그 표 날리고 싶어요?”

아무도 과반수를 차지하지 못한 상황이다. 소림 쪽도 오대검파도. 그러니 한 표가 아쉬운 상황. 그런 상황이라 당문을 압박하기도 어렵다.

“이거 역시 다 계산했을 겁니다. 철각패도는 무서운 놈입니다. 어쩌면 사혈련주보다 훨씬 경계해야 할 자인지도 모릅니다.”

“아. 그러고 보니 제가 들은 말이 있습니다.”

장로는 난주에 갔다가 들은 말이라면서 이상한 이야기를 했다.

“난주 사람들은 자신들이 빌린 돈이 철각패도의 돈이라는 걸 다 알고 있습디다. 게다가 철각패도가 여기저기 다니면서 이상한 말을 중얼거린다는 겁니다.”

“이상한 말이라니요? 그게 뭡니까?”

“사람들한테 도움이 될만한 게 뭐가 또 없나? 이런 말을 중얼거리면서 돌아다닌답니다.”

사람들은 황당한 말에 다들 눈을 끔뻑거렸다.

“잠깐만.. 뭐라고요? 내가 잘못 들은 것 같은데..”

“들은 게 맞습니다. 사람들한테 도움이 될만한 게 뭐가 또 없나? 이렇게 말했다니까요.”

사람들은 크게 화를 냈다.

“아니. 이런 사악한 자를 보았나. 사람들을 현혹시키려고 일부러 그러는 게 틀림없습니다. 어허. 이런 악마 같은 자를 보았나.”

공동파 사람들은 크게 분노했다. 간악한 사파 놈이 개수작을 부린다는 거였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어떻게 손을 쓸 방법은 없었다.

그 시각 철각패도는 당가의 가주인 당원엽을 만나고 있었다.

“사람들이 사파와 정파가 뒤바뀐 것 같다고 말하더군요.”

“지들이 말만 정파지 하는 짓은 양아치 아니었나?”

철각패도의 비아냥에 당원엽은 헛기침을 했다. 그래도 무림맹의 일원인데 듣기 거북한 말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사실 크게 틀린 말은 아니었다. 정파도 자파의 이익을 위해서 움직였으니까. 대의 같은 건 그저 공허한 말에 불과했다.

“공동파 놈들은 아예 힘을 쓰지 못할 거야. 내가 쓸만한 놈들은 푹 쉴 수 있게 했으니까. 아미파야 그런 상황에서 혼자서 뭘 하긴 어려울 거고.”

“그렇다면 이제 문제는 없는 거로군요.”

철각패도는 고개를 끄덕였다. 당분간은 시비를 거는 놈이 없을 테니까.

“이익금을 나누는 건 상의한 대로 하면 될 거고..”

“그런데.. 정말 이야기한 대로 해도 괜찮겠습니까?”

당원엽은 조금 주저하면 말했다. 이익금 분배 협상을 할 때 조금 강하게 불렀다. 협상에서 초반에야 다 그런 거 아닌가.

예상한 것보다 조금 더 부르고 서로 맞춰나가는 작업을 한다. 그런데 철각패도가 덜컥 양보를 해버렸다.

자신이 가져갈 수 있는 이익을 상당수 포기하고 다른 구성원에게 나누어주었다. 덕분에 협상은 금방 끝났다.

“왜? 준다고 해도 문제인 건가?”

“그런 게 아니라..”

철각패도는 크게 웃으면서 말했다.

“당문으로서는 위험을 무릅쓴 거 아닌가. 그만한 용기를 보여준 것에 대한 답례라고 해두지.”

답례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큰 금액이었다. 당원엽은 철각패도의 배포에 놀랐다.

“얘기 들었던 대로 화통한 분이시군요.”

사주에서 성흥 상단과 검은 형제단의 재산을 모두 나누어주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다. 누구나 재물을 보면 욕심이 생기니까.

‘재물에는 큰 욕심이 없는 사람이군.’

“그러면 한 가지만 마무리하고 나는 다른 곳에 좀 가봐야겠네.”

“한 가지라면..”

“당문 여기 책임자 말이야. 내가 듣기에 참 거북한 말을 했더라고..”

당원엽은 순간적으로 가슴이 철렁했다. 갑자기 표정이 변하면서 날카롭게 쏘아보는데 정말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천하에 상대할 자가 없을 그런 무력은 아니다. 하지만 그래도 당가의 가주다. 무력이 약할 리 없다. 하지만 철각패도의 눈빛이 자신의 심장을 꿰뚫고 지나가는 느낌이었다.

“내가 그런 말은 곱게 넘기지 않는 스타일이라... 크흠.. 곱게 넘기지 않는 성격이라서..”

“저.. 대협.. 제가 알아서 교육을 시키면 안 되겠습니까? 당문의 교육은 아주 엄격합니다.”

철각패도는 피식 웃었다. 이 새끼가 어디서 수작을 부려?

“그런 꼴통은 말이지 내가 전문이야. 내가 더 잘 지도를 할 수 있을 것 같군.”

당원엽은 처음에 듣고는 좀 심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혈련의 뒤를 빨면서 어쩌구 했으니 철각패도가 단단히 노한 모양이었다.

‘어쩔 수 없지. 이익까지 이렇게 통 크게 양보했는데..“

“알겠습니다. 대신 서로의 관계도 있으니 적당한 선에서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를 말인가. 다시는 언행을 경박하지 않도록만 하겠네.”

당원엽은 조카의 일이라 가슴 아팠지만, 어쩔 수 없었다. 스스로 초래한 일이니 책임을 질 수밖에.

“그러면 지금 손을 보고 끝나면 나는 바로 가겠네. 아마 당분간은 보기가 좀 힘들 게야.”

철각패도는 문제가 있으면 사혈련을 통해서 연락하라고 하고는 곧바로 움직였다. 그리고 멀지 않은 곳에서 갑자기 늑대 울음소리 같은 게 들렸다.

울음소리는 한동안 계속 났는데 그 소리를 듣는 사람들은 모두 소름이 끼친다고 했다.

“후우. 그러니까 항상 말 조심 해야지..”

몸을 바꾸고 융중산으로 온 진혁은 곧바로 괴의의 거처로 향했다. 이제 두정풍의 몸이 거의 나았기 때문이었다.

“철각패도의 수련도 순조롭고. 일도 잘 풀렸고. 포인트도..”

이제 세 칸이 다 찼고 네 칸째였다. 걸리는 거 없이 아주 순조로운 상황. 여기에 현천문 사람 중에 도검당주가 나오고 제대로 활약하기 시작하면 포인트 채우는 건 금방일 것 같았다.

“오늘 출발한다구요?”

“원래는 조금 더 있다 가려고 했는데, 두정풍 장군이 우기는 통에..”

두정풍은 한시라도 빨리 전장에 복귀해야 한다면서 길을 재촉했다. 덕분에 사람들은 그날 바로 출발하게 되었다.

괴의나 제갈중택과 인사를 나누고 출발한 일행은 순조롭게 이동했다. 두정풍도 안전히 다 나았는지 제법 잘 따라왔다.

“괴의가 과연 명의는 명의로군.”

두정풍의 말에 호위하듯 그의 옆을 따라가던 엄경립이 대답했다.

“그래도 조심하셔야 합니다. 아직 덧날 수도 있다고 하니..”

“괜찮네. 내 몸을 내가 모르겠나. 이전보다 오히려 힘이 넘치는 느낌이야.”

둘은 달리면서 계속 이야기를 나누었다. 두정풍은 현천문 사람들의 무위에 관해서 많이 물어보았는데, 뜻밖에도 많은 걸 알고 있었다.

“이곳까지 오면서 많이 보셨다는 겁니까?”

“계속 정신을 잃고 있었던 건 아니니까. 그런데 정말 놀랍더군.”

엄경립은 조심스럽게 속삭였다. 그 이야기는 나중에 따로 하자면서. 두정풍도 알았다면서 고개를 주억거렸다.

야영할 때 엄경립은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모두 이야기했다. 현천문 사람들의 무공 수위와 사람 됨됨이 같은 것에 대해서.

“반드시 우리 편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이들과 손을 잡지 못한다면 적어도 다른 쪽과 연수하는 건 막아야 합니다.”

반드시 친구로 만들어야 할 사람들. 그리고 적이 되면 절대로 안 되는 자들. 이게 엄경립의 평이었다. 두정풍도 비슷한 생각이었다.

“다행인 점은 다들 무척 공명정대하다는 겁니다. 사리사욕 같은 것에 흔들리지는 않는 사람이라는 건 그나마 다행이지요.”

두정풍은 돌아가면 아버지에게 이야기해서 현천문 사람들을 반드시 포섭하자고 할 생각이었다.

올 때는 그렇게 멀리 느껴진 곳이었지만, 갈 때는 무척 순탄했다. 한번 경험을 해서인지, 아니면 환자가 없기 때문인지 상당히 빠르게 이동했다.

돌아오니 토벌이 마무리되었다. 괴물들이 진정되고 난 후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고 했다.

“그럼 이제 전공을 가리는 일만 남았다는 겁니까?”

온위립의 질문에 제갈중선이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될지는 잘 모르겠군요.”

두궐륭 대장군은 무척 방어적인 작전을 펼쳤다고 말했다. 괴물을 제압하는 것보다는 차츰차츰 밀어내는 식이었단다.

덕분에 병사들은 많이 다치지 않았다고 했다. 진혁은 약속한 걸 지켰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그리고 자신이 의도한 대로 소문이 쫙 퍼져 있었다.

현천문이 대장군과 의견 충돌이 있었다. 병사들의 안위를 걱정해서 생긱 일이었다. 대략 이런 내용이었다.

거기에 살이 붙고 이것저것 더해져서 현천문 사람들에 대한 병사들의 호감은 거의 극에 달해 있었다.

“덕분에 제갈 세가 무사들만 아주 편했습니다. 병사들이 너도나도 호의를 베푸는 통에. 허허..”

제갈중선은 그렇게 말하면서 조심스럽게 주변을 살폈다.

“이건 은밀히 알아본 건데 지금 우리 쪽과 무당의 전공이 거의 비슷하다고 합니다.”

“그게 정말입니까? 현천문이 빠져 있어서 가망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전공이 비슷한 건 대장군이 워낙 방어적인 작전을 펼쳤고, 제갈 세가의 무사들도 그동안 활약을 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것보다 사건이 생기기 전 현천문과 제갈 세가의 성과가 워낙 대단했었다. 그래서 현천문이 자리를 비운 사이에 무당이 그렇게 난리를 쳤는데도 비슷한 거였다.

“게다가 우리가 조금 앞선다고 합니다.”

제갈중선은 이제 도검당주는 현천문에서 나올 것이라면서 미리 축하한다고 말했다. 설마 대장군이라고 해도 목숨을 걸고 아들을 살려준 사람들을 배신하겠느냐면서.

“이제 놈들의 추한 짓을 보지 않아도 되겠군요. 참 속이 시원합니다.”

현천문 사람들과 제갈 세가의 무사들이 함께 웃었다. 당당한 실력으로 온갖 추잡한 계략을 꾸미던 놈들을 눌러서 더욱 속이 시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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