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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하는 표사-118화 (118/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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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는 누구인가.

엄경립과 손경백은 거칠게 숨을 몰아쉬면서 나무 둥치에 기대면서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가을 날씨가 제법 쌀쌀했지만, 두 무사의 몸에서는 김이 무럭무럭 나고 얼굴에는 땀이 가득했다.

그런데 현천문 사람들은 자신들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그들은 숨이 차지도 않은 듯했고, 땀도 거의 보이지 않았다. 쉬는 것도 아니고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북진무사 손경백은 혀를 내둘렀다.

‘무서운 자들이다. 정말 같이 오지 않았다면 절대로 믿지 못했을 것 아닌가.’

손경백이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현천문 사람들은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저놈들 잡고 나니까 조금 기운이 보충되는 것 같지?”

“예. 이거 간간이 일부러라도 놈들을 잡으면서 가야겠는데요?”

오크를 잡고 마나를 흡수한 현천문 사람들은 쌩쌩했다. 중간에 쉬면서 체력을 보충한 것과 비슷한 효과.

덕분에 지금도 체력에 여유가 있었다. 그걸 모르는 두 무사는 현천문 사람들을 묘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부러움, 호승심, 의아함. 많은 감정이 뒤섞인 눈빛이었다. 그리고 같은 무인으로서 인정하고 존중하는 마음이 일었다.

두 무사는 앞으로 가는 동안 이들과 친분을 다져야겠다고 결심했다. 무인으로서 강한 호기심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

철각패도는 난주에 도착해서 상황을 살폈다. 여유가 좀 생겼으니까.

“일단 괴의한테 가는 동안에는 별일 없겠지. 그리고 황궁에 가지 않은 것도 문제가 될 것 같지 않고..”

그러니 당장 북경으로 달려갈 필요는 없었다. 철각패도는 난주에 있는 사혈련의 지부를 찾아갔다.

“넌 뭐냐? 뭔데 여길 오는 거야?”

철각패도가 지부에 들어가려 하자 웬 놈이 시비를 걸었다. 철각패도는 순간적으로 자신에게 한 말이 아닌 줄 알았다. 이런 투로 말한 놈이 언제 있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하기야 철각패도에게 어떤 놈이 시비를 걸겠나. 목숨이 여러 개 아닌 이상에야. 그런데 가만히 보니 자신에게 말을 한 놈은 잔뜩 취해 있었다.

“잘한다. 그래도 명색이 지부인데 대낮부터 취한 놈이 있어?”

별난 놈들이 다 모이다 보니 대낮부터 술을 퍼마시는 놈들도 있었다. 그런 거야 어느 정도는 인정해 줄 수 있다.

하지만 지부 안에 취한 놈이 있는 건 사정이 달랐다. 이 정도면 난주 지부는 개판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철각패도는 놈을 무시하고는 안으로 성큼성큼 들어갔다. 지부 안에는 몇 놈 보이지 않았다. 놈들은 철각패도가 들어오자 잔뜩 경계를 했다.

‘그래. 이게 정상이지.’

그냥 보기만 해도 일단 경계심이 드는 충격적인 외모. 그게 철각패도다. 그런데 계속 그런 식으로 쳐다보니까 기분이 좀 드러운데? 어이. 니들도 올바른 놈들 아니잖아? 어?

철각패도는 쓱 한번 둘러보고는 소리쳤다.

“지부장은 어디 있나?”

“죄송하지만 누구신지..”

“대장로가 왔다고 전해라. 지금 당장 이곳에 오지 않는다면 앞으로 해가 뜨는 걸 보지 못할 거라고 전해!”

대장로라는 말에 지부가 발칵 뒤집어졌다.

“대.. 대장로님..”

“철각패도 대장로님..”

놈들은 우왕좌왕하면서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엎드리는 놈도 있었고, 정신없이 왔다 갔다 하는 놈도 있었다. 평소에 어떻게 지냈는지 보지 않아도 뻔했다.

체계라는 게 아예 없었다. 철각패도가 나선 후에나 정리가 좀 되었다.

“지부장 어디 있는지 아는 놈. 니가 알아? 그럼 너는 가서 지부장 데려오고.”

“나머지는 여기 청소 좀 해라. 이게 뭐냐? 돼지 굴이냐?”

철각패도의 말에 놈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청소를 하는 놈들은 혹시라도 철각패도에게 찍힐까 두려워 정말 열심히 했다.

지부 안은 순식간에 깔끔해져 갔다. 잠시 지켜보던 철각패도는 한 녀석을 불렀다.

“거기. 너!”

“아이고. 대장로님..”

녀석은 잘못을 지적하려는 줄 알았는지 납작 엎드려서는 싹싹 빌었다.

소문이 어떻게 난 거야? 내가 애들은 거의 건드리지 않는데. 잘난 척하면서 뒤로는 악행을 일삼는 정파 윗 대가리 청소 전문이지.

“야. 너는 저기 저놈 내다 버려.”

철각패도는 술에 취해서 널브러져 있는 놈을 가리켰다. 그 말을 들은 녀석은 잽싸게 취한 놈을 잡아끌고는 밖으로 나갔다.

“허억.. 대장로님.. 이곳에는.. 어인 일로..”

지부장이 얼마 지나지 않아 달려왔는데, 숨이 차서 말도 제대로 못 했다. 철각패도는 지나는 길에 들렀는데 몇 가지 알아볼 게 있다고 했다.

“일단 이곳 상황부터 얘기해 봐. 아는 대로 소상하게.”

“예. 이곳 난주는 예로부터 공동파의 세력이 강한 곳이었습니다.”

그러던 것이 공동파가 약해지면서 지금은 여러 세력이 난립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래도 공동파의 영향력이 가장 강한 편이었고, 아미파와 당문도 상당한 영향력을 끼친다고 했다.

“정파 세 곳이 각축전을 벌이는 양상이라.. 그래서 사혈련 지부가 이 모양인 거냐?”

정파가 위세를 떨치는 곳에서는 사혈련이 죽어 지낼 수밖에 없다. 지부장은 어쩔 수가 없다면서 선처를 구했다.

“내가 너희들을 어쩌려고 온 게 아니다. 그러니 그건 걱정하지 말고.”

철각패도는 몇 가지를 좀 알아보라고 했다. 지부장은 의아해 하면서도 그 정도는 충분히 알아볼 수 있다고 했다.

그렇게 지시를 내리고는 철각패도는 밖으로 나갔다. 잠시 마차를 구하는 사이에 몸을 바꾼 거였으니 이제 돌아가야 했다.

‘지금쯤 돌아가면 딱 맞겠지.’

융중산으로 향하는 길을 내내 경공으로 달려가는 건 아니었다. 간혹 관도를 이용해서 이동할 수 있는 구간이 있었다.

그러면 체력도 비축할 겸해서 마차를 구해서 타고 움직였다. 그럴 때마다 손경백과 엄경립은 말은 안 했지만, 무척 좋아했다.

이해가 되는 일이다. 현천문 사람들이야 괴물을 잡으면 마나를 흡수하니까 오히려 기운이 나지만, 두 무사는 오히려 지친다.

그렇다고 최고의 무사라는 사람들이 힘들다는 소리는 할 수 없고. 정말 당추엽이 없었으면 두 무사는 큰일 날 뻔했다.

그러니 마차를 타고 쉴 수 있는 구간이 되면 두 무사의 얼굴에는 더없이 행복한 표정이 그려졌다.

철각패도는 주변에 사람이 없는 걸 확인하고는 산비탈 으슥한 곳에서 몸을 바꾸었다.

가끔 철각패도가 지부에 들르자 난주에 있는 정파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었다. 철각패도는 최근 정파에서 가장 두려워하는 인물이었다.

무공으로도 상대하기 어렵고 계략에도 능통하다고 알려져 있었다. 문무를 겸비한 정말 나쁜 새끼. 이게 철각패도에 대한 정파의 평가였다.

하지만 철객패도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는 핫산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 후 핫산이 난주에 도착했다.

“이거 이곳에서 뵙게 되니 더 반갑군요.”

핫산은 주변 풍경을 무척 낯설어했다. 하기야 이국적인 돈황까지만 오가던 자가 분위기가 완전히 다른 난주에 왔으니 그럴 법도 했다.

“서로 바쁜 사람들이니 내가 요점만 이야기하지.”

“경청하겠습니다.”

철각패도는 지금까지 조사한 내용을 말해주었다. 정파 세 곳이 각각 자리를 잡고 있는 상태. 자잘한 상단과 세력들이 있지만, 대부분은 세 세력의 하부 조직 같은 곳이었다.

“내 생각에는 원보 상단과 손을 잡고 이곳에 평판이 좋은 상단과 힘을 합치는 게 어떨까 싶은데..”

“이곳의 상단이야 이해가 되지만 원보 상단까지 손을 잡을 이유가 있을까요?”

핫산의 의문에 철각패도는 답을 해주었다.

“원보 상단은 사주에서 이곳으로 계속 물건을 나르잖나. 그러니 그걸 이용해서 물건을 조금이라도 싸게 공급을 받을 수 있지.”

이곳의 물건을 팔 수도 있고. 거기다가 핫산의 바드 상단은 서역의 이국적인 물품을 유통하면 된다.

서역의 물품은 찾는 사람이 많다. 주로 부유한 고위층에서 많이 찾으니 가져다 놓기만 하면 판로는 얼마든지 있을 거다.

“사실 바드 상단이나 원보 상단이나 최근 재미는 보고 있지만, 인력은 부족하지. 그러니 서로 힘을 합치면 서로에게 이득일 것 같군.”

“타당성이 있는 말씀이군요. 한번 검토를 해보겠습니다.”

철각패도는 종이를 툭 던져주었다.

“이건 이 지역에서 나름대로 명망이 있는 상단이야. 규모는 작지만, 평판이 좋으니 한 번 알아보라고.”

철각패도는 거기까지 말하고는 차를 마시다가는 갑자기 탁자를 탁 때렸다. 그리고는 잊어먹고 있었던 걸 말했다.

“이곳에 상회를 여는 데에 나도 돈을 보태지.”

“하하. 괜찮습니다. 자금은 저희도 충분해서..”

철각해도는 혀를 끌끌 찼다.

“내가 그걸 몰라서 이러나. 내가 돈을 투자했다는 사실을 알리라고. 그러면 쉽게 덤벼들지는 못할 테니까.”

“아. 그렇군요. 그거 괜찮은 생각이신 것 같습니다.”

사혈련의 장로 대가리에서 나온 건 아니다. 원덕강의 지혜를 좀 빌린 거다.

“그리고 당분간은 내가 있을 테니 문제가 없을 거고, 내가 연락을 해서 장로 한 놈을 불러오지.”

사혈련주도 난주에 자리를 잡는다고 하면 좋아할 거다. 당연히 인원을 내줄 거다. 놈의 성격상 무리를 해서라도 반드시.

“그렇게만 된다면 이곳에서 자리를 잡는 건 어렵지 않겠습니다.”“대신 가격을 좀 낮추라고. 가능하겠지?”

“원보 상단이나 저희가 직접 물건을 나르는 것이니 가격이야 낮출 수 있지요.”

철각패도는 사람들의 인심을 얻는 게 중요하다면서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전장과 비슷한 업무도 다루었으면 하는데..”

“전장의 일을 말입니까? 그건 좀 위험한데요..”

“당장은 아니고 장로 한 놈이 오고 나서 시작할 생각이야.”

철각패도는 이곳에서 정파들이 손을 잡고 고리대금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게 돈을 만드는 데는 최고거든. 대신에 빌린 사람은 홀딱 날리는 거고. 내가 보니까 너무 심해.”

그래서 상대적으로 저리로 빌려주는 사업을 하겠다는 거였다. 핫산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렇게 되면 이곳 세력들을 크게 자극하게 될 겁니다. 가장 큰 돈줄을 막아버리는 것이니 가만히 있지 않을 텐데요.”

“그거야 알지만, 너무 심해. 아니 해 처먹는 것도 적당히 해야지. 등골까지 쪽쪽 빨아먹으면 어쩌자는 거야?”

핫산은 철각패도가 불우한 삶을 살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런 것에 이리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내가 자금은 충분히 대지. 지키는 게 문제인데, 일단 수작을 부리면 내가 한곳 정도 초토화를 시켜 버릴 거야. 그러면 함부로 하지 못하겠지.”

철각패도는 그 말을 하면서 주먹을 쥐었다 폈다를 반복했다. 핫산은 그 단순한 동작을 보았을 뿐인데 갑자기 죽음을 떠올렸다.

철각패도가 내뿜는 특유의 기세에 완전히 짓눌려서 그런 거였다. 핫산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뭐. 그거야 나중 일이고. 처음에는 물건부터 조금 싸게 파는 것부터 시작하자고.”

“알겠습니다. 제가 사람들을 만나보고 진행을 시켜보죠.”

핫산은 철각패도가 이곳에서도 사주 못지 않은 큰 명성을 얻게 될 거라고 생각했다. 왜 그렇지 않겠는가.

그가 투자한 상회에서 물건도 싸게 팔아. 낮은 이자로 돈도 빌려줘. 거기에 불만을 품은 세력에서 덤비면 아주 작살을 내놓을 거다.

그리고 그 재산 다 털어서 사람들에게 나눠줄 것이고. 당하는 입장에서는 재앙이겠지만, 사람들이 보기에는 성자나 다름없는 사람이다.

핫산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분은 도대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이런 일을 하는 걸까? 정말 부처의 현신인가? 아니면 악마의 얼굴을 한 성인인가?’

철각패도는 핫산의 그런 생각은 모른 채 급히 일어섰다. 빨리 몸을 바꿔야하기 때문이었다. 그는 다시 오겠다고 하고는 밖으로 나가면서 생각했다.

가지고 있는 돈 많으니까 그거 가지고 진행하면 된다고. 어차피 다른 곳으로 가면 아무짝에도 소용없는 돈이다. 그러니 펑펑 써도 상관없다.

‘이대로만 진행되면 여기서도 포인트 짭짤하게 나오겠어. 공동파나 아미파나 제발 좀 덤벼라. 아주 쑥대밭을 만들어놓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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