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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는 누구인가.
두궐륭 장군의 아들 사랑은 유명하다. 원래 손이 귀한 집에다 한 명이 전쟁터에서 죽고 난 터라 두정풍에 대한 사랑은 끔찍할 정도였다.
“장소가.. 너무 위험합니다. 지금 그곳은 괴물들로 가득차 있어서..”
장수 한 명이 힘겹게 말을 꺼냈다. 대장군 두궐륭도 쉽사리 말을 하지 못했다. 누구보다 상황을 잘 알고 있었으니까.
그는 크게 자책하고 있었다. 조금 더 조심을 시켰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게 한이었다.
‘현천문만 마니었다면.. 정풍이가 놈들을 의식하지만 않았어도..’
두정풍은 현천문에게 질 수 없다면서 토벌 속도를 높였다. 자신도 빨리 중심부로 가서 알유와 같은 대형 괴물을 잡으려 한 거다.
그게 문제였다. 괴물들이 평소만 같았으면 아무런 일도 아니었을 거다. 하지만 이런 일이 일어나니 너무 앞서 있던 두정풍은 미처 빠져나오지 못하고 괴물들 사이에 갇혔다.
현천문이야 미리 알고 퇴각했으니 빠져나올 수 있었지만, 뒤늦게 준비한 부대들이야 그럴 수가 있었겠나.
그나마 다행인 건 그래도 빨리 움직여서 현재 고지대에 진을 치고 있다는 거였다.
“이건 한두 부대가 움직인다고 될 일이 아닙니다. 전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두궐륭의 심복 한 명이 말했다. 괴물의 수가 워낙 많으니 어지간한 수로는 감당할 수 없다. 그러니 전력을 기울여서 일거에 뚫고 들어가 구하자는 작전.
“그나마 가장 가능성이 높은 작전인 것 같습니다.”
무당의 현허진인이 찬성했다. 그러면서 그는 돌파의 선봉을 현천문이 맡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지금까지의 성과를 보나 여러 면으로 볼 때 그들보다 적임자는 없다고 사료됩니다.”
“옳은 말씀이오. 그 방법이 가장 좋겠소.”
장수들이나 무림맹의 사람들 대부분이 찬성했다. 지휘관은 어떻게든 막아보려고 했지만, 중과부적이었다.
“그렇게 진행하도록 하겠소. 한시가 급하니 지금 바로 준비하도록 하시오.”
두궐륭 대장군은 그리 명하고는 최대한 빨리 이동하라고 재촉했다.
“우리 보고 선봉에 서라? 아니 우리 전공은 형편없다고 하면서 그렇게 나온다 이겁니까?”
호승렴이 씩씩대며 그럴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온위립이 그런 호승렴을 달랬다.
“그들이 한 일은 나쁘지만 갇힌 병사들을 구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우리가 앞에 서는 게 가장 효과적이지 않겠느냐.”
“그렇습니다. 이 일은 병사들을 구하는 일입니다.”
진혁도 찬성했다. 괴물을 상대할 때는 은원은 잠시 내려놓아야 한다고 했다.
‘우리가 열심히 싸우면서 구하러 가는 걸 거기 병사들도 보겠지..’
현천문과 제갈 세가의 전력은 아주 단단했다. 이미 괴물을 상대하는 데 손발을 척척 맞았다. 대형 몬스터야 어렵지만, 자잘한 놈들은 우스웠다.
“주변에서 병력이 받쳐줄 테니 괜찮을 겁니다. 두궐륭 대장군도 아들의 일인데 전력을 다하지 않겠습니까.”
대장군도 장난을 치지는 못한다. 그랬다가는 하나 남은 아들이 죽으니까. 그러니 현천문을 사지로 내몰지는 않을 거다.
“에이.. 알겠습니다. 그래요. 구하러 가죠. 그깟 갈저나 당강 같은 놈들은 다 썰어버리면 그만 아닙니까.”
호승렴은 툴툴거리면서도 기분은 나쁘지 않은 듯했다. 그래도 괴물을 상대하는 데 최고라고 인정 받은 거 아닌가.
그렇게 현천문이 속한 부대도 바로 움직였고, 모든 부대가 바로 집결했다.
“이거 생각보다 많은데요?”
호승렴은 눈앞에 있는 괴물들을 보면서 기가 질린 듯했다. 많아도 너무 많았다. 괴물의 바다라고 해도 될 정도였다.
그것도 보통 괴물들이 아니었다. 눈이 시뻘게져서 흉폭하게 날뛰는 괴물들. 병사들 중에는 아예 얼굴이 파랗게 변한 자도 있었다.
“체력 관리만 잘하면 문제는 없을 거다.”
진혁은 힘 배분을 잘하라고 말했다. 혹시 힘에 부치면 바로 이야기를 하라고 하면서.
“진은 계속 유지가 되어야 한다. 그러니 혹시 힘에 부치는 경우가 생기면 반드시 말해야 한다. 진을 잠시 축소하고 휴식을 취하면 되니까.”
진은 유동적이다. 항상 같은 형태를 유지하는 게 아니라 상황에 따라 바꾸기도 한다. 휴식을 취해야 하는 사람이 생기면 진을 거기에 맞추어 운용하면 된다.
“자. 가자!”
진혁이 가장 앞에 서고 나머지 사람들이 그 뒤를 따랐다. 그리고 병사들이 그들을 따라 움직였고.
- 콰아아아앙!!
진혁의 검강이 괴물들이 있는 곳에 떨어졌다. 엄청난 폭음이 생기면서 괴물과 흙먼지가 날아갔다.
괴물이 없는 빈자리가 생겼고, 그 틈을 현천문과 제갈 세가의 무인들이 파고들었다. 그렇게 두정풍의 부대를 구출하기 위한 격렬한 전투가 시작되었다.
“아니. 생각했던 것 이상이구려.”
대장군 두궐륭은 감탄하며 말했다. 보고가 올라온 걸 보고 뛰어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생각했던 것과 직접 보는 건 차이가 있었다.
위에서 직접 전황을 내려다보니 더욱 분명했다. 다른 곳과는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 그렇게 자란 척하던 무당도, 자신이 최고라고 우기던 심복의 부대도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다.
현천문과 제갈 세가가 속한 부대가 선봉에서 길을 뚫지 않았다면 구원은 생각도 못할 일이었을 것 같았다.
“다른 부대가 선봉을 서서 저 봉우리까지 길을 뚫을 수가 있었겠소?”
두궐륭 대장군은 주변에 물었다. 그의 주변에는 여러 장수들과 무림맹의 주요 인사들이 모여 있었다.
“어려울 것 같습니다.”
심복 중 한 명이 솔직하게 대답했다. 그러자 무림맹 사람들의 표정이 살짝 일그러졌다. 혹시라도 이번 일로 해서 계획이 틀어질까 우려가 된 거였다.
“대단하긴 하구려. 물론 단순히 이번 일로 모든 걸 평가할 수는 없지만, 분명 능력이 있는 자들은 맞는 것 같소이다.”
대장군이 그런 이야기를 하자 현허진인과 무림맹 사람들이 눈치를 채고는 맞장구를 쳤다. 저렇게 말한 거는 위로 올라가는 보고에는 이상이 없을 거라는 말이었다.
“그렇습니다. 한 번의 일로 어찌 모든 걸 알 수가 있겠습니까.”
“대장군께서 모든 상황을 현명하게 보고 계신 것 같습니다.”
그러는 사이에도 구원군은 조금씩 전진하고 있었다. 수많은 괴물을 헤치고 가야 해서 속도를 낼 수는 없었지만, 조금씩이라도 꾸준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봉우리에 갇혀 있던 두정풍의 부대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구원군과 합류하고자 괴물과 싸우기 시작한 거였다.
“힘을 내라!! 조금만 더 가면 병사들을 구할 수 있다!!”
진혁이 오크의 목을 베고는 큰소리로 외쳤다. 마나를 있는 대로 끌어모아서 봉우리에 있는 두정풍 장군의 부대까지 들릴 정도였다.
그 소리에 현천문 사람들과 병사들은 기운을 짜냈다.
이곳까지 오면서 평소보다 몇 배는 힘들었다. 정말 숨이 턱 밑까지 치밀었고, 팔이 잘 올라가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자리에 엎어져서 쉬고 싶었다.
“저 앞을 봐라. 우리를 기다리는 동료들이 있다!!”
병사들은 문득 고개를 돌려 봉우리 쪽을 보았다. 거기서는 병사들이 이쪽을 향해 오고 있었다. 괴물과 싸우면서.
그걸 보자 갑자기 기운이 솟았다. 지금 쓰러지면 저기 있는 수천 명의 병사가 모조리 죽는다는 걸 아니까.
“조금만 더 힘을 내라! 나를 따르라!!”
진혁은 기운을 최대한 끌어모은 다음 괴물들이 밀집한 곳에 있는 힘껏 내리쳤다.
- 콰아아아앙!!
하늘을 찌를 듯한 커다란 나무가 동시에 수십 개 정도 쓰러진 듯한 느낌이었다. 땅이 들썩이는 느낌이 들었고, 검강이 후려친 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봉우리를 향해서 길게 길이 생겼다. 그걸 본 병사들은 더욱 기세를 올렸고, 양측 병사들은 점점 가까워졌다.
“어서!!”
드디어 병사들이 만났다. 이제는 무사히 빠져나가기만 하면 된다. 그 사이 병력이 충분히 보충되어 퇴각하는 건 상대적으로 수월했다.
그렇게 두정풍 장군의 부대를 구출하는 작전은 성공리에 마무리되었다. 진혁은 다른 것보다 봉우리 쪽에서 눈부신 활약을 한 사람이 궁금했다.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정천호 엄경립이라는 자였다. 군부 최고수. 그 별칭이 아깝지 않은 자였다. 진혁이 보기에 절대로 온위립의 아래가 아니었다.
‘세상에는 정말 고수가 많구나.’
하지만 그것보다는 두정풍 부대 병사들이 현천문, 특히 진혁에게 감사한다는 점에 더 기뻐했다.
정말 죽을 줄 알고 있었는지, 들어오는 포인트가 최소한 10점 중반대였다. 진혁은 피곤한 몸을 나무 둥치에 기대면서 중얼거렸다.
“그래. 이렇게 다 구했으면 된 거야.”
그리고는 빙긋 웃었는데, 그걸 지나가다 들은 병사가 있었다. 병사들 사이에서는 진혁의 이야기가 삽시간에 퍼졌다.
***
두궐륭은 이번 일에 관해서 올릴 장계를 적고 있었다.
“정풍이가 무사히 돌아왔으니 다 된 거지..”
그는 일단 두정풍의 공로가 지대하다고 적었다. 괴물을 퇴치하기 위해서 가장 앞서서 싸웠고 그로 인해 고립되기도 했다.
하지만 놀라운 지략과 무공으로 부하들을 이끌어 무사히 빠져나왔다. 거기다 엄경립의 활약도 조금 적었다.
그다음은 그의 심복들의 활약상을 적었다. 얼마나 많은 괴물을 베었고, 위급한 상황에서도 잘 대처했는지. 이미 부관들이 올린 이야기를 참고해서 적었다.
그다음은 무당이 속한 부대 차례. 무림 방파로서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전공을 세웠다. 헌신적이고 용맹한 자들이었다. 황서군이라는 자의 활약이 가장 뛰어났다.
그다음은 소림을 비롯한 나머지. 그런데 잠시 생각하던 두궐륭은 지금까지 썼던 걸 찢어버렸다.
“아니지. 흐음.. 어디 보자..”
그리고는 다시 적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무당 다음 순서로 현천문이 속한 부대를 적었다. 그렇게 쭉 적고 나서는 다시 한 번 살폈다.
“이 정도가 좋겠군.”
그렇게 적고 나서는 봉해서 황궁으로 보냈다. 막 장계를 보내고 났는데 부관이 허겁지겁 안으로 들어왔다.
“대장군! 대장군! 큰일 났습니다.”
“무슨 일이냐? 괴물이 또 난동을 부리기라도 하는 것이냐?”
부관은 아니라고 했다.
“그게 아니오라. 두정풍 장군이 지금..”
두정풍이 갑자기 쓰러져서는 지금 의식이 없다는 거였다.
“뭐라?”
두궐륭은 들고 있던 종이를 내던지고 급히 발걸음을 옮겼다.
두정풍의 상세는 심각했다. 두궐륭은 눈을 부릅뜨고 으르렁거렸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 아까까지만 해도 멀쩡하지 않았느냐?”
“그게.. 봉우리에서 내려오면서 주술을 쓰는 괴물과 싸우다가 다치신 것 같습니다..”
상처를 입었다는 걸 말하지 않아서 몰랐다는 거였다. 그는 의원에게 상태가 어떠하냐고 물었다.
“한기가 몸에 스며든 것 같습니다..”
“나을 수는 있고?”
“그레.. 저로서도 처음 보는 병세라..”
의원은 무림맹에 있는 식약당주 당추엽을 부르는 게 좋겠다고 권했다. 지금 이 근방에서 그래도 의술이 가장 뛰어난 자는 당추엽이었으니까.
대장군은 곧바로 당추엽을 불렀고, 당추엽은 진맥을 하고는 제갈벽린의 병세와 비슷하다는 걸 알았다.
“한독이 골수에 스며든 겁니다. 빨리 치료를 하지 않는다면 목숨을 부지하기 어렵습니다.”
“치료할 수는 있소? 치료할 수 있느냐고.”
“저는 힘듭니다. 하지만 치료할 수 있는 자는 알고 있습니다.”
당장 말하라고 흥분한 두궐륭에게 당추엽이 말했다.
“괴의 진부. 그자만이 치료할 수 있습니다.”
당추엽은 제갈벽린의 일을 이야기하면서 그때 이런 상세에 관해 다루어 보았고 약재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가 있는 곳이 융중산 부근이라..”
“융중산?”
융중산이라면 호북지역에 있다. 이곳 북경에서 가려면 한세월.
“이 아이가 얼마나 버틸 수 있겠소?”
“내공이 심후하니 당분간은 버틸 것 같지만, 시간은 장담할 수 없습니다.”
“그럼 의원을 이리로 부르면..”
“그러면 너무 늦을 겁니다.”
당추엽은 제갈벽린의 예를 들면서 한시가 급하다고 말했다. 그러니 빨리 그쪽으로 가면서 중간에 영약을 쓰면 어떻게든 버티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위급하니 가장 빠른 길로 가야 합니다.”
“하지만 괴물이 있는 곳을 피해서 환자를 데리고 가려면 몇 달이 걸릴지 모르는 일인데..”
의원의 말에 당추엽이 이야기했다.
“괴물이 있는 곳을 뚫고 가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환자가 버티지 못할 겁니다.”
“괴물을 뚫고 가야 한다고?”
두궐륭은 이마를 잡았다. 그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잘 아니까.
“최고의 고수들이 최대한 빠른 길로 가는 방법 밖에는 환자를 살릴 길은 없습니다.”
“최고의 고수들..”
두궐륭의 머리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현천문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그들에게 일을 맡기는 건 그들이 최고라는 걸 인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 아닌가.
하지만 아들의 목숨이 걸렸는데 어쩌겠나. 장계에 오른 것과는 다르더라도 그들을 불러야 했다.
“현천문 사람들을 불러라. 지금 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