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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하는 표사-108화 (108/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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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성이 높아지면 생기는 일들.

“하 소협의 심성을 생각하면 이상한 일도 아니지.”

자신의 안위를 돌보지 않고 타인을 배려하는 사람. 진독평이 알아본 하진혁의 인물평이었다. 그에게 도움을 받은 사람은 셀 수도 없이 많았다.

진혁만이 아니라 현천문 사람들도 전부 조사를 했다. 하나같이 평이 좋았다. 의협심 넘치고 추문이라고는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공공께서 말씀하실 말한 사람들이야. 하나같이 무공도 출중하고 됨됨이 또한 훌륭하니..”

“맞습니다. 이곳에 있는 병사들도 모두 입을 모아 칭찬하고 있습니다.”

싸울 때는 앞서서 괴물을 상대하고 위기에 처하면 도와주고. 병사들로서야 좋아할 수밖에 없다.

그 시각, 진혁은 정신을 집중하며 괴물과 싸우고 있었다.

‘죽을 고비에서 구해주는 게 포인트가 가장 많아. 그러니까 그런 사람들 위주로 구해주는 게 효율적이지.’

그래서 앞에 있는 괴물은 대충 상대하고 있었다. 괴물을 잡는 것보다는 죽을 위기에 있는 병사를 구하는 게 자신에게 유리하니까.

‘아. 왜 이렇게 잘 싸워? 가끔 실수도 하고 그래야지..’

병사들은 죽을 힘을 다해 싸우고 있었다. 훈련을 잘 받았는지 세 명이 한 조를 이루어서 괴물을 상대했는데, 꽤 짜임새가 있었다.

하지만 놀도 만만치 않은 몬스터다 병사들이 상대하기에는 만만치 않은 괴물. 비록 긴 창으로 접근하지 못하게 하면서 싸우고 있었지만, 아슬아슬한 장면이 곳곳에서 일어났다.

‘오케이. 그렇지.’

놀이 덮치려고 하는 찰나 진혁이 번개처럼 몸을 날렸다. 병사는 괴물이 자신을 덮치려 하자 사색이 되어 자신도 모르게 눈을 꽉 감았다.

그런데 고통은 찾아오지 않았다. 그저 갑자기 뜨끈뜨끈한 액체가 얼굴에 조금 튀었을 뿐.

병사는 눈을 떴다. 그리고 목을 잃은 괴물이 자신의 앞에 쓰러져 있는 걸 보았다.

“괜찮으세요?”

“예.. 예..”

병사는 아직 얼떨떨한 듯 멍한 상태였다. 아마도 경험이 많지 않은 병사인 모양이었다. 진혁은 병사의 어깨를 툭툭 치고는 다시 괴물과 싸우기 위해서 달려갔다.

“야. 멍청아. 내가 정신 똑바로 차리라고 했지?”

선임 병사가 다가와서는 머리통을 탁 쳤다.

“운 좋은 줄 알아. 임마. 하 소협 아니었으면 넌 벌써 골로 갔어. 이 새꺄.”

“하 소협?”

병사는 진혁을 쳐다보았다. 저 사람이 요즘 유명한 그 하 소협이구나. 위기에 빠진 병사가 있으면 홀연히 나타나서 구해준다는.

이곳에서 진혁의 이름을 모르는 병사는 없었다. 어떤 병사들은 진혁을 신처럼 떠받들었다. 진혁을 믿으면 괴물들과 싸움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믿으면서.

진혁이 있다는 것만으로 병사들의 사기가 올라갔다. 실제로 죽는 병사도 많았다. 괴물은 그렇게 호락호락한 존재가 아니었다.

그래서 병사들은 더욱더 무언가에 의지하려고 했고, 진혁의 존재는 그런 병사들에게 신처럼 다가왔다.

“이런..”

진혁은 허공으로 뛰어오르며 검을 내질렀다. 푹 하는 소리와 함께 검이 오크의 목덜미를 꿰뚫었다. 바로 앞에는 병사가 창백한 얼굴로 주저앉아 있었다.

그리고 오크의 도끼가 병사의 코앞에 멈추어져 있었다. 조금만 늦었어도 병사는 이승 사람이 아니었을 거다.

“고맙습니다. 하 소협.”

병사는 몸을 살짝 떨면서 인사했다. 정신줄을 놓지 않은 걸 보니 그래도 경험이 제법 있는 병사인 듯했다.

“조심하셔야죠. 그럼.”

진혁은 또다시 괴물을 향해 달려갔다. 그런 진혁을 보면서 병사는 눈을 감고 합장을 했다. 그렇게라도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거였다.

저승에 정말 한쪽 발을 담갔다가 빠져나온 기분. 이런 기분은 경험해보지 않는 사람은 절대로 모를 거다. 병사는 진심을 다해서 그에게 감사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감사는 17점이라는 포인트로 환산되어 진혁에게 전달되었다.

‘아. 그 새끼 짜네. 20점 정도는 줘야지.. 감사하는 마음이 너무 저렴하잖아.’

진혁은 속으로 투덜거렸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위기에 처한 병사들은 많았으니까. 게다가 이렇게 한번 구해주면 보너스도 짭짤했다.

주변에 있던 병사들이 덩달아서 진혁에게 호감을 보이는 거였다. 그리고 그게 다 포인트였고.

진혁이 속한 곳의 병사만 해도 천 명이 넘는다. 그러니 이리저리 활약해도 진혁이 구하는 광경을 한 번도 못 본 병사도 있었다.

‘역시나 처음 본 병사한테 들어오는 게 더 커.’

처음 본 병사들은 엄청난 호감을 보였다. 10점 정도였다. 하지만 여러 차례 본 병사들은 점수가 낮아져서 5점 이하일 때도 있었다.

‘어쩔 수 없지. 그래도 많이 구하다 보면 그만큼 들어오니까.’

많이 구하면 포인트를 많이 얻는다. 진혁은 조금이라도 포인트를 더 모으기 위해서 열심히 병사들을 구하러 다녔다.

그렇게 하다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뛰어난 성과를 낼 수 있었다. 사기도 높았고, 의욕도 넘쳤다.

게다가 제갈 세가의 진법을 조금 바꾸어 병사들에게도 적용해 보았는데 효과가 만점이었다. 그래서 무시무시한 속도로 괴물들을 처치하며 계속해서 중심부로 나아갔다.

“이러다가 이곳에 괴물의 씨가 마르는 것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이게 다 온 문주님 덕입니다.”

진독평은 온위립을 추켜세웠다. 온위립은 손을 내저으면서 자신이 한 게 뭐가 있느냐고 했다.

“제갈 세가의 진법이 효험이 있는 탓 아니겠습니까?”

“현천문분들이 맡은 곳에서 크게 활약을 해 주신 덕분이지요.”

온위립의 말에 제갈중선이 답했다. 제갈중선은 현천문이 아니었다면 이런 성과는 내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진독평은 슬쩍 진혁의 이야기를 꺼냈다.

“요즘 하 소협을 신으로 모시는 병사들도 있답니다. 참으로 대단한 문도를 두셨습니다.”

“맞습니다. 하 소협의 활약이야 여기에서 모르는 사람이 있습니까?”

병사들의 수호신 같은 존재였다.

“그런데 하 소협은 알유를 잡은 경험도 있다지요?”

“사주에 오갈 때 잡은 적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진독평이 이 이야기를 꺼낸 데는 이유가 있었다. 이곳의 중심부에 있는 포식자가 바로 알유였기 때문이었다.

“척후의 보고에 따르면 알유의 무리가 가장 중심부에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는 건 알유만 모두 잡으면 이 일대의 괴물을 완전히 정리한 거나 마찬가지다. 나머지 자잘한 녀석들이야 정리하는 게 어렵지 않으니까.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없었던 일이다. 최초로 완전 토벌.

만약 그걸 해 낸다면 정말 대단한 일이 될 것이다. 황제의 주목을 받게 될 것이고, 이 일을 주도한 채 공공의 입지는 더욱 단단해질 거다.

더불어 현천문과 제갈 세가의 위명도 어마어마하게 커질 것이고.

“혹시 얄유를 잡는 걸 상의해 보신 적 있소이까?”

“며칠 전에 잠시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있었는데..”

온위립은 가능하다고 이야기했다. 진혁은 온위립이 목세강의 역할을 하고 호승렴이 한천위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았다.

게다가 자신이 상황을 보아 개입을 하면 한 마리 정도는 아무런 피해 없이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한 거였다. 게다가 병사들이 많으니 함정 같은 걸 만들기도 좋았고.

“그렇소이까? 그러면 이 일대를 완전히 토벌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겠소?”

“완전한 토벌이라..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겠군요.”

진독평은 만약 이대로 진행된다면 자신을 비롯한 이곳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엄청난 혜택을 받을 거라고 말했다.

“아시다시피 황제 폐하께서는 괴물을 퇴치하는 걸 가장 큰 일로 생각하고 계십니다. 그러니 이번 일만 성공한다면 이곳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탄탄대로를 걷게 될 것입니다.”

황제의 비호를 받게 되니 누가 건드릴 수 있겠나. 제갈 세가나 현천문도 다른 문파에서 함부로 건드리지 못할 거다.

***

“어떻다고 하더냐?”

현허진인의 물음에 수하가 곧바로 대답했다.

“활약이 대단하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뭉쳐있다 보니까 그 효과를 보는 듯합니다.”

“그렇겠지. 그래서 그렇게 떨어뜨려 놓으려고 한 것인데..”

아쉬웠다. 원래 생각대로 진행되었다면 지금쯤 몇 명은 죽어나갔을 텐데. 이렇게 가다가믄 오히려 놈들의 명성만 올려주는 꼴이 될 것 같았다.

“그런데 한 명은 따로 떨어져 있습니다. 그것도 선봉 부대에 있는데..”

“그건 또 무슨 소리냐?”

수하는 자신이 알아낸 정보를 말했다.

“특혜라고 이런저런 말이 나왔는데 그걸 무마하겠다고 하진혁이라는 대제자가 자원을 했다고 합니다.”

“별 미친놈이 다 있구나.”

아니 이런저런 말이 나오는 거야 무슨 일을 해도 있다. 하찮은 것들이 하는 말에 일일이 신경을 써서야 어떻게 큰일을 하겠나.

그렇다고 안전한 곳을 버리고 가장 위험한 곳으로 들어갔다? 현허진인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분위기가 그다지 좋지 않았다고 합니다.”

당연한 일이다. 동창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거다. 그런데 그런 동창의 비호를 받아서 특혜를 입은 제갈 세가와 현천문.

같이 싸우는 병사들이 그 꼴을 좋게 볼까? 그런 병사는 한 사람도 없다. 게다가 군과 동창은 사이가 무척 나쁘다.

이런저런 것들이 겹쳐서 제갈 세가와 현천문에 대한 병사들의 감정은 거의 최악이었다. 그런데 진혁이 자리를 옮기고 전투가 벌어지자 확 바뀌었다.

헌신적인 진혁의 모습에 병사들이 감동을 받은 거다. 게다가 현천문의 사람들도 몸을 아끼지 않고 괴물과 싸웠고.

“안전한 곳에 웅크리고 있었다면야 분위기가 좋지 않았을 겁니다.”

“그랬어야 우리가 손을 쓰기가 좋았을 터인데.. 흐음.. 아쉽구나. 아쉬워..”

현허진인은 혹시 그런 걸 노리고 움직인 게 아닌가 생각해보았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선봉이라면 정말 죽을 수도 있다. 그런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일을 벌이지는 않을 것 같았다. 그렇다면 원래 그런 사람들이라는 말이다.

“어떤 면으로는 참 대단하기는 하구나. 그런 마음가짐이 쉬운 것이 아닌데..”

“예. 속하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지금은 다들 제갈 세가와 현천문을 칭송하기 바쁘더군요.”

이렇게 되면 방법이 없다. 뭔가 꼬투리를 잡을 게 있어야 진독평을 뺄 것인데 그런 거리가 없었다.

진독평만 다시 불러들일 수 있다면 얼마든지 손을 쓸 수 있다. 하지만 괴물을 잡은 실적도 다른 곳보다 좋았고, 분위기도 좋다.

“게다가 워낙 실적이 뛰어나서.. 그리고 이건 그냥 들리는 이야기이기는 합니다만..”

수하는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중심부에 있는 알유를 잡고 일대의 괴물을 완전히 토벌할 거라는 이야기를.

“뭐라? 알유를 잡고 일대를 전부?”

그렇게 되면 정말 큰일이다.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그렇게 되면 제갈 세가나 현천문은 손댈 수 없는 까마득한 존재가 되어버린다.

절대로 그렇게 되어서는 안 된다. 절대로.

“수가 없는 것인가? 이대로 가면 안 된다. 그렇게 되기 전에 빨리 잘라버려야 하는데..”

현허진인은 심각한 표정이 되었다. 감이 좋지 않았다.

이런 자리에 오래 있다 보면 다른 사람들은 잘 보지 못하는 걸 보게 된다. 현허진인의 감은 지금 현천문과 제갈 세가에 손을 써야 한다고 강력하게 경고하고 있었다.

알유는 무시무시한 괴물이다. 그런 괴물이 수십 마리가 있으니 그놈들을 잡는 건 만만한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만약 그놈들을 다 잡는다면 그건 일대 사건이다.

“방법이 없는 게 아니지. 아직 내가 찾지 못한 것일 뿐.”

현허진인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놈들을 제거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대장군인 두궐륭의 힘을 합쳐 무언가를 꾸밀 수도 있다.

이대로 간다면 대장군 두궐륭에게 좋지 않다는 건 그도 잘 알 거다. 그러니 이쪽에서 손을 내밀면 거절할 이유가 없다.

현허진인은 그렇게 일을 꾸미려고 했는데, 생각지도 않은 일이 벌어졌다.

“뭐? 괴물들이 또 이상한 행동을 보인다고?”

“예. 그렇습니다.”

갑자기 괴물들이 이상한 행동을 보였다. 미쳐 날뛰기 시작한 거다.

모든 토벌은 중단되었다. 그리고 황도를 지키기 위해서 정예 병력을 모두 불러들였다. 무림맹의 정예들도 포함되었고, 군과 황실의 정예도 모두 포함되었다.

물론 이번에 눈부신 활약을 한 현천문과 제갈 세가도 포함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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