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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하는 표사-91화 (9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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똘마니 교육시키기.

문승강은 기가 차다는 표정이었다. 자신의 앞에 나설 수도 없는 신분을 가진 녀석이 갑자기 막말을 했으니까. 그런데 약간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까 낮아 보았을 때는 무척이나 단정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듣던 대로였다. 협객으로 명성이 있는 자라는 게 당연해 보였다. 그런데 지금 이 분위기는 뭐지?

말투며 시선이며 꼭 사파의 인물 같았다.

“이 녀석이..”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쳤다. 뭔가 심상치 않다는 분위기를 느낀 거였다. 하지만 한발 늦었다.

- 핏!

갑자기 따끔한 게 느껴지더니 말이 나오지 않았다. 놈이 지풍을 날려 아혈을 점한 거였다. 순간적으로 문승강의 눈에 공포가 어렸다.

지금 보여준 한 수로 놈의 실력이 어떤지 알 수 있었다. 아무나 자신을 손쉽게 점혈을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아무리 방심을 하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으어..어. 오우르..”

문승강이 손을 들고 뭐라고 말하려고 했다. 하지만 진혁은 개의치 않았다. 그저 주변에 누가 있는지 그것만 살필 뿐이었다.

하지만 아무도 없었다. 이곳은 야영지에서도 상당히 멀리 떨어진 곳이다. 일부러 이곳까지 오지 않은 이상 여기까지 오는 사람은 없다.

“왜 여기까지 왔는지는 모르겠는데, 그냥 운명이라고 생각해라.”

진혁은 한 발 더 다가갔다. 그러자 문승강이 눈을 크게 뜨고는 마구 손짓을 했다.

“어으우읍읍..”

죽일 생각이었다. 그게 가장 깔끔하니까. 그런데 가만히 생각을 해보니 그것보다 더 좋은 수가 있을 것 같았다.

‘그래. 어차피 목숨도 여러 개 남아 있겠다. 일단 시도를 해 볼까?’

하지만 그냥은 이놈이 말을 듣지 않을 거다. 그러니 좀 교육을 시켜야 한다. 아주 진솔하고 올바른 육체적인 교육을.

“알았어. 죽이지는 않을게. 그런데 일단 맞고 시작하자.”

- 퍼억 퍼억

떡메 내려치는 것 같은 소리가 났다. 물론 멀리 퍼지지는 않았다. 소리를 차단했기 때문이었다. 놈은 유약해 보이면서도 제법 잘 버텼다.

“그래도 사룡의 일원이라는 건가? 눈이 아직 살아있네?”

“어읍..으웅어..”

“뭐라는 거야?”

- 퍼억 퍼억

마나를 끌어 올려서 통증이 훨씬 심하게 조절했다. 겉으로야 큰 상처가 나지 않지만, 뼈와 근육, 내장까지 충격이 스며드는 수법.

그렇게 한참을 패고 나서야 눈빛이 달라졌다. 사실 곱게 자란 도련님이 이 정도까지 버틸 거라고는 생각 못 했는데 의외였다.

하지만 덕분에 손맛은 제대로 봤다. 땀이 살짝 나는 정도의 상쾌함. 진혁은 문승강의 아혈을 풀어주었다.

혹시라도 이상한 짓이라도 하면 바로 죽여버리려고 했는데, 그러지 않았다. 진혁은 나무 등걸에 털썩 주저앉으면서 말했다.

“얘기를 좀 해야 하니까 거기 앞에.. 아니. 요기 앞에. 무릎 꿇어.”

문승강이 순간적으로 반발하려는 게 보였다. 언제 이런 수모를 당해봤겠나. 눈동자가 흔들리는 게 내적인 갈등을 하는 게 보였다.

하지만 진혁이 주먹을 움직이며 뚜둑 하는 소리를 내는 걸 보자 바로 포기했다. 뭘 해봐야 소용없으니 지금은 어쩔 수 없다는 이성적인 판단.

‘머리 좋은 녀석들은 이래서 좋아. 얘기하기가 편하다니까.’

진혁은 문승강에게 말했다.

“오늘 본 건 잊어. 혹시라도 말이 퍼지면 오늘 맞은 건 가벼운 장난이었다는 걸 알게 될 거야.”

대답이 없자 진혁은 슬쩍 말을 던졌다.

“아혈이 아직 풀리지 않았나 보네? 이거 혈도 마사지 좀 해야 하나?”

진혁이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자 문승강이 급히 말했다.

“아.. 아닙니다.”

“그래. 그렇게 대답하면 좋잖아.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대답해. 공손하게.”

진혁은 평소에도 그렇게 말하면 얼마나 좋으냐고 중얼거렸다. 그러면서 은근히 섭혼술을 썼다.

진혁은 문승강을 꼬붕으로 만들 생각이었다. 하지만 섭혼술을 너무 강하게 쓰면 맹목적이 된다. 그러면 곤란하다.

문승강은 사룡 중 한 명. 쓸 데가 많다. 방식도 다양하고. 그러니 정신을 완전히 제압하는 건 오히려 마이너스.

‘오히려 내가 이상하다고 말하고 다니는 게 좋지.’

그래서 적당히 다루었다.

“그리고 앞으로 내가 말하는 건 무조건 따른다. 시키는 건 무슨 수를 써서라도 해내야 할 거야.”

역시 대답이 없었다. 명문 정파의 엘리트로 커왔고, 지금까지 누리고 지배하면서 살아온 놈이다. 지금 몇 대 맞았다고 바로 노예처럼 군다면 그게 더 이상하겠지.

“싫어? 싫으면 여기다 묻어버리고.”

진혁은 검을 뽑는 자세를 취했다. 그러자 문승강은 황급히 대답했다.

“아닙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여전히 승복하는 투는 아니었다. 마지 못 해서 말하는 티가 역력했다. 하지만 눈감아주었다. 애초에 그래야 이야기가 재미있게 흘러가니까.

“좋아. 가봐. 행여나 입 놀릴 생각 하지 말고.”

그렇게 진혁은 문승강을 보내주었다.

***

차출된 인원 중에서 진혁을 아는 자들도 제법 있었다. 사혈련에서 온 인력 중에서는 혈도 임평백과 함께 화산에 왔던 자들이 있었다.

남로무사단 중에서도 두어 명이 보였고, 천문 상단과 동정 상단의 사람도 보였다. 상단은 무사를 보내지 않아도 되었다. 하지만 두궐륭 대장군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상당수를 파견한 듯했다.

그들은 모두 진혁을 반겼다. 함께 싸웠던 사이이고 진혁에 대해서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아는 사람들이 많네?”

“여기저기 다니면서 일을 해서 그렇습니다.”

40 즈음으로 보이는 무사가 부럽다는 듯 쳐다보았다. 사천 어디의 작은 문파 사람이라고 했던 것 같다. 그도 딱 한 명 차출이 된 터라 말동무도 없고 해서 진혁에게 자주 말을 걸었다.

“하이고. 좋겠네.. 그럼 잘 얘기해서 저쪽에 넣어달라고 해봐.”

그는 뭉쳐있는 무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쪽에 힘 좀 쓴다 하는 무리들은 다 모여 있단 말이야.”

끼리끼리 모인다는 말이 있다. 유유상종. 이곳에는 구파일방이나 오대세가를 포함한 거대 문파의 사람들도 있다. 그들은 다른이들과 달리 한 곳에 뭉쳐 있었다.

이곳에서도 일종의 세력이 나뉜 거다. 잘나가는 무리와 별 볼 일 없는 무리. 옆에서 말을 한 무사는 저기 안에 가야 그나마 좀 안전할 거라고 말했다.

“뻔하지. 저기 있는 사람들이야 쉽게 건드릴 수가 있나. 일단은 나머지부터 밀어 넣겠지.”

그 무사는 낭인 생활도 좀 해서인지 이런 곳의 생리에 무척 밝았다. 얘기를 들어보니 어디나 비슷했다. 실적을 위해서는 아랫사람부터 쥐어짜는 게 무슨 공식인 것 같았다.

“그러니 부탁해 봐. 나야 그러고 싶어도 아는 사람이 없어서 이 모양이지만..

이곳에 있다가는 좋은 꼴 못 볼 것 같으니 저쪽으로 가라는 거였다. 진혁이 보기에도 그래 보였다. 구파일방에 오대세가, 사혈련을 비롯한 큰 문파는 전부 그 무리에 있었다.

저리 모여 있으면 대장군 두궐륭이라도 신경을 써야 할 것 같았다. 정말 실적기 중요하다고 해도 마지막에나 쓸법한 느낌? 그런데 천문 상단 사람에게서 제안이 왔다.

“저쪽으로 말입니까?”

“그렇다네. 자네라면야 우리가 보장할 수 있지.”

천문 상단 무사들은 진원휘에게 무슨 이야기라도 들었는지 진혁에게 무척 신경을 썼다. 다른 무사들은 모두 부러운 눈빛으로 진혁을 바라보았다.

자신들은 할 수 없는 것. 그것을 누군가가 이루려 하고 있었다. 자신이 저 위치에서 저런 제안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느낌.

“죄송하지만 저는 그냥 여기 있겠습니다.”

“아니 왜?”

진혁에게 가라고 권한 40대 무인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는 굴러들어온 복을 왜 걷어차느냐고 화를 냈다.

“제가 저쪽에 간들 마음 편히 있을 수 있겠습니까. 저쪽에서 곱지 않게 보는 시선도 있을 테고요.”

진혁은 특별대우는 원하지 않으니 이야기는 고맙지만 여기 있겠다고 다시 말했다. 천문 상단 사람들은 묘한 시선으로 진혁을 보다가 웃었다.

“알겠습니다. 대협. 무슨 일이 있으면 얘기하세요. 저희가 도울 수 있는 건 돕겠습니다.”

주변에 있는 무인들은 진혁을 가리키며 미쳤다고 했는데, 개중에는 괜찮은 사람이라는 말도 돌았다.

천문 상단 사람들이 그냥 오자 동정 상단 무사를 비롯한 몇 명이 다가와 물었다. 진혁과 왜 함께 오지 않느냐고.

“거절하더군요. 특별 대우는 바라지 않는다면서요.”

그 말에 동정 상단의 무사 하나가 말했다.

“하기야. 그런 사람이지.”

“맞아. 하 표사라면 그렇게 이야기할 줄 알았지.”

그를 아는 무사 몇 명이 동조했다. 그러자 다른 무사들이 공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어왔다.

“하 표사가 어떤 사람이냐 하면..”

무사들은 자신이 아는 진혁에 대해 이야기했다. 사협표국의 일부터 장안에서의 일. 사주로 가면서 벌어진 일들과 돌아오면서 생겼던 사건들.

무인들은 진혁의 모험담을 들으면서 크게 감탄했다.

“키야. 정말 대단한 사람이네.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나도 얼핏 들은 적이 있어. 바로 그 사람이었구만.”

사람들이 입을 모아 칭찬했다. 간혹 의문을 표하는 사람도 있었다.

“좀 과장 된 거 아닌가? 사람이라면 당연히 제 목숨 아까운 걸 아는데 그렇게까지..”

그는 곧 많은 사람의 격렬한 반박을 받아야 했다.

“어허. 이 사람이.. 하 표사 아는 사람들한테 다 물어보라고. 나쁘게 말하는 사람 한 명도 없을 거야.”

“하 표사 도움받아서 목숨 구한 사람이 한둘인 줄 알아? 적어도 남로무사단 앞에서는 그런 이야기 꺼내지 말라고. 큰일 날 테니까.”

사람들이 워낙 격렬하게 들고일어나니 의문을 표했던 무사가 화들짝 놀랐다.

“아니. 나는 그냥 그렇다는 거지..”

아니라고 하면서 쩔쩔매는 모습. 그 모습을 보고는 혀를 차는 사람이 있었다.

‘에휴.. 저 사람 말이 맞는데.. 저 새끼는 위선자가 맞는데..’

문승강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아직도 그날의 일이 꿈만 같았다. 허공에서 갑자기 머리부터 스르륵 나타나는 모습. 갑자기 변한 성격. 엄청난 무공.

지금도 꿈을 꾼 게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이었다. 이렇게 당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무림맹이나 아니면 화산파 사람들이 많은 곳이기만 했어도..’

그랬다면 당장 도움을 청했을 거나. 하지만 이곳은 군이 통제하고 온갖 사람들이 모인 곳. 그래서 기회만 엿보고 있었다.

섣불리 나섰다가 잘못되기라도 하면 저 인간이 죽이려고 들 것 같아서였다.

‘조심하면서 기회를 봐야 한다.’

문승강은 일단 친한 사람들과 접촉해보기로 했다. 그래도 같은 화산의 사람이 이야기하기가 좋았다.

“저 사람이 위선자라고?”

“그렇다니까. 사람들이 다 속고 있는 거야.”

화산에서 온 동료도 고개를 갸웃거렸다.

“나도 잘은 모르겠는데, 당주님 이야기는 조금 다르던데?”

동료는 매화일검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하면서 뭔가 잘못 알고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화산의 일에 참여해서 진혁을 본 적이 있다.

들리는 말도 그렇고 매화일검도 진혁이 정말 대협의 풍모를 지닌 자라고 말했다. 그런데 난데없이 위선자라니.

“자네 말을 믿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다른 사람들 말은 달라서 말이야.”

문승강은 미치고 팔짝 뛸 지경이었다. 저 영악한 새끼가 어떻게 사람들을 구워 삶았는지는 모르겠지만, 모두가 칭송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이 나서봐야 이상한 사람만 될 것 같았다.

‘이대로는 안 된다. 무언가 증거를 잡거나 다른 수를 써야..’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서늘한 시선이 느껴졌다. 고개를 천천히 돌려보니 저 멀리서 진혁이 웃으면서 이쪽을 보고 있었다.

아닐 거야. 설마 이렇게 거리가 먼데. 문승강은 불안함을 애써 잠재웠다. 하지만 그날 저녁. 진혁과 함께 번을 세가 되었다는 걸 확인하고는 절망에 빠졌다.

그 많은 사람 중에서 진혁과 번을 설 확률이 얼마나 되겠는가. 이건 저 새끼가 힘을 쓴 거다. 사악한 새끼. 그리고 그날 저녁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요즘 내 얘기 하고 다닌다면서?”

번을 서면서 진혁이 말했다.

“아니. 누가 그런 얘기를..”

아니라고 변명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진혁은 나무둥치에 앉으면서 말했다.

“얘기가 좀 길어질 것 같으니까 무릎 꿇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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