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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력 발휘 할 때가 되었습니다.
“이런.. 왜 안 되는 거지?”
정말 죽자고 매달렸다. 양의심공을 익히면 정말 대박일 것 같았으니까. 하지만 끔찍할 정도로 안 됐다. 도무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실마리조차 잡을 수가 없었다.
원덕강의 기억에도 양의심공에 관한 내용이 있기는 했다.
정신을 둘로 나누어 사용할 수 있는 기이한 무공. 하지만 익혔다는 자는 거의 없었다. 머리가 좋을수록 익히기 어렵다는 소문을 들은 기억도 있었다.
“머리가 좋을수록 익히기 어렵다? 그래서 내가 익히지 못하는 건가?”
짜증이 나면서도 기분이 마냥 나쁘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그래도 양의심공을 사용할 수 있으면 훨씬 좋았을 텐데. 아쉽긴 했다.
“계속 해봐야지. 고작 며칠 하고서 포기하는 건 말이 안 되지.”
진혁을 일단 비급을 아공간에 넣었다. 틈나는 대로 계속 시도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하지만 당분간은 그럴 시간이 없을 수도 있었다.
토벌전에 참가하기 때문이었다. 오늘 제갈 세가 사람들이 오기로 했고, 바로 평정산으로 이동할 예정이었다.
토벌전이 이루어지는 장소가 바로 하남에 있는 평정산이었기 때문이었다.
“이거 생각했던 것보다 오랜만에 뵙는군요.”
제갈중택이 온위립에게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중간에 일이 좀 있지 않았습니까. 이야기는 차차 하시고 우선 안에 드시지요.”
온 문주는 제갈 세가의 사람들을 안으로 안내했다. 제갈 중택을 포함해서 모두 열다섯 명이었다.
“저는 여기서 돌아갈 것이고 세가는 제 동생인 중선이 맡을 겁니다.”
제갈 중선이 자신을 소개하며 인사를 나누었다. 그 밖에도 대부분 아는 사람들이었는데, 완쾌한 제갈 벽린도 있었다.
“이번에 무당에서 아예 작정을 한 모양입니다. 전대 고수까지 포함한 최정예를 보냈다더군요.”
“어디 그것뿐입니까. 다른 네 문파도 참가자 면면을 보면 정말 놀랍습니다.”
제갈 중선이 형의 말을 거들고 나왔다. 그는 분위기가 지나치게 과열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화산과 청성은 장문인까지 참가한다니 이건 너무 과한 거 아닙니까.”
“장문인까지요?”
온위립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장문인이 참가하면 안 된다는 법은 없었지만, 과한 건 사실이었다.
“무당의 위세가 높으니 잘 보이려고 그러는 거 아니겠어요.”
제갈 벽린이 투덜거리듯 말했다.
맞는 말이었다. 무당의 위세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중이었다. 고수들이 즐비했고, 자금력도 대단했다.
동정 상단은 무당의 자금줄이나 마찬가지였고, 천문 상단과도 깊은 사이였다. 4대 상단 중 두 곳을 틀어쥐고 있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
그 정도면 자금줄이 마를 걱정은 없지 않은가. 그런 데다가 원체 가지고 있는 땅과 재산이 많았다.
“화산파야 지금 본거지에서 내몰린 꼴이니 다급했겠지만, 청성까지 그럴 줄은..”
“청성이야 계속 밀리는 형국 아닙니까.”
각 문파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무당은 무조건 도검당주를 차지해서 무림맹주까지 먹겠다고 방침을 굳힌 것 같았다.
무당이 적극적으로 나오니 나머지 네 문파도 전력을 다하는 수밖에. 그중에서도 사정이 좋지 않은 화산과 청성은 장문인이 직접 나서는 성의를 보인 것이다.
화산의 장문인인 을지검군 주복형과 청성의 장문인 귀운자 임약풍. 그 둘은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무당과 우의를 다져서 미래를 대비하려 한 거다.
무당에서 무림맹주가 나온다면 그 수혜를 받을 때 이번 토벌전의 공로가 으뜸일 테니까.
“그에 반해서 소림 쪽은 아무래도 손색이 있는 것 같더군요.”
그들도 나름대로 고수들을 파견했지만, 무게감에서는 상당히 떨어진다고 제갈 중택이 말했다.
“세가 연합은 어떻습니까?”
“저희 쪽은 크게 기대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주로 신진 고수 위주로 보냈더군요.”
세가 연합은 어차피 되기 어렵다고 보고 실리를 택했다. 신진 고수들에게 경험을 쌓아주는 걸 선택한 거였다.
“하지만 저는 세가 연합도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제갈 중택은 웃으면서 온위립을 쳐다보았다.
“판도를 바꿀 정도가 되겠습니까. 그저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
“그거면 족한 거 아니겠습니까. 그저 제갈 세가도 이 정도 힘이 있다는 것만 보여주면 저는 만족합니다.”
어차피 남궁 세가의 사람이 대표다. 잘 돼봐야 남궁 세가만 좋은 일 시키는 꼴. 진혁은 이야기를 들으면서 한 가지 일을 놓고도 참 복잡하게 뒤엉켜있다는 생각을 했다.
같은 시각, 무림맹에서도 토벌전을 가지고 말이 나오고 있었다.
“도검당 예산은 조금 천천히 결정해도 되는 거 아닙니까?”
전금당주인 왕표가 말했다. 도검당주가 곧 바뀔 건데 그때 결정해도 늦지 않는다는 거였다. 도검당주인 백령진인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
“후임 도검당주가 어떤 분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백령진인께서 도검당의 수장 아니십니까. 당주가 공석도 아닌데 굳이 늦출 필요가 없지요.”
호법대주인 무공대사가 말했다.
무공대사는 같은 라인인 백령진인에게 힘을 실어주려 한 것이다. 전금당주인 왕표는 후임 도검당주가 무당에서 나올 것이라 생각해서 그런 발언을 한 것이고.
일단은 무공대사의 말대로 진행되었다. 하지만 백령진인은 묘한 기분이 되었다. 일부 사람들은 아예 자신을 도검당주로 생각하지 않는 것 같지 않은가.
백령진인은 밖으로 나가다 토벌전 준비를 하고 있는 무당의 황서군과 종남의 장세문을 보게 되었다.
각각 검각과 도각을 이끌고 있는 두 사람. 둘 다 구파일방을 대표하는 젊은 고수였다. 두 사람의 실력은 백령진인 자신이 누구보다 잘 알았다.
‘처음에는 큰 차이가 아니었는데.. 언제부터인가 황서군이 격차를 벌리기 시작했지..’
자신은 종남의 장세문이 후임이 되는 편이 좋았다. 같은 계열인 종남의 인물이라서. 하지만 황서군이 후임이 될 확률이 훨씬 높았다.
이번에 무당에서 준비한 고수들 하며 다른 네 문파에서 보낸 사람들만 봐도 그랬다. 운이 작용해서 어찌해 볼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이렇게 끝나는 건가?”
뭔가 허무했다. 이 자리에 오기 위해서 많은 것을 포기했다. 남에게는 절대로 말하지 못할 짓도 했고, 그런 일을 청탁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그 모든 것이 의미가 없게 되어 버렸다. 이제는 자리에서 물러나야 하니까.
“당주님. 오셨습니까?”
황서군과 장세문이 백령진인을 발견하고는 달려왔다.
“그래. 평정산에 갈 준비를 하는 모양이구나.”
“예. 얼마간 자리를 비워야 할 것 같습니다.”
둘은 살짝 흥분한 상태였다. 이번 평정상에서의 결과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서 인생이 완전히 바뀔 수도 있으니까.
“그럼 저희는 준비를 해야 해서..”
두 사람은 인사를 하고는 쌩하니 가버렸다. 백령진인은 왠지 무시당했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냥 기분 탓일 수도 있었지만, 그런 감정이 몸을 휘감았다.
마음속에서 누군가가 말을 걸었다. 너는 아직 죽지 않았어. 이렇게 끝낼 거야?
백령진인은 주변을 돌아보았다. 사람들이 그를 보고는 인사를 하며 지나갔다. 그런데 예전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었다. 건성으로 인사를 하는 느낌이랄까.
그는 손에 힘을 꽉 주었다. 그리고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그는 방에 도착하자마자 검을 꺼냈다. 신비한 힘을 가진 검. 괴물을 상대할 때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는 특별한 보검.
그는 보검을 쓰다듬으면서 결심을 굳혔다.
***
“장문인은 그렇다 쳐도 도검당주까지 참가하는 건 반칙 아닙니까?”
“뭐 어쩌겠어요. 차기 무림맹주가 걸린 일이니 다들 저러는 건데.”
세가 연합의 사람들이 수군거렸다. 도검당주인 백령진인이 토벌전에 참가했다. 사문인 곤륜의 일원으로 참가하게 되었는데, 그것 때문에 말이 많았다.
도검당주의 실력이야 자타가 공인하는 바다. 괴물을 상대해 본 경험도 있었다. 밀리던 소림 쪽에 상당한 힘이 되는 건 사실.
무당에서 격렬하게 반발했다. 도검당주가 어떻게 참가할 수 있느냐면서. 하지만 도검당주 이전에 문파의 일원이라는 주장을 펼치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
“백령진인은 꽤 유순한 편이지. 그런데 이번에는 엄청 강경했다고 하더군.”
제갈 중선이 조카인 제갈 벽린과 현천문의 사람들에게 이야기했다.
“무공대사가 무척 좋아했다던데요?”
제갈 벽린이 코웃음을 치면서 말했다. 권력을 놓고 벌이는 개싸움이 참 어이없게 보였던 때문이었다.
“하지만 도검당주가 가세했다고 해도 크게 달라질 게 있겠습니까?”
온위립은 무당 쪽의 전력이 너무나도 막강해서 도검당주 한 명으로는 그 격차를 메꾸기 어렵지 않으냐는 거였다.
“그런데 들리는 소문에 소림 쪽에서도 사람들을 좀 바꿨다고 하더군요.”
“그렇습니까?”
“예. 특히 소림과 종남에서 고수를 대거 파견했다고 합니다.”
원래 보내려고 했던 사람을 빼고 문파의 최고수를 추려 보냈다.
소림이야 차기 무림맹주도 자신들이 치지 하려고 그런 것. 종남은 문파의 기대주인 장세문을 도검당주로 만들기 위해서 움직인 거고.
세가 연합은 완전히 쩌리 취급을 받고 있었다. 아예 없는 사람 취급을 했다. 하지만 현천문 사람들과 제갈 세가의 사람들은 전혀 위축되지 않았다.
오히려 약간 흥분한 상태였다. 내일 일어날 일을 기대하면서.
“내일이면 알게 되겠지요. 우리도 그렇게 만만하지는 않다는 걸.”
제갈 중선이 의미심장한 웃음을 내보였다.
“맞습니다. 내일이면 똑똑히 알게 될 겁니다.”
호승렴이 주먹을 불끈 쥐면서 소리쳤다. 다른 사제들도 모두 잔뜩 기대하고 있는 모습. 하지만 진혁은 오히려 고민을 하고 있었다.
‘이걸 어느 정도 선에서 조절을 해야 하지?’
있는 실력을 다 내보일 수는 없다. 그랬다가는 난리가 날 테니까. 그러니 너무 눈에 띄지 않으면서 적당한 수준에서 진행을 해야 할 것 같았다.
‘애들하고 비슷하게 하면 되려나?’
일단은 첫날 돌아가는 걸 봐서 수위를 결정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다음 날. 전투가 벌어졌다.
세 무리가 위치한 곳은 서로 멀리 떨어져 있었다. 그리고 감독관들이 부정은 없는지 감시하고 있었다.
감시단은 여러 문파 사람들이 골고루 섞여 있었다. 그것도 각 문파의 명숙들로.
세 무리는 엇비슷한 수의 갈저 무리를 공격했다. 처치한 갈저의 숫자가 승부의 관건.
괴물과의 싸움은 처음인 자들도 있어서 첫날부터 부상자가 속출했다. 갈저가 괴물 중에서는 가장 약한 놈이라서 죽거나 중상까지 당한 자는 없었지만, 무인들은 괴물의 무서움에 다들 치를 떨었다.
“하아. 사람들이 괴물 괴물 하길래 왜 그러나 했는데. 정말 무시무시하구만.”
“사람과는 너무 달라서 당최 갈피를 잡을 수가 없단 말이야.”
소림과 무당이 주죽이 된 두 무리의 무인들은 혀를 내둘렀다. 반면 세가 연합 쪽은 그보다는 훨씬 분위기가 좋았다.
현천문 사람들이 선두에서 활약을 한 터라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었기 때문이었다. 특히나 진혁은 주변을 살피면서 위기에 빠진 사람들을 구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덕분에 크게 다칠 뻔하다가 벗어난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다. 세가 연합은 젊은 무인들 위주로 구성되어서 잘못했으면 큰 피해를 입을 수도 있었는데, 그렇지 않았다.
“아이고. 사람들이 얼마나 붙잡고 말을 하는지 도망쳐 나오느라 죽는 줄 알았다니까요.”
막내가 기분이 좋은지 싱글대면서 말했다. 현천문 사람들은 세가 연합에서 갑자기 스타가 되었다.
자신들도 직접 상대를 해봐서 갈저가 어느 정도인지 잘 안다. 그런데 그런 놈들을 그냥 한칼에 날려버리니 얼마나 놀라웠겠나.
덕분에 제갈 세가의 무사들까지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현천문 사람들이 신이 난 건 두말할 것도 없고. 진혁은 흐뭇한 표정으로 그런 사제들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대표분이 안 보이던데..”아. 오늘 결과 들으러 감독관들 있는 본부로 가셨어요. 대사형.“
감독관이 집계를 하면 그날 바로 결과를 알려주었다. 각 문파의 대표들이 모여서 그 결과를 듣게 되어 있었고.
그런데 감독관들이 있는 천막에서는 난리가 났다.
“아니. 이게 정말입니까?”
사람들이 결과가 이상하다며 소리를 높였다.
“결과가 이상하지 않소이까.”
“맞습니다.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 겁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