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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하는 표사-100화 (100/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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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력으로 합시다. 실력!

전투가 끝날 때마다 난리가 나지 않은 적이 없었지만, 이번에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오대검파와 소림 쪽은 완전 초비상이었다.

“이거 어떻게 해야 합니까?”

무공대사가 사람들을 다그쳤다. 이제는 더 내놓을 패가 없다. 그런데 이대로 가면 꼴찌가 확정이었다.

왜 이렇게 되었는지도 잘 분석이 되지 않았다. 너무나도 이상한 일이 많이 벌어졌기 때문이었다. 세가 연합이 선두라니. 꿈에도 생각지 못한 일이었다.

“진법이 그렇게 효과적이라는 게 말이 됩니까? 여기서 진법 모르는 사람 있어요?”

무공대사의 말투가 평소보다 강해졌다. 그만큼 위기 상황이라는 이야기.

“제갈 세가의 전력이 생각했던 것 이상입니다. 현천문의 가세가 결정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제 사람들이 모두 현천문의 이름을 알았다. 이번 토벌전에서 그렇게 활약을 했는데 모를 수가 있겠나.

‘현천문. 현천문. 그놈의 현천문이 왜 갑자기 여기저기서 튀어나오는 거야?’

무공대사는 이상하게 현천문이 계속해서 자신을 가로막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종남의 은홍명, 사협 표국이 현천문과 관련되어 큰 낭패를 봤다.

성흥 상단도 그렇다. 장안에서도 그렇고 원보 상단을 치려다가 당한 것도 그렇고. 하진혁이라는 인물과 연관이 있었다.

하지만 그건 일단 뒤의 일이었다. 지금은 토벌전에서 어떻게든 이기고 봐야겠다.

“그래서 어떻게 하자는 겁니까?”

“차라리 세가 연합을 밀어주고 그들과 연계를 하는 건 어떻습니까?”

조금 색다른 의견이 나왔다. 무공대사도 생각해 볼 만한 방책이라고 생각했다.

“세가 연합과 손을 잡자? 흐음..”

의견을 낸 사람은 종남의 장문인 분광검 은태명이었다. 그는 현실적으로 선두를 탈환하는 것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세가 연합은 고사하고 오대검파도 따라잡기 어렵다. 그렇다면 차선을 생각해야 할 때다.

“도검당주를 세가 연합에서 가져가는 편이 오대검파에서 가져가는 것보다는 좋습니다.”

그렇게 되면 투표를 할 수 있는 아홉 명 중에서 오대검파는 넷, 세가 연합은 셋이 된다. 소림 쪽이 가장 적은 두 명.

“사실 세가 연합은 세력이 좀 떨어지지 않습니까. 맹주 자리를 노리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그러니 맹주는 소림 쪽에서 가져가고 대신 이권을 세가 연합에 넘겨주는 쪽으로 하면 이야기가 될 거라고 했다.

무공대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만 된다면 차선책은 되는 방법이었다.

“하지만 결과가 나오고 난 이후에는 협상력이 떨어질 테지. 이야기를 하려면 지금 하는 편이 좋을 것 같군.”

아직은 오대검파와 세가 연합의 성적이 엇비슷했다. 그러니 이야기를 하려면 지금이 적당했다.

“우리가 세가 연합이 도검당주 자리를 차지할 수 있도록 밀어주고, 대신 맹주는 우리 쪽에 협력한다는 식으로.”

다른 의견도 나왔지만, 결국 세가 연합과 연수를 얘기해 보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그래서 무공대사와 제갈중선의 만남이 성사되었다.

소림 쪽에서도 세가 연합의 중심은 제갈 세가라고 인정한 거였다. 사실 제갈 세가가 없었다면 세가 연합은 오합지졸이나 마찬가지였을 테니까.

“호법대주님께서 어쩐 일이십니까.”

“뭐. 가끔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좋지 않겠소이까.”

무공대사는 급하지 않게 대화를 이끌었다.

내용이야 간단했다. 자신들이 세가 연합을 밀어줄 테니 나중에 맹주를 뽑을 때 도와달라는 거였으니까.

“오대검파의 황서군도 있는데 그게 쉽겠습니까?”

“그러니 도움을 주겠다는 거 아닙니까.”

무공대사는 몸을 조금 숙이더니 은밀한 투로 말했다.

“오대검파가 어떻게 검을 손에 넣은 줄 아십니까?”

제갈중선도 오대검파가 소림 쪽과 같은 검을 손에 넣었다는 걸 알고 있었다. 물론 출처야 몰랐지만.

무공대사는 무기의 출처가 철각패도라는 걸 걸고 넘어질 생각이라고 했다.

“아니 무림맹의 일원으로서 어떻게 사혈련과 손을 잡을 수 있습니까. 아무리 권력에 눈이 멀었다고 해도 그건 아닙니다.”

그는 개탄스럽다는 듯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지금 기세로 보면 저희 세가 연합이 앞설 것 같은데..”

“허허. 그거야 그렇지요. 하지만 세가 연합의 중심은 남궁표 아닙니까. 하지만..”

무공대사는 슬쩍 제갈중선을 쳐다보았다.

“제갈 세가에서는 호승렴이라는 친구를 미는 것 같던데.. 알아보니 나이도 너무 어리고 여러 가지로 문제가 있지 않겠습니까.”

“저희도 호승렴을 도검당주로 밀 생각은 없습니다. 그것보다는 온 문주를 생각하고 있지요.”

무공대사는 살짝 당황했다. 거기까지는 생각지 못하고 왔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런 기색은 찰나의 순간뿐이었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금방 회복한 무공대사는 자연스럽게 말을 이었다.

“온 문주도 마찬가지지요. 어디 다른 세가의 지원을 받을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이쪽에서 지원을 하면 이야기는 달라지겠지요. 안 그렇습니까?”

확실히 소림을 위시한 여러 문파에서 도움을 준다면 훨씬 쉽긴 할 거다. 도움도 직접적인 방식은 아닐 거다. 그건 세가 연합의 일에 간섭을 하는 셈이니까.

뒤에서 여러 방식으로 접촉해서 일을 만들어 갈 거다. 지금까지 그래 왔듯이. 협박과 돈이 오가면서.

“그리 단순한 문제가 아닌 줄 압니다. 남궁 세가의 반발이 클 겁니다. 더구나 순찰당주가..”

무림맹의 순찰당주는 남궁 세가의 사람이었다. 남궁표의 아버지인 남궁원청. 그러니 남궁 세가가 반대로 오대검파의 손을 들어줄 수도 있다.

“그러니 원만하게 해결을 해야겠지요. 그런 문제라면야 아무래도 이쪽 경험이 많은 내가 적임이지 않겠소이까.”

“흐음.. 그렇긴 합니다. 하지만 생각할 시간을 좀 주셔야겠습니다. 이 자리에서 대답하기는 좀..”

무공대사는 그러라고 했다. 세가 사람들과 상의도 해야 하니까. 제갈중선을 곧바로 돌아와 사람들을 불러 이야기했다. 그런데 진혁이 다른 의견을 내놨다.

“오대검파에서 가만히 있겠습니까? 아마 생각대로 진행되지는 않을 겁니다.”

그러니 상황을 좀 지켜보자고 했다. 소림 쪽과 긴밀하게 이야기가 오갔다가 오대검파와 문제가 생길 수도 있으니까.

제갈벽린이 웃으며 거들었다.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우리가 유리한 상황인데 결정을 급하게 할 이유가 없습니다. 우리는 계속 성적만 신경 쓰면 된다고 봐요.”

“나도 같은 생각이네. 사실은 오대검파쪽에서도 사람이 왔는데, 그쪽은 내일 만나기로 했지.”

급한 건 상대편이니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지금은 어느 쪽의 손도 들어주지 않고 실적을 더 높이는 데 주력하는 게 가장 좋겠다는 판단이었다.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 제갈 세가의 사람들은 만면에 웃음이 가득했다. 언제 이런 고민을 해 본적이 있나.

제갈 세가는 계속 축제 분위기였다. 무림맹에서 상대적으로 쩌리 취급을 받던 오대 세가였다. 그 오대 세가 중에서도 쩌리 취급을 받은 게 제갈세가였고.

그런데 지금은 소림과 무당에서 먼저 찾아와서 손을 잡자고 하고 있었다. 이게 다 구파일방을 실력에서 누른 효과였다. 그리 생각하니 다들 날아갈 듯한 기분이었다.

‘게다가 내가 이 이야기를 문승강에게 할 테니 오대검파는 난리가 나겠지. 절대로 가만히 있지 않을걸?’

진혁은 그날 저녁, 문승강을 불러 오늘 있었던 일을 넌지시 알려주었다. 그리고 오대검파의 수뇌는 새벽에 비상 회동을 가졌다.

“전투를 한 번 정도는 더 봐야겠지만, 대책을 따로 마련해야 할 것 같소이다.”

현허진인이 강하게 이야기했다. 지금은 난상토론을 할 때가 아니다. 조금이라도 빨리 움직여야 할 타이밍.

“어떻게 해야 할 것 같소?”

“두 가지 방법을 생각해야 할 겁니다.”

청성의 장문인인 귀운자 임약풍이 대답했다.

“오. 임 장문인. 어디 얘기를 해보시오.”

“만약 세가 연합이 성적이 더 좋으면 방법이 없지 않겠습니까. 엎어야지요.”

임약풍은 일단 이번 결과는 무효로 만들고 다른 방법을 찾는 데 좋겠다고 말했다.

“그거야 그렇지만 그게 어디 쉽겠소. 이미 공언을 한 사항인데.”

“방법이 있습니다. 그게 가능한 사람이 있지 않습니까?”

임약풍은 빙긋 웃었다. 그러자 사람들은 모두 같은 생각을 했다.

무림맹의 일이라도 뒤엎을 수 있는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인물. 그 정도 사람이라면 딱 둘밖에 없다.

무당의 청광진인. 그리고 화산의 자하검선. 둘 다 전대 고수로서 명성이 자자했던 인물들이다.

“하지만 그분은 지금 어디에 계신지 모르지 않습니까.”

주복형이 의문을 제기하자 임약풍이 웃으며 답했다.

“그랬다면 제가 말을 꺼냈겠습니까. 아는 사람이 있습니다.”

현허진인도 조금 묘한 표정을 지으며 웃고 있었다. 청광진인이 오면 조금 곤란한 일이 있겠지만, 분명히 이번 일은 엎어버릴 수 있을 거다.

전대 고수라고 해서, 배분이 높다고 해서 무조건 발언권이 강한 건 아니다. 엄청난 권력과 이익이 걸린 일인데 사람들이 꿈쩍이나 하겠나.

높은 무공과 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나 가능한 일이다. 청광진인은 둘 다 가지고 있었다. 무공도 헤아릴 수 없는 경지에 오른 사람이었고, 영향력도 충분했다.

태후와 각별한 관계이니 엄청난 영향력을 가졌다고 봐도 무방하지 않은가.

“좋소이다. 그분을 모셔옵시다. 만약 상황이 좋지 않으면 그분이 나서주시면 되고..”

그렇지 않으면 그대로 밀고 가고. 그렇게 오대검파에서는 청광진인을 모셔오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

‘어? 저 사람은?’

진혁은 깜짝 놀랐다. 갑자기 나타난 도사 차림의 인물 때문이었다.

‘예전에 봤던 그 사람..’

자신이 정보를 볼 수 없었던 두 사람 중 한 명이다. 가장 먼저 보았던 무당의 전대 고수. 그리고 오늘 그가 청광진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가 나타나자 감독관들이 모두 고개를 조아렸다. 현 무림에서 그와 배분을 논할 수 있는 자는 자하검선 한 명뿐이었으니까.

원로의 대표를 맡은 협개까지도 절절맸으니 다른 사람들이야 오죽하겠나.

‘드디어 움직이는구나.’

진혁은 뭔가를 꾸미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청광진인은 감독관들과 함께 세가 연합이 괴물과 싸우는 모습을 직접 지켜보았다.

그는 가끔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감탄을 하기도 하면서 구경했다. 진혁은 평소보다 조금은 실력을 감추었다. 공연히 청광진인의 눈에 들까 조심하는 거였다.

하지만 청광진인은 진혁보다는 호승렴과 온위립을 눈여겨보았다.

“현천문이라고?”

“예. 그렇습니다. 혹시 들어보신 적이 없으신지..”

“나도 처음 듣는 문파로구만.. 그런데 저런 실력으로 왜 아직 이름이 없다는 게냐?”

청광진인은 도무지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옆에 있는 현허진인이 뭐라 말을 하려고 했는데, 청광진인이 잘라버렸다.

“너희들 지금 큰 착각을 하고 있구나. 서군이가 상대할 아이가 아니다. 어떻게 저 모습을 보고도 엇비슷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게냐.”

청광진인은 호통을 쳤다. 호승렴이라는 아이가 훨씬 강하다고.

“게다가 온위립이라는 저 문주 말이다. 저자도 그냥 넘겨봐서는 안 된다. 지금 실력을 숨기고 있어서 그렇지 현허 니놈도 조심해야 할 놈이야.”

현허진인은 깜짝 놀랐다. 설마 그 정도일 줄은 몰랐기 때문이었다. 청광진인은 그 표정을 보더니 혀를 찼다.

“쯧쯧쯧.. 이놈들이 지 잘난 맛에 살더니 눈이 썩었구나. 썩었어.”

그는 무당의 인물들을 따로 모아서는 한동안 훈계를 했다. 다들 백발이 성성한 사람들이었지만, 청광진인 앞에서는 꼼짝도 못했다.

“이번 일은 내가 알아서 하겠다. 하지만 단단히 각오해 둬라. 준비해야 할 게 꽤 많을 테니까.”

“여부가 있겠습니까. 사조님. 저희가 알아서 준비할 터이니 이번 일만..”

“됐다. 알았으니 이만 가보거라. 나는 저 녀석들이나 좀 더 봐야겠다.”

청광진인은 현천문 사람들에게로 눈을 돌렸다.

오대검파 사람들은 현천문 사람들을 따로 포섭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수군거렸다. 그런데 진혁이 청광진인과 감독관들을 힐끔힐끔 쳐다볼 때. 그때 갑자기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 아. 거기... 으.. 있으..

뭔가 지직거리는 소리에 말소리가 섞여 들렸다.

‘어? 무슨 소리지?’

진혁은 다른 것에 신경을 끊고 소리에만 집중했다. 그러자 잠시 후 소리가 또 들렸다.

- 며칠.. 들리.. ... ... 갈 테...

진혁은 확신했다. 드디어 연락이 온 거라고.

‘이거 관리자다. 관리자가 연락을 해 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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