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벨업하는 표사-101화 (10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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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좀 해라. 이것들아.

진혁은 아공간을 열 수 없는 것이 너무나도 안타까웠다. 지금 영혼의 돌을 꺼내 마나를 불어넣으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 같은데, 그건 불가능했다.

이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그럴 수는 없다. 진혁은 자그마한 소리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소리는 그것으로 끝이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분명히 관리자가 존재하고 연락을 해왔어.’

잡음이 심해서 잘은 듣지 못했지만, 찾아온다는 것 같았다. 그게 아니라도 계속 연락을 하면 만날 수 있을 거다.

관리자가 정말 있는지 없는지 확인조차 불가능했던 상황이었는데, 이제는 관리자의 유무는 확인된 거나 마찬가지.

진혁은 그것만으로도 기운이 났다. 이제는 집으로 돌아가는 일만 남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천천히. 조급하게 공격하지 말고 침착하게.”

진혁의 목소리에 신바람이 가미되었다. 하지만 전투는 이미 거의 막바지. 진혁이 힘을 완전히 빼서인지 그전만큼은 성과가 나오지 않았다.

그래도 세가 연합이 1위였다. 격차는 전보다는 많이 줄었지만. 2위는 오대검파였고.

그리고 그날 청광진인이 온 걸 안 무공대사는 곧바로 공격을 했다.

“철각패도와 내통을 해서 무기를 구하다니 이게 어디 있을 수나 있는 일입니까?”

무공대사는 목소리를 높였다. 청광진인이 무슨 움직임을 보이기 전에 어떻게든 상황을 유리하게 만들어 보자는 속셈이었다.

하지만 오대검파는 이미 대응책을 마련해 놓고 있었다. 일단은 이번 일은 화산파의 장문인인 을지검군 주복형 개인이 한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게다가 을지검군 또한 당당하게 나왔다.

“아니 괴물을 상대할 수 있는 보검이 있다기에 샀을 뿐입니다. 그런 검이 있다면 어느 누가 주저하겠소.”

그는 물건을 파는 사람이 철각패도라는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설사 철각패도가 주인이라고 한들 그게 무슨 문제냐고 반문했다.

“누구의 물건이든 상관있겠소이까. 괴물들을 처단하는 일이오. 나는 괴물들을 물리치기 위해서라면 마교 교주라도 물건을 살 것이오.”

주복형은 괴물을 처단하는 일이야말로 천하를 평안하게 만드는 일. 대의를 위해서 작은 허물 정도는 감수하겠다고 말했다.

그게 다른 사람이었으면 느낌이 달랐을 거다. 하지만 화산파의 장문인인 을지검군 주복형이 하니 분위기가 또 달랐다.

“다들 아실 것이오. 화산파가 괴물에게 어떤 일을 당했는지. 나는 그래서 결심했소. 괴물을 처단할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하겠다고.”

열변을 토하는 주복형에게 무어라 말하라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작당 모의를 한 것도 아니고 물건을 산 것뿐이니 그리 큰 죄라고 할 수도 없었고.

게다가 그 정도였다면 어떻게든 물고 늘어져서 흠집을 더 냈을 거다. 협개가 감독관의 수장으로 있으니 그의 도움을 받아서. 하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이곳에는 청광진인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무공대사는 쉽게 포기했다.

“아니. 왜 그리 쉽게 포기하십니까. 좀 더 끌어들이면 충분히 타격을 줄 수 있었을 텐데요.”

종남의 장문인인 분광검 은태명이 아쉽다는 듯 말했다. 주복형에게도 어느 정도 명분은 있지만, 그래도 물어뜯을 거리는 많았다.

청광진인이 있으니 결국에는 무마되겠지만, 그래도 너무 쉽게 놓아준 것 아니냐는 말이었다. 하지만 무공대사의 판단은 달랐다.

“우리끼리 힘을 뺄 이유가 없어요. 저들이 청광진인을 왜 불러왔겠소이까.”

“흐음.. 그렇다면 저들이 아예 판을 엎는 걸..”

은태명의 말에 무공대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히려 빨리 판을 엎고 다른 방법을 모색하는 편이 좋겠지요.”

저들도 세가 연합에 밀리고 있다. 당연히 판을 엎으려 할 거다. 그러니 공연히 엉뚱한 곳에서 감정 상하게 싸우지 말고, 엎어진 다음을 준비하자는 거였다.

“옳은 말씀이신 것 같소이다.”

“그런데 어떻게 판을 엎을지 궁금하군요. 그래도 명분이 있어야 할 터인데.”

다들 그걸 궁금해했다. 세가 연합도 청광진인의 등장에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걸 파악했다. 하지만 전투가 끝나고 다음 전투가 시작될 때까지만 해도 별다른 움직임은 없었다.

분명한 사실은 청광진인이 도착한 날 잠시 모습을 보이고는 어디론가 떠났다는 거였다. 그리고 그가 돌아올 때는 무언가 큰 변화가 있을 거라는 사실이었다.

***

“아니. 이 자식은 오는 거야? 마는 거야?”

계속 기다렸지만, 관리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혹시나 해서 계속 연락을 했지만, 대답이 없는 건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어쩌겠나. 진혁은 주변을 확인하고는 아공간을 열어서 영혼의 돌을 꺼냈다. 그런데 갑자기 주변에서 이상한 파동 같은 것이 느껴졌다.

진혁은 재빨리 주변을 살폈다. 오른쪽에서 이상한 기운이 느껴졌는데, 갑자기 허공에서 머리가 하나 쑥 나왔다.

“아. 여기 있었구나.”

뭐라고 해야 할까. 고양이? 여우? 뭐 그런 것처럼 생겼다. 전설의 고향에 나오는 구미호 분장을 한 사람?

“읏차!”

관리자로 추정되는 사람? 동물? 암튼 그런 거는 공간에서 쏙 튀어나왔다. 키는 한 가슴팍 정도? 성별은 아마도 여자인 것 같았다.

“미안. 나 음.. 늦었?”

뭔가 말이 어눌했다. 말이 서툰 외국 사람 같은 느낌이랄까. 진혁은 뭐라고 해야 할지 난감했지만, 일단은 존대하기로 했다.

“관리자가 맞습니까?”

“관리.. 자? 나 관리자?”

그녀는 눈을 깜빡거리며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아. 관리자. 흐음? 흐음?”

하아. 뭔가 불안하다. 관리자라고 해서 게임 고객 센터의 직원처럼 친절하게 알려줄 거라는 생각은 안 했지만, 이건 도대체 뭔가.

말도 제대로 못 하는 이상하게 생긴 게 나왔다. 그래도 궁금한 걸 물어봐야지. 진혁은 외국인이랑 대화한다는 생각으로 질문을 던졌다.

“나. 여기 왜 온 거?”

손가락으로 나와 땅을 가리키면서 물었다. 천천히 발음도 또박또박하고. 그러자 이상한 생명체가 대답했다.

“이상한 음.. 힘? 기운?”

“아. 이상한 힘이 작용해서 내가 여기 오게 되었다고?”

이상한 생명체는 손뼉을 치면서 기뻐했다. 제대로 맞추었나 보다. 진혁은 다행이라고 생각하고는 다음 질문을 던졌다.

“여기서 나가려면..”

그런데 그 말을 하고 있을 때 갑자기 관리자로 추정되는 생명체가 팔짝팔짝 뛰었다. 그러더니 진혁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시간. 시간..  곧 다시 음.. 통화? 연락?”

그 말을 하고는 방긋 웃었다. 그리고는 다시 폴짝 뛰더니 공간 속으로 사라졌다.

아니 이런. 야. 이런 개.. 너 이리 안 와?

진혁은 너무나도 황당하고 어처구니가 없어서 화를 내지도 못했다. 그냥 허탈한 웃음만 나왔다.

아니 얼마나 기다렸던 만남인가. 물어볼 것도 한두 가지가 아니었고. 그런데 고작 몇 마디 말 같지도 않은 대화를 나누고 사라져?

혈압이 갑자기 상승하는 걸 느꼈다. 진혁은 분을 삭이지 못해서 뭐라도 마구 두들겨 패고 싶었다. 하지만 그때였다.

- 아. 죄송해요. 시간이 너무 촉박해서.

어? 이건 또 뭐지? 선명하게 들리는데? 게다가 아까 그 이상한 것의 말투와도 달랐다.

- 영혼의 돌을 통해 이야기를 하세요. 그러면 제가 들을 수 있으니까요.

진혁은 그제야 자신이 영혼의 돌을 들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 아. 들리세요?

- 네. 다행이네요. 간신히 연결이 된 것 같아요.

진혁은 아까 그건 관리자가 아니고 지금 말을 하는 게 진짜 관리자라는 걸 깨달았다.

- 저기요. 제가 궁금한 게 많은데..

- 잠시만요. 지금 연결 자체가 불안해서요.

관리자는 연결이 되지 않아서 팻을 보내 위치를 확인한 거라고 했다. 위치를 확인하면 좀 더 연결하기가 쉬우니까.

- 그리고 오래 이야기를 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죠?

- 제가 계속 고치고 있으니 조만간 제대로 이야기를 나누거나 제가 찾아갈 수 있을 것 같아요.

그건 천만다행이었다. 계속 그 이상한 게 오거니 지직거리는 걸 듣지 않아도 되는 거니까.

- 일단 궁금한 게 있으시면 물어보세요.

- 궁금한 거라..

진혁은 뭘 물어볼까 하다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걸 물어보았다.

- 포인트를 다 모으고 팔찌 두 개가 있으면 다시 있던 곳으로 돌아갈 수 있나요?

- 진혁 씨 같은 경우에는 그래요.

진혁 씨 같은 경우에는 그렇다? 이 말로 사람마다 조건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 그것 말고 다른 건 필요 없어요?“

- 예. 그거만 충족하면 돌아가실 수 있어요.

진혁은 이번에는 잘 보이지 않는 것들이 있는데 그건 어떻게 된 것이냐고 물었다. 그러자 관리자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 하아. 갑자기 이상한 파동인 발생하는 바람에 많은 게 망가졌거든요.

관리자는 진혁이 이곳에 온 것도 그 이상한 파동 때문이라고 했다.

- 세상에는 여러 차원이 있고 간혹 차원 간에 통로가 생겨서 다른 차원에 떨어지는 경우가 있어요. 그런 경우 차원 관리자가 다시 원래대로 돌려보내는 것을 돕죠.

자동적으로 복귀 프로그램이 적용되어 그대로만 하면 돌아갈 수 있는 거라고 했다.

- 아실지 모르겠지만, 원래 세상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에너지가 필요하거든요.

관리자는 알아듣기 쉽게 내가 있던 세상의 영화인 빽 투더 퓨처를 예로 들어주었다. 거기서 돌아가기 위해서 에너지로 번개를 이용한 것처럼 에너지를 모아야 돌아갈 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 그 에너지가 차원마다 다르고 사람마다 다르게 적용이 된다는 거였다. 그래서 사람마다 모아야 하는 게 다르단다.

- 생각하는 것보다 다른 차원으로 떨어지는 경우는 많아요.

관리자는 진혁에게 간혹 그런 경우를 들어본 적이 없느냐고 물었다. 그 나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놀라운 지식과 능력을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한 천재 이야기.

- 아닌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다른 차원에서 떨어진 경우가 많아요.

진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이야기를 들어본 것 같았다.

- 그런데 그런 경우 그 차원은 떨어진 존재를 이물질로 받아들이거든요. 그래서 그 이물질을 제거하려는 힘이 작용하게 되죠.

그래서 그런 천재는 요절하는 경우 많은 거라고 했다. 아. 그렇구나 하다가 깜짝 놀랐다.

- 아니 그럼 나도 지금 죽게 된다는 겁니까?

- 그런 힘이 작용은 하는데 조건만 충족시키면 문제는 없어요.

진혁은 등골이 서늘했다. 어떤 힘인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을 죽이려고 한다니 어쩐지 꺼림칙했던 거였다.

- 요절했다고는 하지만, 실제로 에너지를 모아서 다시 돌아간 경우도 많거든요.

관리자는 대표적인 예로 일본의 화가이 도슈샤이 샤라쿠를 들었다. 18세가 말에 활동한 일본 화가로 풍속화를 주로 그렸는데, 아주 독창적인 화풍을 선보였다.

샤라쿠는 어느 날 갑자기 에도에 나타나 10개월 정도 활동을 하다가 홀연히 사라진 인물이다. 그런데 그게 에너지를 다 모아서 다시 돌아간 거라는 거였다.

- 찾아보니까 존 티토라는 사람도 있네요. 이 사람도 돌아갔네요.

존 티토는 2000년 11월부터 2001년 3월까지 인터넷에서 활동했는데 2036년의 미래에서 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러 가지 예언을 했다. 개중에는 제2차 걸프전이나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는 것처럼 맞은 것도 있다.

하지만 빗나간 예언도 있는데, 그건 미래에서 온 게 아니라 평행차원에서 온 거라서 역사가 조금 달라서 그렇다는 거였다.

진혁은 갑자기 머리가 복잡해졌다. 뭔가 그럴듯하기는 한데, 그게 지금 자신과 무슨 상관인가 싶었다.

- 그러니까 포인트를 모으고 팔찌만 두 개 확보하면 돌아가는 건 확실하다는 거죠?

- 예. 그건 틀림없어요.

그렇다면 다행이었다. 평행 차원이고 나발이고 일단 자신은 돌아가기만 하면 된다. 게다가 이곳에 계속 있으면 죽는다고 하지 않나. 어차피 계속 있을 생각도 없지만.

- 포인트를 모으는 다른 방법 같은 건 없나요?

- 본인이나 본인과 관련된 인물이 얻는 것 말고는 없는데요?

혹시나 해서 물어본 거였다. 사실 혼자 모으지 않아도 된다는 게 어디냐.

- 어.. 접속이 끊어질 것 같아요.. 제가 빠른 시간 안에 다시 연락을..

치지직 소리가 나면서 관리자와의 대화가 끊어졌다. 하지만 대화를 하고 나니 훨씬 마음이 놓였다. 진혁은 팔찌를 보았다. 이제 겨우 한 칸을 채웠고 나머지 아홉 칸을 더 채워야 했다.

하지만 충분히 가능했다. 현천문 사람들이 잘 크고 있었으니까. 진혁은 하루라도 빨리 오대검파에서 판을 엎어버리길 기다렸다. 그래야 더 큰 포인트를 얻을 기회가 생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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