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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좀 해라. 이것들아.
‘하기야 나도 어떻게 보면 천재라고 볼 수 있겠네.’
다른 세상에서 온 사람들이 자신과 비슷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면 당연히 천재로 보일 거다. 그리고 에너지를 모아서 떠나면 갑작스런 실종이나 의문의 죽음으로 처리되겠지.
그거야 그거고 일단 포인트부터 빨리 모아야 할 것 같았다. 진혁은 현천문 사람들을 키우는 데 주력했다.
현천문 사람들의 성장은 순조로웠다. 괴물을 잡으면 저절로 성장하니까. 그렇게 토벌전이 거의 마무리되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별다른 변화가 보이지 않았다. 이제는 따라잡을 수 없는 격차로 벌어졌는데도 말이다.
“하지만 속셈이 있는 겁니다. 그러니까 저 사람들이 저렇게 여유가 있는 거겠죠.”
“정말 이번 결과로만 한다면야 호 소협이나 온 문주님이 도검당주가 되는 건데 말입니다.”
제갈중선의 말에 온위립은 손을 내저었다.
“그런 자리에는 관심 없습니다. 그리고 그게 저에게 돌아오겠습니까?”
온위립도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알만큼은 안다. 권력을 손에 쥔 자들이 어떤 짓까지 할 수 있는지 너무나도 많이 보아왔다.
“아닙니다. 저는 정말 세력이나 다른 요인 말고 정말 실력 있는 사람이 인정받아야 한다고 봅니다.”
제갈중선은 천하는 너무나도 부패했다고 한숨지었다.
“실력이 있으면 뭐합니까. 그럼 사람이 나오면 어떻게든 이용해 먹으려만 하고 좀 클 것 같다 싶으면 뭉개려고 하는 데요.”
그는 그런 분위기가 없어지지 않는 이상 희망은 없을 거라고 했다.
“제갈 세가도 그런 면에서는 피해자나 마찬가집니다. 조금이라도 무공에 특출난 사람이 나오면 사방에서 견제가 들어오니까요.”
머리도 좋은 곳이 무공까지 갖추면 곤란하다는 거다. 그래서 다른 세가들은 제갈 세가를 이용하면서 적당히 견제해왔다.
그 피해자 중 한 명이 지금의 가주인 제갈중택이었다.
“형님이 젊었을 때 다치지만 않았더라면..”
제갈중선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하지만 이내 그늘을 떨쳐내면서 말을 이었다.
“그런데 놈들이 어떤 수를 쓸까요?”
“글쎄요? 어지간한 방법으로는 어려울 것 같은데..”
그 시각, 청광진인은 태후를 만나고 있었다.
“아니. 그런 무인들이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진인.”
“그렇습니다. 태후 마마. 괴물들을 잡는 데 아주 특별한 자들입니다.”
청광진인은 웃으면서 태후에게 말을 했다.
“그런 자들을 모아서 괴물을 토벌하게 한다면 큰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 태후 마마.”
“그렇겠지요. 그러면 백성들도 좋아하겠어요.”
태후의 주름이 가득한 얼굴에 웃음기가 번졌다.
“당연한 말씀이십니다. 백성들은 황제 폐하의 은덕이라고 칭송할 것입니다.”
“그렇군요. 맞아요.”
그런데 태후는 조금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하지만 무림인들이 그렇게 쉽게 말을 들을까요?”
“황제 폐하의 명인데 어찌 거절을 할 수 있겠습니까. 게다가 제가 있지 않습니까.”
청광진인은 자신이 알아서 처리를 하겠다고 말했다.
“호호. 진인이 있어서 정말 든든하답니다. 항상 이렇게 좋은 일을 해주시고.”
“그러면 저는 그리 알고 준비를 하겠습니다.”
태후는 그리하라고 말했다.
“황제께는 내가 잘 이야기를 할 테니 조만간 연락이 걸 겁니다.”
“저는 미리 준비를 하고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태후 마마.”
청광진인은 그리 말하고는 자리를 떴다. 그러자 태후는 사람을 시켜 채공공을 불렀다.
태후는 채공공에게 청광진인의 제안을 이야기하고는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물었다.
“좋은 제안인 것 같습니다. 괴물을 퇴치하는 일은 천하를 평안하게 하고 황제 폐하의 은덕을 만천하에 알리는 길입니다.”
“그런데 진인은 왜 이런 제안을 했을까요?”
태후의 눈빛은 청광진인을 대할 때와는 사뭇 달랐다. 자애롭고 부드러운 눈빛은 간데없고, 날카롭고 깊이 있는 눈빛이 자리하고 있었다.
“본인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 있으니 저러는 거 아니겠습니까. 마마. 제가 자세한 건 한 번 알아보겠습니다.”
“그래 주세요. 어찌 되었건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니 진행은 하는 편이 좋겠군요.”
채공공은 부드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조아렸다.
“니예. 마마. 그러는 게 좋다고 사료되옵니다.”
이번에 대장군 두궐륭이 황도로 향하는 괴물을 막고서 기세가 등등했다. 채공공은 그걸 한 번은 눌러줘야 하니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대신 책임자로 무림의 인물을 명하고 무림인들의 청이 간곡해서 가납한 것으로 하심이 어떨는지요.”
“호오.. 그것이 더 좋겠구려.”
무림인들이 먼저 청을 올렸다. 그래서 살펴보니 좋은 의도라서 승낙했다. 그렇다면 억지로 명령을 내린 것과는 다르다.
“황실의 무인들로 하여금 그들을 돕게 하면 더욱 모양새가 좋을 것입니다.”
태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무림인이 공을 다 가져가게 해서는 안 된다. 모든 공은 황제에게로 향해야 하니 무림인들로만 구성된 토벌대는 아니 될 말.
“어떤 자가 적당할 것 같소? 채 공공.”
“금군과 동창에서 적당한 자들을 골라 놓겠나이다. 태후 마마.”
“호호호. 그렇게 해주세요. 그 일은 채 공공에게 맡기겠습니다.”
채 공공은 태후와의 이야기를 마치고 밖으로 나왔다. 그는 자신의 방으로 와서는 환관에게 명을 내렸다.
“제독동창에게 지금 이리로 오라고 하거라.”
환관은 고개를 숙이고는 종종거리며 나갔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동창의 우두머리인 제독동창이 들어왔다.
“부르셨습니까. 공공.”
“알아봐야 할 게 좀 있다.”
채 공공은 청광진인과 무림맹 관련해서 어떤 일이 있는지 소상히 알아보라고 했다.
“최근에 무림맹에서 가장 세력이 강한 곳이 어디지?”
“아무래도 무당이 속한 오대검파가 세가 강합니다.”
제독동창은 소림 일파가 그다음, 세가 연합은 가장 약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세력관계는 무척 복잡했다.
사대상단 중 두 곳이 오대검파, 그것도 무당과 인연이 깊었다. 소림은 성흥 상단, 사대표국 중 두 곳과 밀접한 관계였고.
세가 연합도 구룡 상단이라는 돈줄이 있었다. 그러니 약하다고는 하지만 아예 무시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런데 최근에 조금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공공.”
“재미있는 이야기? 그게 뭔가?”
제독동창은 토벌전과 관련된 이야기를 했다.
“오호. 세가 연합이 두각을 나타냈다? 청광진인이 나선 게 바로 그 때문이군. 그래.”
채 공공은 알만하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무림 맹주 자리를 놓고 벌어지는 일들이 눈에 선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좀 더 알아보게. 정보라는 건 때로는 칼보다도 강한 법이니.”
“여부가 있겠습니까. 공공.”
채 공공은 이렇게 권력을 두고 복잡하게 얽혀있을 때야말로 자신이 움직이기 좋은 시점이라고 생각했다.
“어디 보자. 동창에서 뽑을 자는 제독동창이 알아서 추리라고 하면 되고, 금군에서는 누구를 보내야 하나..”
채 공공은 고민을 하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최근 너무 복잡한 일이 많아서 머리가 어지러웠기 때문이었다.
그는 측근에게만 알리고는 호위무사 몇 명과 함께 황궁을 나섰다. 상점거리를 좀 돌아보기 위해서였다.
채 공공은 머리가 복잡할 때는 가끔 상점거리를 돌아보면서 기분전환을 했다. 그는 이런저런 물건들을 구경하며 다니다 한 상점 앞에 멈추었다.
장신구를 파는 상점이었는데, 그는 목걸이와 귀걸이를 지그시 쳐다보았다. 채 공공의 입가에 슬며시 미소가 지어졌다.
***
“허어.. 아니 이럴 수가 있는가.”
제갈중선은 해도 해도 너무한다면서 분노를 드러냈다.
“아니. 토벌전을 그만두는 것이야 그럴 수 있다고 치자고.”
“맞아요. 숙부님. 이건 너무 심한 처사예요. 이건 받아들이면 안 됩니다.”
제갈벽린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황제의 명으로 괴물을 토벌하기 위한 토벌대가 구성되었다. 당연히 토벌전은 취소되었다. 문제는 현천문과 제갈 세가의 사람들을 가장 위험한 지역에 배정되었다는 거였다.
“아우.. 이건 우리를 다 죽이려는 수작입니다. 가만히 있으면 안 됩니다.”
호승렴도 펄펄 뛰었다. 하지만 거절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했다. 황제의 명이었기 때문이었다.
“황제의 명은 무슨. 이게 다 현허진인의 수작 아닙니까.”
호승렴은 분이 풀리지 않는지 씩씩댔다.
맞는 말이었다. 청광진인은 처음에는 무림맹에서 먼저 제안을 한 것으로 하라는 말에 조금 당황했다. 하지만 모양새야 어떻든 결과만 잘 나오면 되는 것 아니겠나.
무림맹의 부맹주인 현허진인을 무림인의 책임자 자리에 앉혔다. 그리고 현허진인은 가장 눈엣가시인 현천문과 제갈 세가의 사람들을 가장 위험한 지역에 배정했다.
다른 문파에서는 별다른 말이 나오지 않았다. 제갈 세가가 갑자기 강성해졌으니 경계를 하는 거다. 이런 식으로 힘을 좀 빼놓는 게 좋겠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하지만 이렇게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습니다.”
억울했다. 정말 실력으로 싸워서 도검당주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그런데 힘 좀 있다고 비열한 수를 써서 그럴 기회를 없애버렸다.
그것도 모자라 죽을 수도 있는 사지로 밀어 넣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화가 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거다. 진혁도 마찬가지였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개새끼들이네.’
정말 비열하고 치졸함의 끝을 보여주는 놈들이었다. 어떻게 무림맹이라는 단체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하기야 어디는 안 그렇겠어. 예전에 살던 곳에서도 정치권이다 대기업이다 협회다. 다 이거 비슷한 짓을 했지.’
일단 피할 수는 없었다. 그렇다면 그 상황에서 최선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위험한 곳이겠지만, 거기서 성과를 낸다면 오히려 더 큰 기회를 잡을 수도 있을 겁니다. 일단은 그곳에서 살아남을 방법을 찾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침착한 진혁의 발언에 온위립도 동의했다.
“그렇소이다. 어차피 이곳의 인원을 아예 지목해서 명을 내렸으니 피할 수는 없소. 하지만.”
온위립은 부정적인 생각보다는 희망을 갖자고 말했다.
“이번에 보지 않았소이까. 제갈 세가와 현천문이 힘을 모으면 어떤 괴물이라도 상대할 수 있을 거요.”
그 말에 사람들은 조금은 마음을 수습하는 듯했다.
“그러니 일단 흩어지지 않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당연한 말. 세갈 세가와 현천문은 지금까지 손발을 맞추었다. 한데 뭉쳐있어야 그 힘을 온전히 발휘할 수 있다. 하지만 바로 그 점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그래서 내가 걱정이라는 말입니다. 후우..”
제갈중선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저들도 그걸 모를 리가 있겠소이까. 당연히 갈기갈기 찢어 놓으려고 할 거요. 게다가 책임자가 현허진인이니..”
방법이 없을 듯했다. 그리고 걱정대로 제갈 세가와 현천문의 사람들은 몇 명씩 묶어서 떨어뜨려 놓았다. 아예 가서 다 죽으라는 소리나 마찬가지였다.
진혁은 반드시 그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자신은 죽어도 상관없다. 다시 살아날 수 있으니까. 하지만 제갈 세가나 현천문 사람들은 아니다.
‘어떻게든 현천문과 제갈 세가 사람들은 모아야 해. 하지만 방법이 마땅치 않네..’
이건 아무리 고민해도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서 원래 하려던 걸 조금 앞당겨 하기로 했다. 지금 이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실을 널리 알리는 거였다.
원래 여기서 벌어지는 일을 알리려고 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훨씬 치졸하고 더러운 짓이 벌어졌다.
만약 이 사실을 사람들이 안다면 무림맹은 욕을 단단히 먹을 거다. 민심도 돌아설 거고.
‘그렇게 되면 무슨 수가 생길 수도 있지.’
황실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황실은 민심에 상당히 신경을 쓰니까. 그러니 이 일을 앞당겨서 퍼트릴 생각이었다.
이런 건 제갈 세가나 현천문 사람들이 직접 떠들고 다닐 수는 없다. 애초에 그럴 생각도 없었다. 더 효과적인 사람이 있었으니까. 바로.
“뭐 이러 개 같은 경우가 있어? 어?”
철각패도는 낙양에 있는 무림맹 지부에 나타나서는 큰소리로 외쳤다. 돈을 받을 것이 있는데, 그 사람들이 죽으면 어떻게 할 것이냐고 따졌다.
“야. 이런 드러운 짓은 사파도 하지 않아. 니들이 이러고도 정파냐? 어?”
철각패도는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그를 말릴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그 누구라도 맞아 죽기는 싫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