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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하는 표사-103화 (103/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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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좀 해라. 이것들아.

하루아침에 낙양에 소문이 다 났다. 철각패도가 그 큰 목소리로 몇 시진을 떠들었으니 사람들이 모르려야 모를 수가 없었다.

워낙 충격적인 일이다 보니 사람들의 큰 관심을 끌었다. 명문 정파라고 하는 문파들로 구성된 무림맹이다. 그런 무림맹에서 추악한 일들이 벌어졌다니.

낙양은 그 일로 시끌시끌했고, 소문은 다른 곳으로 들불처럼 번지고 있었다.

“원래 깨끗한 옷은 더럽혀지기 쉬운 법이지요.”

금검 교무국이 찻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철각패도는 영 귀찮다는 표정으로 대꾸했다.

“왜 왔어?”

“이런 큰일을 하셨는데 어떻게 저희가 가만히 있겠습니까.”

금검 교무국은 히죽 웃으면서 말을 덧붙였다.

“련주님께서도 이번 일에 큰 관심을 보이고 계십니다. 지금이 바로 적기라고 생각하고 계시는 거지요.”

금검은 무림맹의 평판이 흔들리는 지금이 기회라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그래서 사혈련이 무림맹을 밀어내고 그 자리를 차지하자고 했다.

“사혈련이 무림맹을 대신한다? 웃기는군.”

무림맹을 밀어내? 요즘 몇 건 하니까 아주 보이는 게 없구나. 무림맹이 그렇게 만만한 곳인줄 알아? 철각패도는 코웃음을 쳤다.

“못할 게 뭐가 있겠습니까. 사실 무림맹에 하는 일도 없잖습니까. 이래저래 보호비나 뜯어내지.”

그건 그렇다. 사실 무림맹이 크게 해주는 건 없다. 그러면서도 상당한 자금을 벌어들이고 있다. 아주 교묘한 방법을 통해서.

“무림맹은 상단과 표국을 통해서 돈을 긁어모으고 있습니다.”

대형 상단은 거래를 통해서 작은 상단이나 소비자의 돈을 빨아먹는다. 반발 같은 건 있을 수 없다. 그랬다가는 무슨 꼴을 당할지 모르니까.

그렇게 대형 상단이 폭리를 취할 수 있는 배경에는 무림맹이 있는 거다. 무림맹이 관리부터 저항하는 사람까지 알아서 처리를 해준다. 그래서 마음 놓고 폭리를 취한다.

그리고 그렇게 벌어들이는 자금의 일부를 무림맹에 여러 명목으로 건넨다. 표국도 마찬가지다. 대형 표국들이 크고 작은 사고를 치면서도 무사할 수 있는 건 다 무림맹이 뒤에 있어서 그런 거였다.

‘깨끗한 척하지만 가장 더러운 놈들이지.’

교무국은 그런 사실까지 알리면서 무림맹을 밀어내자는 거였다. 그러면서 사혈련주가 이야기한 내용을 말했다.

“사주처럼 새로운 거점을 하나 만드는 겁니다. 무림맹의 비리가 심한 곳을 노리면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면서 두 곳을 이야기했다. 한 곳은 장안, 다른 한 곳은 낙양이었다.

두 도시는 대도시인 만큼 많은 사람이 모이고, 많은 이권이 존재하는 장소다. 그만큼 무림맹이 많은 돈을 쓸어가는 곳이기도 했고.

“장안이나 낙양? 미쳤군.”

“아니. 대장로님은 두 곳에서 활약을 하시지 않았습니까? 련주님께서는 그게 다 어느 정도 염두에 두시고 하신 거라고 하시던데..”

금검 교무국은 그리 말하고는 철각패도의 눈치는 살폈다.

염두에 두기는 개뿔. 그냥 어쩌다 보니 한 거고 거리상으로 가깝고 사람이 많아서 한 것뿐이었다.

그런데 사혈련주는 철각패도가 철저한 조사를 통해서 밑 작업을 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게 아닌가. 굳이 그런 기대를 깰 필요는 없겠지.

“내 말은 무림맹이 가만히 있겠느냐는 거다. 그걸 니들이 감당할 수 있겠냐는 거고.”

그 말은 사혈련의 능력이 부족해서 어렵다는 거다. 철각패도 자신은 얼마든지 할 수 있다. 때려눕히든 분탕질을 치든 할 수 있지만, 아무도 건드리지 못한다.

하지만 사혈련은 그렇지 못하다. 자리를 잡는다고 해도 무림맹에게 쫓겨날 거다. 철각패도는 그걸 지적한 거였다.

“내가 계속 머무르면 모르겠지만, 그럴 수가 있나. 사주에도 가야 하고 다른 곳에도 볼 일이 있으니까.”

사혈련 전체를 무시하는 소리였다. 하지만 금검 교무국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철각패도의 말이 완전히 틀린 건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무언가 복안이 있는 듯했다. 교무국는 눈빛을 빛내면서 말했다.

“쉽지는 않겠지만, 이런 기회를 놓칠 수는 없는 일 아니겠습니까.”

그래? 혈도 임평백이라면 무조건 싸우고 보는 놈이니까 대책 없이 덤벼들겠지만, 사혈련주나 금검 교무국은 혈도와는 다른 인간들이지. 뭔가 속셈이 있구만?

“호오.. 뭔가 방법이 있나 보군.”

슬쩍 떠보았다. 금검 교무국은 대답하지 않았지만, 말한 거나 마찬가지였다.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어 보였으니까. 그는 웃으면서 질문을 던졌다.

“대장로님. 두 곳 중 어디가 더 좋을 것 같으십니까?”

“말 돌리지 말고 바로 얘기해라!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 보면 이미 조사가 끝난 것 같은데!”

철각패도가 인상을 쓰면 호통치자 교무국은 찔끔했다.

“저희는 낙양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실 철각패도가 사주를 먹긴 했지만, 거긴 변방이다. 비록 상업도시이고 큰 도시이긴 하지만 손가락이 잘린 정도랄까?

하지만 장안이나 낙양은 다르다. 이곳 중 한 곳에서 사혈련에게 밀린다면 팔이나 다리가 하나 잘린 꼴일 것이다.

“낙양이라..”

장안이나 낙양은 한때 도읍이었던 어마어마한 대도시. 사혈련이 만약 이런 곳을 거점으로 삼을 수 있다면 그건 의미가 남다를 거다.

‘아주 특별한 사건이겠지. 사혈련주라면 욕심낼 만하네. 권력이나 힘을 탐하는 놈이니까.“

철각패도가 생각을 하는 사이 교무국의 말이 계속 이어졌다.

“장안은 태수인 손제형이 무척 까다로운 인물입니다. 게다가 그가 비리를 많이 척결하기도 해서 효과가 크지 않을 것 같더군요.”

하지만 낙양은 다르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무림맹의 비리가 어마어마하게 많다. 그 사실이 전부 까발려지기라도 하면 엄청난 폭풍이 몰아칠 그런 일들이.

그리고 그런 걸 다 조사해 놓았을 거다. 하지만 그걸 세상에 공개하는 건 또 다른 문제다. 그걸 감당하기란 어려운 것이니까.

그래서 금검 교무국이 이곳까지 온 거다. 철각패도 말고는 그런 걸 까발릴 수 있는 사람이 없으니까.

“나 보고 말하고 날아오는 칼도 내가 맞으라는 거군.”

“하하. 그럴 리가요. 그저 가장 적임자가..”

“더 말하면 혀를 뽑아버릴지도 모른다.”

철각패도의 말에 금검 교무국은 곧바로 입을 다물었다.

“뭐. 해 주지. 말하는 게 어려운 건 아니니까. 일단 무슨 꿍꿍이가 있는지 다 말해.”

무림맹 전체가 벌떼처럼 일어나지는 않더라도 소림이 가만히 있지 않을 거다.

낙양은 하남의 대도시이고 하남에는 소림이 있으니까. 낙양에 사혈련이 자리를 잡는 걸 소림이 용납한다?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소림의 위세가 땅에 떨어질 건 자명한 일. 그런데도 일을 진행하는 건 뭔가 믿는 구석이 있다는 거다. 그걸 털어놓으라는 말.

철각패도의 말에 교무국이 눈치를 살피다 입을 열었다.

“낙양 태수의 협조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낙양 태수? 철각패도는 더 말해보라고 했다.

“지금 낙양 태수가 두궐륭 대장군 쪽 사람입니다.”

그 말로 모든 것이 그려졌다. 사혈련주가 두궐륭 장군과 손을 잡았으니 그 줄을 좀 이용하겠다는 거였다.

그러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질 수 있다. 두궐륭 대장군이라는 뒷배가 있다면 낙양에서 자리를 잡는 것도 가능하다.

“그렇다면 상단이나 표국도 어느 정도 사혈련에 돈을 바쳐야 할 테고.”

“여기저기서 조금씩 받고는 있지만, 낙양에서 받는 것과는 비교할 수가 없을 겁니다.”

상단이나 표국은 가능하면 적을 만들지 않으려고 한다. 특히 권력이나 무력이 강한 곳은 신경을 더 쓴다.

사혈련도 여기저기서 돈을 조금씩 받고 있다. 하지만 그건 정말 푼돈. 낙양과 같은 대도시에 자리를 잡으면 어마어마한 돈이 떨어질 것이다.

모든 그림이 완성되었다.

‘두궐륭은 무림맹이 곱게 보일 리가 없지. 이번에 토벌을 하면서 점수를 땄는데, 무림맹이 황실과 손을 잡고 괴물을 토벌한다고 했으니까.’

무림맹과 황실이 토벌에 성과를 내면 두궐륭 대장군의 업적은 그냥 사라지는 거다. 그러니 응징을 해야 한다. 어려울 것도 없다. 사혈련의 손을 조금만 거들어 주면 되니까.

사혈련주는 사혈련을 키우겠다는 자신의 욕망을 채우니 좋을 테고. 그리고 금검 교무국은.

‘이 새끼 사람 죽일 생각에 좋아서 저러는구만.’

무림맹이 그냥 물러날 리 없다. 들어오는 돈이 얼만데 물러나겠나. 어차피 피는 흘러야 한다. 가능하면 적은 수만 피를 흘리고 끝나는 게 좋지. 그러자면 금검이 움직여야 할 테고.

“좋다. 그러면 사주에서 썼던 방식을 조금 응용해서 하도록 하지.”

“응용이라 하심은..”

철각패도는 스산하게 웃었다.

“그건 보면 안다.”

***

“아니 저 자를 어떻게든 좀 해야 할 것 아니오.”

“어떻게 말이오. 방법이 없지 않소. 방법이.”

철각패도는 연일 목소리를 높였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는 한술 더 떴다. 아예 무림맹 지부가 낙양에서 사라져야 한다고 소리쳤던 거다.

그런데 사람들은 오히려 열광했다. 무림맹이 저지른 비리와 유착관계를 이야기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광흥표국에서 다른 곳에서 착취한 돈이 무림맹으로 흘러들어 가고 있소! 정확하게는 소림이지!”

철각패도의 말에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알게 모르게 그동안 당해왔던 사람들의 울분이 한꺼번에 터진 거였다. 철각패도는 주먹을 번쩍 들었다.

“그런 부도덕하고 파렴치한 자들인데 가만히 둬서야 되겠나?!”

“안됩니다!!”

사람들이 소리를 질렀다. 마치 콘서트장 같은 분위기였다. 철각패도는 천천히 움직이면서 어깨를 빙빙 돌렸다. 그랬더니 사람들의 목소리가 더욱 커졌다.

“부숴라!! 부숴라!!”

철각패도는 손짓을 했고, 사람들의 목소리를 더욱 커졌다. 주변이 떠나갈 것 같은 함성.

“으아아아아아압!!”

- 콰아아아앙!!!

철각패도가 주먹을 내뻗자 무림맹 지부의 기둥 하나가 폭파된 것처럼 산산조각이 났다.

“우아아아아!!!”

사람들의 박수 소리와 환호성이 주변을 가득 메웠다. 무림맹 낙양 지부의 건물은 낙양 시내에서도 가장 비싼 지역에 있었다.

아주 화려하고 멋들어진 건물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처참하고 흉한 몰골이었다. 담벼락 여기저기가 무너져 있었고, 기둥도 몇 개나 부서져 있었다.

철각패도가 굵직굵직한 비리를 하나씩 말할 때마다 무림맹 지부의 어딘가를 부수었기 때문이었다.

“관에서는 뭐라더냐? 저런 자를 잡아가지 않고 뭘 하는 거냐고?”

소리를 질렀지만,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어쩐 일인지 관에서는 철각패도가 가고 나서야 이곳에 왔다. 와서도 그냥 쓱 둘러보는 게 전부였다.

무림맹 낙양 지부장은 아주 죽을 맛이었다. 차라리 한 번에 일이 끝나면 이렇게까지 힘들지는 않을 거다.

그런데 매일 같이 와서는 이 난리를 피우니 정말 쓰러질 것 같았다. 잠도 거의 자지 못했고, 밥도 들어가질 않았다.

“자! 그럼 이번에는 광흥 표국으로 갑시다!”

철각패도의 말에 사람들이 우르르 뒤를 따랐다. 그제야 낙양 지부장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어떻게 해 볼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무인들이 가만히 있었겠나. 하지만 정말 한 방에 대부분 나가 떨어졌다.

무림맹주가 와도 힘들 거라는 말까지 돌았다. 게다가 관에서도 꼼짝하지 않고. 그때 누군가 무림맹 낙양지부를 향해 누군가가 외쳤다.

“꼴 좋다. 니들도 이렇게 당해보니 기분이 어떠냐?”

평소라면 그런 말을 한 놈을 잡아다가 손을 썼겠지만, 지금은 그럴 여력이 없었다. 오히려 그랬다가 철각패도가 오기라도 하면 더 낭패 아닌가.

그러니 그저 조용히 물러가는 걸 바라는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무림맹 본단에서 어떤 조치를 빨리 취하기만 기대하고 있었다.

“어이! 왕자청!”

광흥 표국에 도착한 철각패도는 큰소리로 외쳤다.

사대표국 중 한 곳인 광흥 표국. 그곳의 표국주는 벽력도 왕자청이었는데, 소림의 속가 제자였다.

사협 표국과는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거대한 세력. 사협 표국이 지방의 작은 운송업체라고 하면 광흥 표국은 전국적인 운송회사라고 할 수 있다.

아무도 나오지 않자 철각패도는 더 큰 소리로 외쳤다.

“야. 이놈들아. 그렇게 사람들 등골을 빼먹고도 잠이 잘 오더냐? 어디 얼굴이나 한번 보자. 도대체 어떤 놈들이길래 그런 짓을 하고도 뻔뻔하게 얼굴 들고 다니는지.”

철각패도가 내공을 담아 소리를 질렀다.

“나와!! 이놈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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