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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템했습니다.
“어?”
연화봉을 오르고 있던 사람들은 모두 고개를 들었다. 진혁의 외침이 들렸기 때문이었다.
“저게 뭐지?”
“빛이..”
환한 빛이 공중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연화봉에서 항상 보였던 그 빛이. 무인들은 속도를 높여 연화봉 정상을 향해 달렸다.
그리고 도착했을 때 진혁이 일단의 괴물들과 싸우고 있는 걸 보았다.
“저쪽에 빛을 내는 돌과 팔찌가 있습니다.”
진혁은 사람들에게 한쪽 방향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매화일검은 재빨리 진혁이 가리킨 곳을 쳐다보았는데, 거기에는 쇠로 만들어진 것 같은 팔찌 하나와 자그마한 돌이 있었다.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돌이 은은한 빛을 내고 있었으니까. 매화일검은 재빨리 그곳으로 가서 물건들을 챙겼다. 그 사이 무사들은 진혁을 도와 괴물들을 정리했다.
괴물의 수가 많지 않아 금방 정리되었다. 매화일검은 주변을 빠르게 훑어본 후 퇴각 명령을 내렸다. 아무리 보아도 별다른 건 보이지 않았으니까.
“모두 내려간다.”
이곳에서 머뭇거리다가 트윈헤드 오우거가 돌아오면 큰일이다. 그러니 그 전에 재빨리 빠져나가려는 거였다.
매화일검은 연화봉에서 내려가며 진혁에게 바짝 붙었다. 그리고 어떻게 된 일인지를 물었다. 특히나 하늘을 날아가던 그 빛이 무엇인지 궁금해했다.
“제가 정상에 올라왔는데..”
진혁은 이동하며 이야기를 했다.
올라왔을 때 두 개의 물건이 있었다. 그런데 괴물들은 나타나서 그놈들과 싸워야 했다. 그런데 술법을 쓰는 놈이 갑자기 지팡이를 들고 이상한 소리를 냈다.
“그랬더니 갑자기 돌이 빛을 더 강하게 냈다고?”
“예. 그렇습니다. 저도 얼마나 놀랐는지..”
진혁은 다시 생각해도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이야기했다.
돌과 팔찌 모두 빛을 내면서 공중으로 조금 떠올랐다. 그런데 그 순간 지팡이를 든 괴물을 죽였고, 뒤돌아 보니 팔찌와 작은 돌 조각은 다시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하지만 커다란 돌조각은 공중으로 날아갔다?”
“예. 빛을 내면서 날아갔습니다.”
진지한 표정으로 진혁은 대답했다. 뻥이라는 걸 아무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완벽한 연기. 영혼의 돌은 아공간에 있었다. 부스러기가 조금 떨어졌는데,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았다.
진혁은 돌을 집어 들었을 때 보았던 메시지를 생각했다.
‘영혼의 돌이 관리자와 연락을 할 수 있는 도구라고 했어. 팔찌는 아무런 메시지도 뜨지 않았고.’
올라왔는데 아무것도 없으면 좀 이상할 것 같았다. 그래서 팔찌는 남겨두기로 했다. 아래를 보이 무림맹 사람들이 지척에 이른 상태.
진혁은 재빨리 아공간을 열어 영혼의 돌을 집어 넣고는 마나를 끌어 모아 허공에 날렸다. 로켓이 발사되는 것처럼 빛의 덩어리가 허공을 향해서 날아갔다.
물론 큰 소리로 외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진혁은 무림맹 사람들이 고개를 드는 걸 확인하고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주변에 있는 괴물을 향해 달려들었다.
‘하지만 이것이 진실이라는 걸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 앞으로도 없을 것이고.’
그렇게 생각했지만, 매화일검은 무언가 계속 찜찜했는지 진혁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게다가 야영지에 돌아와서는 매화일검과 함께 수뇌부의 막사에 있어야 했다.
핑계는 최초 목격자이니 상황 설명을 해야 한다는 거였다. 하지만 진혁은 자신이 의심받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의심이라.. 오히려 잘 된 걸 수도 있겠군..
공연히 소문이 떠도는 것보다는 이렇게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는 게 좋다. 진혁은 현서진인이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그가 돌아와야 제대로 된 회의가 시작될 테니까.
현허진인과 유인조는 생각보다 늦게 돌아왔다. 트윈헤드 오우거를 따돌리기가 그만큼 어려웠다는 증거였다.
얼마나 힘이 들었는지 다들 초췌한 몰골을 하고는 천막으로 들어왔다.
“그래. 물건은 가져왔는데 이상한 일이 있었다구요?”
“예. 그렇습니다.”
매화일검은 눈치를 주었고, 진혁은 나서서 아까와 똑같은 말을 했다. 그러자 사방이 소란스러워졌다.
“허허.. 이거 정말 기이한 일이로군요.”
“그런데 허공으로 날아가는 빛을 다들 보았다고 하니..”
강한 빛을 내면서 공중으로 날아가는 무언가를 본 무인들은 많았다. 그러니 적어도 그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
연화봉에서 보았던 그 빛과 비슷했다는 것도 인정되었다. 현허진인은 작은 돌조각과 팔찌를 살폈다. 작은 돌조각에서는 희미한 빛이 나고 있었다.
“다른 물건이나 이상한 점은 없었습니까?”
“저와 조사단이 올라갔을 때는 그런 건 보지 못했습니다.”
매화일검의 말에 현허진인은 진혁을 슬쩍 쳐다보았다. 매화일검이 직접적으로 이야기는 하지 않았지만, 계속해서 진혁이 뭔가 의심스럽다는 뉘앙스를 풍겼기 때문이었다.
“자네는 혹시 이상한 걸 보지 못했나?”
“제가 본 건 전부 말씀드렸습니다.”
현허진인은 고개를 끄덕였는데, 매화일검이 다가와서는 귓속말을 했다. 현허진인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 비틀리는 입매. 표정은 곧 평상시처럼 돌아왔지만,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게 있었다는 표시.
“자네만 남고 다들 잠시 나가 있게.”
현허진인은 사람들이 모두 나가자 진혁에게 양해를 구했다.
“자네 말이 사실이라고 생각하네. 하지만 워낙 중요한 일이라서 확인을 좀 해야 할 것 같네. 양해를 좀 해주게나.”
돌려 말했지만, 네가 무언가를 숨긴 것이 아니냐는 말이었다.
“아닙니다. 중대한 일이니 확실하게 하는 편이 저도 좋습니다.”
진혁은 옷가지를 하나씩 벗기 시작했다. 지금 그것보다 결백을 주장하기에 확실한 방법은 없었다.
아무런 거리낌 없이 확확 벗었다. 그리고는 자신의 물건들을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옷이나 물건을 뒤져보셔도 무방합니다.”
당당하게 말했다. 나는 아무런 거리낌이 없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도 없다는 태도. 현허진인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냥 보기에도 없었다. 매화일검은 직접 옷과 물건을 일일이 살폈는데,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매화일검 우영덕은 조금은 쑥쓰러워하면서 옷가지를 건네주었다.
“크흠.. 미안하네. 자네를 의심해서 그런 건 아니고.”
“아닙니다. 저는 오히려 오해를 받지 않게 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현허진인이 혀를 끌끌 찼다. 이야기를 들어보면 진혁이라는 자가 그나마 공을 세운 거였다. 잘못했으면 물건 두 개가 전부 허공으로 날아가 버릴 뻔했다,
진혁이 술법을 쓰는 괴물을 베지 않았다면 그랬을 것 같았다. 그런데 그가 활약해서 그나마 팔찌와 돌조각을 건진 거였다.
그런데 그걸 믿지 못해서 몸을 뒤지자고 하다니. 이 사실이 밖에 알려지면 안 좋은 소리가 나올 게 분명했다. 특히나 소림 쪽에서 걸고넘어질 거다. 그렇게 둘 수는 없었다.
“자네가 큰 공을 세웠네. 어디 보자. 뭐라고 포상을 해야 할 것 같은데..”
현허진인은 잠시 생각을 하다가 품에서 작은 목갑을 하나 꺼냈다.
“이건 소청단이네. 강호에서도 귀하게 여기는 것이니 포상으로 작당할 것 같은데..”
하지만 의외의 대답이 나왔다.
“저는 필요 없는 물건인 것 같습니다. 정말 필요한 분이 사용할 수 있도록 넣어 두시지요.”
“아니. 필요 없다니. 그게 무슨 말인가?”
진혁은 사문의 내공이 조금 독특해서 영약이 듣지 않는다고 했다. 내공이 잘 쌓이지 않는다는 말도 덧붙였다.
“허어. 그런 일이..”
현허진인은 더 미안해졌다. 그런 상황에서도 앞장서서 목숨을 내걸고 싸웠는데, 의심이나 했다니.
게다가 소청단이 어디 흔하게 구할 수 있는 물건이던가. 그런 귀물을 이리 거절하는 걸 보니 진혁의 성품이 어떤지 알 것 같았다.
‘저런 자가 보물에 욕심을 내서 훔쳤을 리가 없지. 그것보다 그냥 넘길 수는 없고..’
무엇보다 소림 쪽에서 이 일을 알게 하면 안 된다. 이번 화산 공략은 전적으로 오대검파에서 진행한 일. 조금의 잡음도 나와서는 안 된다.
“지금은 적당한 것이 생각나지 않으니 살펴보고 알려주겠네.”
“아닙니다. 정말 괜찮습니다.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그럴 수야 없지. 공을 세운 걸 그냥 넘길 수야 있나.”
현허진인은 이곳에서 있었던 일은 다른 데 이야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넌지시 건넸다. 진혁은 절대로 발설하지 않겠다며 밖으로 나갔고.
“어쩌자고 몸을 뒤지자는 거요? 혹시나 싶어서 하기는 했지만, 이거 원..”
“아니.. 부맹주님. 정말 무언가 수상한 자였습니다. 허허.. 거 참 이상하네..”
현허진인은 고개를 저었다.
“소청단을 거절하는 거 보지 않았소. 그런 자가 어찌 보물을 노렸겠소이까.”
“그거야 모르는 일 아닙니까. 의심받지 않기 위해서 일부러 거절했을 수도 있습니다.”
매화일검은 끝까지 의심의 눈초리를 놓지 않았다. 현허진인도 매화일검을 잘 안다. 같은 오대 검파의 일원. 무림맹에서 자신을 제외하면 가장 고수이고 믿을 만한 자다.
그의 날카로운 안목에 감탄한 적도 여러 번. 현허진인은 그래서 진혁에 대해서도 알아보기로 했다. 그런데 알아보니 이건 정말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며칠 뒤 조사한 내용을 전달받았는데, 정말 대단한 젊은이였다.
“이거 보시오. 평소 행실이 이런 자이니 그렇게 행동한 게 당연한 거 아니요.”
“허어.. 이거 참 이런 인물이 있을 수가 있다니..”
하나같이 협객 중의 협객이고 대혁이라 불려도 손색이 없는 사람이라는 평이었다. 약자를 위해서 나서고, 불의한 일에는 당당히 맞서는 사람.
다른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서 자신의 목숨을 아끼지 않고 몸을 던지는 자. 그런 일화가 한둘이 아니었다.
“허어. 이거 정말 대단한 자 아닙니까. 무공만 받쳐주었다면 강호에 위명을 날릴 자이건만..”
매화일검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이상하게 생각했던 건 진혁을 제대로 몰랐기 때문이라고. 그렇게 의협심이 강하고 매사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라는 걸 몰라서 그런 거라고.
“그러면 생각한 대로 합시다.”
현허진인의 말에 매화일검도 동의했다. 조사단 차원에서 무언가를 주지는 않을 생각이었다. 어디까지나 이곳에서 일어난 모든 공로는 조사단의 것이어야 하니까.
그렇다고 그냥 넘어갈 수는 없는 일이니 현허진인이 개인적으로 치하하는 것으로 했다.
“이게 무엇인지요?”
“내가 자네에게 주는 선물일세.”
현허진인은 무엇을 주어야하나 고민하다가 이걸 골랐다고 말했다. 진혁은 보자기를 풀었는데, 거기는 비급이 하나 있었다.
“양의심공?”
“그렇다네. 자네 사문의 심법과 무공이 특이하니 평범한 것은 소용이 없을 테고..”
그래서 고른 것이 양의심공. 정신을 둘로 나누는 기이한 무공이다.
“사실 이 무공은 익힌 자가 거의 없네. 나도 익히려고 해보았지만, 잘되지 않더군.”
하지만 익히기만 한다면 한 번에 두 가지 무공을 사용할 수 있다. 제대로 사용할 수만 있다면 놀라운 능력이 될 터.
진혁은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는 비급을 보자기에 다시 쌌다. 진혁이 밖으로 나가자 매화일검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너무 과한 물건을 준 게 아닐까요?”
“조금 과하기는 하지. 하지만 본인의 복 아니겠나.”
익히지 못할 확률이 높았다. 역대로 익힌 자가 손으로 꼽힌다. 그 정도로 익히기 난해한 기공.
하지만 진혁의 성품이 마음에 들었다. 그런 자가 내공 문제로 제대로 활약을 하지 못하는 것이 조금 안타깝기도 했다. 그래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준 거였다.
만약 익혀서 두 무공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다면 지금보다는 훨씬 강해질 테니까.
“그동안의 삶에 대한 보상이라고 해 두지.”
현허진인은 수염을 쓸어내리며 웃었다.
그 시각, 진혁은 아무도 없는 곳으로 가서 비급을 아공간에 넣고 있었다.
“에이. 돈이 되는 거나 좀 주지. 그냥 소청단 받을 걸 그랬나?‘
좀 더 좋을 걸 줄거라 생각하고는 거절했는데, 소청단보다 못한 것 같았다. 그는 비급을 집어넣고, 영혼의 돌을 꺼냈다.
“여기에다가 마나를 불어넣으면서 생각을 하면 그게 관리자에게 전달이 된다 이거지?”
진혁은 주변을 살피고 아무도 없다는 걸 확인했다. 그는 마나를 끌어 올렸다.
‘저기요? 관리자님?’