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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템했습니다.
‘들립니까? 관리자님?’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밤중에 혼자 돌에 손을 얹고 마음속으로 계속 외치고 있었다. 괴물들이 득시글거리는 곳에서.
무전기 같은 건가? 대답은 바로 오나? 기다렸지만,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좀 뻘쭘했다.
뭐지? 작동은 제대로 하는 건가? 온갖 의문이 들었다. 그런데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그저 계속해서 마나를 불어넣으며 간절히 생각을 하는 수밖에는.
‘저기요? 관리자님. 들리면 대답하시고 빨리 이쪽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일단 정중하게 이야기했다. 아쉬운 건 이쪽이었으니까. 하지만 어떤 대답도 어떤 변화도 없었다. 진혁은 한동안 계속 그렇게 돌을 붙잡고 있었다.
살짝 신경질이 났지만, 참았다. 하루라도 빨리 관리자를 만나야 했으니까.
그날로 조사단은 해산이 되었다. 진혁은 현천문으로 돌아가면서 계속해서 시도했다. 그 다음 날도 그랬고 며칠 동안 계속 같은 짓을 했다.
“이런. 썅. 관리자가 있는 거야? 없는 거야?”
짜증이 확 화산처럼 터지려고 했다. 이럴 때는 스트레스를 좀 풀어야 한다. 진혁은 바로 철각패도로 몸을 바꾸었다.
“뭐? 남로무사단에 관해서 아는 게 있느냐고?”
철각패도가 모습을 보이자 혈도 임평백이 찾아왔다. 그는 대뜸 남로무사단에 관해서 물어왔다. 이유를 묻자 그는 어처구니없는 말을 했다.
“아무래도 수상합니다. 그 정도 무력을 가진 단체는 딱 두 곳.”
혈도 임평백은 남로무사단 배후에 마교나 황실이 있을 거라고 주장했다.
아냐. 이 병신아. 그냥 무기 좀 좋은 거 들고 있는 거고, 돈황에 갔다 오는 사이에 레벨업을 좀 한 거야. 원래는 별 볼 일 없는 무사들이었다고.
하지만 혈도 임평백은 굳게 믿고 있었다. 이미 사혈련주에게도 이야기해서 조사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단다.
“원보 상단에 투자를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니 뭔가 아시는 것이..”
“없다.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투자만 했지 사람들이야 그쪽에서 관리했는데..”
철각패도는 골치 아픈 일에 끼어들 생각이 없었다. 스트레스나 좀 풀고 싶었는데, 갑자기 이상한 거나 물어보고 말이야.
“혹시 좀 알아봐 주실 수는 없습니까?”
얘가 왜 이러지? 원래 이런 일에 이렇게 관심을 보일 놈이 아닌데?
“왜 그런지 말해주면 알아보지. 이유가 뭐야?”
“배후가 마교라고 하면 알아볼 게 좀 있어서 그렇습니다.”
말하는 임평백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다. 철각패도는 입맛을 다실 수밖에 없었다.
‘쩝. 마교랑 뭔가 있는거구만. 이러면 마냥 거절하기만 할 수도 없는데. 그래. 일단은 넘어가자. 그렇지 않으면 오늘 돌아가지 않을 것 같으니까.’
“그래. 그러면 내가 알아보지.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을 거야.”
왜냐하면, 정답이 뭔지 알고 있으니까. 하지만 바로 알려줄 필요는 없지. 며칠 뒤에 알려줄 테니까 그때까지는 나한테서 신경 끄라고.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혈도 임평백은 평소 같지 않게 고분고분한 태도를 보였다. 마교랑 있는 사연이 상당히 센 문제인가 보다. 하기야 강호에 적을 둔 사람치고 원한 몇 개 없는 사람 어디 있나.
그렇게 혈도 임평백을 보내고 더러운 짓 한 놈을 하나 박살내기 위해서 움직이려는데, 이번에는 흑수 갈맹이 찾아왔다.
오늘따라 이것들이 왜 이러지? 단체로 날을 잡았나?
그런데 알고 보니 철각패도를 계속 낙양에서 찾았단다. 상의할 일이 있어서. 흑수 갈맹은 사혈련주의 말을 대신 전했다.
“그러니까 대장군 두궐륭이 검을 더 빨리 받기를 원한다 이거지?‘”그렇습니다. 이번에 괴물들의 이상한 움직임 때문입니다.“
황도 방향으로 괴물들이 전진하고 있단다. 심각한 수준은 아니고 조금 움직인 건데, 황제의 반응은 그렇지 않았다.
두궐륭은 이번이 기회인 것을 알고는 자신이 막겠다고 나서서는 병력을 끌어모았다는 거다.
“채공공에게 밀린다 싶으니까 승부수를 날린 거구만.”
“황제는 괴물을 세상에서 가장 두려워하니까요.”
죽을 뻔한 적이 있으니 그럴 테지. 그러니 괴물을 상대할 수 있는 검을 빨리 달라는 거구만.
“흐음.. 이걸 어떻게 한다?”
가능은 했다. 그런데 지금 대장군 쪽을 밀어주는 게 과연 좋은 것인지는 의문이었다. 이럴 때는 적당히 대답하는 게 상책.
“일단 알아보고 연락을 주지.”
“알겠습니다. 두궐륭이 몸이 바짝 달았다고 하니 빨리 연락을 주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철각패도는 알았다고 했다.
“그거 말고 다른 일은 없나?”
“아. 있습니다. 두궐륭이 이번에 무림인들을 차출했습니다.”
화산에서 무림인들의 활약을 보고받고서 한 짓이란다. 황도로 오는 괴물들을 막는 것에 자신이 있었지만, 그래도 확실한 게 좋은 거다.
그래서 무기도 빨리 달라고 하고 무림인도 차출하는 것. 두궐륭이 이번에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무림인들이 반발을 하지 않나?”
“어쩌겠습니까. 강제 동원인데. 각 문파별로 인원수도 아예 정해졌답니다.”
각 문파들은 골치가 아픈 상황일 거다. 정예를 보낼 수도, 보내지 않을 수도 없는 상황이니까.
군이 통솔하는 곳이다. 문파가 이끄는 곳이면 안전을 우선시 할 테니 걱정이 없다. 하지만 두궐륭은 실적을 무조건 올리려고 할 거다.
그러니 정예를 보냈다가 개죽음 당하면 낭패다. 그렇다고 그저 그런 자를 보내 권력을 잡고 있는 두궐륭 대장군에게 밉보일 수도 없고.
“가만. 문파 별로 차출할 수가 정해졌다고?”
“예. 그래서 지금 문파들이 전부 난리입니다.”
철각패도는 알았다고 하고는 재빨리 진혁으로 몸을 갈아탔다. 그리고 현천문으로 내달렸다.
“이제 왔구나. 허허. 어디 상한 데는 없었고?”
온위립은 진혁을 보자 반갑게 맞이했다. 진혁은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다가 질문을 했다.
“문주님. 저희도 차출에 포함이 되는 겁니까?”
“한 명을 보내라고 하더구나.”
진혁은 결정된 바가 있느냐고 물었다.
“승렴이가 가겠다고는 했는데, 일단 네가 오면 상의해서 정하려고 했다.”
“그러면 제가 가겠습니다.”
진혁은 자신이 가겠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두궐륭이 하는 짓을 보니 이번 토벌대는 조금 위험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어렵게 키운 클랜원이다. 이제 조금만 더 크면 제대로 활약하면서 포인트를 모아줄 사람들. 그런데 지금 잃을 수는 없다.
“무슨 일이라도 있느냐?”
“이번 토벌은 무척 위험할 것 같습니다.”
진혁은 자신이 아는 바를 이야기했다. 두궐륭이 실적을 위해서는 무슨 짓이든 할 거라고. 그래서 병사나 무림인의 희생이 있을 수도 있다고.
“허허. 어찌 그런 자가.. 병사를 아끼지 않는 자는 장수가 될 자격이 없느니라.”
“그러니 이번에는 제가 가는 게 좋겠습니다.”
사실 현천문에서 가장 고수를 따지자면 진혁이다. 다른 사람들은 모르고 있지만, 현천문 사람들은 전부 안다. 진혁과 괴물을 많이 상대해 봤으니까.
“진혁아..”
온위립은 말을 잇지 못했다. 위험하니까 자신이 가야 한다. 이 얼마나 숭고한 말인가. 온위립은 항상 문파나 사제들을 위해서 희생하는 진혁이 고마우면서도 안쓰러웠다.
“내가 부덕해서 네가 온갖 고생을 하는구나. 이게 다 내 탓이다.”
“아닙니다. 그게 어찌 문주님 탓이겠습니까.”
진혁은 자신이 가면 문제 없을 거라며 온 문주를 달랬다.
“어떤 상황에서도 몸 하나는 빼낼 수 있습니다. 괴물을 상대하는 데는 이골이 난 거 잘 아시지 않습니까.”
온위립은 아무도 보내고 싶지 않았다. 죽을지도 모르는 곳에 제자를 보내고 싶어하는 문주가 어디 있겠나. 하지만 누군가는 가야 한다.
“조심해야 한다. 전장은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곳이니 말이다.”
온위립은 미안한 마음에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호승렴이 밖에서 그 말을 들었는지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왔다.
“그게 무슨 소리요? 내가 가기로 했으니 이번에는 내가 가겠소.”
“결정은 혼자서 하는 거라더냐. 그리고 이번에는 내가 가는 게 맞다.”
호승렴은 고집을 부렸다.
“왜 이런 일은 혼자서 다 짊어지려고 하슈? 나도 이제 괴물이라면 제법 잡으니 내가 가겠소.”
“아직은 아니다. 현천문은 따로 제갈 세가와 토벌대를 꾸려 움직인다고 하니 거기 가서 실력발휘를 하면 되지 않겠느냐.”
호승렴은 고개를 저었다.
“좋소. 그럼 한 번 겨뤄봅시다. 결정은 실력으로 내면 되지 않겠소.”
진혁은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 조금 기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혁만 계속 힘겨운 걸 짊어지는 것 같으니 자신도 돕겠다는 거였다.
‘녀석. 많이 성장했구나. 내가 특별히 봐줘서 이틀만 누워있을 정도로 패주마.’
진혁은 전신에 마나를 끌어 올리면서 걸어나갔다. 먼저 나가던 호승렴이 흠칫 놀라면서 뒤를 돌아다보았다. 거기에는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있는 진혁이 보였다.
하지만 어쩐지 온몸에 소름이 쫙 돋는 게 느껴졌다.
***
“어디서 왔수?”
“저는 현천문에서 왔습니다.”
토벌대에는 정말 온갖 곳에서 온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다들 불안한 표정. 괴물을 한 번도 상대해보지 못한 자도 있는 듯했다.
반면에 여유가 있는 자들도 있었다. 명문 정파의 인물이거나 그래도 좀 큰 방파의 사람들. 그들은 몇 명이 같이 왔는데, 끼리끼리 인사를 나누었다.
그런데 그들 중 진혁을 찾아온 사람이 있었다.
“화산의 문승강이라고 하오.”
“현천문의 하진혁이라고 합니다.”
그는 이번 토벌대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진혁을 한번 보고 싶었다고 했다. 그런데 그 태도가 무척 오만했다.
하기야 사룡이라고 불리는 자였으니 그럴밖에.
보통 이런 식으로 불리는 자들은 아주 어렸을 때부터 엘리트 교육을 받고 자란 자들이다. 그런 자들 중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무인들이 문파에서 명성을 얻는다.
그렇게 엘리트 교육을 받은 자들 중에서도 낙오자가 나오고 앞서는 자가 나오는 거다. 그런 사람들끼리 따로 교류를 한다.
그게 무림맹의 후지기수들이다. 그리고 거기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자들이 사룡이니 삼봉이니 하는 별칭으로 불리는 거다.
‘엘리트 중의 엘리트. 선민의식 쩌네. 아주 다른 사람은 거의 인간 취급도 안 하는구만.’
그냥 말만 나누고 있지만, 완전히 아래로 깔고 보는 게 느껴졌다. 하지만 티는 내지 않았다. 공연히 문제를 만들어서 좋을 게 없으니까. 게다가 진혁은 이럴 때 문제 일으키는 캐릭터도 아니었고.
“그렇습니까.”
“그래. 그러니 무슨 일이 있으면 찾아오게. 내가 도움을 줄 터이니.”
문승강은 진혁의 어깨를 탁탁 치더니 일행이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어이가 없었다. 실력으로는 쨉도 안 될 녀석이 나대는 걸 보고 있으려니 부글부글했다. 진혁은 밤이 되길 기다렸다가 빠져나왔다. 화장실에 가는 척하면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간 진혁은 철각패도로 몸을 바꾸었다.
정말 신 나게 두들겼다. 무슨 대인이라는 놈이었는데, 부정 축재한 돈이 어마어마했다. 걸리는 놈들은 뼈마디가 바스러질 정도로 다져주었다.
주인장은 살아있는 게 고통일 정도로 만져주었고, 재물은 인근에 다 뿌렸다. 그러고 나니 기분이 좀 나아졌다.
“하아. 이제 좀 개운하네. 그럼 슬슬 돌아가야지?“
철각패도는 정신을 집중해서 몸을 바꾸었다. 잠깐 어지러운 게 느껴지고는 몸이 바뀐 게 느껴졌다. 거기까지는 여느 때와 똑같았다. 뒤에서 말이 들리기 전까지는.
“어? 너 뭐야? 갑자기 허공에서 몸이 나타나고..”
진혁은 깜짝 놀라 뒤를 돌아다보았다. 거기에는 아는 얼굴이 있었다. 화산의 문승강이었다.
“너는..”
문승강은 진혁에게 다가왔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지금까지는 몸이 바뀌는 걸 들킨 적이 없었다.
밤이라서 잘못 본 거라고 적당히 넘어갈 수 없을까 생각해 보았다. 하지만 문승강의 말을 듣고 그게 불가능하다는 걸 깨달았다.
“아니 어떻게 허공에서 몸이 스르륵 나타나지? 이건 말이 되지 않는데..”
진혁은 주변을 슬쩍 살피고는 마나를 모았다. 그리고 문승강에게 손가락을 뻗었다.
“야. 이 새꺄. 너. 이리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