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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하는 표사-109화 (109/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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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성이 높아지면 생기는 일들.

현천문과 제갈 세가 사람들은 일단 장가구로 이동했다. 그곳에서 다른 무리와 합류한 다음에 해타산으로 이동하기로 되어 있었다.

“상황이 심각한 가 봅니다. 이렇게 정예들은 전부 부르는 걸 보면..”

온위립이 그렇게 말할 만도 했다. 단순하게 군대만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강호의 고수들까지 전부 불렀으니까.

그런데 그 말을 들은 진독평의 표정은 썩 좋지 않았다.

“글쎄요.. 일단 가 보면 알겠지요.”

그는 말을 얼버무렸다. 여러 가지 생각으로 머리가 복잡했기 때문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하태산에서 날뛰는 괴물은 그렇게까지 심각하지는 않았다. 동창의 정보이니 확실할 거다. 문제는 황제의 반응이었다.

황제는 괴물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정도로 두려워했다. 하기야 괴물에게 죽을 뻔하다가 겨우 살아났으니 그럴 만도 했다.

문제는 이런 식으로 대응하는 것 자체가 황제의 권위를 스스로 갉아먹는 꼴이라는 거다.

‘무림인까지는 부르지 말았어야 했어..’

군대를 동원하는 거야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무림인을 부르는 건 완전히 다른 문제다. 군부를 믿지 못한다는 의미이기도 했고, 황제가 그만큼 나약하다는 소리이기도 했다.

두궐륭 대장군이 지금처럼 세력을 일굴 수 있었던 것은 황제의 탓도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 채 공공이 무림인을 이용해서 토벌한 거였다.

‘두궐륭 그 자식의 기세를 꺾고 황제의 권위를 높이기 위해서. 그런데..’

명분도 좋지 않은가. 무림인이 먼저 머리를 조아리고 청해서 황제가 가납했다. 황실 병사들을 보내 그들을 돕게 했고.

모든 것이 완벽했다. 성과만 잘 나오면 바랄 게 없는 상황이었고, 어마어마한 성과를 거두기 직전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일이 터진 거다.

‘하늘이 우리를 돕지 않는구나. 두궐륭 그놈이 정녕 득세를 할 운명인가.’

진독평은 그런 생각을 하다 현천문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아니야. 아직 기회는 있다. 이번 토벌에서 성과를 내면 된다.’

황도인 북경이 위험하다고 황제는 생각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번 토벌에서 가장 큰 공을 세운 사람이 당연히 황제의 신임을 받게 될 것이다.

문제는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한다는 거다. 정보에 의하면 두궐륭 대장군은 물론이고 무림 방파에서도 최정예를 파견했다고 한다.

‘하태산은 정말 격전지가 되겠군.’

그런 생각을 하는 건 진혁도 마찬가지였다.

철각패도는 사혈련의 정보망을 언제든 이용할 수 있다. 덕분에 정보에 관해서는 불편한 점을 거의 느끼지 못했다.

게다가 이번 일은 조금만 생각해도 알 수 있는 사안. 하지만 진혁과는 무관한 일이다. 권력을 누가 가지든 그건 상관없다. 황제가 무슨 생각을 하든 그것도 자신과는 무관한 일이었고.

“어마어마한 병력이 모이겠군요.”

“최정예만 모이기는 하지만 어느 때보다 많은 병력이 모이는 건 틀림없네.”

진독평의 대답에 진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거면 충분했다. 많은 머릿수. 진혁에게는 그게 가장 중요했다.

장가구에 도착한 일행은 휴식을 취했는데, 진혁은 몇 가지 준비를 위해서 따로 움직였다. 그는 비도와 암기를 몇 종류 사서는 실험을 해보았다.

- 쐐애액!

- 타다닥!

바람처럼 날아간 암기가 나무에 꽂혔다. 하지만 진혁은 고개를 살짝 모로 틀었다. 생각했던 것만큼 잘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처음부터 잘 될 수야 없지..”

진혁은 계속해서 연습했다. 하지만 암기나 비도를 던지는 실력은 그렇게 쉽사리 늘지 않았다.

“대사형. 갑자기 암기는 왜 던지는 겁니까?”

넷째인 유호군이 물었다. 괴물을 잡고 마나를 충분히 흡수해서인지 현천문 사람들은 다들 달라 보였다. 건장한 근육질의 유호군은 더욱 단단해져 있었다.

예전에는 그냥 강인해 보이는 남성스러운 모습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굳세기는 더 굳센 느낌이었지만, 투박하지 않고 단정한 느낌이 들었다.

그냥 거칠고 사나운 느낌이었던 녀석이 당당하고 늠름한 무인으로 성장해 있었다. 진혁은 미소 지으면서 대답했다.

“아무래도 이게 좀 필요할 것 같아서 말이다..”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이 위급할 때는 검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그러니 암기나 비도를 사용하려고 한다고 했다.

“항상 그렇게 생각했지만, 대사형은 참 이상하면서도 대단한 사람이네요.”

유호군은 정말 감복했다는 투로 말했다.

무인 중에서는 협객를 꿈꾸는 사람도 제법 많다. 검을 잡은 초기에는. 하지만 강호 물을 먹기 시작하면 그것이 얼마나 부질없는 일인지 알게 된다.

남을 돕는다고 해도 그냥 그때뿐이다. 이 은혜는 꼭 갚겠다고 하지만, 그러는 사람은 백에 한 명이 될까 말까 할 거다. 은혜는 물에 새기고 원한은 돌에 새긴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유호군은 온위립과 진혁을 세상에서 가장 존경했다. 그만큼 훌륭한 모습을 보여주었으니까.

“대단하기는.. 겉모습만으로는 모르는 거란다. 사람들은!”

진혁은 그리 말하면서 힘을 주어 암기를 던졌다.

“모두 다 다른 얼굴을 가지고 있거든.”

유호군은 그저 말없이 진혁이 연습하는 걸 지켜보았다. 세상 사람들이 그렇다는 걸 누가 모르겠나. 정파라고 하는 곳에서 위선자들이 얼마나 많은데.

하지만 진혁은 그럴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지금도 그렇지 않은가. 지금 암기 연습을 왜 하겠나. 한 명이라도 더 구하기 위해서 그러는 거다.

유호군은 한참 동안 암기 연습을 하는 진혁을 지켜보았다. 속으로 자신은 아무리 노력해도 진혁처럼 될 수는 없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저 정도로 타인을 위해 살 수는 없을 듯했으니까. 하지만 진혁의 사제로서 부끄럽지 않을 정도는 되어야겠다고 다짐했다.

다음 날, 화산과 종남이 도착했다. 분위기는 썩 좋지 않았다. 그들은 제갈 세가와 현천문을 상당히 경계했다.

같은 무림맹의 일원이니 이야기라도 좀 나눌 법했지만, 간단한 인사 외에는 따로 말을 섞지 않았다.

진혁은 반가운 얼굴을 보았다. 화산의 문승강이었다. 화산의 무리에 섞여 있었는데, 문승강은 진혁을 보자 흠칫 놀라면서 슬그머니 사람들 사이로 사라졌다.

‘이미 다 봤다. 이 자식아. 지금은 할 일이 있으니까 나중에 보자.’

진혁은 밤이 되자 슬그머니 숙소에서 나와 몸을 바꾸었다.

철각패도는 사혈련 낙양지부에 들어가 지부장을 불렀다.

“그래. 무슨 일은 없었고?”

“그렇지 않아도 말씀드릴 일이 있었습니다.”

지부장은 마침 잘 되었다는 투로 이야기했다. 그는 상당히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저기.. 대장로님.. 이번 토벌에 참가를 해달라는 요청이 왔습니다만..”

“토벌에 참가를 해달라? 어디서?”

지부장은 황실에서 요청이 왔다고 이야기했다. 물론 철각패도를 꼭 집어서 오라고 한 건 아니었지만, 고수를 많이 보내라고 요청했다는 거였다.

“련주님께서도 대장로님이 가시는 편이 좋지 않겠느냐고..”

“일없다. 내가 왜 그런 델 가서.. 그리고 내가 가지 않아도 황제 지킬 놈들은 많아.”

철각패도는 돈황에 한 번 다녀올 생각을 하고 있었다. 돈황을 비운지 너무 오래되었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사주에 다녀와야 하니 나머지 장로들 데리고 가서 놀다 오라고 해라.”

“하지만..”

지부장이 우물쭈물했다. 그래. 너야 곤란하겠지. 사혈련주가 나를 꼭 참가시키라고 했을 거고, 나는 가지 않는다고 하고. 다 안다. 밑에 사람 그 마음.

“련주에게는 내가 따로 말을 하지.”

“아. 그러시다면야..”

지부장의 얼굴이 확 밝아졌다.

“그거 말고 별다른 일은 없고?”“

“특별한 건 없습니다. 무림맹 놈들도 그날 그렇게 된 이후로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습니다.”

낙양 관리들하고도 안면을 터 놨고 고기도 좀 먹였다고 자랑을 늘어놓았다. 철각패도는 지필묵을 가져오라고 하고는 련주에게 쓸 편지를 적었다.

시간이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내용은 단순했으니까.

- 사주에 다녀오겠다.

끝이었다. 편지를 받고는 부들부들하겠지. 하지만 어쩌겠어. 서열 정리는 이미 끝이 났으니 참는 수밖에.

사실 사혈련주는 엎드려서 절을 해도 모자랄 판이다. 철각패도가 아니었다면 지금의 사혈련이 될 수 있었을까? 절대 불가능했다.

철각패도가 활약을 해서 지금의 사혈련이 될 수 있었다. 지금 만약 철각패도가 빠진다면? 낙양지부고 뭐고 다 날아간다.

‘그래. 군부와도 검을 주기로 해서 관계가 좋은 거지.’

그게 아니라면 두궐륭이 굳이 사혈련과 손을 잡을 이유가 없다. 그러니 사혈련주는 절대로 철각패도의 말을 거스르지 못한다.

그래도 겉으로는 사혈련주는 존중해주었으니 불만은 없을 거다.

‘때리지 않는 게 어디야.’

철각패도는 그렇게 생각하며 편지를 지부장에게 주었다. 그리고는 곧장 사주로 향했다. 적당히 달려다가 어느 정도 시간이 되면 몸을 바꿀 것이고, 틈나는 대로 이동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달리다가 갑자기 떠오른 게 있었다. 철각패도는 걸음을 멈추고 다시 낙양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얼마 후 낙양의 외곽게 있는 인적이 없는 야산으로 향했다.

- 쐐애애애애액!!!

무시무시한 소리를 내면서 암기가 날아갔다. 암기가 향하는 곳은 아름드리나무가 있는 곳. 곧이어 쾅하는 소리와 함께 암기가 나무에 박혔다.

나무의 중간 부분이 움푹 파여 있었다. 철각패도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이게 정상이라고 중얼거리면서.

여러 개의 암기를 잡고는 던져 보았다. 이번에도 비슷한 결과가 나타났다. 커다란 나무가 암기 몇 방을 맞더니 거의 부러질 듯 휘청거렸다.

이번에는 다른 방식으로 던져보았다. 그랬더니 두꺼운 나무를 꿰뚫고 지나갔다. 이 역시 짐작했던 일.

“차이가 뭐지?”

진혁의 몸으로 던졌을 때와 차이가 있었다. 마나와 내공의 차이인가? 아니야 그것만 가지고는 설명이 되지 않아.

철각패도는 분명히 알 수 있었다. 진혁의 몸으로 암기를 던질 때는 미숙했다. 사혈련의 장로는 암기를 사용했고, 원덕강은 사용하지 않았다는 차이?

지금까지는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다. 두 몸이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하지만 생각해보면 같을 수는 없지 않나.

체격도 사용하는 기운도 판이하게 다르다. 신체의 나이나 뭐 다른 게 수십 가지는 될 거다. 그러니 다를 수밖에 없는 거다.

“암기는 연습을 좀 많이 해야겠네..”

원덕강은 암기술에는 아주 취약했다. 대부분의 무공은 쉽게 깨우쳤지만, 암기술만은 잘되지 않아 스무 살이 넘은 이후로는 아예 손대지도 않았다.

“가만. 그러니까 한쪽에서 잘되지 않는 게 다른 몸에서는 될 수도 있다는 거네?”

그렇게 생각하니까 진법을 사용할 때 좀 어색했던 것이 이해가 되었다. 그리고 문득 다른 생각이 떠올랐다.

“오호라. 잘하면.. 이거 돈황까지 가는 동안 심심하지는 않겠군.”

철각패도는 진혁의 몸으로 잘되지 않는 걸 익히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

“아니. 왜 자꾸 보자고..”

문승강은 쭈뼛거리면서 이야기했다.

“아니 왜 표정이 그래? 이야기 좀 나누자는데.”

“그게.. 지금 문파 분위기도 그렇고..”

진혁의 말에 문승강은 빠져나오기 힘들었다며 푸념을 했다. 요즘 화산파의 분위기가 좋지 않다는 거였다.

“이야기만 하는 데 뭔 일이 있으려고. 괜찮아. 괜찮아.”

“그렇지도 않는데.. 이번에 토벌에서 잘해야 한다고 수련도 해야 하고..”

진혁은 웃으면서 문승강의 어깨를 두들겼다. 속으로는 그거야 니 사정이라고 생각하면서.

“내가 흥미를 가질 만한 소식 있으면 얘기해봐.”

순간적으로 흠칫하면서 눈치를 본다. 뭔가 있는데 말하기는 조금 그렇다는 거구만.

“다 알면서 물어보는 거야. 나도 귀가 있는데..”

“그게.. 이건 아직까지는 비밀인데..”

문승강은 주저하다가 결국 입을 열었다. 다 알고 있다는 이야기에 넘어간 거였다.

“이번에 토벌에서 성과를 더 많이 올린 쪽에서 도검당주를 가져가기로 했다고..”

“뭐? 왜? 저번에 했던 것과 차이가 없는데?”

“그러니까.. 개인의 성적이 아니라 전체의 성과를 가지고 판단을 한다고..”

아. 이놈들이 개인전으로는 도저히 안 되겠으니 단체전을 하자는 거구나. 쉽게 말해서 황서군이나 남궁표가 괴물을 얼마나 더 잡았는지는 이제 중요치 않다는 거다.

오대검파가 더 많이 잡느냐, 세가 연합이 더 많이 잡느냐가 중요하다는 거다.

‘그럴 줄 알았지. 하여간 치사한 놈들이야. 어떻게든 지들이 다 해먹으려고. 쯧쯧... 그런데 니들 생각대로는 되지 않을걸?’

진혁은 좋은 정보 감사하다고 이야기하면서 자세를 잡아 보라고 했다.

“왜? 무공 봐준다는 데 싫어?”

“아니. 그게 아니라 왜 나를..”

왜 무공을 봐주느냐고?

“야. 내가 무슨 양아치야? 받은 게 있으면 주는 것도 있어야지. 싫어? 싫음 말고.”

“아.. 아니요.. 그건 아니고.”

문승강은 재빨리 자세를 잡았다. 진혁은 성의껏 녀석의 무공을 봐주었다. 무공을 봐주는 동안만큼은 정말 정성을 다했다.

문승강은 힐끔힐끔 진혁을 쳐다보았다.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없다는 듯이. 하지만 약간은 고마운 마음도 있었다.

이런 걸 굳이 알려주지 않아도 되는데 해주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그 마음은 작으나마 포인트가 되어 진혁에게 적립되었다.

‘놀면 뭐해. 한 푼이라도 벌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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